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 (양장본 Hardcover)

나는 법 (양장본 Hardcover)

$12.50
Description
제5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나는 법』. 동시집 출간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공모전인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이 다섯 번째 의미 있는 걸음을 떼었다. 제5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에는 예년보다 많은 113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집은 한 권의 동시집 이상”이라는 생각으로 무언가 하나쯤 공부거리를 던져 주고 동시 창작의 열정과 의욕을 충격할 수 있는 작품, 앞으로 우리가 더듬어 찾아가야 하는 길의 변곡점에서 또 다른 동시의 방향을 제시해 줄 작품, 시인의 시선이 대상 속에 치밀하게 들어가 하나하나 공들여 건립한 작품을 찾았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시소게임을 벌이던 두 편의 작품 중, 반복해 읽을 때 의미가 더 풍성하게 살아나며, 좀 더 낯설고 새로운 에너지를 동시단에 수혈할 『나는 법』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저자

김준현

201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고,2015년『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동시부문),2020년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평론부문)을받으며등단했다.동시집『토마토기준』『나는법』,청소년시집『세상이연해질때까지비가왔으면좋겠어』,시집『자막과입을맞추는영혼』『흰글씨로쓰는것』을냈다.

목차

1부
나는법
웅크림


바다,소리
수학시간-소행성B612
어떤빗방울

2부
물방울연주
김에서밥까지
주의사항
줄넘기
풍향계
둥글둥글
별그림
귀빠진날
문제7번
인디언아이처럼

3부
한글공부-이응(ㅇ)
한글공부-꼬리
한글공부-미음(ㅁ)
한글공부-이(ㅣ)
한글공부-기역(ㄱ)
양반
홍길동
말에도뼈가있을까?
가분수
동그란것

4부
채굴
만나고싶은너
간지럼
비행
구멍
꽃주름
셀카
아무것도안보여
“빨래”
꼴찌
오늘은

5부
봄,가까이
젓가락행진곡
다섯개의심장
0원이영원히
태엽
딸꾹새가사는새장
여행자

해설

출판사 서평

“낯설고새로운에너지를동시단에수혈하리라.”
_심사평(권영상,안도현,이안)

연을띄우려면
내게는긴활주로가필요해요

무당벌레가높은곳을찾아기어오르는것처럼
육상선수가결승선을뚫고힘껏뛰어오를때처럼
활짝
지느러미를편가오리
연이떠올라요

얼레를돌리면바람이감겼다가풀리고
몽골에서온바람인지
독수리만큼묵직한게걸렸는지
팽팽해지는실
덥석,구름이물고있는지도몰라

구름으로연결된전화선을타고
내목소리가들리나요?
엄마

가오리가
지느러미를파닥파닥떠는걸보니
추운가봐요,그곳은

새가없는데새장이있듯이
엄마가없어도엄마눈빛이남아있듯이
가오리가없어도
가오리그림자가남아있는이곳에서
몽골까지
페루까지
우리함께여행을가요

새들이지나는길목에
물고기한마리를놓아주면
언젠가바람이될까요?

활주로의끝에서
나는눈이먼하늘로날아가기직전이에요

_「나는법」전문

제5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수상작_『나는법』
동시집출간으로이어지는유일한공모전인문학동네동시문학상이다섯번째의미있는걸음을떼었다.그동안새로운캐릭터와에너지를발산한『어이없는놈』(김개미),관습적인상상력을벗어버린『엄마의법칙』(김륭),동심파고들기를성공적으로보여준『나쌀벌레야』(주미경),사회현실을동시내부로깊숙하고도재미있게끌어들인『넌어느지구에사니?』(박해정)를당선작으로내놓으며,그다음에올동시의모습을기대하게했다.
제5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에는예년보다많은113편의작품이응모되었다.심사위원들은“동시문학상대상수상작품집은한권의동시집이상”이라는생각으로무언가하나쯤공부거리를던져주고동시창작의열정과의욕을충격할수있는작품,앞으로우리가더듬어찾아가야하는길의변곡점에서또다른동시의방향을제시해줄작품,시인의시선이대상속에치밀하게들어가하나하나공들여건립한작품을찾았다.그결과마지막까지시소게임을벌이던두편의작품중,반복해읽을때의미가더풍성하게살아나며,좀더낯설고새로운에너지를동시단에수혈할『나는법』을대상작으로선정했다.

