아르세니예프의 인생

아르세니예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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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이반 부닌의 대표작 『아르세니예프의 인생』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3번으로 출간되었다. 같은 역자의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나남, 2008)를 전면 개정해 새로이 선보인다. 작가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책’이라 했으나 ‘예술적 전기’라 불리며 종종 톨스토이, 악사코프, 고리키의 자전적 3부작과 비견된다. 타고난 서정 시인 이반 부닌이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명멸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과장 없이 그려낸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통적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삶과 사랑, 죽음과 존재에 대해 고찰하는 한 편의 철학적·미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

이반부닌

저자:이반부닌ИванБунин
1870년러시아보로네시의오래된귀족가문에서태어났다.오룔현에서유년시절의대부분을보내는데,이때지니게된자연에대한애정과시적서정성은부닌작품의시원이되었다.어린시절부터푸시킨과레르몬토프를흠모해시를썼고1887년페테르부르크신문[조국]에시와단편소설을발표하며문단에데뷔했다.
기자,공무원,편집자일을하며페테르부르크와모스크바에서체호프,발몬트와교류했고,한때톨스토이주의에심취하기도했다.1890년대후반부터는고리키,쿠프린과함께문학서클‘스레다(수요일)’의멤버로활동하며번역과시창작에몰두해『열린하늘아래에서』『낙엽』등을발표했고,1903년과1909년두번에걸쳐푸시킨상을수상했다.이후「마을」「샌프란시스코에서온신사」등중단편소설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이어나가다1918년볼셰비키혁명에반대하며프랑스로망명했다.1933년러시아작가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1953년파리에서영면했다.
회상을통해유년과젊은시절의삶을서정적으로그려낸『아르세니예프의인생』은부닌이망명시기에쓴작품이다.섬세하고도시적인묘사와자전적요소,당대의사회상,인생에대한통찰이어우러진,부닌의작품세계가집약된대표작으로꼽힌다.

역자:이항재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투르게네프의후기중단편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연구교수와한국러시아문학회회장을지냈고,현재단국대학교러시아어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해설|부닌의‘예술적전기’혹은아무것도아닌것에대한책
이반부닌연보

출판사 서평

준準자전적소설이자예술적전기

“전혀다른것,내가쓸수있었고써왔던것과는전혀다른것,즉내가쓸수없었던것을쓰고싶다는간절한생각으로괴로워하는”아르세니예프는청년시절창작에몰두하던부닌의모습과겹쳐진다.아르세니예프의삶의양태역시부닌의삶의궤적과무척닮아있다.어린시절부터고요한시선으로러시아의자연을관찰하는아르세니예프는부닌과마찬가지로커가며특유의풍부한감수성으로문학에탐닉한다.획일화된교육제도를견디지못하고힘들어하던중학생시절,수업시간에『오디세이아』를읽다걸려크게혼이나면서“제게소리치지마시고,‘너’라고말하지마세요.저는당신아이가아닙니다”하고대꾸하는아르세니예프는부닌이『일리아스』를몰래읽다선생님께혼이나자진지하고침착한태도로“저는어린아이가아닙니다”라고말했다는유명한일화를떠올리게한다.

부닌은아르세니예프라는자전적인물을만들어망각의두려움에서벗어나고싶어했던듯하다.존재의시원,어린시절과나와타자의세계를인식하게되는청소년기,리카와의황홀한사랑과이별에따른비애를느끼는청년기를회상하며,떠오르는희미한장면들을받아쓴것같은이작품에는작가인부닌의어린시절과청년시절이많은부분스며있다.아르세니예프의다정한어머니와태평하지만기질적으로예민한아버지,사랑스러운여동생은실제부닌의가족과비슷하게묘사되고,형이체포되는사건과여동생의죽음과같은사건역시부닌가족이실제로겪은일들이다.

부닌은『아르세니예프의인생』이자전적소설이라불리는것을매우싫어했고소설의자전적요소에중점을두고논의하는것에부정적입장을보였지만,작가자신의인생과경험이오롯이녹아있다는점에서이작품을부닌의준準자전적소설이자예술적전기라봐도무방할것이다.

지나간시간의슬픔과매혹,
그찬란한기억의편린들에대하여

『아르세니예프의인생』은러시아중부지방의몰락한귀족출신인아르세니예프가지나간시절을회상하며,밀려드는기억의편린들을써내려가는듯한구성을취한다.뿌연안개를헤치고마침내모습을드러내는부닌의어린시절과청년시절의풍광은보는이의마음을촉촉하게적신다.들판이굽이치는삼림지대와초원,작은계곡과산비탈,풀향기가스며든뜨거운바람,창을통해바라본가을달,소복하게쌓여있는하얀눈과눈석임등을바라보는부닌의섬세한시선과투명한필치는러시아중부마을의전원생활을생생하게재현해내며,독자들로하여금아르세니예프의삶속으로부드럽게스며드는환상에사로잡히게만든다.

부닌은아르세니예프라는자전적인물을통해이미지나가버린자신의유년시절로,그무한한자연으로회귀한다.작품초고에붙여진‘나날의근원’이라는부제가암시하듯,아르세니예프에게과거의시간은기억되는한지나간시간에만머물지않고현재에끊임없는영향을미친다.기억을통해단순히과거를회상하거나추억하고자하는것이아니라그현재적의미를부단히탐구하는것이다.

사랑과죽음은부닌에게인간의삶과떼려야뗄수없는주요한테마다.아르세니예프는여동생과할머니를비롯해주변사람들의죽음과청년시절사귀었던연인들과의사랑을통해실존의문제에가닿고,삶의의미와가치에대해깊이사유하게된다.특히리카와의만남은아르세니예프의젊은날을지배한,인생에서가장특별한사건중하나다.사랑의설렘과이별의비애는부닌의날카로우면서도섬세한문장으로더욱생생히살아난다.

부닌은이작품을준비하던당시일기에“‘아무것도아닌것에대한책’을쓰고싶고,이책속에나의영혼을토로하고나의삶을이야기하고,이세상에서보고느끼고생각하고사랑하고미워한것을이야기하고싶다”고썼다.부닌의작품에서저녁놀,아침이슬,어스름,고요,끝없는초원의묘사에애정이묻어있는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부닌은죽음이나이별로인해비극적이고참담한슬픔에몇번이고직면하면서도,삶과사랑이하나임을부정하지않는다.부닌에게사랑이없는삶은죽음과같고,산다는것은사랑한다는것이다.

★1933년노벨문학상수상
★1903·1909년푸시킨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