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물 (배수아 소설 | 양장본 Hardcover)

뱀과 물 (배수아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시간의 실체를 비틀어 펼친 몽상적 세계
그 어떤 서사보다 매혹적인 ‘낯섦’을 선사하는 작가 배수아의 아홉 번째 소설집 『뱀과 물』. 지난 24년, 열세 권의 장편과 여덟 권의 소설집을 통해 꾸준히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저자가 2010년 이후 7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소녀 시절)로 독자를 이끈다. 작품 속 어린 시절은 비밀스러운 결속과 환상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여리고 순수한 것과는 동떨어진 일들을 벌이며 고정된 시공간을 끊임없이 탈주하는 꿈속의 꿈속의 꿈 같은 작품들 속에서 독자들은 이번에도, 저마다 다른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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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수아

저자배수아는소설가이자번역가.1965년서울에서태어나이화여대화학과를졸업했다.1993년『소설과사상』에「천구백팔십팔년의어두운방」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3년장편소설『일요일스키야키식당』으로“해석과틀을넘나드는자유로운감성과개성적인문체”라는평가를받으며한국일보문학상을수상했다.2004년장편소설『독학자』로동서문학상을수상했다.
소설집『푸른사과가있는국도』『훌』『올빼미의없음』,장편소설『나는이제니가지겨워』『에세이스트의책상』『북쪽거실』『알려지지않은밤과하루』,산문집『처음보는유목민여인』등이있고,옮긴책으로페르난두페소아의『불안의서』,프란츠카프카의『꿈』,W.G.제발트의『현기증.감정들』『자연을따라.기초시』,로베르트발저의『산책자』등이있다.

목차

눈속에서불타기전아이는어떤꿈을꾸었나
얼이에대해서
1979
노인울라(NoinUla)에서
도둑자매
뱀과물
기차가내위를지나갈때

해설|강지희(문학평론가)_영원한샤먼의노래

출판사 서평

“이비밀스러운결속이나는기쁘다.”
-한국문학의가장낯선존재,이상하고아름다운세계,배수아신작소설

한국문학에서‘배수아’라는이름은이국(異國)의뉘앙스를품고있다.이전세대나동시대한국문학의영향혹은수혜를받은흔적이보이지않는그의작품들,서사보다는이미지,분위기,그리고목소리에가까운편편은종종‘이것을소설이라부를수있는가?’라는의문을품게도하였다.그러나이낯선존재가펼쳐보이는이상하고도아름다운세계는,지난24년,열세권의장편과여덟권의소설집을통해꾸준히마니아층을형성해왔다.그세계에번역가라는새로운푯말하나를더꽂으며배수아는자신의이름만큼이국적인새이름들을한국의독자들에게소개하고있다.페르난두페소아,로베르트발저,W.G.제발트,막스피카르트,사데크헤디야트,토마스베른하르트…“소설가보다는번역가아이덴티티로서『악스트』에참여하게된것같다”는그의말에따르면,격월간지『악스트』의편집위원으로서해외문학을담당하게된경위역시비슷한맥락임을알수있다.
번역가배수아를통해해외문학의지평이넓어진것이반가운만큼작가배수아의소설을기다리는시간도길어졌다.2010년『올빼미의없음』(창비)이후7년만의소설집『뱀과물』을펴낸다.2016년경기문화재단지원사업의결과로출간된소설집『밀레나,밀레나,황홀한』(테오리아)이있으나,단두편의단편만으로는긴기다림이해소되기엔아쉬움이컸다.

“기나긴어린시절내가가장좋아한것은나를상상하는놀이였다.”
-어린시절이라는악몽에대하여

아홉번째소설집에서배수아는어린시절(소녀시절)로독자를이끈다.작품속어린시절은‘비밀스러운결속’(38쪽)과환상적인시공간을배경으로펼쳐진다.여리고순수한것과는동떨어진일들.부모의부재,그들을찾아떠나는길,무거운가방,눈이내리거나뜨거운태양이내리쬐는날들.일곱살이되면더는남자아이행세를하지않아도되지만,소중한존재를지킬힘이여전히나에게는없다.그리고죽음에눈을뜬다.그러므로무구한시절을거쳐성인이된뒤혼탁해지는것이삶이아니라는것.아련한마음으로어린시절을돌이켜보는것은망상에다름없다는것.그망상속어린아이는‘누런개처럼돌아다니는유령’일뿐이다.

