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달 (최영희 장편소설)

구달 (최영희 장편소설)

$13.07
Description
최영희의 신작 장편소설 『구달』. 독특한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다. 달이의 아빠 구종대 씨는 어린 핏덩이를 안고 흔전동에 들어온 어느 날, 옥탑 난간에 서서 아기의 이름을 지었다. 어느 틈엔가 하늘에 떠 있던 달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달이는 생각한다. 그때 아빠 눈에 띈 것이 ‘달’이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구난간, 구옥상, 구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성정의 구종대 씨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고.

일곱 살 달이는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가 한창인 흔전동 럭키빌라 옥탑에 산다. 훌쩍 사라졌다 예고 없이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아빠가 실종되고, 생활비가 떨어진 후로 달이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달이는 매일을 효과적인 생존을 위한 일과 매뉴얼로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재현이가 울지 않았는지 귀를 기울여 확인한 후, 날마다 8시 15분 전후 골목을 내려오는 승율이의 발소리를 체크하고, 매뉴얼 1번 아침 체조, 2번 냉수 세안, 3번 소식 혹은 간헐적 단식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허기는 도통 가시지 않고 공과금이 밀려 전기방석도 켤 수 없던 어느 아침, 교복을 입고 학교에 잠입해 밥이나 먹고 나올까, 박 집사네 온돌교회를 털어 버릴까 고민하던 달이는 엊그제 한 남자에게 건네받은 명함을 떠올렸다. MS미스터리협회 마블힐지국 서울출장소 소장 공직구. 감염자니 피해자니 실험이니, 그날 공직구라는 남자가 내뱉은 말들은 밑도 끝도 없는 얘기들이었지만 ‘미스터리’, 네 글자가 달이의 머릿속을 때렸다. 그것은 지난 몇 개월간 달이의 일상을 말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였기 때문이다.
저자

최영희

저자최영희는2013년『어린이와문학』을통해등단했다.제11회푸른문학상,제8회창비청소년문학상,제1회한낙원과학소설상,2016SF어워드우수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꽃달고살아남기』,소설집『존재의아우성』『광장에서다』『안녕,베타』『복수는나의것』『첫키스는엘프와』,동화『인간만골라골라풀』『슈퍼깜장봉지』등을썼다.

목차

1장신입요원구달…7
2장감염자들…37
3장연결도로없음…79
4장두개의심장소리…135
5장내가들어줄게…193
작가의말…259

출판사 서평

푸른문학상,창비청소년문학상,제1회한낙원과학소설상,SF어워드우수상등을수상하며
우리아이들의‘존재’자체를지지해온작가최영희


2013년『어린이와문학』을통해등단한후길지않은기간내내장편과단편을,현실과환상을,동화와청소년소설을넘나들며왕성한창작활동을해온작가최영희의신작장편소설이출간되었다.『구달』이라는독특한제목의의미는주인공아이의이름이다.달이의아빠구종대씨는어린핏덩이를안고흔전동에들어온어느날,옥탑난간에서서아기의이름을지었다.어느틈엔가하늘에떠있던달이눈에들어온것이다.달이는생각한다.그때아빠눈에띈것이‘달’이었기에망정이지자칫하면구난간,구옥상,구땅이되었을지도모른다고.즉흥적이고무책임한성정의구종대씨라면그러고도남았을거라고.
열일곱살달이는재개발을앞두고철거가한창인흔전동럭키빌라옥탑에산다.훌쩍사라졌다예고없이돌아오기를반복하던아빠가실종되고,생활비가떨어진후로달이는학교를그만두었다.달이는매일을효과적인생존을위한일과매뉴얼로시작한다.아침에눈을뜨고재현이가울지않았는지귀를기울여확인한후,날마다8시15분전후골목을내려오는승율이의발소리를체크하고,매뉴얼1번아침체조,2번냉수세안,3번소식혹은간헐적단식을순차적으로실행하는것이다.허기는도통가시지않고공과금이밀려전기방석도켤수없던어느아침,교복을입고학교에잠입해밥이나먹고나올까,박집사네온돌교회를털어버릴까고민하던달이는엊그제한남자에게건네받은명함을떠올렸다.MS미스터리협회마블힐지국서울출장소소장공직구.감염자니피해자니실험이니,그날공직구라는남자가내뱉은말들은밑도끝도없는얘기들이었지만‘미스터리’,네글자가달이의머릿속을때렸다.그것은지난몇개월간달이의일상을말하는가장적확한단어였기때문이다.

