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에세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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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회사를 벗어나 맞이했던 막연함에 대해 이야기하다!
매달 말일 확실하게 입금되지만 매일 아침 명백히 불행했던 회사원의 삶, 온 힘을 다해 그 길에서 도망친 퇴사자 김보통의 비범한 방황기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아만자》, 《D. P》의 저자 김보통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에세이다. 더는 백업해줄 조직도, 실패를 감당해줄 가족도 없는 대한민국 보통씨가 퇴사 후 맞닥뜨렸던 고난과 가난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자, 그 기나긴 방황의 여정 끝에서 마침내 손에 쥔 한줌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의 소원은 아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었고, 아버지의 소원대로 대기업 회사 배지를 옷깃에 달게 된 후 그에겐 죽음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 가까운 사람부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까지 수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너는 망할 것이며 결국 불행해질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빽도 돈도 없이 퇴사 후 시간이 흐를수록 막막함과 죄책감, 불안과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퇴직금이 얼마 남지 않자 식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밥 대신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먹기 시작했고, 그러다 우유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시리얼을 우유에 조금만 적셔 비벼먹었다. 조직이 없고 돈벌이가 없는 김보통은 무인도에서 고립된 사람처럼 인간다움의 영역에서 서서히 배제되어갔지만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잠식되지 않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시작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작은 생각의 전환은 골방에서 시들어가던 김보통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빈곤의 입구에 섰던 김보통은 결국 《아만자》로 데뷔해 만화가가 되었다. 그래서 퇴사자 김보통씨는 결국 행복해졌느냐고? 이 책이 해피엔딩이냐고? 아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다만,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오늘의 불행으로부터 도망치고 또 도망쳐, 그저 지금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김보통이라는 한 개인의 에세이이지만,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와 회식문화, 과로와 야근, 그리고 끝내 이것을 버텨내지 못한 한 젊은 청년이 실업자가 되었을 때 빈곤의 수렁으로 순식간에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기도 한 이 책은 미래릉 위해 달리고 있는 내 삶은 오늘 괜찮은지, 혹시 오늘 아침 출근길의 나는 불행하다고, 이러다 죽을 것 같다고 절규하진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저자

김보통

저자김보통
2009년입사
2013년퇴사
2013년만화가전업
2015년수필가겸업
2017년아직불행하지않음

만화가,작가.2013년,20대청년암환자의이야기를다룬웹툰<아만자>로데뷔했다.오늘의우리만화상,부천만화대상시민만화상을수상했다.한겨레토요판과레진코믹스에<DP>를,레진코믹스에<내멋대로고민상담>을연재했다.지은책으로『아만자』(전5권),『DP개의날』(전4권)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출근을하며-5

1부우울한행복속에서
사람이되기위하여-012
너는불행해질것이다-026
기억나지않는다-035
울타리밖의풍경-043
최후의휴가-052
어디에서왔고,
어디로가는가를떠나서-062
대관람차안의절망-078
눈보라가몰아쳐도?097

2부불안한자유위에서
다행스럽게도아직은,-106
자위록-113
미궁의도서관-118
죽음의카드뒤집기-127
길이아닌길-145
시위를당기다-153
죽음의풍경-159
식빵맨의하루?165

3부살아가는보통사람들
최초의브라우니-178
장장17년-186
서투르고부끄러운-200
이제행복해야하는데-210
박수는안쳐요-217
줄서기의고단함-234
보통사람들-241
흐르고흘러서-248
준비없음대책없음-254
단한번내인생-267
지금,여기의나?278

