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 | 반양장)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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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통과 아픔 대신, 음식으로 만들어낸 짧은 기쁨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이 전부였던 인문학자 강창래가 암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며 써내려간 메모들을 엮은 책이다. 처음에는 콩나물국이나 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해내고 뿌듯해하는 게 보이지만 어느덧 칼질에 자신이 붙어 아귀찜, 해삼탕 같은 고난도 요리까지 해낸다. 그렇게 탄생한 요리가 60여 가지.

책에 등장하는 메뉴는 대부분 집에서 늘 먹는 밥과 반찬이지만, 만들고 먹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드라마는 특별하다. 병이 깊어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자신이 마음을 다해 만든 음식만 겨우 입에 댈 수 있었던 아내를 위해 요리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를 읽다보면 수시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내를 간호하면서 힘든 하루하루, 낯선 부엌일을 시작하면서 배운 것들, 암 투병이라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쳐가면서 드물게 찾아오는 짧은 기쁨을 길게 늘이고 싶었던 저자가 써내려간 이야기는 언뜻 보면 조리 과정만을 담담히 기록한 레시피 모음 같고, 다음에 하지 말아야 할 실수의 비망록 같기도 하다. 조리 방법과 과정을 자상히 그리고 있어 조리 참고서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지만, 요리 설명도 문학적으로 읽게 만드는 우아한 문장에 실린 요리하는 마음이 언제나 더 크게 와 닿는다.

저자

강창래

저자강창래
오랫동안출판편집기획자로일했고인문학저술과강의를하고있다.1995년전문가투표를거쳐‘한국최고의대중문화기획자(출판부문)’로선정된바있고,2014년한국출판평론대상을수상했다.『책의정신』『인문학으로광고하다』『유쾌한창조』『재능과창의성이라는유령을찾아서』등을쓰고올리버색스의『편두통』을옮겼다.

목차

추천의말
머리말|나는왜이런글을쓰는걸까?

■오늘은같은걸로먹어
무치는마음을닮는나물
집에서만드는‘중국집볶음밥’
오이나물이외로워보여서
웃기는짜장
위로의동태전,그리고감자전
잡채의눈물
쥐똥으로무친냉이나물
그러면됐지,채소수프
바나나는타임머신을타고
웨지감자,민어찜,감자라면,아니식빵에잼
나가사키짬뽕의서론과본론
시간으로만든채소수프
맛난음식의슬픔과기쁨
굴비하세요!
그리운설날떡국
통밀빵과얼그레이밀크잼의위로
콩밥또는콩밥으로끓인잣죽
요리하는걸좋아하세요?
눈처럼하얀밥물과보리차
영양많고약도되는과카몰리
공간이동의기적,돔베국수
오믈렛의비밀

■누구나달달한위로는필요해
매킨토시주스
어느반나절레시피
요리의기원,바질페스토
띄엄띄엄탕수육
아끼다똥된망고주스
두개의도시락
볶음밥이나짬뽕,그리고오믈렛
과욕주스
어제보지못한것
무항생제대패삼겹살의기찬효능
초간단비빔밥
아무래도보리차
휴식을위한세리머니,콩나물국과볶음밥
입맛이없다면,쥐똥고추카레
일회용장갑의기쁨
소고기뭇국,맛있긴하지만
라면vs가쓰오우동
아내가잠깐잠든사이,볶음우동
카르페디엠,해삼탕
멜론사러가는길

■요리하는사람도먹어야지
나를위한잡채밥
대패삼겹살덮밥,서서먹어도제대로
간신히브로콜리크림수프
해물누룽지탕
향기로운된장국과목이해삼볶음
계란탕두그릇
북엇국두그릇
실패한아귀찜,보험의효과
병원가는길
당신은당신이마시는주스

■이러라고그런거였어?
아주쉬운양푼이비빔밥
갈비탕과달걀지단
행복한혼밥
아점식단을조금바꾸며
취나물국수,이러라고그렇게
향기좋은참나물국수
닭다릿살백숙
밤늦게라도좀먹을래?숙주볶음인데
좋아하는아침
오글거리게청승맞은생각
사소한절벽의폭포
처음떠나는혼자여행
스릴과서스펜스의출발
수천만년의기억
산방산계단에서만난석양
몸의기억

출판사 서평

“이토록아름답고눈부시게슬프며놀랍도록담담한요리책이라니,침샘과눈물샘이동시에젖는다.”
-서효인│시인

어떤사람은레시피를읽고
어떤사람은마음을읽는책
부엌일젬병이었던인문학자가부엌에서홀로서기를한다.병석에있는아내는이제어떤음식도제대로소화시키지못한다.그나마입에대는거라곤남편이마음을다해만든요리뿐.고통과아픔대신,음식으로만들어내는짧은기쁨의순간을붙잡아두기위해쓴남편의부엌일기.조리과정만담담히적어놓은일기에왜가슴이자꾸만먹먹해지는걸까?

