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포 산토 (양장본 Hardcover)

캄포 산토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언어만으로는 불행을 완전히 몰아낼 수 없다. 그러나 불행은 언어로만 극복할 수 있다.’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폐허를 걷는 작가
제발트가 남기고 간, 문학을 넘어선 문학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작가 W. G. 제발트의 유고집 『캄포 산토』(2003)가 독일에서 출간된 지 15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저작은 문학-에세이-학술의 경계를 휘젓는 제발트식 글쓰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저작으로 손꼽힌 책이다.
『공중전과 문학』을 번역했던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이경진 교수가 제발트의 정밀하고 명징한 문체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어조와 분위기까지 새겨 옮겼다.
이 책은 장편으로 기획했으나 때이른 죽음으로 완성하지 못한 코르시카 배경 산문픽션 4편, 1975년부터 2001년까지 쓴 에세이 14편을 묶은 선집이다. 산문에서는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의 보이지 않는 문턱을 예민하게 감각했던 화자-작가가 자신의 최후를 예감한 듯,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사는 섬 코르시카로 떠난다. 에세이에서는 제발트가 오랜 시간 천착했던 카프카와 더불어, 페터 한트케, 장 아메리, 페터 바이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브루스 채트윈 등 동시대 작가들이 등장한다. 특히 작가 자신을 평생 휘감았던 주제(산문 장르, 애도와 기억, 파괴의 자연사 등)의 발전 과정이 하나의 해명처럼 드러난다.
저자

W.G.제발트

저자W.G.제발트
오늘날세계적으로가장깊은반향을불러일으키는독일작가중한사람.1944년5월18일독일남부알고이지역베르타흐에서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대학과스위스프리부르대학에서독문학과영문학을전공했고,영국맨체스터대학에서카를슈테른하임연구로석사학위를,이스트앵글리아대학에서알프레트되블린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
이후독일함부르크대학에서오스트리아문학에관한연구로교수자격을취득했고,1988년이스트앵글리아대학독일어문학교수로임용되었다.이듬해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CentreforLiteraryTranslation를창립했다.
1988년산문시집『자연을따라.기초시』로데뷔한뒤『현기증.감정들』(1990),『이민자들』(1992),『토성의고리』(1995)등의문학작품을출간했다.
1990년대후반“오늘날에도위대한문학이가능하다는것을보여주는몇안되는작가”라는수전손택의찬사와함께영어권독자들에게먼저주목을받았다.한편문학연구가로서『불행의기술』(1985),『급진적무대』(1988),『섬뜩한고향』(1991),『시골여관에서의숙식』(1998)등의학술서도꾸준히발표했다.특히전후독일문학의침묵과무능을비판한『공중전과문학』(1999)은독일사회에민감한반응과거센반론을불러일으켰다.
2001년장편『아우스터리츠』를발표하며다시한번문단의열렬한지지를받았으나,그해12월14일영국노리치인근에서불의의교통사고로세상을떠났다.이태뒤유고집『캄포산토』가출간되었다.이책을계기로제발트가장편으로기획했으나완성하지못한코르시카산문픽션들,그리고생전에썼던(페터한트케,페터바이스,장아메리,귄터그라스,블라디미르나보코프,브루스채트윈등동시대작가들을다룬)에세이열네편이처음으로묶여나왔다.
생전에베를린문학상,북독일문학상,하인리히뵐문학상,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하인리히하이네문학상,요제프브라이트바흐문학상등을수상했고,사후에브레멘문학상과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등이수여되었다.

목차

산문
아작시오를짧게다녀오다
캄포산토
바닷속알프스
옛학교교정

에세이
생소,통합,위기-페터한트케의연극<카스파르>에대하여
역사와자연사사이-총체적파괴를다룬문학서술에대하여
애도의구축-귄터그라스와볼프강힐데스하이머
통회-페터바이스작품에나타난기억과잔혹에대하여
밤새의눈으로-장아메리에대하여
아기토끼의아기,아기토끼-시인에른스트헤르베크의토템동물에대하여
스위스를거쳐유곽으로-카프카의여행일기에대하여
꿈의직물-나보코프에대한촌평
영화관에간카프카
스콤베르스콤브루스또는흔하디흔한고등어-얀페터트리프의그림에대하여
적갈색가죽조각의비밀-브루스채트윈에게다가서며
음악의순간들
재건시도
독일학술원입회연설


