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시대: 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

되찾은 시대: 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

$17.05
Description
20여 년간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를 역임한 석학 미셸 쟁크
서양 중세 문학으로 안내하는 동시에 문학의 보편적 기원을 해명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중세 문학사가 미셸 쟁크의 책이 ‘문학동네 엑스쿨투라 09’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저자는 취임 당시 20년간 공석이던 ‘중세 프랑스 문학 분과’를 맡아 콜레주드프랑스 교수가 된 것으로 유명한 중세학자다. 그런데 왜 중세인가, 왜 하필 중세 프랑스 문학인가? 지금껏 중세를 표상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주된 방식은 누가 뭐래도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것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문학이 중세를 새롭게 꿰뚫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더불어 그간 망각돼왔던, 희로애락을 지닌 구체적 인간들을 조명함으로써 그 통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문학과 역사를 공부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중세 문학의 흥취를 감상하도록 돕는 한편, 프랑스 문학 태동기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에게 그 비밀스러운 과정을 펼쳐 보임으로써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중세의 시작과 끝을 통시적으로 총 4부로 나누고 해당 주제들을 11개의 장에 배치하여 중세 문학, 특히 프랑스 문학의 기원과 전개, 그리고 발전 양상을 다룬다. 제1부에서는 표현 도구인 언어의 발생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들을 가지고 중세 문학의 생성 배경을 찾는다. 제2부에서는 가장 역사 깊은 세 가지 문학 장르(무훈시, 서정시, 소설)가 생겨난 12세기의 문학이 지닌 독창성과 풍요로움을 소개한다. 제3부에서는 이런 성공이 13세기경에 어떤 여파를 가져왔는지를 살핀다. 전통을 어떻게 재창조했으며 어떤 변화와 어떤 침체를 겪었는지, 그로 인해 지식의 여건, 문화의 여건, 작품의 유통 조건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그것은 문학적 인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밝힌다. 이러한 12세기 르네상스는 13세기에 다양한 결과를 낳았으며 그로부터 200년 후에 중세는 막을 내린다. 제4부는 중세 말 200년 동안의 문학적 변화를 다룬다. 14~15세기, 중세 말의 문학이 어떻게 13세기 후반에 확립된 기존 문학체계에 반기를 들지 않으면서도 그 나름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한다.
저자

미셸쟁크

저자미셸쟁크는중세학자,문헌학자,작가.1945년프랑스파리의이시레물리노에서태어났다.1964년에서1968년까지고등사범학교에서중세프랑스문학을전공했으며,이후1987년파리4대학교수를거쳐,1995년부터콜레주드프랑스에서과거20년간공석으로남아있던중세프랑스문학분과의교수직을맡아2016년까지강의했다.『의식의목소리.중세시대신의말씀과시인의노래』『가스통파리스가본중세시대』『중세프랑스문학』등권위있는다수의연구서를저술하여현존하는최고의중세프랑스문학사가로인정받기에이르렀다.또한학술활동에만머물지않고중세를배경으로한역사소설과탐정소설을창작한작가로,2004년의학자이자물리학자였던콜레주드프랑스의다르송발교수가등장하는소설『아르센뤼팽과다르송발의비밀』을발표하기도했다.유럽과프랑스의문화전통을되살리는데주로철학적사유만을천착하던그간의협소한틀에서벗어나,중세의시와노래,문학이그출발점이될수있음을여러저술들을통해보여준공로로2007년발잔상BalzanPrize을수상했다.2014년한국을방문하여석학초청강연을한바있으며,2017년에는프랑스에서가장영예로운학술기관인아카데미프랑세즈의회원으로선출되었다.

목차

머리말9

제1부중세문학의기원
제1장새로운언어의생성과새로운문학의탄생15
라틴어와로망스속어
문어와구어
성직자와광대

제2장최초의텍스트들28

제2부융성기
제3장무훈시39
장르의정의와성격
『롤랑의노래』
무훈시의기원에대하여
구연에서문자기록으로
무훈시의발전

제4장음유시인들60
뜻밖의출현
궁정풍예법과피나모르
남부음유시인들의시
궁정풍서정시의기원
남부음유시인에서북부음유시인으로
여성시와비궁정풍시

제5장소설82
부차적인장르
최초의프랑스소설들:고대소재에서브르타뉴소재로
크레티앵드트루아
켈트문화의영향과브르타뉴의단시
트리스탄
브르타뉴의소설과크레티앵의유산
모험담의다양한행보

