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이희중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이희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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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희중 시인의 세번째 시집을 펴낸다. 첫 시집 『푸른 비상구』에 이어 두번째 시집 『참 오래 쓴 가위』가 출간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이희중 시인의 시집을 기다려온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시에 있어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시에도 어떤 순리가 있다면 그 흐름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시와 시인의 보폭이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팽팽한 완력으로 당겼다 조였다 벌이는 둘 사이의 기 싸움이 분명 있을 텐데 겉의 평온함은 놀라울 정도로 볼륨 제로의 침묵을 자랑한다. 고수라 한다면 바로 이러할진대 그러한 연유로 그간 이희중 시인의 시에 있어 그 귀함을 놓쳐오기도 한 것은 아닐까 한다.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히는 시들 뒤로 남는 깊이라는 여운은 자주 또 오래 다질수록 그윽함을 더하니 말이다. 칼날 같은 말씀이 아니라 귀한 위로의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을 때, 이 시집을 펴보라 하면 과함이라 할까.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고 있는 진심에서 안도를 확인하게도 될 것이다. 책 곳곳에 수포처럼 퍼져 있는 ‘~론시’부터 보시라. 삶의 해무를 걷어주는 그 누가 있다. 시인 이희중 얘기다.
저자

이희중

저자이희중은1960년밀양에서태어났다.1987년부터시를,1992년부터문학평론을써발표하면서시집『푸른비상구』『참오래쓴가위』,문학평론집『기억의지도』『기억의풍경』『삶>시』등을펴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속깊은서가흔적
상처론(論)
책의생태학
도끼의값을묻다
난세(亂世)의산수화
황씨할아버지봄들판에아들을불러오시다
미안하다1
짜증론
범론
간지럼론
지금일어서면
사람의시간
총론(銃論)
할머니들이먹여살린다
지구사진협회의권고1
아니다,이대로가맞다
중인리(中仁里)의봄
풀밭으로날아간정구공을찾는네가지방법과한가지단서

2부필생의여름백일홍(百日紅)
사랑론
걱정론
전쟁속
극장뒤
닭장증후군
꽃들과싸우다
부고
위내시경
흐르는시간속에서
새신감각
미안하다2
미안하다4
타자기유감
여행론
기억속폭풍
개미처럼낙타처럼
편견
중력을엿보다
그해여름,어떤밤나무
오로지하나가필요할때
젊은예술가를위한노래
옛애인들의표정

3부나와사과가을,도원(桃園)에서
어떤단감나무의시간
사과와나
알면멀어진다
보호색
죽음하고만싸운다
30만년전가을
수유리비둘기
절개지(切開地)지나며
아무도짐작으로몸을씻지않고
마지막산책
엠에프디분리배출안내

둥근나무속둥근방
아웃사이더감별하기
폭주족
십년세월
상가(喪家)에서
오징어는다먹다
말빚

4부서늘한새벽햇볕의기한
타임머신론
숨결
뒤편
로레벨포멧
불영(不影)계곡에서
인연
우주는내한쪽귀를차갑게하고
내마음이그린

해설|낯익은듯낯선시의위엄
|고형진(문학평론가)
추천의글|마종기(시인)

