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투사''혁명가프루스트'로불리는20세기위대한증인
유럽정치계와지성인들이찬탄해마지않은
부헨발트수용소생존작가이자유럽지성인이주목한세계시민
프랑코독재치하에서파리로망명해프랑스어로글을쓴스페인작가
호르헤셈프룬의찬란한청소년기를다룬자전소설
국내초역
"호르헤셈프룬,자네와더불어역사는소설이되었고,그소설은다시역사가되었군."―레지스드브레
"그렇지만인생은소설이아니네,그렇게보일뿐."―호르헤셈프룬
‘기억의투사’‘혁명가프루스트’로불리는20세기의증인
수용소생존자이자작가셈프룬,그는누구였고무엇을썼나
나치수용소를겪은후증언문학작가로서우리는몇몇이름을역사의이름으로기억하고있다.프리모레비,안네프랑크,빅터프랭클,엘리비젤,로베르앙텔므……죽는순간까지왼팔에수감번호A-7713이찍혀있던1986년노벨평화상을수상한엘리비젤은"기억은선의를지닌모든자가짊어진신성한의무"라고했다.그리고셈프룬을가리켜"기억을말하기위해권한을부여받은몇안되는작가중하나,셈프룬은20세기의위대한증인들사이에서높이평가받을것이다"라고했다.2011년셈프룬이파리에서눈을감았을때,프랑스철학자레지스드브레가한말은그의삶과작품세계의상관성을압축적으로잘보여준다."역사성과내면성,이척진둘을화해시키고등돌렸던두자매를마주보게한둘도없는오늘의작가,셈프룬과더불어역사는소설이되고소설은다시역사가되었다."
스페인마드리드의유력한정치인집안에서태어나에스파냐어대신대부분의작품을망명지언어였던프랑스어로글을쓴이중국적의작가.'20세기의위대한증인'으로불리는그의삶은스페인내전의실패와이차대전나치강제수용소라는크나큰역사의비극과궤를같이했다.스페인공산당에가입해반나치레지스탕스로서활동하다게슈타포에체포된때가막성인기로접어든열아홉이었다.부헨발트수용소에수감되어십육개월을살았고,이후유네스코에서번역원으로일하며스페인공산당활동에매진하다,나이마흔에서야첫자전소설『머나먼여행』(1963)을출간했다.이죽음의수용소에대한기억은이후에도그에게글이냐삶이냐,기억할것인가망각할것인가라는끊임없는질문으로되돌아왔고,그고통속에서대표작『글이냐삶이냐』(1994)가나왔다.『페데리코산체스자서전』(1977)의산체스,『횡설수설』(1981)의아르티가스,『하얀산』(1986)의라레아등은반프랑코파에서지하운동을하던당시의셈프룬의가명들로서,그는"또다른삶을위한이름들"로작품을통해여러번숨바꼭질하고죽음을따돌리며살아남았다고고백했다.그의삶,소설,그리고20세기역사는,말그대로시간의톱니바퀴처럼맞물려돌아갔다.누군가그에게당신은스페인사람이냐프랑스사람이냐라며국경과경계를묻자그는이렇게답했다고한다.“나는무엇보다도부헨발트수용소의생존자입니다.나의조국은언어입니다.”
셈프룬은작가로서뿐만아니라알랭레네,코스타가브라스,이브부아세등과함께영화를만들기도했고,프랑코사후스페인민주주의의복권과더불어수상펠리페곤살레스의요청으로문화부장관직을수행하기도했다.그의삶자체가역사의부침과아이러니를보여주는일화로서,그와함께다큐영화를같이찍기도했던프랑크아프레드리감독은이책의「한국어판서문」에서재미난일화를들려준다."삼년동안장관직에있으면서,이전에비밀요원으로활동하는동안그를그렇게찾아헤매던스페인경찰들이이제는그의안전을담당하고있는것을보며그는미소를지었다."이후장관직에서물러나면서레지스탕스활동때썼던가명을한번더써서『페데리코산체스는여러분께경의를표합니다』(1993)라는제목의책을낸걸보면,그는분명위트있는세기의인물이었다.