제3부프랑스문학의확립
제6장산문의탄생:소설과연대기111
최초의산문소설들
연대기:라틴어에서프랑스어로,운문에서산문으로

제7장극화와웃음123
문학의극적표현
연극
디트:시의탄생
우화시
『여우이야기』

제8장우의141
중세의우의:수사학과주석
우의와의인화
『장미이야기』
『장미이야기』의영향

제4부중세의끝
제9장14세기와15세기의시161
서정장르의새로운규칙들
기욤드마쇼와그후계자들
샤를도를레앙
비용
대수사파시인들

제10장고찰의형태:증언,비평,지식179
전쟁과역사
정치적고찰
교육적노력
성직자에서인문주의자로

제11장문학적표현의형태192
문학을통해보는세상
소설의거울
연극

참고문헌205
약식연표219
추천의글225
옮긴이의말228
찾아보기231

출판사 서평

미셸쟁크의중세프랑스문학이야기
“프랑스문학은한번도중세의영향에서벗어난적이없다!”

중세를시기적으로구분하는방법은학자에따라제각각이다.우선LeMoyen?ge라는프랑스어자체가‘중간에있는시대’또는‘가운데낀시기’라는모호한뜻이다.학자들은주로중세의시작을로마제국이멸망한6세기로잡고서정장르의새로운시적규칙이출현하는15세기를중세의종말로본다.중세의시작과끝이거의1000년을아우른다.설령일반적인관점에따라10세기를중세의시작으로본다해도,중세는자그마치400년에서500년이라는긴시간을염두에두어야한다.그렇다면이렇게긴세월에서어떤방법으로줄거리를읽어낼까?쟁크교수가주안점을두고있는것은이지점이다.그는그한가지로문학발생론적관점을들어그것을역사에대입한다.그리하여특정문학장르가어떻게생기고어떻게성장하는지다양한예시를제시해탐구함으로써각시기에씨앗처럼들어있는시대의고유성을하나씩추출하는것이다.

중세문학의시작:로망스속어의탄생,성직자와광대
6~7세기에비로소중세문학은기원한다.게르만족의침공으로로마제국이몰락하고라틴어에서로망스어속어가파생되던시기였다.속어문자탄생에서가장중요한사건으로라틴어변형이꼽힌다.그대표적인증거가니타르트의‘스트라스부르서약’이라는문헌일것이다.경건왕루이의두아들인대머리왕샤를(샤를2세)과독일왕루트비히(루트비히2세)은공동의적에대응하고자동맹을맺으면서로망스어와독일어로각각서약했다.프랑스어발생의측면에서볼때당시의방언으로기록된‘스트라스부르서약’은라틴어가아닌프랑스어가될언어가기록된최초의용례였다.이렇게지역마다로망스어는조금씩달랐다.게르만족언어의영향정도에따라다르게변화하고발전했기때문이다.예컨대오늘날프랑스에해당하는지역에선단테때부터‘예oui’를어떻게발음하느냐에따라북부의오일어langued’oil와남부의오크어langued’oc로갈라졌다.
중세문화전체로보면구어가문어를압도했지만문어의중요성이덜해진건아니었다.라틴어문어는권위를나타내는언어였고교회의언어였다.성직자는라틴어를보존하고발전시키는중요한문학의수행자이자저자였다.다른한편성직자와나란히떠돌이광대의존재를염두에두어야만한다.광대는시의보급에결정적인역할을했고중세작품에필수적이었던말과음악의구현을보장하는역할을했다.요컨대성직자와광대는중세초프랑스문학의양대주창자였다.

