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7의 고백 (안보윤 소설)

소년7의 고백 (안보윤 소설)

$16.00
Description
“손으로 꼭꼭 눌러 접은 슬픔과 죽음의 기억처럼 단단한 것들, 상실과 분노와 공포처럼 흉포하고 허기진 것들”(128쪽)을 적어나가는 일그러진 남자의 모습은 『소년7의 고백』을 쓴 안보윤의 모습과 겹친다.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손목에 난 자국처럼 생생히 느끼고,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잊지 않으려 다짐하고, 일그러진 세계를 고발함으로써만 우리는 불행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작가 안보윤이 『소년7의 고백』으로 또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저자

안보윤

2005년장편소설『악어떼가나왔다』로제10회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오즈의닥터』로제1회자음과모음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중편소설『알마의숲』,장편소설『사소한문제들』『우선멈춤』『모르는척』이있다.

목차

소년7의고백_007
포스트잇_037
불행한사람들_069
일그러진남자_101
여진_131
이형의계절_165
때로는아무것도_191
순환의법칙_225
어느연극배우의고백_255

해설|양윤의(문학평론가)
‘도도’와‘두두’의세계에서_281

작가의말_305

출판사 서평

불온한세계를예민하고집요하게응시하는작가,
조용하고성실해서더치명적인분노의기록

세계의그늘에가려진사회적약자와일상화된불의에무감해진현대인의삶을예민하고집요하게포착해온작가안보윤의두번째소설집『소년7의고백』이출간되었다.2014년출간된첫소설집『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이후4년만에묶는이책에는2013년부터2017년상반기까지발표된9편의단편이수록되었다.어두웠던지난10년의시간이무대가된만큼,소설들에는비정규직노동자의힘겨운삶부터쉽사리눈에띄지않는구조적폭력,그리고세월호사건과같은국가적재난까지,지속적으로관심을가져야할사회문제들이갈무리되어있다.남겨진이들이만들어낸추모의물결과,광장을수놓은무수한촛불의빛또한안보윤특유의상상력을거쳐소설적의미를획득하고있다.
더욱날카로워진시선으로아무도들여다보려하지않던사회의사각지대까지파고드는안보윤소설은“조용하고성실해서더치명적인분노”(소설가윤이형)의기록이기도하다.이런분노야말로우리개인이일그러진세계를변화시킬수있는가장중요한동력이라는점에서,어둡고긴터널을지나비로소조우하게된이책이더욱값지다.