에필로그_이만,퇴근하겠습니다-289

출판사 서평

『아만자』『DP개의날』김보통첫에세이
매달말일확실하게입금되지만
매일아침명백히불행했던회사원의삶…

온힘을다해그길에서도망친
퇴사자김보통의비범한
방황기

백업해줄조직도,실패를감당해줄가족도없는
대한민국보통씨가퇴사이후맞닥뜨린것은,
막막함,죄책감,슬픔그리고빈곤…
그길끝에서그가찾아낸한줌의빛에대한이야기


어느날온라인에이상한‘보통’사람이나타났다.자신을그냥‘김보통’이라불러달라고한그는하루종일사람들의프사(프로필사진)를그림으로그렸다.아무런대가도받지않고,이유도없이.
“누구세요?왜이런일을하세요?”
“그냥,회사원이었습니다.그런데지금은회사에서도망쳤습니다.”
담담하고소박하지만따뜻한색감과인물에대한애정어린시선으로일반인들을묘사한김보통의그림은화제를모았고,트위터는‘김보통그림’을받고싶어하는사람들로넘쳐났다.데뷔직후『아만자』『DP개의날』등의작품으로‘오늘의우리만화대상’‘부천만화대상시민만화상’을휩쓴만화가김보통의‘특별한’시작이었다.
만화가가되기전,그는대기업회사원이었다.IMF로망해버린가난한집안의맏아들이었던그에게아버지는‘사람답게살기위해서는’대기업에들어가야한다고당부했다.가족의숨통을조이는짐승같은가난에서벗어나기위해아들은기어이아버지의소원을이뤄낸다.그로부터4년후,아버지는암으로돌아가시고그는회사를그만두었다.
4년동안그에게대체무슨일이일어난것일까?무수히많은사람들이“대책이없구나.넌불행해질거야”라고경고했음에도왜그는안정된조직을벗어나‘길이아닌길’로달려가야만했을까?
이책은퇴사후마침내자유와자아를찾아냈다는숱한‘퇴사신화’를다룬책들과전혀다른노선을걸어간다.빽도돈도없이퇴사한그는시간이흐를수록막막함,죄책감,불안과빈곤의늪속으로빠져들어간다.회사를나온그는과연불행해지지않을수있을까?
이책은더는백업해줄조직도,실패를감당해줄가족도없는대한민국보통씨가퇴사후맞닥뜨렸던고난과가난에대한솔직한고백이자,그기나긴방황의여정끝에서마침내손에쥔한줌의빛에대한이야기이다.

“회사못다니겠어.도대체왜이러고살아야하는지이해가안가.
이젠…진짜싫다고.”
이젠더견딜수없어진당신에게―”


아버지의소원은아들이대기업에들어가는것이었다.IMF로여느평범한가정들이숱하게망해갈때김보통의집안도무너졌다.유일한희망은장남이번듯한회사에들어가집안을살려내는것뿐이었다.대기업회사배지를옷깃에달게되었을때,김보통은생각한다.
‘끝이다.고생도,가난도,이지긋지긋한짐승의삶도끝이다.이제나는사람이된다.드디어나는사람이된다.’
그러나입사후회사생활을하던그에게이상한증상이생긴다.

그무렵나에겐이상한버릇이생겼다.당시아파트13층에살고있었는데,출근하기위해집을나서면난간너머를내려다보며이런생각을했다.
‘이쯤에서떨어지면한방에죽겠는데.’
처음그런생각이들었을때는‘많이피곤한가보다’싶어의식적으로높은곳에서아래를내려다보지않으려했다.그러자자동차들이빠르게지나치는도로의신호등앞에서,지하철이들어오길기다리는플랫폼에서,눈앞이하얘질때까지술을마시는자리에서‘이거면확실히죽겠는데’라고생각했다.그저‘확실히죽을수있겠다’싶은상황을마주할때마다죽음을떠올리는습관이생긴것이다.마치죽기를바라는사람처럼.(45~46쪽)

확실하게돈은벌지만,분명하게불행하다고느끼는삶.회사원김보통에게는죽음을떠올리는습관이생겼다.회사생활은이해할수없는일들로가득했다.정해진출근시간은아침9시인데오전회의가새벽6시50분에열렸다.회의는부장의긴모노드라마에가까웠다.일과시간내내회의를해놓고는저녁에회식을소집했다.회식은자정이되고새벽이되도록끝나지않았다.방금전에퇴근했는데다시출근해야하는나날이반복되었다.
게다가그토록아들이대기업에가길소원했던보통의아버지는,말기암으로죽어가고있었다.그런데도대기업다니는아들은아픈아버지를보러갈시간조차없었다.퇴근시간마다회식을소집하는상사는장군처럼외쳤다.“본인사망외에는열외없다!”일하려고입사했는데,제발일만했으면좋겠는데,회사는삶마저송두리째요구했다.