중세프랑스문학의융성과확립:무훈시,음유시인들,소설,우화,우의
『롤랑의노래』로대표되는‘무훈시’가중세의시를발전시킨다.19세기중세학자들이제기했던무훈시의기원에대해서는합의된견해가없다.프랑스의가스통파리스는민족대이동의여파로나름의정서를담은애가가노래됐고,그짧은애가들이모여무훈시가됐다는주장을편다.그러나이탈리아의피오라이나는무훈시에는대중적소요는거의없고무사귀족을예찬한다며,그런만큼로망스어로된애가가존재했다는주장은게르만서사시가무훈시에미친영향을숨기는방편에지나지않는다고주장했다.무훈시가카롤링거시대에존재했다고보는것은게르만의기원을인정하는것이되고,반면11세기에형성됐다는하면프랑스고유의장르라는할수있기때문에,이들각자의주장은다분히정치적의도가깔린것이라고할수있다.
중세에시를전파하고발전시켰던주인공은‘음유시인들’이다.그중에서도로망스어로된최초의서정시들은주로오크어를쓰는프랑스남부의음유시인(트루바두르)들에의해노래되었다.후원자를찾아이곳저곳을떠돌았던이들음유시인은‘피나모르fin’amor’라불리는‘궁정풍사랑’또는‘완벽한사랑’이라는새로운시풍을정착시킨다.곧이어이들의시풍은12세기경프랑스의북부지방으로이식된다.북부음유시인(트루베르)들은남부음유시인들과다르게,화려하고복잡한시작법을배제했고,궁정풍서정시의규칙을일부깨트리기도하면서독자성을추구한다.그리하여여명시나베틀가처럼여성의존재가각인된비궁정풍시가나오기에이른다.
북부음유시인들이활약하던궁정에서주목할만한새장르가탄생한다.바로소설이다.최초의프랑스어소설들은그주제도기사의공로와십자군전쟁을다루던무훈시와구분되며,고대그리스의소재를차용하기도하고브르타뉴의소재(켈트의신화와전설)을빌려오기도했다.대표적인것이트루아지방의크레티앵이쓴『성배이야기』이다.크레티앵은켈트원전을너그럽게수용하는태도를보였고모든작품이고유한창작만은아니었다.이후크레티앵과‘란슬롯과성배’이야기들은수많은아류를낳는계기가된다.일례로‘트리스탄’같은중세모험담이아서왕서사와결합하면서중세문학,특히소설이란산문장르를살찌운것을들수있다.
중세문학이풍요로워지면서다양한변화가생긴다.운문대신산문이유행하고문학의극적표현이증가하면서‘디트dit’라는‘이야기시’가발달한다.또한우화가나타난다.이솝우화에서파생한동물우화가지어지기도한다.이우화들은다양한갈래의변형판본을낳은‘여우르나르이야기’로집약된다.또이들우화는우의allegorie를발전시키는계기가되기도한다.그리고마침내이여러요소를흡수한우의의정수인『장미이야기』가나온다.『장미이야기』는무려250개이상의필사본이알려져있을만큼큰인기를누렸다.하지만원저자기욤드로리스를뒤이어미완의작품을마무리한장드묑의논쟁적기질과도발적인견해,명백한반여성주의로인해14세기에서15세기전환기에이작품은상당한논쟁을일으켰으며,장제르송,크리스틴드피장,장드몽트뢰유,공티에콜과피에르콜부자등많은이가이논쟁에참여했다.

중세의끝:문학을통해보는세상
서정시에새로운장르규칙이생기고기욤드마쇼같은일상적인삶을노래하는대시인이출현한다.중세를특징짓는비용의시가등장한것도이때였다.대수사파시인들은지식인이자관료의이중적인성격을지닌다.성직자들은인문주의자로거듭나면서문학표현은그내용에깊이를더하면서전쟁과역사,정치적고찰을담고더다채로워진다.누벨이라는단편소설은18세기근대적소설의본격적인출현을예고하면서문학을통해세상을읽어내는한방편이된다.그리고중세의종교극을넘어익살극과소극이출현해세상을풍자하면서근대로의길을연다.

[책속으로추가]
무훈시와음유시인들의서정시는가창을목적으로만들어졌다는공통점이있다.반면소설은독서를목적으로한최초의문학장르다.여기에서독서란물론다수의대중을상대로큰소리로읽는행위를가리킨다.개인독서는사실상시간이더흐른뒤에나보급된다.그러나소설의출현까지유일한서술장르로군림했던무훈시와비교할때독서를목적으로쓰였다는특징만으로도소설을참신한장르라고할수있다.(82~83쪽)

