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세계’의창조자이자다재다능한예술가
토베얀손의일그리고사랑
무민동화의창작자로국내에도잘알려진핀란드예술가토베얀손의삶을세심하게그려낸평전이출간되었다.핀란드의미술사가이자미술비평가인툴라카르얄라이넨은토베가남긴수기,메모,지인들과주고받은셀수없이많은편지등의자료를면밀히분석하고,토베얀손의남동생페르올로브얀손과수년에걸쳐대화를나누며토베얀손의인생에발을내디딘다.
1차대전부터2차대전,핀란드내전으로이어지는암흑같은전쟁의시대에무민시리즈를탄생시키고핀란드의대표적예술가로성장해가는모습을담아낸이책은,그의작품세계만이아니라그가살아간시대그리고당대의가치관과문화라는맥락에서토베얀손이라는인물을입체적으로조명한다.이와동시에『토베얀손,일과사랑』에서는토베얀손의연애와사랑에대한일화도소개한다.젊은시절당대남성지식인,예술가들과의만남부터평생의동반자인동성연인툴리키피에틸레와의사랑에이르기까지,토베얀손의삶에지대한영향을끼친연인들의이야기를통해인간적면모를다각도로살핀다.
젊은시절사진과가족사진,무민원화,날카로운정치풍자드로잉,유행사조에휩쓸리지않고줏대있게구축해간회화작품등책에실린150여점의도판역시토베의인생을파노라마처럼그려지게한다.2014년핀란드최고의논픽션상에수여하는라우리얀티상을수상했다.
토베의삶은진정흥미롭다.낡은편견,특히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문제에대해편견이강한나라에서그녀는인습에갇힌사고방식과도덕규율에반기를들었다.토베는혁명가였지만,전도사나선동가는아니었다.그시대의가치관과태도에영향을미쳤지만,기수노릇은하지않았다.오히려조용한성정에맞게,자신의선택들을끝까지고수했을뿐이다.남성과대등한여성의지위와독립성,창의성,평가가그녀에게는무엇보다중요했다.그녀는일에서도삶에서도평범한여성의역할에굴복하지않았다.어린토베는“자유는세상에서가장좋은것이다”라고썼었다.그녀가눈감는날까지그무엇보다가치있게여긴진리였다._10쪽
누구보다열정적이었지만저평가되기도했던예술가,
전쟁에열렬히반대했던평화주의자
조각가인아버지빅토르얀손과일러스트레이터이자우표디자이너인어머니시그네함마르스텐얀손사이에서태어난토베얀손은예술가인부모의창작활동을보며자연스럽게어린시절부터예술적감수성을키웠다.걸음마도떼기전,엄마품에서그림을그리기시작해십대때이미드로잉작품들을묶어발간하고여러신문에일러스트를싣는등어린시절부터숙련된일러스트레이터로인정받았다.열여섯살때스톡홀름콘스트파크로미술유학을떠나이후헬싱키아네테움,자유예술학교,파리에콜다리앙올리등에서수학하며화가의꿈을키웠고,1943년첫개인전을시작으로수많은회화작품과벽화,프레스코화등왕성한작품활동을이어갔다.젊은예술가에게주는두카드상을수상하는등실력을인정받으나전쟁발발과열악한경제사정으로토베의인생은다르게흘러간다.
토베는생계를위해크리스마스카드나연하장용일러스트를그렸고,다양한출판사와언론사를위해캐리커처와책표지삽화를그렸다.『가름』『스웨덴프레스』등핀란드와스웨덴의주요잡지사에서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며고정수입과좋은평판을얻었으나,전쟁중에도스스로를“먹물기계”라고신세를한탄할정도로쉼없이일해야했다.그러면서도『가름』에날카로운풍자로무장한전쟁을비판하는일러스트를꾸준히실었으며,아이러니하게도전쟁이라는고단한현실에서도피하고자무민세계를창조한다.무민시리즈로세계적인명성을얻지만무엇보다화가이고싶었던토베는이러한성공을뒤로하고자신만의화풍과색채로회화작업에전력을다해자유와빛,충동과욕망을화폭에담아낸다.토베얀손은작가로서나일러스트레이터로서눈부신성공을거뒀지만,그성공때문에상업주의적이라는비판을받았고,회화에있어서는기대만큼은세간의인정을받지못했다.그럼에도토베는철저하게남성중심적인시각예술분야에서여성예술가로서자존감을유지하고자신만의회화세계를구축하기위해마지막순간까지고군분투했다.