셈프룬의가장사적인역사적전환점,그찬란한청소년기에건네는인사
1998년작가가일흔넷에발표한이책『잘가거라,찬란한빛이여...』는이전에발표한작품들과는명확히다른지점이있다.바로부헨발트수용소이전을다루고있다는점인데,수용소문학이나증언문학작가로알려진작가에게그시절이아닌,수용소이전을다룬다는건어떤의미일까를되묻는책이자,이로써가장내밀하고도개인적인기록을엿볼수있는책이란점이다.작품의주된시간적배경은1936년스페인내전의발발과더불어공화진영정치계에몸담고있던아버지와함께누나둘,형,남동생셋이뿔뿔이흩어져망명생활을하던청소년기다.몇해전죽은어머니와할아버지에대한기억까지거슬러올라가자면시간은계속해서더어린시절로소급된다.그러나무엇보다기억의탁월한파수꾼이자지킴이인그는파리망명기인이책에서재구성된기억의픽션영역과실제의첨예한시대적국면을오가며자신의가장사적인삶의시절에드리운역사성을놓치지않고핍진감있게묘사해낸다.
그러니까프랑코독재정권이들어서고내전이마드리드의함락과더불어공화진영의실패로끝나면서1939년프랑스로망명했을때,셈프룬은‘사춘기소년’이었다.작가는다음과같이이책의내용을소개한다.“이책은청소년기와망명생활에서발견한것,파리와세계,여성성이라는신비로움에대한이야기다.또한,어쩌면무엇보다도,프랑스어를내것으로받아들이는것에대한이야기다.”『잘가거라,찬란한빛이여...』에서셈프룬이‘찬란한빛’이라고명명하며작별을고하고있는시기는,바로파리로망명해그의몸과정신이급속도로새나라,새언어,새역사에눈을뜨고있던때다.또한돌아보면작가자신의전반적인삶의토대를일군시기로,그가왜프랑스어로글을썼는지에대한항간의숱한질문을잠재울만한일상의사건들로수놓인빛나는개화의전환점이된시기이기도하다.
수용소생존자로서의운명으로부터벗어나나이일흔넷에“잃었던자유를되찾은기분”으로썼다는이책은,그러므로시인클로드루아의말대로‘혁명가프루스트’로서,셈프룬이다시찾아낸삶의빛나는생장점으로서의소년기에대한회상이랄수있다.이파리망명기에는프랑스어에귀를활짝열어둔이방인의두근대는흥분과새로운문학세계에눈뜬열정적독서,내전을피해몰려온‘스페인붉은진영’난민들을전염병처럼바라보는파리일반인들의시각과그로부터느끼는까칠한소년의저항감과분노,파리중심가와외곽의새로운장소들에대한탐험,방황하는길에서스쳐지나는파리여인들에대한동경과성의세계에대한발견등이총4부에걸쳐스케치된다.
특히문학작품에심취한작가의전적이고스란히담겨있다.이자전소설은제목을비롯해1부와4부의부제역시보들레르의시구에서따온것이고,3부는랭보의시구이며,2부는셈프룬이좋아했던『팔뤼드』(앙드레지드)에대한오마주이기도하다.그가여기서작별을고하는대상은바로그사춘기소년의셈프룬이므로.부헨발트라는‘차디찬어둠’속으로끌려가기전의그소년이지니고있던빛에대한애도이므로.아니,어쩌면이어두운시대에기억을등불삼아머물다간한인간에게건네는20세기의인사인지도모른다.
자신의청춘기,좀더좁혀말하면소년으로서의자기를이제야겨우『잘가거라,찬란한빛이여...』에서마주한그는,역사의더께를걷고마침내한인간으로서낮은어조로이렇게말한다.“이제모아두었던것들은다써버렸다.더이상나대신죽여야하는가공의인물은없다.내가사용했던모든예명과가명까지모두써버렸고,죽음이라는황량한바람속에서흩어졌다.이제는더이상희생을치르게할아르티가스도,라레아도,뷔스타망트도,살과뼈로된유령도없다.그들은각자의역할을수행했다,의연하게.나만홀로남겨진채죽음앞에노출되었다.”
20대중반프랑스로건너온루마니아태생의에밀시오랑이“언어를바꾸면서나는인생의한시절과결별했다”라고한반면,작가셈프룬은짐짓모든걸넘어선듯이렇게말한다."나의조국은언어다."언어의왕국에서그가자유롭게유영했던곳,삶에서유형지의기억을끊임없이각인하고되돌아봐야했던작가에게문학은그야말로해방의찬란한빛이었다.그가이끌린독서체험과작가로서의또다른사명을엮어내는데이청소년기를그냥지나치지못한이유일것이다.