편집자의말
출전

옮긴이의말|산문의공중부양술
W.G.제발트연보

출판사 서평

미완으로남은제발트최후의문학프로젝트:산자와죽은자가함께사는섬코르시카로떠나다

장편『아우스터리츠』가출간되고얼마지나지않은2001년12월14일,제발트는불의의교통사고로갑작스럽게세상을떠난다.우리에게는그의작품이본격적으로소개되기전이었지만,영어권과독일어권문단에서는열렬한지지를받으며작가로서의명성이절정에오른시기였다.예상치못한작가의죽음을받아들여야했던독자들의참담한마음은지금도여러지면에남아있어,당시의비통한분위기를충분히짐작케한다.
그리고그가남긴글들을정리하는일이시작되었다.특별히,미완으로남은유고들이있었다.1990대중반부터쓰기시작한코르시카섬에대한글로,『아우스터리츠』집필에집중하느라잠시미뤄둔프로젝트였다.
장편으로구상하며관련된온갖자료를수집했던그는1996년부터독립적인단편을하나하나완성해여러지면에발표하기도했다.코르시카프로젝트의일환으로작업해둔발표원고들과미발표원고들은이제연구자들의검토와정리를거쳐한권의책으로묶이게된다.
그가떠난지2년뒤,‘교회묘지’를뜻하는이탈리아어‘캄포산토’라는제목을달고서였다.공교로운사실은제발트가반복해서썼던‘눈에보이지않는연결고리’가이글들에서도의미심장하게드러나고있다는것이다.
그는코르시카고유의장례및매장문화를천착하면서죽은자와함께사는주민들의삶에다가선다.이렇게묶인코르시카를배경으로한이개별글들은새로운면모를드러내면서서로를되비추고해명해준다.
또한여행지에서예상치못한책과의만남(코르시카에서는플로베르의『세가지이야기』),나폴레옹의탄생지코르시카에서마주한예측할수없는역사의흐름,죽음을경험하고애도를표하는방식에대한견문과사유,죽음에대한모호한공포,미래를향한적응을거부하는멜랑콜리,삶과죽음의경계에서길을잃은(사냥꾼그라쿠스를떠올리게하는)배한척,폐허를미처인지하지못한채자라는어린이들……이라이트모티프들은제발트고유의목소리와울림을고스란히선사한다.

