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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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쟁의 참상과 살육의 현장, 그 속에서 폐허가 된 인간의 마음
단순한 비관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혁명이 결합된 암시 및 환기의 장치들을 통해 20세기 지구촌 문명 속에서 해체된 정신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와 종교의 정수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앙드레 말로의 걸작 『희망』. 1936년 스페인 내전 발발 당시 파시스트에 대항해 공화군 비행사로 참전한 앙드레 말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현실을 써내려가며 철학적 사색과 통찰을 가미하여 한 편의 소설로 엮어낸, 한 지식인의 관찰기이자 인간 탐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길고 짧은 쉰아홉 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에는 20여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예술가, 학자, 노동자, 군인, 신문기자, 비행사, 농부였던, 그러나 이제는 반파시즘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인물들은 장면에 따라 주연이 되기도 하고 단역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정치적 기조는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따라서 언쟁이 일어나는가 하면 불미스럽게 떠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파시즘이라는 거대한 악 앞에서 하나가 된 이들은 목숨을 건 여러 위기를 거치며 점점 단단한 형제애로 묶인다.

직접 체험의 기록인 만큼 작품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생한 내전의 참상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참혹한 전투 과정과 교전중의 배신, 시민들의 이유 없는 죽음과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민가의 풍경까지 내전의 면면은 야만적이다. 저자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숭고한 감정, '형제애'라는 이름의 희망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하나로 결합시킨다.
저자

앙드레말로

저자_앙드레말로(Andre'Malraux)
프랑스의소설가,예술가,정치가.1901년에태어났다.서구문명에대한회의주의와이국주의적호기심에사로잡혀스무살에인도차이나로향했다.고대크메르왕국의조각상을밀반출하려다체포되어실형을선고받았다가,프랑스지식인들의구명운동으로석방되었다.하지만감옥에서느낀식민당국에대한혐오감으로열렬한반식민주의자이자사회변혁의옹호자가되었다.
인도차이나피식민지국민들의각성을촉구하며신문을발간하기도하고,중국땅에들어가사회주의혁명이란거대한역사의소용돌이를직접목격하기도했다.스페인내전에는민간항공군대장으로반파시즘전선에참여하고,제2차세계대전에는레지스탕스대원으로적극가담했다.결국혁명활동과마르크스주의에대한지난날의열정을버리고예술의세계를발견하게된다.
드골장군의첫번째내각에서공보장관을,1958년드골이재집권한후10년동안제5공화국초대내각의문화부장관을지내며강력한문화행정을펼쳤다.1976년생을마쳤고1996년서거20주기를맞아파리팡테옹사원에유해가안장되었다.
주요작품으로<서구의유혹>(1926),<왕도>(1930><인간의조건>(1933,공쿠르상수상)<상상박물관>(1954)<침묵의소리들>(1951)<신들의변신>(1957)등의예술비평서가있다.사후1977년에<덧없는인간과예술>이발간되었다.

역자_김웅권
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과를졸업하고프랑스리모주대학과몽펠리에3대학(폴발레리대학)에서앙드레말로의소설연구로문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외국어대학교학술연구교수,한남대학교객원교수를역임했고프랑스의『앙드레말로사전DictionnaireMalraux』집필위원으로참여했다.지은책으로『말로와소설의상징시학』『앙드레말로의문학세계:동서정신의대화』『타자와나,숨겨진진실』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말로와드골』『상상의박물관』『몽상의시학』등50여권이있다.





목차

제1부서정적환상
1서정적환상
2묵시록의실천

제2부만사나레스강
1존재와행위
2‘좌익의피’

제3부희망

해설|혁명,기독교정신의탐구와정복
앙드레말로연보

출판사 서평

“내소설중최고의소설은바로내삶이다.”_앙드레말로

시인,소설가,탐험가,비행사,예술사가이자문화행정가등다양한얼굴로20세기동서양의크고작은사건에참여했던프랑스의‘행동하는지성’앙드레말로.그가파시스트에대항하여스페인내전에참전했던경험을토대로,인간에대한탐구를심오하게녹여낸소설『희망』이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63번으로출간되었다.『희망』은앙드레말로가반反프랑코전선에서국제비행대‘에스카드리유에스파냐’를조직하고지휘하며전쟁의참상과살육의현장,그속에서폐허가된인간의마음을목격하고이를바탕으로쓴작품이다.내전의순간순간을포착해전쟁의참혹한상황을고스란히전달하면서도제목이암시하듯단순한비관에그치지않고,종교와혁명이결합된암시및환기의장치들을통해20세기지구촌문명속에서해체된정신의혼돈을극복하기위한인간의의지와종교의정수에대한탐구를담아낸걸작이다.