“어린시절은망상이에요.자신이어린시절을가졌다는믿음은망상이에요.우리는이미성인인채로언제나바로조금전에태어나지금이순간을살뿐이니까요.그러므로모든기억은망상이에요.모든미래도망상이될거예요.어린아이들은모두우리의망상속에서누런개처럼돌아다니는유령입니다.”
_94쪽,「1979」에서

그러므로작가가말하는어린시절이란시간을거슬러올라가만날수있는것이아니다.여기에‘어린시절-성장-성년’의공식은존재하지않는다.어린내가자라서지금의내가되는것이아니다.어린나와지금의나는같은존재가아니며,그사이에순차적단계는없다.작품집첫머리에자리한「눈속에서불타기전아니는어떤꿈을꾸었나」(이하「눈속에서」)의‘나’가머물던유원지.그한가운데자리한것은거대한대관람차이다.“지구자체,혹은그이상으로커다란어떤것”이자“올라타는사람도내리는사람도없는그대관람차”가“사실은대관람차가아니라,시간의실체를실어나르는바늘없는시계”라는것은그러므로중요한지표이다.배수아의시계에는바늘이없으며,독자는1분1초라는질서의세계가아닌‘시간의실체’를비틀어펼친몽상적세계의완전히새로운문법으로작품에미끄러져들어갈수밖에없다.

현재의나는정말존재하는실체인가?어린시절나의상상속인물은아닌가?미래가이미도래하지않은것이확실한가?삶에서겪은모든일들이정말일어났던일이라확신할수있는가?“만일그것이정말로일어났다면,모든기억이이토록생생할리가없다”(188쪽)는믿음은어떤가.

우리는배고픔도,갈증도,더위도잊었다.바다는모든것의경계너머에있는먼세상으로우리를데리고갔다.그곳에서파도의흰거품이우리의어린시절을처형했다.바다를바라보고있는우리는어느덧늙고,네이팜탄에불타고,유방암을앓고,초록개구리에게먹혔으며,이모두를원한이나공포없이자연스럽게받아들였다.그누구도행복하거나불행하지않았다.머리위에서이글거리던태양이어느덧살짝기울어지기시작했다.
_168쪽,「도둑자매」에서

또하나흥미로운지점은편편에‘쌍’으로등장하는소녀들이다.연작처럼읽히는「눈속에서」와「노인울라에서」의‘나’와‘눈먼소녀’.「눈속에서」는유원지에서아버지가사라졌음을발견한‘내’가스키타이족의무덤으로떠나기까지의이야기이고,「노인울라에서」는‘내’가거인아버지를찾아가장북쪽에있는역인노인울라에도착하면서부터벌어지는이야기다.「눈속에서」의아버지가마지막으로읽어준책은빨치산소녀‘눈(snow)아이’가등장하는『눈아이』이며,‘나’는이름을묻는경찰관에게자신의이름이‘눈아이’라대답한다.미아센터에앉아아버지를기다리는‘나=눈아이’,뒷모습이얼핏아버지와닮은남자가리본을맨‘눈먼소녀’의손을잡고가는것을목격한다.리본을맨눈먼소녀는「노인울라에서」에또다시등장하며이소녀의이름이‘눈아이’이다.눈먼소녀는『눈아이』속빨치산소녀처럼목이꺾인채교수형을당하고,소녀의리본을내가매달며나와눈먼소녀는비밀스러운결속을이어간다.

