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림전

방한림전

$14.00
Description
장군이 되고 싶은 여자와 남자의 아내로 살기 싫은 여자 조선시대 소설에 당당히 등장한 두 여자의 결혼!
『방한림전』은 19세기 말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영웅소설이다. 다른 여성영웅소설과 달리, 이 작품은 여성 주인공인 방관주가 같은 여성인 영혜빙과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간다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제도적 제약에 구속되지 않고 남자처럼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던 관주와, 남자의 아내가 되어 종속적인 삶을 사는 데는 관심이 없던 혜빙은 의기투합해 ‘눈속임’ 혼인을 유지해나가며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간다. 이 소설은 여성 주인공이 끝내 남성에게 종속된 삶을 거부하고, 파격적으로 동성혼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적 사회체제의 질곡을 가장 심각하면서도 급진적으로 문제삼은 작품이다. 학계에 소개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당대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은 소설적 상상력으로 근래 크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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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미상

역자이상구는고려대학교문과대학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순천대학교사범대학장,한국고전여성문학회장등을역임했으며,현재한국고소설학회장을맡고있다.역주서로는『17세기애정전기소설』『숙향전ㆍ숙영낭자전』등이있으며,논문으로는「숙향전의현실적성격과문헌적계보」「구운몽의형상화방식과소설미학」등40여편이있다.

목차

머리말

방한림전
딸로태어난방관주가남자행세를하면서자라다
관주가장원급제하여한림이되다
남자와혼인하기싫어하는혜빙
청혼을허락하다
신랑은숙녀
혼례를올려평생지기가되리라
방한림이형주안찰사가되어민심을안정시키다
우연히얻은아들
아들의혼약,유모의간청
방상서가전쟁터로뛰어들다
오랑캐를물리치다
집안의경사
도사가예견한죽음
임금앞에본색을밝히다
한날한시에세상을떠난방승상과영부인
가문의영광

원본『방한림전』

해설|여성의주체적삶과동성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밖으로는부부라는이름이있고,가슴가운데는지기知己가보이도다.”
자기자신을속이지않기위해세상을속인이들의재기발랄한연대

동성혼이등장하는조선시대소설
『방한림전』의작자는미상이며,창작연대는대략19세기말로추정된다.여성주인공의영웅적능력과활약상을구체적으로형상화하고있다는점에서여성영웅소설이라고할수있다.『방한림전』은여성주인공이같은여성과결혼해서죽을때까지함께살아간다는독특한내용을담고있는데,그줄거리는다음과같다.

대명시절북경유화촌에사는방공부부가뒤늦게관주라는딸아이를낳는데,그아이는천성이소탈해어려서부터남자아이옷을입으려고한다.부모는아이의뜻대로남복을입히고친척들에게도아들이라고말한다.
여덟살때양친이모두돌아가신탓에가사를책임지게된방소저는입신양명하겠다는뜻을품고계속남자로행세하며,하인들에게도자신의본색을남에게알리지말라는엄명을내린다.열두살때남편을섬기는아낙네는되지않겠다는뜻을확고하게다진후장원급제하여한림학사가된다.많은재상들이방한림의용모와재주를흠모하여구혼하지만,방한림은이러저러한핑계를대며거절한다.그런데병부상서서평후의간곡한요청을거절하지못해그의막내딸혜빙소저를만난다.
혜빙소저는평소남자에게종속되는여자의삶이싫어서남자와결혼하지않겠다는뜻을품은여성인데,방한림은그녀의현숙한면모를사모해서평후의구혼을받아들인다.혜빙소저또한방한림이남장을한여자라는사실을직감하고,평생지기가될수있다고생각해그와결혼하기로마음먹는다.결혼첫날,영부인의추궁에방한림은자기가여자라는사실을고백하고,두사람은명분상부부이지만서로지기가되기로약속한다.
이후방한림은벼슬이날로높아져나랏일에공을세우고,우연히별이떨어진곳에서하늘이주신아들까지얻게되며혜빙과함께행복한삶을살다일생을마친다.

방관주라는여자와영혜빙이라는여자
한편,당당한방관주의캐릭터,그리고그와다정히지내다가도가끔투탁거리는영혜빙의쌀쌀맞은캐릭터도이작품의소설적재미를더한다.그들은여느연인들이그러하듯토라지며싸우기도하지만무엇보다한가지감정만으로는규정되기힘든끈끈한연대를보여준다.
다음은영혜빙이방관주를만났을때한생각을묘사한대목인데,그가방관주를어떤사람으로생각하고결혼을결심하게됐는지잘드러나있다.

이런영웅같은여자를만나평생동안지기가되어부부의의리와형제의정을맺어일생을마치는것이나의소원이었다.나는본래남편에게사랑받는아내가되어그의통제를받고,눈썹을그리며남편의환심을사려고아첨하는것을괴롭게여겨왔다.그래서평소금슬우지(琴瑟友之,부부간의금슬이좋아마치친구처럼지냄)와종고지락(鐘鼓之樂,종과북을치며즐긴다는뜻으로,부부사이의화목한정을이르는말)을원하지않았는데,뜻밖에이런일이생겼구나.이를어찌우연이라하리오?반드시하느님께서내뜻을헤아리신것이리라.평생남편을위해수건과빗을관리하는것은졸렬하고구차한일인데,그보다는방씨와인연을맺어지기로평생을함께하는것이더낫지않겠는가?(본문32쪽)

『방한림전』의특별한의미
『방한림전』은여성영웅소설의자장에서창작되었지만,다른여성영웅소설과변별되는독특한자질을내포하고있다.대부분의여성영웅소설에서여성주인공은남장을하고사회에나아가큰공을세운이후한남자의아내로가정에복귀한다.이러한줄거리의여성영웅소설은,여성의사회적활동을억압하는가부장제의질곡을문제삼았으되,결국가부장적사회체제로복귀하는결말에머무는한계를보인다는평가를받기도했다.
그런데『방한림전』에서는여성주인공이끝내남성에게종속된삶을거부하고,대신다른여성을배우자로선택해서로평생지기로살아가는길을택한다.이른바여성끼리동성혼을한것이다.이런점에서『방한림전』은가부장적사회체제의질곡을가장심각하면서도급진적으로문제삼은작품이라고할수있다.특히이작품은가부장적사회의질곡과모순을명시적으로제시하고있다는점이남다르다.
『방한림전』은두명의여성주인공을등장시켜가부장적이념과체제및성정체성에대한새로운인식을드러내고있다.혜빙을통해서는여성의자율적이고주체적삶을억압하는가부장적이념과체제의질곡을명시적으로제기하고,관주를통해서는남성적인젠더를지닌여성이존재할수있다는사실을비교적생생하게표출하고있는것이다.이두가지점만으로도『방한림전』은문화사적으로대단한의의를지닌작품이라고할수있다.또한『방한림전』은관주와혜빙의동성혼을통해가부장적이념과체제속에서여성이남성에게종속되지않고주체적이면서도독자적으로살아가는방법을모색하고,그결과를소설로생생하게형상화했다는점에서매우문제적인작품이라고할수있다.

한편,『방한림전』출간으로문학동네한국고전문학전집은지금까지모두20권이출판됐다.2010년8월『서포만필』을시작으로꾸준히출간해온결실이다.문학동네는앞으로발간될전집시리즈도계속해서준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