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 문학동네 시인선 97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 문학동네 시인선 97

$12.00
저자

권대웅

저자:권대웅
1988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당나귀의꿈』『조금쓸쓸했던생의한때』『나는누가살다간여름일까』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당신과내가살다간방

북항(北港)
모과꽃지는봄
수목장(樹木葬)
하늘모퉁이연못
저녁이젖은눈망울같다는생각이들때
벽화(壁畵)1
포복(匍匐)
연금술사1
엄마의꽃
뭉게구름
여름
바라나시에서의시
연금술사2
연금술사3
설국(雪國)

2부세상에봄은얼마나왔다갔을까

모란(牡丹)
달소
생의정면(正面)
청동거울
당신과살던집
적멸보궁(寂滅寶宮)
벽화2
산소가는길
라일락질무렵
땅거미가질무렵
아득한한뼘
2월의방
기억의갈피로햇빛이지나갈때
장마1
하얀코끼리

3부어찌안아플수가있니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프라하의달
장마2
보문동
화무십일홍
연꽃피는밤
처서(處暑)모기
허공속풍경
시간의갈피
나무와사랑했어
동피랑의달
서피랑의달
휘어진길저쪽
비오는가을저녁의시
나팔꽃
노을

4부이세상에나는착불로왔다

당신이다시오시는밤
호랑나비
이모의잔치
가을비는흐르지않고쌓인다

집시의시간
홍시등(燈)
초저녁별

이유도없이못견디게그리운저녁
착불(着拂)
풀잎이자라는소리
바람이거꾸로부는날
지금은지나가는중
벽화3
삶을문득이라불렀다


해설|달을떠오르게하는소의쟁기질
|김경수(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시인선097권대웅시집『나는누가살다간여름일까』가출간되었습니다.1988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한이후근30년동안시인은단두권의시집을펴낸바있었지요.첫시집『당나귀의꿈』이1993년에,두번째시집『조금쓸쓸했던생의한때』가2003년에출간되었으니각각10년의터울이다가이번세번째시집에서는그연년을좀더늘렸다지요.14년만이라지요.“14년만에내는시집인데140년처럼먼것같다”라고시인이자서에서쓴것처럼그세월이참아득하게도읽힌다지요.“흔적도없이사라지는여름의눈사람들.있으면서도없고없으면서도있는것들.”,이문장을힌트로삼자니제목이아주잘보인다지요.그러니까왜“나는누가살다간여름일까”라고했는지듣는순간시집속시전편이한궤에꿰뚫어진다지요.나도,그누구도다사는계절여름,그리고가는계절여름.
그여름의끝자락에이시집을붙잡으니‘조금쓸쓸했던’누군가의‘생의한때’를더듬고또짐작도해보게됩니다.그누군가는나아니면당신,우리모두를향해떠는나침반의바늘이기에흔들리는그끝을유심히도아니볼수가없겠다지요.권대웅시인의이번시집이그래서뭘말하고있는건데?하고물으면예컨대이구절부터튀어나갑니다.그러니까“당신과내가살다간방”이요.“나는누가살다간여름일까”와대구가되는듯한이말이요.그렇다면바로들이해가되실까요.한때한교집합속에묶여있던당신과나,서로를등지고그밖으로걸어나올수밖에없었으나세월이한참흐르고멀찍이서다시보니커다란합집합속에섞여있음으로공존함을인정하게된당신과나.
단순히‘사랑’만을주제로하는시집이아님을아시겠지요.‘삶’이라는큰틀속에우리들존재의‘있고없음’을주제로하는시집임을아시겠지요.그말로다하기불가할만큼커다란사유들을사소하고평범하며작디작은이야기로꽃씨뿌리듯흘려둔시집임을아시겠지요.