MS미스터리협회,인체실험,링거,바이러스,침입자.
그리고설명할길없는가청능력의출현


달이의청력은일반적인가청범위를넘어선지오래였다.마음만먹으면어떤소리도들을수있었다.럭키빌라옥탑방에앉아서직선거리로1.5킬로미터떨어진세란약국2층재현이방의기척을들을수있는것도그때문이다.힘겨운아침을맞이한열일곱살남자애가이불을바스락거리며연거푸돌아눕는소리,휴대폰을집어드는소리,365마트강문이가짜각짜각이빨을혀로미는소리.먼소리와가까운소리,자연음과기계음,생리적인소음과우발적인소리,달이를둘러싼소리풍경은다층적이고복잡했다.의사는달이의증상을신경정신과적원인에서비롯된것으로결론지었다.환청이라는이야기였지만거짓말을밥먹듯이하는노름꾼의딸로살며달이가가슴에새긴한가지철칙이있었다.어른들의말을곧이곧대로믿지말것.달이는여러번의검증을거쳐들려오는소리와실제상황이일치한다는결론을내렸다.
달이는가불받은선금57670원에이끌려MS미스터리협회의신입요원으로입사한다.공직구에따르면흔전동일대에서모종의인체실험이진행중이며감염의심자는달이포함네명이라고했다.달이의역할은흔전동토박이라는사실을이용하여동네어른들의동태를탐문하는것이었다.조사를시작한지며칠후,달이는한심한직장선배공직구의손에서낚아챈자료에서4번감염자의신상정보를읽고충격에빠진다.한승율,17세,남,흔전동산51번지3호거주….

너를들을게,너를구할게
연결도로가없는이골목의소리지도속에서


혼자장사를하며손자를키워야하는할머니입장에서는그보다중한일이수백가지는될터였다.그래서강문이는몸의일부가흔들리는이사태를혼자감당하기로한것이다.짜각짜각…….흔전동의많은아이들이그렇듯강문이도어른품에서자라지않고저스스로부화하는중이었다.흔전동이라는삭막한부화기안에서때가되면알아서돌아누우며자라는것이다.그건강문이보다조금먼저부화한달이가지나온길이기도했다.달이는진짬뽕한봉지와옥수수빵을카운터에올려놓고는강문이의머리를쓰다듬었다.(본문중에서)

흔전동의아이들은사방이‘연결도로없음’표지판으로가로막힌언덕길위에서스스로자란다.서로의소리를들으며불안을잠재우고,각자제몫의시간을감내하며,그아이의손톱이빠진날은언제인지,턱밑에흉터는어째서생겼는지를부모들대신기억해주며자라나는것이다.어린이집탁자밑에숨어울던달이에게“달아,뚝!”하고마법을걸어주던재현이,구종대씨에기인한예측불허성과변수로점철된달이의삶위에언제나항수로존재하던승율이.
인생의마지막졸업장일지도모르는고등학교졸업장을반드시따겠다는꿈을가진승율이가감염자라는사실을안순간,달이는엄청난물리적고통에빠진다.이계기로달이의청력은한차원밖으로진화하게되고,덕분에인체실험에대한수사는급물살을타며진전된다.연고가없는,다시말해사라져도누구도크게신경쓰지않을주민넷을골라미지의바이러스를주입한세력은누구인가.피험자들의몸속에자리잡은기생체는충실히스스로를살찌워가고,가장먼저2번감염자홍세라씨의기생체가숙주의살을찢으며탈출을시도한다.

좁고어둑한골목어디선가열여덟살을맞이할
이땅의모든달이,재현이,승율이를위하여


작가최영희는다양한전작들을통해바로눈앞에서숨을쉬는듯살아움직이는인물들을창조해왔다.『구달』속여러인물들과그들이살아가는공간은최영희의잘직조된문장들을통해입체감을얻으며사건의실체를향해독자를이끈다.작품전체를교교히흐르는블랙유머,장면마다스며있는인간을향한신뢰와애정,그리고우리아이들이건강히자라기를바라는간절한염원이『구달』을이루는밑돌이다.
“전청소년이좋아요.자기도딱히멀쩡하진않으면서이래라저래라하는어른들보단청소년이훨씬낫다고생각해요.어른의입장에서청소년들에게해주고픈말은없어요.전그애들과한바탕겪고싶어요.같이웃고,함께대들고싶어요.”
최영희는몇해전어느문학상수상인터뷰에서이렇게말한바있다.독자들을향한그의깊고뭉근한지지가드러나는대목이다.

듣는다는건무엇을뜻하는가?나는이동사의물리적의미,은유적의미,듣는다는행위의주체를차례로톺아보았다.관심은자연스레‘듣다’의목적어인‘소리’로이어졌다.세상은어떤소리들로채워져있는가,인간이감지할수있는소리영역은어디까지인가,소리를감지했을때청자는어떤반응을보이는가…….
주인공달이는현실의내가가지못하는길을갔다.어디선가들려오는소리를듣고,소리의발원지로눈길을돌리고,거기로갔다.결국누군가의사연과기척을듣는다는건,그존재에눈길을주고그곁으로가는일이며존재론적응답임을달이에게서배웠다.(작가의말중에서)

‘듣다’라는동사위를오래머문자국들위로달이,재현이,승율이가걷는다.듣지않으려는자들과듣지못하게하는자들이득세한오늘의세계위에이소설이놓여야만하는이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