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 (안정옥 시집)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 (안정옥 시집)

$12.00
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아흔아홉번째 시집 안정옥 시인의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 시인에게는 놀라우리만치 녹슬 줄 모르는 비밀병기가 하나 있으니 이는 날뛰는 망아지 같은 감수성이 아닐까 한다. 하고 많은 것 중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 소와 같은 천방지축을 힘으로 말하자면 ‘있다’와 ‘없다’ 사이를 마구 치받고 있는 ‘와중’의 감각이랄까. 그래. 그렇지. 실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있다’와 ‘없다’ 사이에 놓여 있지 않을 수가 없는 거라지. 그게 삶과 죽음 사이에 느닷없이 던져졌다 알 수 없이 사라지는 우리들 모두의 꿈만 같은 현실이자 현실인데 꿈이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옥 시인은 매 시집에서 특유의 씩씩함을 티내왔다. 어떻게 이렇게 비뚤어졌음에도 거참 신기하다 싶을 정도의 긍정적인 시선을 지켜왔는지 그 모순의 건강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말이다.
저자

안정옥

저자안정옥은1990년『세계의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붉은구두를신고어디로갈까요』『나는독을가졌네』『나는걸어다니는그림자인가』『아마도』『헤로인』『내이름을그대가읽을날』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달래다
청개구리라고,
튤립의추억
무슨기억에이토록시달리는가
있다와없다앞에쓰여
갈수없는곳과엉겨붙다
베토벤의연애
가마솥에서는
개꽃
고흐의연애
한강하구로부터100km
괜찮아난괜찮아
공작
귀뚜라미
그늘을보내오니
밑단을말하면
복숭아
질겅질겅
날아감을두려워하랴
생로병사(生老病死)
너무나다중적인그를
노란꽃
내가있다가없다
눈물은눈이녹은물이다
하얀박쥐가
흠이있다
뒤통수를얻어맞을때까지
망각곡선(忘却曲線)
머나먼별자리
만파식적(萬波息笛)
머뭇거리지마라
그의탓으로돌렸다
비밀
빗방울전주곡
빨간스웨터
삼나무반지
속절없이와거침없이사이에서
서한
숲의미래
연애의위대함에
외모는속임수다
아틀라스
웅덩이
윌쯔카나무
유령과함께
A와대타B
무엇이되어다시만날까
치명적인가묻는다
칡꽃필무렵에
직업
칡꽃
편폐하다
해바라기
헌정
다시쓰는늑대론
문득

해설|시라는풍등을들고여기까지왔네
|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시인선아흔아홉번째시집안정옥시인의『그러나돌아서면그만이다』를펴낸다.1990년『세계의문학』으로등단한뒤지금까지펴낸시집이이번책을포함하여총여덟이니그래도평균3년에한권씩은꼬박시인으로서의제역할에충실히방점을찍어왔다할수있겠다.물론성실함만이시인의무기가될수있겠는가.시인에게는놀라우리만치녹슬줄모르는비밀병기가하나있으니이는날뛰는망아지같은감수성이아닐까한다.하고많은것중에서길들여지지않은어린소와같은천방지축을힘으로말하자면‘있다’와‘없다’사이를마구치받고있는‘와중’의감각이랄까.그래.그렇지.실은우리중그누구도이‘있다’와‘없다’사이에놓여있지않을수가없는거라지.그게삶과죽음사이에느닷없이던져졌다알수없이사라지는우리들모두의꿈만같은현실이자현실인데꿈이라지.
그럼에도불구하고안정옥시인은매시집에서특유의씩씩함을티내왔다.어떻게이렇게비뚤어졌음에도거참신기하다싶을정도의긍정적인시선을지켜왔는지그모순의건강함에혀를내두를정도로말이다.여기서해설을쓴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박상수의말을살짝빌려와볼까.

자기스스로에게던진질문을고민하며답을구하려는시인의의지와사유의진지한주고받음이흙바닥에발을딛고안개속을가로지르며나지막하지만치열하게펼쳐진다고할까.흐릿한안개때문에발이보이지않아현실의사람이아닌듯도보이지만그녀는작은1인용풍등(風燈)을쥐고끝까지그불씨를꺼뜨리지않으면서거친땅위를걸어간다.
―해설「시라는풍등을들고여기까지왔네」중에서

총56편의시가특정한부의나눔없이줄줄이이어담긴이번시집은어떤면에서보자면하나의‘줄자’라할수도있을성싶다.몸을웅크리고있을때는심드렁하니그냥그런가보다하여도막상몸을펴면늘어났다줄어들기에여한이없다.이능청스러움에빗대이번시집을말하자면그야말로그자체로고무대야속뜨끈뜨끈한밀가루반죽이라고도해볼수있겠다.손이가고눈이가는대로뭐든만들었다뭉갰다가하여간에어린이로맘껏놀아보는과정속에시인은자유로움이라는그물옷을온몸에뒤집어쓰게되는데,그래서인지산문적호흡과무심한듯한행갈이가당연한듯도느껴진다.그러니까이시인은도통계산이란걸할필요도없이몸이가는대로마음이흔들리는대로따랐겠구나,그걸이해하게된다.시인의오락가락춤을추는듯한시로,마치취권과같은아름다운흔들림의시로우리를웃으며홀려놓기에이른것이다.씩씩하고용맹스럽게까짓것하면서걷고뛰고웅크리고드러눕고지르고마시고뱉고삼키고하는다양한감정들로저를표출하는이토록건강한동물성이라니.이뜨겁고도차가운변화무쌍한감정의소용돌이라니.
편마다시가재미있게읽히는건어찌보면너무도당연한일.시에서의솔직함에는분명여러종류가있을터인데안정옥시인의경우는말만도아니고몸만도아닌이둘모두의끌탕.앞과뒤,겉과속이이토록뻥뚫려한통속일수도있을까.의뭉을모르고거짓은더더욱모르는시인.눈앞에지름길을두고우회하는시인이있다면그선두에안정옥이라는이름이있을것이다.왜냐?이번생에서모든걸풀어야한다는법은없다고보는시인이니까.다음생도남아있다고말하는시인이니까.그럼에도돌아서면남이라고말할줄아는시인이니까.안정옥은칼없이도무사다.거추장스러운건딱질색인그런펜의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