그래서일까요.시인의배려속4부로나뉘어담긴총62편의시는어느하나막히는대목없이잘도읽힙니다.오히려너무술술읽혀서시한편을읽어내는그속도를제어하느라몇번이고호흡을다시다지거나책장끄트머리를접었다펴는일을행하게됩니다.묘한것은그런쾌속이다음시로넘어갈라치면의뭉스럽게도일단시동을끄고본다는사실입니다.한편의시안에서전속력으로미친질주를행했는데다음시로넘어가려니천길만길낭떠러지가눈앞에펼쳐져있는것만같은느낌이랄까요.
참쉽게읽히는데페이지를넘기는손이더뎌지는이유를생각해봅니다.새긴다는건그런거겠지요.나도모르게느려지는손놀림같은거,발바닥에본드를바른것도아닌데쉽사리잘안떼어지는두발같은거.시인은연신묻습니다.그때내가살았던것일까지금살고있는것일까그러게요.우린지금어떤삶을살고있는걸까요.
저는이시의읽힘또한인생같다는생각을해보았습니다.남녀의‘만남과이별’이라할우리의‘생과사’란것이이렇게쉬운것같으면서도어려운것이구나,시의해석이전에시의읽음그자체만으로도경험할수있겠구나,다시금체득할수있었습니다.하여이시집은소리를크게내어읽어보십사강권하기도하는바입니다.쓸쓸한아름다움이어떤뉘앙스인지읽는즉시온몸으로증명해보일수있기도하거든요.
더불어특징이랄까요,이시집에유독많은것이‘물음’입니다.‘울음’의대목일것같은데‘물음’이주저앉은자리꽤나많습니다.어쩌면이시집은‘물음’의시로지어진집일지도모르겠습니다.특히나「포복(匍匐)」은시전체가물음의행으로이루어진바,“시냇물은내신발을신고얼마나멀리갔을까”(「뭉게구름」),“세상에봄은얼마나왔다갔을까”(「2월의방」),“미움에도연민이있는것일까”(「삶을문득이라불렀다」)등등시곳곳에서물음의대목만밑줄쳐본다해도셀수없을텐데요,저는이‘물음’의힘에주목을해봤습니다.우리가물음을던지는경우는보통두가지라지요.몰라서물을때와알면서도물을때.어쩌면이시집은후자의경우만같습니다.뭔가생전체를뜨겁게살아낸자가,세상을좀알겠는데싶은자가,그럼에도입을꾹다문채낮에는하염없이하늘속구름이나쫓고밤에는검은하늘속달을올려다보는일로그물음을던지고그물음의답도거기에서찾는듯한풍경을우리는구경하는데서배움과감동을동시에얻는듯합니다.
이시집은아무리훑어봐도어떤강요도앙탈도분노도욕망도,하여간에없는게참많습니다.저라면시뻘건피로물들였을이야기를오히려맑은물로씻어내고있는듯한흐름,그흘려보냄만있습니다.굳이‘여름’이라콕집어서한계절을붙들어앉혔지만이자리에봄이와도가을이와도겨울이와도무방할것이란걸쓰는시인이나읽는우리나모르지않을것을압니다.세상그누구도영원히존재할이는없으니까요.있다없고살다갈뿐일테니까요.
“사랑도너무추우면/아무기억이나지않을때가있다”라는구절이시집을덮고난뒤에도계속입에서맴돕니다.같은시안에서의이런몇구절이동시에내안에서번집니다.

나무에피어나는꽃을문득이라불렀다
그곁을지나가는바람을정처없이라불렀다
떠나가고돌아오며존재하는것들을
다시이름붙이고싶을때가있다
홀연흰목련이피고
화들짝개나리들이핀다
이세상이너무오래되었나보다
당신이기억나려다가사라진다

(……)

내가이세상에왔음을와락이라고불렀다

(……)

이생은찰나라고부르는가
먼구름아래서성이는빗방울처럼
지금나는어느과거의길거리를떠돌며
또다시바뀐이름으로살아가고있는것일까
―「삶을문득이라불렀다」에서

머잖아우리는“씨풀씨풀”내리는눈을맞을것입니다.시집속에서삶의의미같은걸때론발견하게도하거니와권대웅시인의말가운데이런대목에서무릎을쳐보기도합니다.“인생이라는게다길바닥이야”(「눈」)란진리를거창한말씀이아니라망치같은연설이아니라어떠한읊조림으로물음을던지고답을받기도하는시집.“출근하는데죽은매미가마당에떨어져있었다.나는누가살다간여름일까.”(「화무십일홍」)처럼문득둘러보았을때무엇이보이시는지.그보임을묻고또묻는일로부터이시집은시작되고마무리되지않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