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여자들 (파리지엔느의 내면 읽기)

파리의 여자들 (파리지엔느의 내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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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파리의 여자들은 아름답다, 자기 인생을 산다, 독립적이다. 파리의 여자들은 세계에서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복용한다. 그녀들은 내게 그 내밀한 기쁨과 고통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었다.” 쉰 살의 나이에 파리에 가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딴 여성 심리학자 장미란, 정수복의 아내, 누구의 딸, 엄마, 며느리…가 아닌 오직 당당한 여성으로서 대면하고 대화한 파리 여자들의 내면 이야기.
저자

장미란

심리학자이자여성운동가.이화여대영문과재학시절이화여대에처음으로개설된여성학강의를수강하고,동대학원에서심리학을전공했다.이후프랑스로유학을떠나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세르주모스코비치교수의지도로DEA학위를받았다.그러나출산과건강상의이유로박사학위를받지못한채귀국한뒤,이화여대에서청년심리학을강의하고한국여성심리학자들에게프랑스페미니즘이론을소개했다.
1990년대말부터한국알트루사여성상담소부소장으로활동하면서여성들의내면적고통에귀기울였다.2002년서울생활을접고파리로가서다시공부를시작했다.2005년오십의나이에리옹대학교심리학과에서여성의주체형성에미치는사회심리학적요인들을연구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0년의파리생활을마치고2011년말귀국한이후에는한국YWCA연합회에서활동했으며,2016년부터한국YWCA연합회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을맡아북한어린이돕기운동과여성평화운동에참여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_5

다시혼자가된고슴도치
_파리아파트관리인라시다의알수없는우여곡절_25

품위와의무사이의프랑스귀족부인
_프로방스성에사는남작부인테레즈의삶_75

딸의모험과엄마의질투
_스페인공화주의자의딸마농의내면이야기_153

고흐의정신병원에갇힌자유로운영혼
_말할수없는비밀을품고살아온클레르의속내이야기_221

중년의여자가홀로늙어간다는것
_동서냉전을겪은프랑스여성의내면이야기_313

작가의말_372

출판사 서평

쉰살의나이에파리에서여성의삶에작용하는여러사회심리학적요인들에관해연구해박사학위를딴심리학자장미란이첫번째책을출간했다.장미란은그간파리에서의걷기와인문학적사색과성찰에관한책들로독자들에게널리알려진사회학자정수복의아내다.그러나이책을쓰면서그녀는누구의아내도,딸도,엄마도,며느리도아니었다.그녀는수많은속박과편견,여성혐오로넘쳐나는한국사회에서탈출해,당당하고주체적인파리의여성들을관찰하고그들과함께내밀한대화를나눈다.
지금까지프랑스여성들은아름다운몸매와세련미,뛰어난패션감각등외적인것으로만조명되어왔다.그러나장미란은그녀들의외면이아닌내면속으로들어간다.프랑스여성들은세계에서항우울제복용량이가장많은것으로알려져있다.완벽해보이고당당해보이는그녀들이항우울제를먹으며견뎌야할고통의내역들은과연무엇일까?여성심리학자장미란이세상의편견과가족사의고난을뚫고자기만의인생을살아가기위해분투한파리여자들의치열한인생과내면이야기를펼쳐보인다.

그들에게는여성으로사는것에대한자부심이느껴진다.부드럽고달콤한듯하지만속은강하다.자유롭고당당하며,때로파격적이며반항정신이있다.그들은열정에충실치못하게사는인생을실패로본다.자기가원하는게무엇인지아는데그앞에서머뭇거리는것은바보같은짓이라고생각한다.열정에충실한삶을살다보니자연상처도많다.무너져도다시일어나자신의삶을추스르고또다른삶을만들어나간다.
나는프랑스여성들과만나면서스스로에게수많은질문을던졌다.여성의문제는무엇이고,여성이진정으로바라는것은무엇이며,여성들은왜그런것을바라는지를물었다.여성운동의결과여성이얻은것은무엇이고잃은것은무엇이며앞으로더얻을것은무엇이며남성들은어떻게달라졌는가를물었다.
나는이책에서프랑스여성들과그들의기쁨과고통을함께나누려고했다.마음에묻어둔할이야기가많은데말할상대를찾지못한여성들,쓸이야기는많은데자유로운시간과자기만의방을갖지못한여성들을떠올렸다.나는그런여성들에게빚진마음으로이책을썼다.
_책머리에중에서


파리부유층아파트의여성경비,
사라진귀족제도의끝자락에서홀로자존감을지키려는남작부인,
엄마의불륜을목격한딸의무너진마음,
전남편,그의새로운부인,현남편과동반가족여행을떠난여자…
심리학자장미란이만난프랑스여성들의치열한삶과내면이야기