오직폐허에서만피어나는숭고한감정에관한기록
야만의20세기를살아낸한지식인의경험과인간탐구가
심오하게녹아든혁명소설의걸작

“앙드레말로를단순히작가라고부를수있을까?그는하나의사건으로존재한다.”문학연구자윌리엄라이터의말이다.1901년,20세기의시작과함께프랑스파리에서태어난앙드레말로는1976년숨을거둘때까지문학과미술비평활동을꾸준히이어감은물론샤를드골정부에서정보상과문화부장관을역임하는등프랑스문화와예술전방위에걸쳐활발하게활동했다.또한그는대학에진학하는대신박물관강연을들으며동양문화에관심을갖고아시아와중동을누비던모험가로,공산주의를지지한적극적동조자로,스페인내전에참전하여비행출격을나간조종사로,사이공에서반식민지운동을펼치던언론인으로,세계대전당시의항독레지스탕스로,부조리와고통이존재하는세계곳곳에있었다.큰걸음으로20세기를편력한말로는자신의경험을자양분삼아굵직한문학작품들을완성해낸다.
『희망』은1936년스페인내전발발당시파시스트에대항해공화군비행사로참전한앙드레말로의기록이다.말로자신이직접눈으로보고귀로들은현실을써내려가며철학적사색과통찰을가미하여한편의소설로엮어낸,한지식인의관찰기이자인간탐구의보고라고할수있다.
직접체험의기록인만큼작품에는지극히현실적이고생생한내전의참상이고스란히나타난다.참혹한전투과정과교전중의배신,시민들의이유없는죽음과폭격을받아폐허가된민가의풍경까지내전의면면은야만적이다.그러나이러한잔혹한현실속에서도사람들은서로간의형제애와연대를통해하나가되어공동의희망을향해나아간다.공화군내에서도공산주의자와무정부주의자로나뉘는,상이한이데올로기를지닌사람들을모두아우르는종교적성찰역시말로의사유에서비롯된것으로,기독교적비전에서이루어지는인물들의대화를통해독자는혁명과종교를결합함으로써인간영혼의숭고함을고양시키고자하는작가의의도를읽어낼수있다.

상징과환기라는문학적장치를활용해
종교유산을탐구하는예술적무대

말로는현실을천착한내용에,다양한문학적장치를더해독자에게충분한소설적긴장감과즐거움을선사한다.『희망』은혁명과기독교가하나로융합되도록창작되었다.공화국군대의창설과정을통해로마교회의탄생과정을창조적으로재현하고,혁명과교회의재탄생을동전의양면처럼결합되도록구성해원초적기독교정신의‘부활’과‘변모’,‘정복’을담아낸다.작품곳곳에숨어있는상징시학을활용한코드와암시는등장인물의행위와대사에다층적의미망을형성하며,혁명의현장에서작가의종교적?신화적명상이펼쳐지는장을구축한다.기독교라는위대한유산이탐구되는예술적무대인셈이다.독자는작품을통해혁명과맞닿은종교의비전과역사를탐구하게된다.
그뿐만아니라혁명의실제적인전개와는별도로,시간의분절과시제의변주가기독교적시간관에따라절묘하게이루어지기도한다.소설속혁명의전개는아우구스티누스의신학에서부터시작하여고딕시대의인간관과종교개혁당시로마가톨릭의위기,그로부터사백여년이흐른20세기에이르러다시금흔들리는종교관과인간상까지를함축적으로담아낸다.이러한작가의의도는간혹분절되고엉뚱하게이어지는인물의대사에대한적극적인해석을요구하며독자를작품으로끌어당긴다.
앙드레말로에게종교적.신화적정신은인간의영혼을고양시켜인간조건의극복과희생의위대함을낳게끔하는토대이자인간의존재론적,인식론적그리고윤리적탐구를그어떤철학보다도고차원적으로펼쳐내는사유의보고다.동과서를아우르는,제3의길을모색하는작가의원대한형이상학적구도안에이혁명소설이자리하고있다.

주인공이없는,혹은모두가주인공인소설

길고짧은쉰아홉장으로구성된『희망』에는20여명의주요인물이등장한다.예술가,학자,노동자,군인,신문기자,비행사,농부였던,그러나이제는반파시즘이라는기치아래모인인물들은장면에따라주연이되기도하고단역이되기도한다.그들의정치적기조는서로다르게나타나기도하고따라서언쟁이일어나는가하면불미스럽게떠나는이들도존재하지만,파시즘이라는거대한악앞에서하나가된이들은목숨을건여러위기를거치며점점단단한형제애로묶인다.
이렇듯주연도단역도상정하지않은채수많은인간군상을보여주고자한말로의의도를,이소설의제3부의제목이원래는「농민」이었다는사실과떨어뜨려놓고는설명할수없을것이다.소설속에서상황을만들고이끌어가는인물은각집단의대표자들이지만그들을돕고상황변화에기폭제역할을하는인물은어김없이무명의농민들이며,이들은지극히냉혹한현실만을보여주던서사에마법과도같은희망과온기를부여한다.제1부에서히메네스와마누엘을향해그리스도의강림에대한이야기를꾸며내말하는농민,제2부에서파시스트의비밀비행장을알려주려애쓰는농민,제3부에서추락한비행기의부상자들을운반하느라들것을나르며몇시간동안산길을내려오는농민들은다름아닌스페인민중을대변하며,이름없는이들의내재된힘을부각시킨다.소설말미,음악에몰입한마누엘이“인간들의피보다더엄숙하고대지위그들의존재보다더불안한것-그들의운명이지닌무한한가능성-의목소리”를듣는것또한이와무관하지않을것이다.
말로는잔인한현실속에서피어나는인간의숭고한감정,‘형제애’라는이름의희망을발견했고이를바탕으로작품에등장하는수많은인물들을하나로결합시킨다.그는뜨거운형제애와공동의연대를통해“혼자서는다다를수없는영역”에다다르기를열망했던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