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라므네 할아버지의 그래설라므네 (양장본 Hardcover)

설라므네 할아버지의 그래설라므네 (양장본 Hardcover)

$10.50
Description
백석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시인 박철 등단 30년 만에 첫 동시집을 내놓다
“동시의 시정이 어른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음에도 동시에 다가가기는 더욱 쑥스럽고 설레며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을, 박철 시인은 ‘제 아름다움을 잊은 채 장독대 밑에 피어 있는 채송화’라고 했다. 노점상 가판대 앞 어린 구경꾼의 바쁜 눈으로 박 시인은 귀걸이마다 초롱초롱 걸린 아침 이슬 같은 동시를 여기 몇 편 흘렸다.” _김창완(음악인, 동시인)

1987년 〈창비 1987〉로 등단한 이후 2009년 천상병시상, 2010년 백석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이름을 알린 박철의 첫 동시집. 오랫동안 ‘어른을 위한 시’를 써 온 그가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을 펴냈다고?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박철은 동화 〈김포 아이들〉 〈옹고집전〉 〈선비 한생의 용궁답사기〉 그림책 〈엄마의 품〉 등 어린이들을 위한 글 또한 꾸준히 써 왔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아빠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근사한 동시집으로 엮어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싶다는 꿈은 30여 년 동안 품어 온 것이기도 했다. 이 동시집은 비로소 두 아이에게 건네는 시인 아빠의 꿈이며, 동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저자

박철

저자박철은서울강서구(옛김포)에서태어났다.1987년〈창비1987〉에[김포1]외14편의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9년천상병시상,2010년백석문학상을수상했으며,쓴책으로시집〈김포행막차〉〈새의전부〉〈영진설비돈갖다주기〉〈불을지펴야겠다〉〈작은산〉,소설집〈평행선은록스에서만난다〉등이있다.어린이들을위해서는동화〈김포아이들〉〈옹고집전〉〈선비한생의용궁답사기〉,그림책〈엄마의품〉을썼다.

목차

제1부내가겁이많은이유

할머니생각12
이유14
귀걸이16
난다알아18
장마19
화정공원20
교실21
달리지않는배22
일요일24
할머니어릴때는26
두루미공원28

제2부바다로온산새처럼산으로온물새처럼

설라므네할아버지32
김장담그는날34
달리세요아저씨36
동네서점37
산새물새38
왜이리늦니40
임진강42
큰새를향한우리가족의주장44
살구꽃을봤어요46
귓밥47
갈매기날다48
할아버지50

제3부밤하늘에아빠가그려놓은별표

아빠와연필54
딸들에게56
동시58
아니야59
숨바꼭질60
여름이익었어요62
낙서63
실내등64
손66
아빠와시68
낙서270
반올림71

제4부고양이조는소리

호박꽃74
사고방지76
집77
왕벚나무78
간지럼80
봄바람81
소나기82
바퀴벌레반상회84
여름하루86
가을마당87
저녁달88
보리밭90
너캉나캉92

해설|이상락95

출판사 서평

설라므네설라므네그래설라므네……
재미있게굴러가는소리에묻은생명의숨결

동시집제목이알쏭달쏭하다.설라므네설라므네그래설라므네……부드럽게흘러가고굴러가는소리는자꾸만발음해보고싶어진다.어른들은설핏짐작할뜻이지만아이들은마냥낯선재미에웃음을터뜨리며거듭소리내읽을말.도대체무슨뜻이고,설라므네할아버지는또누구일까.

동네사람들이
설라므네라부르는
설라므네할아버지는
아침저녁설라므네하면서
느티나무정자밑을지키고있네

전쟁통에
그래설라므네
포탄이비오듯쏟아지는데
그래설라므네
내가비사이로막달려가포탄을뚫고
그래설라므네
쫙?슬라이딩을해날아가지고
그래설라므네
그때구해준게
저똥개조상아이가

왜그렇게목숨걸고구해줬는데요?

에그래설라므네
저것도목숨아이가

수백번은더들은
그래설라므네할아버지의
그래설라므네
그래설라므네

_[설라므네할아버지]전문

설라므네할아버지는한국전쟁통에서의활약을길게뽐내고있다.그런데장황한이야기의끝이왠지좀싱겁다.할아버지가“비사이로막달려가포탄을뚫고”“쫙?슬라이딩을해날아가지고”구한존재는,다름아닌“저똥개조상”이다.누군가는왜그렇게까지목숨을걸고구해줬냐고묻기도한다.할아버지의대답은간단하다.“에그래설라므네/저것도목숨아이가”.

할아버지가목숨걸고구한강아지는새끼를낳고그새끼는또새끼를낳아,지금할아버지옆에서이야기를함께듣고있는“저똥개”가되었다.사람의목숨이소중한만큼강아지한마리의목숨도소중하다는지당한사실이종종잊히고마는사회다.설라므네할아버지가구해낸생명의무게,시간의무게는새삼묵직하다.설라므네,설라므네,실은별의미가없는소리가덧붙은문장들은,자칫잊을뻔했던의미까지부드럽게그러안으며우리입안에서구르고또굴러간다.

“고양이는/자동차를안타서/자동차무서운줄모른다/그러니자동차를타는/우리가조심해야지”([사고방지])라는다짐,“꽃이/텅텅/비었어//비니까거기/빗물도차고/햇살도담기고/더예쁘다”([호박꽃])라는중얼거림,“멀리서들려오는/고양이조는소리”([가을마당])에귀기울이는어느오후의풍경또한우리의시선을낮추어키작은존재들을한번더돌아보게하는힘을지녔다.말머리마다꼭꼭붙는군소리처럼,〈설라므네할아버지의그래설라므네〉에실린동시들에는편편마다크고작은존재들에대한따듯한애정이꼭꼭묻어있다.