에세이스트,문학비평가,동시대문학독자로서의면모:한트케,바이스,아메리,클루게,나보코프,채트윈등‘그’를가리키며‘나’를해명하다

하지만한국독자들에게『캄포산토』의진짜매력은어쩌면다른곳에있을수도있다.이책후반부에서는제발트의‘창작’과불가분의관계에있으면서도국내에는거의알려지지않았던그의에세이세계가집필연도순으로다채롭게펼쳐진다.
물론제발트가비평가적시선을발휘한『공중전과문학』이소개되기는했지만,1988년시작된‘창작’의시기이전에20년가까이독문학자와비평가로서써온글들이전방위적으로소개되는것은이번이처음이다.
알프레트되블린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은제발트는,영국에서오랫동안학생들을가르치고논문을발표하며독문학자로활동했다.그의비평적글쓰기는이른바‘창작’시기에도멈추지않았다.
시론(詩論)의주제는1975년썼던페터한트케의언어극<카스파르>를시작으로,전후문학의경향을비판적으로진단한호명한노사크와카자크,알렉산더클루게,귄터그라스와볼프강힐데스하이머,페터바이스,장아메리,시간의흐름에도바래지않을‘문학’을그리며조명한에른스트헤르베크,카프카,나보코프,브루스채트윈,자신의글쓰기의분기점이되어준화가얀폐터트리프등으로이어진다.
특정작가들에대한인상적인스케치를선보이는이에세이들은같이놓고보면한편의연작처럼느껴질정도로유사한주제를다룬다.모두가제발트특유의멜랑콜리적소묘를통해죽음,망명,우울,애도,기억의문제와씨름하는작가들로새롭게도드라진다.
이런에세이들을통해우리는제발트가뛰어난작가이기이전에얼마나예리한독자이자비평가였는지,또그의작품이이런독서및비평경험에얼마나많이빚지고있는지살필수있다.열네편의에세이에서드러나는바,제발트는일관된문제의식을누구보다도고집스럽게지킨작가였다.
반복하면,그의관심은독일의과거사를위시하여끝없이반복되는폭력과파괴의역사에대한비판적관심,파국의인간사를자연사와불가분의역사로서술하려는태도,파국의재현이떠안아야하는윤리적딜레마에대한고민,기억과애도의불가능성에맞선고통스러운투쟁등이었다.
한편뚜렷한변화도느껴진다.바로문체의변화다.아카데미안에서글쓰기를훈련받으며그가써야했던글은저자를지우고각주를촘촘하게달아전거를내세운학술논문이었다.
그러나25년여의시간이흐르며제발트는우리가그의다른작품을통해익히알고있는그의특유의이야기방식과어조를찾아간다.아마도그는어느때부터인가서술의객관성이라는미명하에‘나’를최대한지워야하는아카데미의글쓰기를갑갑하게느낀듯하다.
그에게는어떠한역사적사실도따지고보면자신의주관적경험과무관할수가없는것인데,기존의역사학이나논픽션서술방식으로는이러한‘연루’를드러내는데뚜렷한한계가있었으리라짐작할수있다.
따라서그의문학의시작점에는자신과동떨어져보이는역사적사실이실은자신과얼마나가까이얽혀있는지를발견하고자각하는현기증적체험이있다.이것은자신의무지와무감함이이모든역사적폭력의원인이라도되는양자책하고괴로워하는제발트의염결한역사의식에서배태된것이다.
따라서그의글쓰기는그가오랜친구인화가얀페터트리프에게배웠다는방법,“얼핏멀리떨어져있을것같은사물들을정물화스타일로그물망처럼엮는방식”의탐구가된다.
이를위해서는현미경과같은정밀한관찰력도필요하지만멀리서두루조망하는조감법도연마해야한다.그래서제발트가모범으로삼은작가들은이른바‘산문의공중부양술’에한번쯤은성공한사람들이다.
이들은이공중부양술의힘으로공중으로떠올라현실에서는가능할것같지않은시선들을훔쳐낸다.그것은육신의짐으로부터해방된혼들의시선이기도하고,세상어디에도뿌리를내리지못하는인간의시선이기도하며,세상의불의를묵묵히내려다보는누군가의초월적인시선이기도하다.
나아가말년에이르면에세이스트제발트는더이상문학작가제발트와구분되지않는다.결국제발트는일찍이어느인터뷰에서밝혔던,“나의매체는소설이아니라산문이다”라는신념을글쓰기안에서실천해낸것이다.
*
제발트가독자에게남긴마지막문학,때이르게끝나버린작가의삶이남긴마지막작품이자영원히미완으로남은세계.『캄포산토』는이사실을의식하지않을수없는책이며,읽는내내우리가잃어버린것에대한비애로가라앉게될지도모른다.
그러나그의마지막인사는우리가죽은이와이별하는방법,그외면할수없는삶의한면을고요히마주할수있도록손을내미는행위이기도하다.그손을기꺼이잡을때그가꿈꾼‘공중으로떠오르듯가벼워지는’문학경험이비로소실현될지도모른다.

[추천의글]

“우리는지금껏위대한문학이라는주장에의심을품어왔고,확실히그럴만했다.하지만제발트의경우이주장은이론의여지가없다.그는진짜위대한작가(였)다.”_존밴빌

“코르시카산문은장편으로완성되지는못했지만출간되어마땅한,제발트가독자에게보내는마지막인사다.……후반부에실린에세이들역시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특히페터한트케,알렉산더클루게,볼프강힐데스하이머,장아메리에게이입해진행한논의에서구체화되는것은다름아닌(비애,기억,파괴를맴돌았던)제발트자신의다큐멘터리미학이다.문학과학문의경계에서떠도는독특한제발트-사운드는문학적인글뿐만아니라학술적인글에서도울려퍼진다.”_타게스차이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