1970년마지막무민동화인『무민골짜기의11월』을발표하며무민세계에작별을고하나『진정한사기꾼』『자갈밭』『페어플레이』같은성인독자대상의소설을써내려가며작품활동은계속해나갔다.이렇듯토베는일평생창작욕을불태웠다.회화와동화,단편과장편소설,연극,시,노래,무대미술,벽화,일러스트레이션,광고,심지어정치풍자화와연재만화까지2001년세상을떠나는날까지광범위한예술분야를종횡무진했다.
이책의제목『토베얀손,일과사랑』은그녀의장서표에쓰인좌우명에서따왔다.일과사랑은일생동안토베에게무엇보다중요한것―일이우선,그다음이사랑순―이었다.토베의인생과예술은단단히엮여있었다.토베는자신의인생을글로쓰고그림으로그렸고,친구들,그녀가살았던섬들과여행지들,개인적인경험들같은가까운존재들에서영감을얻었다.토베가생전진행한작업을모아보면그양이엄청나다.그녀의작업은반드시복수형으로다뤄야하는데,동화작가,일러스트레이터,화가,작가,무대디자이너,극작가,시인,정치풍자만화가이자신문연재만화가등워낙다방면에서경력을쌓았기때문이다._9쪽
무민가족,세상에태어나다
재능있고열정넘치는화가였던토베얀손은왜무민이야기를쓰게된걸까?책으로큰돈을벌어들일거라고확신하지는않았으니경제적인이유에서는아니었다.적어도초반에는자신을위해서였다.무민골짜기에서벌어지는일에대해쓰면서토베는전쟁통이라는잔혹한세상에서무민세계라는다른세상으로도피할수있었다.즉무민골짜기는추악함으로가득한현실로부터도피하기위해만들어졌다.1930년대만해도무민캐릭터는장식수준으로작은조각그림혹은토베서명의일부로쓰였고무민동화도일부쓰다만상태였으나이를마무리해어린이책으로내도되겠다는동료이자연인이었던아토스의지지에토베는작업을재개한다.그렇게토베는무민이라는새로운세계에첫발을내디딘다.
무민동화는토베가어린시절에읽은『닐스의이상한모험』이라든가『이상한나라의앨리스』『정글북』,성서등의영향을많이받았는데,토베얀손은전쟁과결핍속에서무민시리즈를쓰면서행복했던어린시절을되살려내려했다.1945년『무민가족과대홍수』를시작으로『무민골짜기에나타난혜성』『마법사의모자와무민』등토베얀손은30년이상무민동화를창작했고,런던[이브닝뉴스]에7년간무민연재만화를싣는등무민시리즈는세계적인사랑을받았으며이는지금이순간까지도지속되고있다.50여개언어로번역출간돼수백만부이상팔린무민시리즈는현재도연극,오페라,애니메이션시리즈,영화등의작품이이어지고각종캐릭터상품도사랑받고있다.
무민골짜기주민들의원형을찾아서…
무민세계속캐릭터에는토베자신의모습뿐아니라가족과지인들의모습이반영되어있다.예를들어조용하고평화로운자기만의공간을원하고자연을사랑하는스너프킨의모습에서,성실함과궂을일도마다하지않는헤물렌의성격에서토베의모습이엿보이고,따뜻하고관대한인생철학을가진무민마마는토베의어머니함의모습과겹친다.토베의행적을꼼꼼히되짚은저자는무민시리즈에서토베와그측근들의모습이어떻게구현됐는지를분석함으로토베가세심하게구축해간무민세계로안내한다.캐릭터간의성격차이,충돌로인한갈등과긴장에대한이야기부터두려움과외로움,삶의불완전성,상실,삶의유한함같은철학적인내용이담긴무민시리즈는어린이와어른모두가읽을수있는선구적인동화였다.이에작품들은때에따라격렬한저항에부딪혔고정치적이거나교훈적인내용이담겨있지않다고비판받기도했다.하지만토베얀손은무민시리즈로닐스홀게르손상을비롯해어린이문학계의노벨상으로불리는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프로핀란디아훈장,핀란드예술상등수많은상을수상했고,오늘날까지도많은이들을위로해주고즐거움을선사해주고있다.