요리책같으면서도요리책이아닌,음식을말하지만음식만은아닌
암투병중인아내가,부엌일을제대로해본적이없는남편에게요리를부탁한다.아내는병이깊어어떤음식도제대로소화시키지못하고,남편이마음을다해만든음식만겨우입에댈뿐이다.남편은독서와글쓰기가직업인책상물림,요리라고는라면을끓여본것이거의전부였던사람이다.그에게부엌은커다란도전이다.조리대앞에설때마다머릿속이하얘지고,이미해본요리도다시하려면헛갈리고,미리준비해야할것들을빠뜨리기일쑤다.모든것을글로배운사람답게그래서시작한메모,그메모가자라서요리책같으면서도요리책이아닌문학적인에세이가되었다.언뜻보면조리과정만을담담히기록한레시피모음같고,다음에하지말아야할실수의비망록같은데도,읽는이는수시로가슴이먹먹해진다.저자가감추려고애쓰는힘든사연이조금씩비쳐보이기때문이다.

우아한문장에담긴일상음식60여가지의레시피와‘요리하는마음’
그는자신을위한음식은대충건너뛰고말지라도아내를위한요리에는언제나정성을쏟는다.처음에는콩나물국이나볶음밥같은간단한요리를해내고뿌듯해하는게보이지만어느덧칼질에자신이붙어아귀찜,해삼탕같은고난도요리까지해낸다.물론아귀찜의콩나물은아삭하지않고해삼탕은아무래도류산슬을좀닮은것같지만.이책에등장하는메뉴자체가특별한것은아니다.대부분집에서늘먹는밥과반찬이지만만들고먹는과정에서만들어지는작은드라마가늘특별하다.그런요리가60여가지.조리방법과과정을자상히그리고있어‘오늘뭐먹지?’할때힌트를얻거나조리참고서로삼아도무방할정도지만,요리설명도문학적으로읽게만드는우아한문장에실린‘요리하는마음’이언제나더크게와닿는다.

아픔이아닌,음식을통해만드는짧은기쁨의순간들
저자가조리과정을설명하면서가장자주쓰는단어는‘간단하다’이다.읽어보면실제로간단한것은아니다.가령,20여가지의채소를일일이손질해세시간이상곤채소수프를주자아내가뭘로만들었느냐고묻는데그때도그는“간단해”라고대답한다.아마도버거운일을가볍게만들고싶어스스로거는주문,일종의허풍이나농담이리라.그래서더애틋하게느껴질때가많다.저자는슬픔을감춘채우스개를늘어놓기도하면서음식을만들고맛있게먹는순간에아주잠깐떠오르는기쁨을밝게그려내려애쓴다.저자는머리말에서말한다.“암투병이라는끝이없어보이는고통의가시밭길을헤쳐가면서드물게찾아오는짧은기쁨의순간을길게늘이고싶었다.”독자가슬픔보다는따뜻한위로와힘을전해받는느낌이드는것은그때문일것이다.

내색하지않으려애쓰지만어쩔수없이배어나오는슬픔
힘든투병과간병과정을거의말하지않고슬픔도전혀내색하지않지만아픔과슬픔이저절로배어나오는것까지어쩌지는못한다.아내에게남겨진시간은길지않다.아내가먹고싶어하는것이면뭐든만들어주고싶지만늘뜻대로되는건아니다.불시에위기의순간이오고응급실에실려가느라완성된음식을맛보지못하거나요리자체가중단되기도한다.만들다말다해서저자가‘뛰엄뛰엄탕수육’이라고이름을붙인요리는아내가먹고싶어했고자신도그렇게만들고싶어했지만결국만들다만상태로냉장고속으로들어간다.