진실이힘을잃는곳,불행이순환하는곳
이‘일그러진세계’에대한서늘한고발


사회의어두운일면들을능숙하게소설화하며의미있는작품세계를구축해온안보윤.그는이번소설집에서현실의사건과사회적문제들을좀더구체적으로소설속에끌고들어와생에드리운구조적폭력을때로는아프도록생생하게,때로는기묘하고몽환적으로그려낸다.
표제작「소년7의고백」은경찰의강압수사에의해자신이짓지않은죄를고백하게되는어리숙한소년의육성을통해이사회가얼마나쉽게한사람을범죄자로만들어낼수있는지를흡인력있게보여준다.그러나진술의틈새에서밝혀지는소년의과거에는무겁다고할수는없지만결코그냥지나칠수도없는불순한순간들이점점이박혀있다.이렇게하나의사건을다각도로바라보도록하는소설적장치를마련해둠으로써,안보윤은부조리한사회를예리하게고발하는동시에가해와피해,선과악으로이분화할수없는세계의구조에대한복잡한질문을던진다.
「여진」에서소년과누나가서있는자리또한단순하게정의내릴수없다.남매의조부모를끔찍하게살해한아랫집남자는아이들이위층에서뛰어다니는소리때문에정신병에걸릴지경이었다고진술한다.사실남매는우울증을앓다가자살까지시도한조모를보살피기위해지루하고도버거운나날을보내고있었는데,그런남매에게돌아오는것은이웃의수군거림과못마땅한눈초리다.남매의고모가내뱉고야마는“웃는구나,너희는.(……)웃기도하는구나.아주,잘웃네”(162쪽)같은비난과“정말로,너희들때문이었니?”(163쪽)같은가시돋친물음은그래서더가혹하다.그러나과연이소설에마음껏책망해도괜찮은인물이있을까.
「포스트잇」은이러한질문을다른각도에서한번더비틀어낸다.한윤리교사가가정폭력으로안타깝게생을마감한여학생을모욕했다는누명을쓰고순식간에나락으로떨어진다.“진실이란건때론엄청나게힘이없는모양”(48쪽)인지,SNS에서쏟아지는폭언과학생들의멸시도모자라가족들조차그를외면한다.그런그의눈에여학생의사망장소에빼곡히붙은추모포스트잇은애도의마음으로겹겹이,단단히둘러쳐진“벽”(51쪽)으로보인다.그러나윤리교사가자신을매도한사람들을떳떳하게비판할수있는지소설은되묻는다.윤리교사또한그여학생의죽음을외면했다는사실을밝혀내면서,이단편은타인의불행이자신에게옮을까봐무심히외면한자의초라한말로를재조명한다.
그런데진실과상관없이타인의불행을소비해버리거나외면하는태도가순전히그들개인의탓일까.「불행한사람들」에는타인은커녕제불행의원인에도의문을가질여력이없는이들이등장한다.이단편이적나라하게묘사하는비정규직노동자의삶은비참하기이를데없다.팔뼈가부러져도고통을느끼지못한채내일도일을나갈수있을지를먼저걱정해야하는삶,생계를위해수치심을견디고존엄성을포기한채인간의영역에서매일조금씩밀려나는이러한삶은우리모두의일상과근본적으로다르지않다.비정상적인사회구조와타협하기를종용하는이런세계에서는부조리에눈뜨고의구심을품을수록고립될뿐임을우리는안다.
그래서「때로는아무것도」의인물들은사회와타협하기위해당장의실리와손익에따라보아야할것과보지말아야할것을취사선택하기에이른다.그들의시야에는광장의촛불과노란리본같은것은보이지않고,시험에나올단어나아르바이트일감만이존재한다.그러나‘중요하지않은것’으로여겨진것들을바라보지않은대가는그들에게고스란히되돌아온다.그들은결국불의를외면한사실이밝혀져사회에서설자리를잃거나,죽어서도‘중요하지않은것’으로치부되어오래도록골목에방치된다.그렇게가해자와피해자의자리는또다시뒤집힌다.불행에연루되지않으려는이들이오히려불행의악순환을만들고결국그순환속으로빠져드는것이다.
「순환의법칙」에이르면,인물들은자신의삶을불행의순환에서건져내기위해타인의삶을불행에빠뜨리기까지한다.‘도운’은다단계사기에여자친구‘미주’를끌어들이고,미주는도운이모은돈을훔쳐달아난다.그런데찜질방에숨어지내던미주에게호텔무료숙박권에당첨되는‘낯선’행운이찾아든다.그러나미주가묵게된방은모습과장소를자꾸만바꾸고,라디오에서는불쾌한목소리가끔찍한사연을시도때도없이들려준다.제인생을‘플러스순환’의궤도에올리기위해타인을‘마이너스순환’에빠뜨려왔다는그목소리의주인은결국보복성염산테러로자신의아이를잃고말았다는고백을들려주는데,그사고에미주와도운이연루되었음이드러난다.물고물리던,쫓고쫓기던악운의꼬리잇기끝에미주와목소리는한방에갇혀가라앉는중이다.그러므로이‘순환하는방’은벗어날수없는불행한세계에대한비유일것이다.

심장과폐를일그러뜨리며미약하고참담한목소리를기록하는것
그것밖엔할수없고,또해야만했다


이처럼안보윤소설에서는가해와피해의가혹한자리바꿈으로인해불행의순환이더욱맹렬해지고,그순환의고리가인물들을더욱공고히옥죈다.이일그러진순환을벗어날출구는없는것인가.
그문을열가능성은이세계를구성하는개인들의작은움직임으로부터생겨나는지도모른다.단편「일그러진남자」의주인공‘일그러진남자’는어느해봄아내를잃은뒤손목에시곗줄자국을갖게된다.아내의시계가수심37미터,세월호가가라앉았던그바닷속에서여전히움직이고있기때문이다.그런데그시곗줄자국은갖가지이유로소중한존재를잃은다른사람들의손목에도나타나고있다.일그러진남자는자신과같은‘시곗줄증후군’을겪는사람들을찾아가그들의육성을기록하기시작한다.기록이이어질수록남자의시곗줄자국은정교해진다.목소리들을기록하는한그자국은옅어지지않으므로,일그러진남자는아내의죽음을계속기억할것이다.
“손으로꼭꼭눌러접은슬픔과죽음의기억처럼단단한것들,상실과분노와공포처럼흉포하고허기진것들”(128쪽)을적어나가는일그러진남자의모습은『소년7의고백』을쓴안보윤의모습과겹친다.자신과타인의아픔을손목에난자국처럼생생히느끼고,우리에게일어난일들을잊지않으려다짐하고,일그러진세계를고발함으로써만우리는불행의순환에서벗어날수있을것이다.그리고지금,작가안보윤이『소년7의고백』으로또하나의움직임을만들어내기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