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김사과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 김사과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는 김사과만의 남다른 시각!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젊은 작가 김사과의 두 번째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와 오랜 기다림을 등에 업고 8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개정판 출간을 위해 저자 스스로 작품 전반을 개고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문장의 흐름과 장면 전환이 더욱 매끄러워졌으며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던 명장면들의 짜임새 또한 한층 세련되어졌다.

자본에 짓눌린 세계에 의해 재단되기를 거부한 젊은 예술가들의 일탈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루저’나 ‘인간쓰레기’로 보일지도 모를 삶이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빛나는 순간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등단 이래 문학적 관습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믿음직한 작가임을 인정받았다.
저자

김사과

김사과는1984년서울에서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를졸업했다.2005년단편「영이」로제8회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미나』『나b책』『테러의시』『천국에서』,소설집『02』『더나쁜쪽으로』,산문집『설탕의맛』『0이하의날들』이있다.

목차

PART……ONE_007
PART……TWO_087
PART……THREE_151
PART……FOUR_265
PART……FIVE_299

출판사 서평

이것은쓰레기같은삶인가,
우리가차마꿈꾸지못한낭만인가?
김사과의두번째장편소설『풀이눕는다』가8년만에개정판으로재출간된다.자본에짓눌린세계에의해재단되기를거부한젊은예술가들의일탈과사랑을그린이작품은누군가에게는‘루저’나‘인간쓰레기’로보일지도모를삶이당사자들에게는얼마나빛나는순간일수있는지를생생하게드러내보였다.등단이래문학적관습을파괴하는실험적인작품으로평단과독자들에게충격을안겨주었던김사과는이소설을통해작품성과대중성을모두갖춘믿음직한작가임을인정받...
이것은쓰레기같은삶인가,
우리가차마꿈꾸지못한낭만인가?
김사과의두번째장편소설『풀이눕는다』가8년만에개정판으로재출간된다.자본에짓눌린세계에의해재단되기를거부한젊은예술가들의일탈과사랑을그린이작품은누군가에게는‘루저’나‘인간쓰레기’로보일지도모를삶이당사자들에게는얼마나빛나는순간일수있는지를생생하게드러내보였다.등단이래문학적관습을파괴하는실험적인작품으로평단과독자들에게충격을안겨주었던김사과는이소설을통해작품성과대중성을모두갖춘믿음직한작가임을인정받게되었다.
독자들의폭넓은지지와오랜기다림을등에업고이루어진이개정판출간을위해김사과스스로작품전반을개고하는과정을거쳤다.그결과문장의흐름과장면전환이더욱매끄러워졌으며,독자들의마음에큰울림을남겼던명장면들의짜임새또한한층세련되어졌다.김사과를사랑하는독자로서이전판과달라진점들을찾아읽는즐거움이상당한이유다.그러나자본주의사회에대한김사과의날카로운진단과냉철한전망은작품저변에건재하다.한발짝더나아가세상을보는김사과만의남다른시각은짧지않은시간이흐른지금도여전히우리의감탄을자아낸다.