한이방인소년의눈에비친1930년대후반파리풍경과세기의인물들과문학작품
여기에는몇몇중요한시대정황과생제르맹데프레의되마고카페,몽파르나스의셀렉트카페등당시파리의지식인들이드나들던명소들을비롯해,역사적인인물들이슬쩍슬쩍그의주변배경으로스케치된다.내전이끝나고사반세기가지나고향마드리드카페에서만난신랄한입담으로작가를씁쓸한우수에젖게하는헤밍웨이,아버지가가담해있던『에스프리』철학잡지동인들,생미셸대로에서신문가판대근처를지나다소개받은사회학자레몽아롱,망명해온스페인정치가나지식인들근처에살던한나아렌트와68혁명학생주동자다니엘콘벤디트의부모이자제4인터내셔널에서활동하던콘벤디트가족,카페에서진지한대화를나누며주위의이목을끌던발터벤야민,1936년8월‘소련의스파이’로몰려체포당해죽기전에셈프룬의집에서자신이최근에쓴희극을읽던가르시아로르카,학교기숙사사감이자레지스탕스운동을하던투샤르집에서만난루마니아에서막건너온재담꾼에밀시오랑,같은부헨발트수용소에서죽어간사회학자모리스알박스등.
뭐니뭐니해도이작품속에서가장중요한지도중하나는,자신을공산주의자로살게한데일조한금쪽같은작가들의목록이다.보들레르,랭보,앙드레지드,앙드레말로,루이기유,레비나스등이들말고도덜알려지긴했으나그에게지대한영향을끼친인물들인파울루트비히란츠베르크,아르망J,에두아르오귀스트,변증법과관련해작가에게예리한질의문답을해온헌책방주인,지하철안에서만나자신에게잊지못할욕망의이미지로화한한여인등이등장한다.무엇보다사람을,그시대자기곁에있었던한인간을기억의등불로,시대의나침반으로삼는셈프룬.그는20세기의리얼리스트화가이자휴머니스트시인이었다.
【해외언론리뷰】
“셈프룬,자네와함께역사는다시소설이되고,소설은다시역사가되었군.”
―레지스드브레(프랑스철학자)
“수용소생존자중하나로시간을되찾고시련을통해인생의의미를획득한명상가,셈프룬은이를테면혁명가프루스트다!”
―클로드루아(프랑스시인이자저널리스트)
“기억을말하기위해작가로서권한을부여받은몇안되는작가중하나.20세기의위대한증인들사이에서셈프룬은높이평가받을것이다.”
―엘리비젤(홀로코스트생존자,1986년노벨평화상수상작가)
[책속으로추가]
나에게,의미와피로채워진이‘역사성’이라는단어는하나의발견을상징한다.바로정치와역사라는실질적인세계의발견을.육체와정신을저당잡혀필요한경우소멸마저감수해야하는,아마도미로같은하나의혼돈스러운대륙.당시나는열여섯살이었고,물론서로가서로를자극하는그수많은논쟁은내지적능력을넘어선것이었다.내의식은그러한논지를완전히명료하게이해하지못했을것이다,아마도.그러나그때받았던지배적인인상은마치정신적인열병처럼거의육체에까지자극을주었고,훨씬나중에나는다른맥락들속에서,가령셰익스피어나그리스비극,그리고마르크스와루카치초기의몇몇텍스트를읽으면서그인상을되찾은바,이는바로세계에대한적극적인소속감과관련한느낌이었다.세계를알아내겠다는환상,세계를변화시키겠다는의지말이다.(163~164쪽)
왜지드의그짧은이야기가내기억에지워지지않는흔적을남겼을까?왜그책이기억속에서그토록중요한자리를차지하게되었을까?더하여,왜다른어떤이야기도내기억속『팔뤼드』가차지한자리를빼앗아갈수는없었던걸까?(168쪽)
해가거듭되고,기자들과인터뷰를하며,나는『머나먼여행』을프랑스어로썼다는부적절함에대해각양각색의다양한이유를제시했는데……내인생의그시절을재구성하는지금에와서야,진짜이유가분명하게드러났다,그것도처음으로.프랑스어에적응하는과정이내인성을만들어가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는사실을알아내면서,바로그추억의작업,1939년의몇달을재구성하면서,나는왜내가첫번째책을프랑스어로썼는지이해하게되었다.(176~177쪽)
보들레르와베데커.이들은도시를관통하는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