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김숨 소설 | 양장본 Hardcover)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김숨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인간이 지정한 자리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과 환상 속에 침투해 들어온 동물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김숨의 소설집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염소, 자라, 벌, 쥐, 노루, 나비. 실험실, 농장, 양봉 상자, 체험학습장 등 지정된 자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일상과 환상으로 침투한 동물적 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여섯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손이 동물의 생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착취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그것을 위반하는 잠재력을 결코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탈인간화와 동물화가 진행되는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윤리적이고 아름다워질 가능성이 있는지 설득하고 입증하려 한다.
저자

김숨

저자김숨은1974년울산에서태어났다.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에「느림에대하여」가,1998년문학동네신인상에「중세의시간」이각각당선되어등단했다.장편소설『백치들』『철』『나의아름다운죄인들』『물』『노란개를버리러』『여인들과진화하는적들』『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한명』,소설집『투견』『침대』『간과쓸개』『국수』『나는염소가처음이야』『당신의신』등이있다.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허균문학작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쥐의탄생
나는염소가처음이야
자라

피의부름
곤충채집체험학습

해설│윤경희(문학평론가)
동물,환영,아이

출판사 서평

“염소해부실습의목적을뭐라고써야하지?”
염소,자라,벌,쥐,노루,나비…
지정된자리에서벗어나인간의일상과환상으로침투한
동물적생에대하여


동물을테마로한여섯작품의모음,『나는염소가처음이야』.김숨이동물에천착한것이이번이처음은아니다.첫소설집『투견』에서이미개와금붕어와새가이세계를견디지못하고죽어갔다.축소된삶을사는동물과언제나죽음을먹고사는인간,그러나김숨의이번소설집에서인간은동물을포획/억압하는데실패하고동물은인간의시공간을유유히가로지른다.“동물들이인간에의해바뀐전지구적환경안에서얼마나강인하게잔존하는지를”보여주는작품들,“동물들에게김숨의소설은그잔존의서식지다.”(윤경희,해설에서)

수벌대가리가땅으로떨어질때까막산여기저기서노란송홧가루가폭죽처럼터졌다.수벌의최후를슬퍼하거나안타까워할필요는없다.어차피종족번식을위해태어난운명으로,수벌에게는교미말고어떤의무도주어지지않는다.
_129쪽,「벌」에서

수벌은교미철이지나면꽃이다진들판에서자신보다작지만사나운일벌에게쫓겨죽음을맞는다.그것이‘자연스러운’일이다.끔찍한가?

생각해보니자신들이기다리는시간이길어질수록염소의생명은그만큼연장되는셈이었다.그러니염소로서는자신들이기다리는시간이길어지면길어질수록좋을것이었다.그는그러나그것이염소에게무슨의미가있나싶었다.어차피해부실습교재로쓰일염소일테니까.그러지않은염소들도결국은때가되면도축되어엑기스로만들어지거나음식으로요리되어인간의입으로들어갈것이었다.
_61쪽,「나는염소가처음이야」에서

염소해부실습을앞둔‘그’는혹시라도염소피가스며들까두려워해부용라텍스장갑을세장이나겹쳐낀채생각한다.어떤염소가올까.암컷은새끼를낳아야할테니안될것이다.아니,새끼를못낳게된늙은암컷이올수도있다.염소의수명을아는가?좀더가까운돼지의수명은어떤가?돼지는대개생후오륙개월,고기로가장인정받는110kg이되면도축장으로끌려가므로수명을다하고죽는돼지란오히려낯설다.상기한인용문에의하면염소의운명도크게다르지않으리라.이런염소의최후는어떠한가.

쥐잡기전문가들이라고불렀으나“한순간무시무시하고치명적인무기로돌변할수도있는도구를하나씩손에들고있는남자들”(「쥐의탄생」)이라는것을깨닫고나니쥐보다그들이더무서운것은왜일까.자라요리전문식당을하는엄마가자라대가리를하나라도더자르면자신이사달라는것을사줄수있다는것을알고식칼로자라대가리내려치는것을좋아했다는아들에게느껴지는생경함,음울한저수지에서자꾸만마주치는자라보다더두려운생경함이다.(「자라」)“심장이뛰고있었다는군!”“글쎄,심장이뛰고있었대!”“심장이뛰고있었다지뭐야!”(「나는염소가처음이야」)처럼마치부조리극을연상시키는대화의반복과거기서느껴지는무신경함또한마찬가지다.

한겨울야밤에노루사냥을떠난일용직노동자들과어린아이하나.“노루모가지를따자마자우리은섭이입에제일먼저흘려넣어주어야해요.(…)우리은섭이처럼어리고순한노루피면좋을텐데”라며“시뻘건막국수를나무젓가락으로건져암홍색립스틱을짙게칠한입으로가져”가는아이어미의붉은입을바라보는덴용기가필요할것같다.(「피의부름」)‘별빛농원’의강사는포충망속제비나비의가슴부분을엄지와중지로누른다.우두둑소리가그의귀에들릴정도로제법크게난다.“가슴근육을파괴시키는거예요.”보조개팬얼굴로웃는그의손에들린제비나비를아이가무서워하자아이의보호자가말한다.“우리애가겁이많아서”라고.연약한동물을포획해살상,관상(觀賞)하는법을가르치는프로그램에기대하는교육적효과는무엇인지.(「곤충채집체험학습」)

살아있는많은존재의생사를인위적으로관장하는인간들은어떤동물들위에는군림할지모르나인간종서로에게갖는공포와본능적인불안감에서는끝내자유롭지못하다.인간이지정한자리에서벗어나인간의일상과환상속에침투해들어온동물들의‘자연스러움’이외려인간내면깊숙한곳의그로테스크함을환기한다.소설집을다읽고나면다음문답의아이러니가기이한잔상처럼남을것이다.

“염소해부실습의목적을뭐라고써야하지?”
“그거야생명의존엄성을깨닫는거라고쓰면되지.”
_81~82쪽,「나는염소가처음이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