아픈역사가깃든땅에뿌리박은박철문학
한세대를아우르는깊고넓은시선

‘설라므네’는별뜻이없는군소리지만,대표적인이북사투리이기도하다.단절된지오래된이북의사투리가박철동시에자연스레녹아있는것은그가김포공항근처에서태어나평생을그언저리마을에서살았기때문이다.떠나본적없는것은아니지만“결국은다시돌아오는비행기처럼”돌아왔다는그곳은,박철문학이뿌리박고있는토양인동시에우리의아픈역사가깃든곳이다.

“박철시인의어머니는황해도연백군에사셨는데6·25전쟁이터지자잠시만몸을피하자,해서김포로내려온이래아직고향에가지못하고계십니다.그런피란민들이많이모여사는고장이김포나강화지역이지요.박철시인의시들을이해하는데그가오랫동안붙박이로살고있는동네가김포라는사실은매우중요합니다.”
_이상락(소설가)

이제는더이상한강으로오지않는갈매기를기다리는할아버지에게“언젠가는다시올거야/할아버지/갈매기”([갈매기날다])라고건네는말은아릿하고간절하다.“아빠가/동시를읽어주다가/눈물이/주/루/룩”으로끝나는짧은시의제목[할머니생각]이주는여운은유독길다.동시속인물들이한시대를오롯이짊어지고있는탓이다.전쟁을겪고고향에돌아가지못하는이의일생을가장가까운곳에서지켜봐왔기에박철시인은부모의삶에,나아가한세대의삶에도무지무심할수가없다.

할머니어릴때는
옆집우물물마를까봐
이웃이
돌아가며두레박을올렸대

아가야
윗집수도쓸때
쉬었다하렴

_[할머니어릴때는]부분

이웃을부르는말이‘옆집’에서‘윗집’으로바뀐지오래지만여전히“옆집우물물”신경쓰듯“윗집수도”를걱정하는할머니가있다.힘든시절서로간에더욱의지했던정겨움을간직한모습이“할머니얼굴처럼/동글동글”하다.그런가하면김장날“고춧가루처럼”매운목소리로아빠를타박하는할머니([김장담그는날])가있고,시원한나무그늘아래친구들과함께“바다사자처럼누워/컹컹”떠들며노는할머니([화정공원])도있으며,손녀와공원으로슬렁슬렁저녁산책나온할아버지([두루미공원])도있다.이처럼〈설라므네할아버지의그래설라므네〉는어제를품은채오늘을살아가는할머니할아버지들의삶을오목조목펼쳐보인다.족히한세대를아우르는시인의깊고진득한애정은이렇게동시로태어났다.


아이들의목소리가더해져완성된이야기
가족이함께쌓아올리는굳건한시간의힘


엄마와아빠는
지금도싸운다

30년전학교담벼락에
누가낙서했냐며

엄마가아빠를
좋아한다고

_[낙서]전문

〈설라므네할아버지의그래설라므네〉에는,교과서에는절대나오지않는재미난이야기를들려주는어른들이가득하다.긴시간을원료삼은이야기들은,때때로그주인공이어린엄마와어린아빠이기에더욱재미있다.그래서이야기를듣는아이는기꺼이빠져든다.긴시간속을헤엄치며놀고,스스로시간의물결을거슬러올라가보기도한다.어른이말과글로들려주는이야기는아이들에게스스로이야기를만들어나갈힘을쥐여준다.

아빠눈이큰건
수수밭때문
할머니가땅콩밭잡초를뽑느라
세살아이
수수밭속에재운걸
잊고왔대
아빠는그때자다가깨
할머니찾느라왕눈이가되었대

내눈이큰건
아빠때문
그래서내가겁이많은건
아빠때문
아니
수수밭때문

_[이유]전문

이것도무섭고,저것도무섭고……무서운게너무많은아이는겁이많다는사실에불쑥짜증이났나보다.왜나는겁이많을까,곰곰이유를따져본다.눈이크면겁이많다던데,나는눈이커서그런걸까?내눈이큰건아빠눈이크기때문아닐까?아빠눈이큰이유는뭘까?일련의과정을거쳐아이는‘내가겁이많은이유는수수밭때문’이라는결론에도달한다.아빠가들려준수수밭이야기가아이가스스로만들어낸이야기로새롭게탄생하는순간이다.

“비행장마을에서자란/아빠”가“내가어렸을때비행기는떴다고/날아가는것은그냥새나같았다고”말할때,아이는“말도안돼”“책가방은흔들린다고/무거운건그냥돌덩이”([큰새를향한우리가족의주장])라고맞받아치기도한다.어른들의말을듣는데그치지않고현시대를살아가는자신의이야기를외치는당당한모습은,〈설라므네할아버지의그래설라므네〉가“아빠가두아이에게건네는이야기”에머무르지않음을보여준다.아이들의또랑또랑한목소리가더해질때비로소가족이둘러앉아와글와글저마다의이야기를피워내는시간이완성된다.시인의두아이가이미어른이되었음에도동시집을출간한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이한권의동시집에는아빠와아이들이‘함께’완성해온이야기가,가족이쌓아올린굳건한시간의힘이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