끝없이이어지는지금이순간만을바라보겠다는약속,
그게바로사랑이다
어디에도,무엇에도,누구에게도적응하지못한“실패한소설가”인‘나’는하루종일내키는대로거리를걸을뿐이다.‘나’는부자여동생에게빌붙어어울리지않게호화로운생활을누리는가족과부대끼며사는것이괴롭다.‘나’는돈을벌능력이없고,그러려고노력하면죽을것만같은‘인간쓰레기’이기때문이다.그렇게결국아무것도써내지못할거라는절망속에서길을걷던어느날,모든것을포기한순간한남자의뒷모습이‘나’의눈에들어온다.굽은채천천히흔들리는그의등은‘나’에게이상한슬픔을불러일으킨다.
그가멀어져가고있었다.난멍하니선채꿈의한조각이사라지는장면을바라보았다.(…)우리의삶이겹쳐졌던유일한조각이,이렇게쉽게사라져버리다니.그런일은흔히벌어지는일이아니란걸나는알고있었다.그렇다면?난그조각을움켜잡아야한다는걸깨달았다.완전히사라지기전에,그전에,손을뻗어야한다.그조각에찔려상처를입게되더라도.그건나중의일이었다.중요한건지금이다.이,순간.닿을수있는거리에서그가나를부르고있다는것.그것뿐이었다.(25쪽)
그렇게우연히만난두사람은사랑에빠진다.‘나’는남자를‘풀’이라고부르기로마음먹는다.이유는단순하다.그가풀을좋아하고,그를그렇게부르는것이‘나’의마음에들었기때문에.
두사람은‘풀’의자취방에서함께살며음악을듣고,시를쓰고,그림을그린다.그들은일을해서돈을버는대신열렬히서로를사랑하는데시간을쓰기로한다.‘나’에게‘안정된삶’은사랑의반대말이다.사랑은책임이아닌살아있다는것을뜻하고,살아있다는것은과거와미래가아닌이순간만을바라본다는뜻이므로.또한그들은기성사회로부터예술성을인정받기위해누군가의입맛에맞는예술을하길원하지않는다.어쩌다‘나’가문학상시상식에초대받거나‘풀’의그림이전시된갤러리를방문하게되어도그들은그곳의질서를거부하고기어이레지스탕스로돌변하여난동을부린다.이렇게자본주의의가치를철저히배격하는삶을사는그들이기에,세상이알아봐주지않았던서로의예술에내재된가치를발견할수있었을것이다.
하지만돈은어디에서든지구할수있는거잖아.돈은내동생한테도많아.엄마아빠한테도있어.네작은아버지한테도많겠지.하지만사랑은여기밖에없어(난내가슴을가리켰다).돈은똑같지.누구한테나완전히.하지만사랑은유일해.우리는돈보다훨씬더굉장한걸가지고있어.돈은아무한테서나뜯어내면돼.죄책감가질필요없어.돈이라는건사실은행에서아무렇게나찍어내는종이쪼가리일뿐이잖아?왜그딴것을얻으려고힘들게일하고시간을빼앗겨야해?어차피돈이란건있는사람에겐영원히있고없는사람에겐영원히없는거야.그러니까있는사람들한테뜯어내면되는거야.어차피너무많아서다쓰고죽지도못할텐데.(55쪽)
그러나그들의사랑은현실을살아가기에는너무낭만적이고,살아가기를포기하지않는한아무리몸부림쳐도발붙이고있는현실을벗어날수없다.수중의돈이떨어지고생활고가현실로육박해오는순간,두사람의관계는숙명처럼삐걱거리기시작하는데……
“너는파괴당할거야.짓밟힐거야.너는절대로못이겨.
그러니까,너는절대로지면안돼.”
예술을잠식한자본주의적사고에서탈피한순수한눈으로서로의재능을알아본‘나’와‘풀’.돈을버느니“사랑안에서굶어죽겠다”고당차게선언한이들의사랑이견고한현실앞에서무너져가는과정은우리에게절망감만을안겨주지는않는다.이비주류의인간들은닥쳐올파국을예견하고서도스스로“삶을불확실성속으로완전히밀어넣”으려발버둥치고있기때문이다.
물론너는저게싫어.전혀원하지않아.하지만이미너도우리들중의하나야.그건너나내가정하는게아냐.그냥이렇게되어버린거야.니가아무리아니라고주장해도소용없어.세상은이따위로생겨먹었어.세상은너혼자아름답게살도록내버려두지않아.그렇게되면자기들이무너져내리고마니까.그러니까막으려고들거야.무슨짓을해서라도.무슨수를써서라도네가저것들을사랑하게만들려고할거야.(148쪽)
살아남기위해이세계를지속시키는부속품으로서하루하루를살아내는아이러니에익숙해진우리가보기에이들의추락은오히려고결하다.우리와똑같은두려움을안은채로세상의질서를거스르려는강단,문제는패배주의에물든젊은이들이아니라그들을낙담시킨사회구조에있다는당당한항변.이로써자신이속한세계를용감하게거부해버리는이인물들은여전히빛나는젊음을자랑하며소설속에아름답게살아숨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