[책속으로추가]

“요리는좋은재료를고르러다녀야하고,재료를잘다듬어야하고,적당한조리도구를사용해서불을맞추고순서에따라마음써가며음식을만들어야하잖아요.설거지와재료남은것들갈무리하는일도만만치않구요.이걸해보니까손가락이욱신거리고살갗이아파서잠을못자겠던데요.게으른제가어떻게그런일을좋아하겠어요?”
--p.74

돔베국수를먹으며제주도바닷가의그눈부신오후를떠올린다.다시가볼수있을까?먹을거리를내놓다보면젓가락질만봐도마음을안다.이미공간이동한뒤일것이다.
짐작하겠지만돔베국수는국물맛부터특별하다.돼지고기국물에서기름기를거의완전히제거한맛이다.담백하고깊다.향도좋고.그건고기도마찬가지다.된장맛이조금배고잡내가없어서달콤하다는느낌마저든다.그특별한맛이기억속의장소와어우러져기적을일으킨다.
--p.81

완화병동에들어섰을때부터내마음은이미완전히달라져있었다.당장고통스러운것만아니라면,아니혹시조금고통스러울지몰라도먹을수만있다면'먹고싶은것은뭐든'먹게해주겠다고.
투병을위한음식은먹는것부터고통스러웠다.무염무당이라니!그리고동물성식품은모두금지하다니!먹을것도별로없고,맛도없다.그저목숨을이어가기위해조금씩먹어야하는고통은말도못하게컸다.
--p.124

아직초보자라한꺼번에두세가지음식을만들지못한다.한번에한종류를만들어낼수있을뿐이다.다른메뉴를원하는세사람이나네사람을위해음식을만들고,다같이먹게해본적은없다.아내가먹을수있게해주고,아들이먹을수있게해주고,내가먹고(또는생략하고).그동안그랬다.
--p.133

언제부턴가내스마트폰이내지문을거부했다.엄지손가락을아무리‘잘'가져다대어도‘아니'라는것이었다.어쩔수없이패턴으로문을열었지만도대체이유를몰랐다.그때까지만해도부엌일을좀한다고지문이지워지는지몰랐기때문이다.
--p.140

나박김치와해삼탕을쟁반에담아가져다주었다.요즘은내가만든음식을맛보지않고가져다준다.글쎄,꼭자신감때문은아닌데,언제부턴가그런다.그러고나서긴장한다.맛있을까?잘먹을까?조금떨어져서먹는걸지켜본다.
“세상에,너무맛있어!”
그말에온몸이풀어진다.
--p.157

혼자서맛있는밥을느긋하게먹는일은드물다.대개는서서얼른허기를채운다.전에는라면을끓여퍼뜩먹었다.물을넉넉히붓는다.끓으면스프,당면조금,라면,떡을넣는다.적당한때에달걀을하나넣는다.반찬은김치.가끔땅콩조림이나매실장아찌를곁들이기도했지만.대파를썰어넣는다거나‘그런짓'을해본적이거의없다.요즘은혼자먹을음식에도도마와칼을쓴다.대패삼겹살덮밥같은것을해먹기도한다.
--p.167

주스를다만들고마음이언짢다.담아서가져다줄예쁜병이없다.온집안을뒤져보았지만없다.어쩔수없이미운병에담았다.
내일은집에서좀일찍나서서꼭사야겠다.이놈의건망증…스마트폰을찾으러다녔다.도대체어디있는지…겨우찾아서메모를했다.
‘작고예쁜유리병세개.'
그글자들위로아내의얼굴이겹친다.망고주스를마실때눈가를스쳐지나가던순간적인희열과반짝임…얼마만인가,고개를들고애기처럼웃었다.바로이맛이야.살것같아.
이기억도세월과함께바래겠지.지금이아픔과함께.
--p.197

사람은모두가한개의섬이고그사이를오가는배가있다.연락선이수시로떠나긴하지만부탁한마음을제대로전달하는경우가드물다.세월이지나고보면아예선착장에그대로버려진것도눈에띈다.서로의사랑이비껴지나간수십년의세월,섭섭하고미워서화를내고떠나려했던이유가그것이었다니.그연락선은지금도여전히,아마도영원히믿을만하지못하다.그렇다는것을이제는안다.참쓸쓸한일이다.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