「얼이에대해서」의‘나’와‘얼이’도한쌍이다.나의여동생이태어난때얼이는유괴당해죽는다.나는하나의탄생에는하나의죽음이필요함을깨닫고,자신이원한건아니었지만자신의여동생이태어나얼이는죽었다는죄책감에시달린다.어른이된나는어린시절모습에서확대된얼이를한번만난다.나는얼이를알아보지만얼이는나를나로알아보지못한다.다만“미친년이간다!”라고매번놀림당한얼이어머니와똑닮은나를,마을의미친여자인나를오래오래바라볼뿐이다.

「1979」의키큰소녀와작은리우진도있다.반에서가장성숙한‘키큰소녀’에게미묘한성적끌림을느끼며집착하는남자교사가우연히목격한장면은,이소설집곳곳에서마주할수있는아찔하고몽환적인장면중하나이다.

아이들은낡은담벼락앞에서멈추어서더니각자의손가락을담벼락의구멍속으로집어넣었다.조금떨어진곳에서그것을지켜보던교사는거칠고딱딱한흙과광물,바스러진뱀의알과곰팡이,죽은애벌레의감촉을손가락에느꼈다.마침내구멍깊숙한곳에숨어든한낮의꿈과같이미끈미끈한온기에손끝이닿자,교사는자신도모르게온몸을움찔거렸다.잠시후손가락을구멍에서꺼낸리우진이이번에는자신의입속에손가락을넣어붉은사탕을꺼냈다.그러더니그것을키큰소녀의입속에넣었다.키큰소녀는입을벌려그것을받아먹으며,손끝으로는입가에묻은침과설탕물을닦아냈다.(…)교사의입속으로,마치어린시절과도같은혼몽하고은은한단맛이퍼졌다.교사는손끝으로입가에묻은침과설탕물을닦아냈다.
_113~114쪽,「1979」에서

“나이많은자매는시간을앞서비추어진거무스름한거울이다”라는문장이인상적인「도둑자매」에는우연히만나언니와동생이된자매가등장한다.소설집도처에서만나게되는손을잡고걷는소녀들.이렇듯꼭쥔두손으로연결된비밀스러운결속은소녀들의걸음걸음마다환상적인이야기로연결된다.

소설집에서다소이질적인두작품「뱀과물」과「기차가내위를지나갈때」에도독특한시간의실체가담겨있다.「뱀과물」의‘김길라’를보자.어린전학생길라,여교사길라,늙은길라로분열된상태로,서사는겹겹의꿈처럼포개지고엇갈리며진행된다.한낮에교실에서한교사(김길라)가백일몽을꾸는동안,어린전학생길라가학교에왔다가운동장에서늙은길라와마주치고죽음에이르는이야기이다.자신의미래가자신의과거를죽이는꿈,순간과영원의포개짐과엇갈림…소설집마지막에놓인「기차가내위를지나갈때」는세계여성의날에‘내’가외국여행지에서할머니의푸른양철가방을들고시낭독회에참석하는이야기이다.부고에쓰여있는할머니의이름과나의이름이같으며,할머니의여행가방이내손에들려있고,바로오늘이할머니의장례식날이다.나는할머니와구분되지않는다.나는할머니의여행하는삶을이어받아살고있는중이아닌지.

“이제꿈이시작되는건가요?”
-배수아라는장르

“아직일어나지않았지만언젠가내안에서일어나고,앞으로또일어날것이분명한일에대해서애도하는”것이야말로문학만이할수있는일이라고,“어떤사람은문학이단지진실이어야한다고생각해요.어떤사람은문학이필연적으로진실을포함한다고생각하죠.저에게문학은어떤의미로는단지꿈이에요.저에게문학은필연적으로애도를포함해요”라고배수아는말한다.(『문학동네』2013년가을호,차미령과의대담에서)꿈같은,무한한,자유로운,그러므로그어떤서사보다매혹적인‘낯섦’을선사하는작가배수아.고정된시공간을끊임없이탈주하는꿈속의꿈속의꿈같은작품들속에서독자들은이번에도,저마다다른풍경을발견할것이다.백명의독자에겐백명의배수아,천명의독자에겐천명의배수아가존재하는것,그것이배수아라는장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