이작품을다시읽게되었을때시가새롭게살아나기시작했다.시인의시선이대상속에치밀하게들어가대상의디테일한부분을들먹여숨죽이던시의숨길을살려내고있었다._권영상(시인)

비유가압권이었다.은유는시에날개를달아주어세계를확장하게한다.능숙하게말을잘하는것이새로운것은분명아니다.하지만이수상자가그간우리가동시라고믿어왔던것들을돌아보게하는시들을써내리라믿는다._안도현(시인)

여러번읽을수록깊은맛이우러난다.시인이배치한말의징검돌을하나씩밟아가며한편을다읽고나면알이꽉찬가재를손에쥔듯한뿌듯함,세련된언어감각과미적구조를체험하게된다._이안(시인)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동시)수상,서울신문신춘문예(시)당선
동시와어린이,그리고김준현
김준현시인은201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로먼저등단했다.이후도서관에서아이들과함께시읽는수업을하면서자신의방식대로세상을읽는아이들의눈,어른의질서가없는아이들의말을만났다.아이들은단지말의질감이좋아괴상한신조어를만들기도하고,같은말을끝없이반복하면서즐거워하기도하고,자신의해석이틀릴까두려워하지않으며,어려워보인다고생각한동시를오히려더즐겁게,잘읽어주었다.어린이의눈높이라는것에대한편견을걷게됐다는그.어린이라는존재에국한되지않는다양한생각과감정의결을가진동시를고민하다,2015년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동시)을수상한다.“삶을대하는진지한태도도좋았지만길이가긴편임에도끝까지긴장을잃지않는모습이믿음을주었다.가벼운말장난에머무를수도있었던소재를울림과여운이느껴지도록풀어”냈다는평은대상을바라보는시선의깊이와시적말걸기에대한탐구를어림하게한다.

품에간직한볼펜을따라삐뚤빼뚤곡선으로나아가다보면만나게되는,어떤얼굴들

다똑같이생긴빗방울
떨어지고싶은곳은모두다르지

분홍우산위에서분홍색얼굴이되는빗방울
노랑우산위에서아기보름달이되는빗방울

유리창에닭살처럼돋은빗방울
?그렇게추웠니?

풀잎미끄럼틀을타고
나무뿌리를타고땅속을구경하다가
빨대같은뿌리에빨려
탱탱한햇사과땀으로흐르는빗방울

끔벅끔벅개구리눈을닦아주는빗방울

혼자있기싫어
웅덩이속으로들어가서
함께있는빗방울

그중에는
한참을서있다
비를맞으며걸어가는아이
발자국을채우는어떤빗방울
아이의뺨위에서
눈물인척함께흐르는어떤빗방울

_「어떤빗방울」전문

끔벅거리는개구리의눈위에,방금딛고간발자국안에번지는빗방울의체온.어떤누군가의호기심,어떤누군가의그리움,어떤누군가의울음,어떤누군가의꿈을다독이는빗방울의몸짓.빗방울은김준현시인이라는프리즘을통과해그안의수많은‘어떤’얼굴을내비친다.우리가보는빗방울의장막안에,우리가아는언어의겉껍질아래묶여있던다채색얼굴들이놓여나는순간일상의공간은시적공간으로뒤바뀐다.
똑같이생긴빗방울에서여러얼굴을찾아내는시인의품에는볼펜하나가있다.초봄에빗길에나온지렁이를보다가지렁이에게다섯개의심장이있지,라는사실을상기하다가툭풀려나오는말의실타래.시인의볼펜은직선처럼곧게가아니라삐뚤빼뚤하게그말타래를몰고가그말타래위에올라탄우리를뜻밖의곳에훌쩍떨어뜨려놓는다.마치시의세계로안내하는여행자처럼.
그래서우리는여행자의공책한귀퉁이에웅크린고양이등을쓰다듬을수있고가오리연의얼레를돌리며그리운누군가에게메시지를띄워볼수도있다.감각세포가기억하는이시적체험은실제와시의거리를한층좁힌다.

비가내리면아스팔트로기어나오는지렁이에게는다섯개나되는심장이있다

“어차피말라죽을건데왜기어나오니?”