12세기후반에이미중세소설의중요한배경이된아서왕의세계는이처럼진실을추구하지않았다.고대와지중해세계를떠나브르타뉴와아서왕시대를선택하면서소설은역사적?고증적진실을버리고다른종류의진실을추구해야만하게되었다.그리하여기사도와사랑에대한고찰에근간을둔다는의미에서진실을찾게되었다.1170년대부터나타난크레티앵드트루아의작품은이러한진실을담았으며,오래도록궁정풍아서왕소설과이소설군이추구하는의미탐구의본보기를제공했다.(87쪽)

12세기중반부터?크레티앵뿐만아니라와스보다도앞선시기에?남부음유시인들이트리스탄과이졸데를알았던것으로추정된다.트리스탄의정열적사랑은금세음유시인들사이에서모든사랑의기준과척도가되었고,“슬픈triste트리스탄Tristan”이라는언어유희는태곳적부터존재했던것으로여겨질만큼꼬리를물고나타나는소설의아류작에서더욱집요하게쓰였다.(97쪽)

앞에서우리는우화시와동물설화들의접점에관해언급했었다.두장르모두웃거나미소짓게만들면서교훈적이라는공통점이있다.중세에우화들이알려져있기는했지만,우화시와동시대에나타났던동물에관한설화들은특히『여우이야기』를중심으로집결되었다.(135쪽)

동물들이구현하는각사회계층의행실은동물들의행동에투영되는데,작가들의기지는이처럼동물들에의해구현된다양한사회계층,즉왕인노블,이상그랭과그친구들처럼지체높은봉건영주,당나귀베르나르가대표하는성직자등을실컷비꼬면서발휘된다.『여우이야기』의일부지편들은모호한방법으로등장인물을때로는동물과같이,때로는사람과같이묘사한다.(138쪽)

『장미이야기』는2만2000행이넘는8음절시구의시로,1230년경기욤드로리스가시작하여4000행까지썼던것을1270년경장드묑이완성했다.서술자는우의적꿈의형태로연모하는처녀를상징하는장미를쟁취하는과정을그려나가는데,일반적인견해와달리꿈이거짓이라믿지않는다고주장하며얘기를시작한다.5년전꾸었던꿈이이제실현되었음을근거로제시하면서사모하는여인의마음에들기를바라며그녀에게꿈얘기를바친다.(148쪽)

15세기초반몇해동안장드몽트뢰유는라틴어와프랑스어로된풍자문에서영국인들에게맞서프랑스국왕의권리들을옹호했다.이인문주의선구자들은당장에는결정적인영향을미치지못했다.1450~1470년에이르러서야파리대학에첫인쇄기를설치한기욤피셰가스콜라적글쓰기대신고대의능변으로돌아갈것을주장했다.그러나이미15세기초가되면,13세기에이루어졌던지식의대융합은흔들리고,‘성직자clerc’라는표현이시사하듯교회와의불가분의관계에있던지식인과는다른,보다비판적이고보다독립적인새로운유형의지식인이나타날시기가도래했음을예감할수있었다.(191쪽)

서술장르중에서중세말에비약적으로가장왕성한발전을보인장르는단편소설즉누벨nouvelle이다.15세기중반에나타나는『100편의새로운단편소설Centnouvellesnouvelles』처럼,보카치오의『데카메론』에서마르그리트드나바르의『헵타메론Heptam?ron』의맥을잇는수많은작품들이나타났다.이탈리아의영향은훗날다른문학장르들을섭렵하기전에일찍이단편소설에서나타났다.우화시fabliau의전통을물려받은단편소설은기꺼이추잡한어조를띠는한편,사랑과사회에서여성의위치에대한논쟁적고찰의장을제공했다.(199쪽)

연극뿐만아니라다른문학장르에서도15세기말은그자체로명확한단절을의미하지않는다.대수사파시인들은15세기뿐만아니라16세기의시인들이기도하고,중세적서정장르들은오랫동안숭앙되었다.기사소설들은인쇄업자들에게큰돈을벌어다주었고,『트리스탄』의한이본을썼다고하는리옹출신의작가피에르살라는프랑수아1세에게마치신작인것처럼크레티앵드트루아의『사자의기사』를선사했다.한편몽테뉴는프루아사르를인용하기도했다.이처럼중세는낭만주의에의해발굴된것이아니다.프랑스문학은한번도중세의영향에서벗어난적이없다.(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