“이잔을비우고,저잔을받고,건배를해서이술을모두없애면죽어가는아버지를보러갈수있을까.(…)
뚝,하고눈물이흘렀다.
이좋은날,남들처럼웃지는못할망정울고있었다.
“야,너왜울어.”
상무가물었다.
차장이나를노려보았다.“세상모든아빠는다죽어.우리아빠도죽었어.공과사를구분할줄알아야지.씨발새끼야.”(214쪽)

김보통은생각한다.대체나는지금무얼바라,무엇을위해서이렇게사는것일까.

“돌아가,바다는네가살곳이아니야.”
불안한자유위에서


퇴사를결심한그에게무수한조언들이쏟아진다.
“회사라는게말이야.안에서는그고마움을,든든함을잘몰라.나가보면알게되는거야.이시스템이지금까지얼마나나를보이지않게보호해주고있었는지를.이견고한시스템을벗어난내가얼마나무력한지를.재밌는게뭔줄아냐?다들후회해.나가보면아무것도없거든.나를백업해줄조직도,내가내세울간판도.현실이란게생각보다훨씬가혹해.”
그는선배에게말한다.
“그냥도망치는거예요…도망치는거라고요.잘되고말고는상관없어요!”
그래서,그는전력을다해도망친다.뼛속까지시린바람이불어오는대한민국을떠나그는따뜻한오키나와로짧은여행을떠난다.그리고그는깨닫는다.퇴사후여행에서‘평생동안모르고살던나자신에대한통렬한성찰을한다’는것은말그대로‘팔아먹기좋게편집되고가공된예쁜허구’였음을.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고놀라운깨우침을주는그누군가를만나지도못했다.다만자신이원했던건거창하고위대한무언가가아니라그저이렇게조금걸을수있는시간이라는것을알았을뿐.그리고지금자신이다시입사이전의원점으로돌아와,앞으로어떻게먹고살아야할지대책을찾아내야만하는실업자가됐음을실감했을뿐.
여행을마치고돌아온그는여느퇴사자들처럼오랫동안품어온‘꿈’을쫓는여정을차근차근밟아나간다.이참에어린시절의꿈을이뤄보겠다는생각으로,그는‘작은도서관’을열기로한다.정사서자격증이있었고,어린시절책을좋아했으며,어느정도의조건을갖추면정부지원도조금받을수있다는정보를얻었기때문이다.퇴직금의절반을털어책을사들이기시작한다.그의집안에는서점에서날아온택배상자들이수북이쌓여간다.그러나간절하게열고싶었던‘작은도서관’의문마저도‘돈’없고‘경력’없는이에게는좀처럼열리지않는다.망해가는치킨집자리나아무도찾아오지않을것같은외진곳외에그가빌릴수있는가게자리는없고,정부지원도허망하게물건너간다.
발디딜틈도없이쌓인책상자들사이에갇힌그는초조해진다.그의인생을걱정하는주위사람들에게대학원에들어가겠다고둘러대보기도하고,유통업에뛰어들어볼까발품을팔기도한다.그러나세상에,그의자리는없다.아무데도,없다.

“수족관에서살다바다로나오니어때?죽겠지?”
나는대답대신어색하게웃었다.아마,매우비굴한웃음이었을것이다.
“끝이어딘지도모르게넓고,바닥이어디까진지모르게깊고,파도는계속몰아쳐오고,물은짜고,시퍼런바닷물속엔상어에고래에뭐에득실득실하고.바다,하나도낭만적이지않지?죽겠지?”
“그래.죽겠네.”
“돌아가.”
친구는다시말했다.
“바다는네가살곳이아니야.”
나는우물거리며“안돼”하고말했다.
“전화해.인사과사람이든뭐든전화해서죄송하다고빌어.내가잠깐미쳤나보다고.한번만물러달라고바짓가랑이붙잡고늘어져.”
“못해.이제다끝났어.”
“그럼죽어.”(140~141쪽)

사회가폐기처분한식빵맨
어떻게해야이빈곤의입구에서벗어날수있을까


퇴직금이얼마남지않았다.식비를줄여야한다.실업자김보통은밥대신시리얼을우유에말아먹기시작한다.그러다우유값이너무비싸다는생각이들자시리얼을우유에조금만적셔‘비벼먹는다’.하지만돈이너무든다.커다란식빵을하나사서며칠에걸쳐찢어먹는다.처음엔잼이나땅콩버터를발라먹기도했지만,돈들어올구멍하나없는백수에게그것은사치일뿐이다.“의식하지않고선택할수있던것들이하나둘”사라져간다.조직이없고돈벌이가없는김보통은무인도에고립된사람처럼‘인간다움’의영역에서서서히배제되어간다.