출판사 서평

[책소개]
1987년『현대시학』을통해등단한이희중시인의세번째시집을펴낸다.첫시집『푸른비상구』에이어두번째시집『참오래쓴가위』가출간된지15년만의일이다.이희중시인의시집을기다려온이들은알겠지만그는시에있어좀처럼서두르는법이없다.시에도어떤순리가있다면그흐름에그대로몸을맡기는사람이다.그래서일까.시와시인의보폭이한치의오차도없다.팽팽한완력으로당겼다조였다벌이는둘사이의기싸움이분명있을텐데겉의평온함은놀라울정도로볼륨제로의침묵을자랑한다.고수라한다면바로이러한무심에심중을두지않을까나.비교적어렵지않게읽히는시들뒤로깊이라는여운이오래내속깊은데서징소리를낸다.칼날같은말씀이아니라귀한위로의차한잔같은시,그리하여삶의해무를걷어주는시,그시의발신자이희중시인얘기를좀해보련다.서두를길게끌게한그의신작시집『나는나를간질일수없다』를좀더상세히들여다보자는얘기렷다.
『나는나를간질일수없다』는총4부로이루어진시집이다.각부의제목을적어보자면다음과같다.1부‘속깊은서가’,2부‘필생의여름’,3부‘나와사과’,4부‘서늘한새벽’.구태여부제목을다발음하고자하는데는나름의이유가있다.이시집을관통하는주요주제랄까중요단어들을내포하고있는까닭이다.‘속깊다’가그러하고‘서가’가그러하며‘필생’이그러하고‘나’가그러하다.‘여름’이그러하고‘사과’가그러하며‘서늘함’이그러하고‘새벽’이그러하다.요컨대이들만이라도머릿돌로얹는다면최소한시들이다른방향으로날아가는일은좀막을수있지않을까한다.그러니더한집중으로시집속으로맹렬히뛰어들어본다했을때이시집은뭐랄까어떤‘제로’를향해쉴새없이눈금을흔들어대는저울을닮아있다.누가더갖고누가더모자라고할게없이끊임없이영,그제로를향하려고몸과정신을뒤트는사람,그게시인같다.도통오버를모르는사람,평소의보폭과다르게발이빨라지거나발이느려지는걸견디지못하는사람,분명한이유없이감정에치우친언사는절대로내뱉지않는사람.그러니까결국‘죽음하고만싸’우는사람.
이번시집에유독‘~론’이라는제목을단시들이많은이유도나는게서찾곤하였다.「상처론」「짜증론」「범론」「간지럼론」「총론(銃論)」「사랑론」「걱정론」「여행론」「타임머신론」처럼‘~론’이붙은시가총9편인데이들시를보자면우리가빤히아는주제들을‘론’에붙여새롭게정의하는바,그새로움에더한눈길을끌게한다.이에해설을쓴고형진평론가의말을몇줄빌려와보자.“그의‘~론시’는사물과연관된사람이나가정을표명하는사람사이의관계에대한관찰로인간의내면을파헤친다.어떤사물에대한느낌을직접드러내는대신,그사물을만든사람의마음을성찰하고,또어떤경험에서촉발된감정을직접드러내는대신,어떤감정이상대에게전달되는양상을관찰하며인간의내면을성찰함으로써시인이전하는인간군상들의됨됨이들은객관적이고보편적인진실로전해진다.”(해설「낯익은듯낯선시의위엄」에서)
어떤식으로든논리적으로납득이안되는시는절대로안쓰는사람,시인이희중.그는세상따뜻한목소리로세상차가운현실을보태거나모자람없이줄줄읊는사람이기도하다.“알면멀어진다”(「알면멀어진다」)라고말한것도시인이고,“내가나이를먹는게아니고세월이나를둔채지나간다”(「부고」)라고말한것도시인이며,“예술은,먹을것은잘장만하지못하면서새끼를많이낳거나불러키우는입만산나쁜부모”(「젊은예술가를위한노래」)라고말한것도시인이고,“그이들한테내가무엇이될까보다는그들이나한테무엇이될지에나는늘골몰했으므로”(「옛애인들의표정」)라고말한것도시인이다.어쩌면오늘을사는우리에게필요한시는바로이러한일침이박힌시들이아닐까.안아픈데자꾸만아프다고하는시로부터이희중시인은멀리있다.더는사랑하지않는데여전히사랑한다고하는시로부터이희중시인은멀리있다.내일죽을건데영원히살것이라고하는시로부터이희중시인은멀리있다.어쩌면이멀리있음으로읽는우리에게더가까워진것은아닐까.참으로인간적이다싶으니까,이인간적인솔직함이야말로오랜감동의화수분이다하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