심술쟁이재민이가말했지만심장이다섯개나되면그건어쩔수없는거다아무리머리가좋아도심장다섯개가쿵쾅쿵쾅빗소리에빠지면몸을S자로만들든ㄹ자로만들든온힘을다해꿈틀거리며나올수밖에없는거다

_「다섯개의심장」전문

글씨가흐릿해지며나오다안나오다할땐
말보다기침이더많아진할머니처럼
툭,툭가슴을두드리자
조금씩나오는글씨

글자밑에밑줄만긋는거말고
칠판필기만받아적는거말고

남은힘으로
공책한귀퉁이에작은별하나를새겨야지
웅크린고양이를낳아야지,아껴뒀던혼잣말을해야지
볼펜을쥔사람마음이가는대로
손이가는대로
삐뚤빼뚤다른세상으로나아가야지

_「비행」부분


툭툭쳐야나오는볼펜처럼,툭툭가슴을두드리면,툭툭글자를두드리면
시인은고인웅덩이에어떤빗방울로떨어져물결치거나어딘가로이어질지모르는길을내기도하고툭툭가슴을두드려대면서,시속으로우리를이끈다.더러는시인의기억을만나새로운감정을환기하기도한다.
씩씩하고장난스러운할머니화자가등장하는「바다,소리」는외할머니와친할머니의기억이그려낸시이다.거의평생을바다를끼고살았던외할머니,지금은돌아가신귀가어두웠던친할머니에게바다는어떤소리일까로부터비롯된이시는,게들이눈내미는소리까지상상하게하는힘을발휘한다.
시인은혼자서는아무뜻도가질수없는글자ㅇ,참새들틈에끼어앉은물방울하나,아무도봐주지않는순간에도조금씩자라고있는씨앗을간질여그들의목소리를들려주고낯선물음표를달아주고,글자를재료로놀이를하기도한다.반어적인제목의「한글공부」연작은한글을사용한시간이얼마되지않은아이들에게한글에서질감을발견해내는놀이가직접적으로와닿을것같다는생각에서탄생했다.

동시는시앞에동그란바퀴가달린거지
동글동글굴러가는
세발자전거처럼
이응을굴려

어린이들을태우고
어린이들이있는곳으로
온동네로동동

_「한글공부-이응(ㅇ)」전문

자전거도웅덩이를지나면
꼬리그림자를길게남기고가고
비행기도하늘가운데로
흰구름꼬리를남기고간다

“너꼴이그게뭐니!”

밖에서종일축구하고돌아온날이면
나한테도꼬리가있는것처럼
엄마가내흙묻은꼬리를보고있다

_「한글공부-꼬리」부분

“한글은문자이지만미적인모양을갖고있어요.한글속에는현실에서흔히발견할수있는도형들도많고요.또단어가조사와결합하면서중의적으로읽히기도하고요.봉산탈춤같은작품을보면등장인물들이말할때언어유희를사용하거나파자놀이같은걸하는게나와요.한글이나숫자를사용한다른시인들의작품들에서도좋은영향을받기도했고요.저도한글이가진조형학적인즐거움,발음의즐거움을하나씩실생활속에서찾아보자,하는마음으로한편씩쓰기시작했어요.”_김준현

아이들을태우고어디로든가는동시,어딘가있을누군가에게닿을동시
시를쓰는동안엔처음가보는시간-공간을걷는여행자가되고,한글자한글자가밝히는등불속에서자신도모르던내면의풍경을들여다보게된다는시인.「나는법」에실린한글자한글자는시를읽는독자에게도그와가까운경험을안긴다.아이,어른의경계없이읽히는동시,현실에서의경험만큼이나선명하게하나의경험으로남는동시,읽고난다음아주조금,아주잠깐이라도마음에자신만의이미지하나를남게하는동시를쓰고싶다는바람으로시인은“마침표까지는아직멀고먼말들”을부려놓는다.짝사랑하는아이의집앞을맴도는아이곁에,얼마전죽은카나리아를기억하는아이옆에,쉬는시간아무하고도관계없는사람처럼앉은아이옆에,아스팔트로기어나온지렁이의심장옆에,단단하고차가운자물쇠의배꼽옆에.어딘가있을누군가에게닿을동시를.아이들을태우고어디로든갈수있는동시를.

시를따라펼쳐지는이미지의공간,그안에서잠시쉬었다갈수있는긴의자하나
비갠뒤깨끗한하늘,살찐구름,부드러운미풍에싸여어떤익명의동네를여행하는느낌.차상미화가의그림에서는피부에닿는듯한대기의질감이느껴진다.그동네에서우리는편안한일상의어긋난틈으로스며든판타지를만나기도하고판타지속에서공감의요소를만나기도한다.그림을보는이들에게조금이나마행복과위안이되었으면하는화가의바람은시의동네에서잠시쉬었다갈,긴의자하나를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