마치소설같은유려한문체로여성들의감정의역사를세밀하게포착한이책은,우리가흔히떠올리는파리라는화려한대도시에서살아가는커리어우먼들,전문직여성들에게초점을맞추지않는다.‘파리에이런여자도살고있어?’싶은여성들이가득하다.
이책에서첫번째소개되는여성은튀니지에서파리로이민온여성라시다이다.라시다는파리부유층아파트의관리인으로살고있다.웬만하면이미고용한사람을해고하지못하는프랑스노동법에따라서,그녀는자신이관리하는아파트의한집을차지하고안정적인생활을누려가지만마음한구석에는늘빈자리가있다.자유,평등,박애를부르짖는파리이지만,파리는이방인들에게쉽게마음을열지않고,부유층아파트의파리지앵들은그녀를여전히‘파리의일원’이라기보다는아랫사람대하듯한다.게다가그녀는아이를갖지못한다.
심리학자장미란은그녀의일과삶을돌아보면서고향튀니지에서는파리에서온여왕처럼대접받지만,정작파리에서는‘하녀’처럼취급받는이민자여성의고통을응시한다.파리에서살고일한다고해서모두다‘파리지엔느’로대우받진못한다.파리에서수십년간일했음에도그녀는여전히못사는나라에서돈벌러와서진짜‘파리지엔느’들의기회를박탈하는국외자의설움을겪는다.자신을지켜줄남자와가정이너무도절실하지만,그녀의안정적인직업과주소지는그녀를사랑하는‘척’하는불법체류자들이프랑스국적을얻는수단으로쓰일뿐이다.그녀는버림받고버림받고또버림받는다.
한편장미란은현대에는사라진줄알았던프랑스귀족부인을만나,사라져가는프랑스귀족의오래된전통과품위를고수하고자하는그녀의신념에대해듣기도한다.때로는지나치게오만하게느껴지기도하고,물려받은유산과성에서나오는수익으로평생을살아가며‘매일출퇴근하며월급을받는직장인의삶’을오히려비정상적인것으로여기는이남작부인의삶이의아하고낯설게느껴지기도한다.그러나그녀역시어떤식으로든내면에지켜야할자기만의요새를건축하고,그것을사수하기위해분투하는또다른프랑스여성의하나임을,이런별난삶또한존중받고기록할만한가치가있음을장미란은서서히깨달아간다.


파리지엔느의남편이폭력을휘둘렀을때,
그남자가갈곳은단두곳뿐,감옥또는정신병원

이책에등장하는여성들중다수가예기치못한순간에배우자와의이별이나이혼을겪는다.이혼후재혼하는여성도많은데,이책에는재미있는사례가하나나와있다.전남편과현남편의아이를같이키우고있는마농이라는여성이현남편과아이들은물론,전남편과그의새부인까지다같이떠나는뉴욕여행을계획하는장면이다.아니,이건여행은커녕밥한끼먹기도꺼려지는조합이아닌가싶지만,마농은거리낌이없다.
전남편과같이떠나는여행에반대하는현남편에게는“아니,나하고25년을같이살았는데아직도그렇게자신이없어?”라고일갈하고,“웬희한한발상이야?”라고되묻는현남편의아들에게는“너뿐만아니라모든아들은각자다친어머니친아버지와함께여행할권리가있다”고주장한다.결국이‘범가족적’인여행은반박할논리가없는마농의추진력에의해성사된다.
한국인의관점에서보기에마냥신기한일화들은또있다.파리에서일어난어느부부싸움의장면을묘사한대목이다.

화티마부부사이에큰싸움이일어났다.화티마의남편이어느순간화를참지못하고주먹으로유리창을깬것이다.프랑스에서그런일이일어나면남자가갈곳은딱두군데다.감옥또는정신병원.

우리나라에선남의집복잡한가정사로취급받기일쑤인가정폭력에도프랑스공공조직은이토록기민하게대응한다.확실히여성인권의측면에서프랑스는한국보다진일보한나라인것이다.
그러나파리지엔느들이여성에대한폭력과편견으로부터완전히자유로운것은아니다.어느날장미란은클레르라는여성에게다음생에서또다시여성으로태어난다면어떻게살고싶으냐고묻는다.대답은너무나의외였다.

만약클레르가다음두번째생에서다시여성으로태어난다면어떤인생을살고싶을까?나의질문에클레르는웃으면서순간적으로농담처럼대답했다.
“아!나는두번째인생만으로는안돼.세번째,네번째생이있어야해.이루어지지않았던사랑,용기가없어서시작도못했던사랑들을한번씩다해보아야하니까……”
웃으며가볍게대답하더니잠시후얼굴표정이사뭇진지해지면서다시답을했다.
“난,날씬한여성으로살고싶어!”_본문에서

파리지엔느들에대해서전세계에퍼져있는환상만큼이나,실제로파리에사는여성들은많은압박과부담에시달린다.그들이세계에서항우울제를가장많이먹는여성군으로꼽히는것은외적으로아름답고,일적으로완벽하고,내적으로주체적이면서,사회적으로자아실현까지해내야한다는파리지엔느들에대한요구와편견으로부터완벽하게벗어나기란결코쉽지않기때문일것이다.
심리학자장미란은파리에서여성에관한박사논문을준비하면서,파리지엔느들이쉽사리내비치지않는고통과슬픔의일면들을순간순간엿보고기록했다.때로그녀들의고통과싸움은한국여성들의것과흡사했고,또때로는한국보다훨씬나아보이는환경속에있음에도더큰고통을겪는모습을목격하기도했다.
장미란은이책에서화려한파리지엔느들의이미지너머에서벌어지는그녀들의처절한고통과분투를다루며지금한국의여성들을향해말을걸고있다.이렇듯파리에서건한국에서건여성들의내면은저마다의이유로복잡하고힘겹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여자들은지금도꿋꿋하게살아가고나아가고있다고.그리고여성들이나아가는만큼,여성에게결코호락호락하지만은않은이세상도조금은나아질것이라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