토베는무민트롤이자신의또다른자아라고도자주이야기했다.이캐릭터는처음에스노크였다가무민세계에서무민트롤이되었다.토베는편지에도이작은생물을그려놓곤했고,『가름』표지일러스트서명에추가해놓기도했다.또헬싱키시청프레스코화나하미나에그린벽화같은대형작품에도자주그려놓았다.브레츠케르섬깃발에도무민트롤을그렸다.무민트롤이무민골짜기주민들중가장괴짜이거나가장흥미진진한캐릭터는아니지만,그는중심캐릭터다.모두가무민트롤과엮인다.어쨌든아들과엄마,아빠가함께기본적인무민가족을이루며,이무리에새로운일원들이계속해서추가된다._163쪽
금기와편견을사랑으로뛰어넘다
연애할때토베는격정적인감정에휩쓸려자신을놓아버리거나상대에게복종하는경향이강했다.스승이자롤모델인사무엘베스프로스반니와의연애를통해화풍이나색채등회화작품세계에영향을받았고,타피오타피오바라와의연애를통해좌파사상에눈을떴으며,아토스비르타넨과의만남을통해서는글쓰기에빠져든다.젊은시절,토베얀손은그의의견과가치관에영향을주고싶어하는카리스마넘치는남자들과의연애를통해문화적토양을넓혔고사상이나가치관을변화시키며예술가로성장했다.하지만당시사회가요구한결혼이라는제도의승인없이살았고,자유분방하고공개적인내연관계를이어갔으며주변사람들의비판에도비교적당당했다.사람을용서하고받아들일줄아는흔치않은능력이있었던토베는불같은연애가불행하게끝난뒤에도그상대와교류를평생이어갔다.
연극연출가비비카반들레르와사랑에빠지며토베는동성애자로서자신의섹슈얼리티를발견하게됐고,직업적자존감도더단단해졌다.둘의관계가밝혀지면어떤비난과비방이쏟아질지예상했으면서도비비카와격정적이면서도지적인관계를이어간다.이후인생의동반자툴리키피에틸레를만나말년까지거의반세기를함께한다.예술가이면서비슷한성향의토베와툴리키는여행과영화촬영,무민골짜기실사제작하기,낚시등의취미를공유했으며,서로를사랑하고지지하면서도각자의존재를인정하는독립적인인간끼리의결합을이뤄냈다.핀란드와다른북유럽국가들에서성평등의식고취를위해힘쓰는기관들에서토베에게성소수자들을위해선구적역할을해줬다며상을줄정도로,토베는동성애자커뮤니티에서극히중요한롤모델이자작가였다.모든것을보여주면서도동시에사생활을온힘으로지켜냈고,자신의레즈비언정체성에관련해때로는드러냈다가도때로는진실을감추곤했다.여자의혼전순결이당연했던시대에,동성애가법으로금지돼있고질병으로분류되던시대에토베는늘누구보다열정적으로사랑에빠졌고공식적으로언급하지는않았지만이를숨기려들지않았으며,연애에서얻은에너지를예술로승화시켰다.
토베는어릴때부모의결혼생활을지켜보면서사회가여성에게지우는온갖제약을자각했다.그래선지그녀또한살면서자신의자유를지키기위해기가센남자들을상대로끊임없이경계해야했다.아버지를대할때도자신만의의견을가질권리를위해싸워야했다.무조건적인사랑은두려웠다.반니는그녀에게자신을지우고다른사람의그림자에머물지말라고경고했었다.토베는연애할때격정적인감정에휩쓸리면서자신을놓아버린위험이상당히높다는걸,그리고상대에게복종하는경향이있다는걸깨닫게되었다.그래서그런상황에부닥치면격한반응을보였다.(…)연애에있어토베는당시사회가요구한결혼이라는제도의승인없이살았고,주변사람들의비판에도비교적당당했다.토베에게결혼이란자신의자유를지나치게제약하는제도였을것이다.어쩌면무의식적으로자유를중시하는남자들을골랐을지모르며그랬기에때때로결혼을원했을수도있지만,결국그길은가지않았다._1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