얼마지나지않아내머리는귀를덮을정도로자랐고수염은보름넘게깎지않아덥수룩해졌다.그러던어느날,나는팬티바람으로부엌에서서식빵에피어난곰팡이를뜯어내고있었다.(…)
어찌해야할까.어떻게해야이빈곤의입구에서벗어날수있을까.이제와어떤지원도바랄수없는상황에서나는무엇을해야할까.내가무엇을할수있을까.
한참을고민한뒤자리에서일어났다.그리고부엌으로걸어가곰팡이를뜯어낸식빵이담긴봉지를들었다.아직반은남아있었다.쓰레기통을열어미련없이식빵봉지를버렸다.그리고전화기를들어중국집에전화를걸었다.
“탕수육소자에짜장면하나요.”
우선은맛있는것을먹기로했다.그래야바닥에내팽개쳐진내존엄을다시챙길수있을테니까.맛있는것을먹고나면기분이좋아질테니,기분이좋아진상태에서하고싶은‘작은일’을하면된다.어설프게장사니사업이니해보지도않은일에돈을쓰는건그만하고,다시는대학원이니뭐니원치도않으면서남들이좋다고하는길을기웃거리지도말자.그저내가있는곳에서,지금내가하고싶은일을하자.
오래간만에먹는탕수육맛은끝내줬다.(173~175쪽)

아직닥치지않은미래에대한불안에잠식되지않고,지금자신이할수있는즐거운일들을시작해보겠다는이작은생각의전환은,골방에서시들어가던김보통의삶에변화를불러일으킨다.그는상한식빵같은위축된실업자로서의삶을내버리고,자신에게밥보다중요한달콤한즐거움과자존감을선물하기위해브라우니를구우면서사람구경을한다.온라인세상에서재잘재잘자신의인생을털어놓는흥미로운사람들을관찰하고그들에게공감하고그림을그린다.김보통의메일함에는자신의얼굴도그려달라는메일이쇄도한다.그는하루종일손이저려올때까지우리주변에서울고웃고살아가는‘보통사람들’의그림을그렸다.

불현듯어떤분이사진과함께보낸쪽지가떠올랐다.
“작가님.제사랑하는아내가죽어가고있습니다.
아름다운제아내의모습이담긴
사진을보내드리니
마지막가기전에볼수있도록
그려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244~246쪽)

이책에는그시절의김보통이그린‘보통사람들’그림600여점중200여점이열페이지에걸쳐파노라마처럼펼쳐지는장이있다.별나게예쁠것도없고잘나지도않은평범한인물들이지극히일상적인풍경속에있는그림일뿐이지만,이그림들이큰울림을주는것은그얼굴들이‘살아가는보통사람들,바로우리자신의얼굴’이기때문일것이다.이담담하게아름답고슬픈열페이지의드라마는이책에서가장눈부신페이지들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
훗날,사람들은김보통에게그때왜그렇게쉬지도않고미친사람처럼그림을그렸느냐고물었다.대체어쩔작정이었냐고,계속돈은못벌고그림달라는사람들만늘어나면어떡할셈이었느냐고물었다.그는이책에서비로소답한다.

나의대수롭지않은그림을기다리는분들이있기때문에,죽음의문턱혹은회복의입구에서,탄생의순간부터이별의아픔까지,망각하지않기위해또는바람을이루기위해내보잘것없는그림을기다리는분들이,스스로도믿기지않지만,분명있기때문에멈출수가없었습니다.서두르지않으면머물지못해떠나버리는분들이,기억되지못한채잊혀갈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