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유용주 시집)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유용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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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104 유용주 시집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가 출간되었다. 1991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이후 선보이는 네번째 시집이다.
그간 그는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은근살짝』이라는 세 권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그 마지막 선보임이 2006년의 일이었으니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인 셈. 이 오랜 침묵의 시간 동안 그의 시는 어떤 '살이' 속에 던져져 있었을까.
총 5부로 나뉘어 담긴 58편의 시를 읽어나가다보면 그간 잊고 지내던 시인 유용주의 시 호흡에 어느 순간 박자를 맞추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피와 땀과 눈물처럼, 흐르는 속도 그대로 스미는 온도 그대로 내게로 와 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그의 시편들.
그 빠름과 그 뜨거움 속에 우리를 어지럽게 하고 몸 달구게 만드는 그의 시편들. 그만큼의 솔직함으로 그만큼의 정직함으로 그만큼의 순정함으로 우리를 환호 속에 백기 흔들게 하는 그의 시편들.
이러함의 그러함에는 이유가 하나일 거다. 그에게 시란 곧 삶이며 삶이 곧 시라는 사실! 그러니까 그의 시와 그의 삶이 암수한몸이라는 사실! 특히나 이번 시집에서 그 둘의 끈적끈적함은 극에 달한 듯하다.
시집을 펴내지 못하고 지내온 12년 동안의 그가 여기 고스란히 물에 시멘트 개듯 섞어 이겨져 있기도 한 까닭이다.
저자

유용주

저자유용주는1991년『창작과비평』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가장가벼운짐』『크나큰침묵』『은근살짝』이있다.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찬물먹고숨을쉰다

뻥이라고했다
묵언(默言)
채근담을읽었다
동치미
형제간
눈꽃
고드름
화상
몽정(夢精)
시가내게로안왔다

2부내아이는어디출신인가

개두마리
살을붙여서
동백
수분국민학교

한량
고향
조리사
거머리
선풍기
늦둥이
시골쥐

3부힘들때만쓴다

노루
단부
고욤나무
멧돼지
푸른집푸른알-고산병연구
기름장어
동행
고래
머나먼항해
제삿날
슬픔에대하여
취생몽사
흙비-소설가김지우영전에

4부거기까지갔다왔다

흉터
수용소
아더매치
이것이인간인가
신분사회
당신의참말-노무현대통령추모시
뜨거운사투리-김대중대통령추모시
자화상
평범한악
국가를구속하라
소록도에서
10월
개보다못한시인

5부세상가장낮은말씀이시라

노을
공동묘지
놀양목
노구(老軀)
소한(小寒)
겨울밤
호미

하프마라톤
첫눈

발문|생애가이야기의잔치인시에달하기까지
|김정환(시인)

출판사 서평

'찬물먹고숨을쉰다'라는부제가붙은1부와'세상가장낮은말씀이시라'라는부제가붙은5부에서그는자연을보듯저를보는일에발동을걸고있다.이때의'저'란다름아닌시일것인데그는시를쓰기위해서가아니라시를살기위해내내헤매는형국이다.
“모든노래가한낮그늘인/지금은사라져다시는볼수도들을수도없는”(「뻥이라고했다」)그시를찾기위해그는미친듯이떠들어보기도하고'묵언'을일삼기도하며'채근담을읽'기도하고'동치미'를퍼마시기도한다.
그가찾으려는시는어디에있을까.그가찾으려는시는어떤소리를낼까.그는끝끝내'시가내게로안왔다'고하지만시를찾아헤매는그과정속에서그가보고들은자연의여실함은시이면서도시아닌양툭툭무심히도던져져있다.
그증거들로우리는“이빨물고깨어있는서리꽃을밟”듯앞서가는그의뒤를좇으며내삶을들여다보는느낌을공유하게된다.그래,“나무는원래눈물이많은동물이었다”(「눈꽃」)라는진심은비단나무에게만바치는헌사는아니리라.

'내아이는어디출신인가'라는부제가붙은2부에서그는삶에있어그어떤'고(苦)'의증거들을어머니와아버지와동생들과친구의일화들을통해확인시키고있다.
특히나“어깨가아프다고드라이버대가리로문질러달라고”(「거머리」)하는아내,그아내가“흰머리를뽑아일기장위에쌓아놓고출근을”(「선풍기」)한대목에서자신을'벌레'로지칭하며제살아옴의시간들을반추하고도있다.
그러나“아무것도이룬거없이늙어버”(「거머리」)린그에게가장큰두려움과떨림의존재는아마도딸아이인듯싶다.시집제목이된구절이스미어있기도한「시골쥐」를보면서울변두리에사는딸아이가,“몇겹을덮어도냉골”인방에서“인턴을위해인턴을”다니는딸아이가“서울은왜이렇게추운겨”하고제아버지앞에서만은사투리를숨기지않는대목에서우리역시그들부녀처럼“애꿎은소주병”만절로찾게도되는형국이니말이다.
'힘들때만쓴다'라는부제가붙은3부에서그는제가만나온사람들,이웃이라말할수있는우정어린사람들의인생사를줄기차게담아내고있다.살아있고살아가는사람들이있는가하면죽어있고죽어가는사람들이있다.
찐득찐득한눈물과간질간질한웃음이반에반씩교차되어있는터라그자체로'생'의비유가되어주는한부이기도하다.그가운데삶과죽음은영원한단절이아니며이둘이어떻게이어지는지를시인이몸소실천해보이는과정속에아름다움이만져진다.
예컨대이런대목이랄까.“시빼놓고는성한곳이한군데도없는영근이형이결국의식불명으로중환자실에입원했다는소식을듣고상추씨를뿌렸다//병원비가무서워서(그것보다는병원은아예관심밖이었을거라)병원문턱한번제대로밟아본적없는시인들의생활에대해화를낼수도없어땅을파고쑥갓씨를뿌렸다”이렇게그는누군가의죽음을두고호박도심고가지도심고고추모종도심는사람,그렇게세상을연둣빛으로순환하게하는시인.

'거기까지갔다왔다'라는부제가붙은4부는비유컨대아무리껴입어도해소가안되는,우리현대사의'추위'라할수있는온갖사건사고들앞에분노하고있는시인유용주의맨얼굴이그대로노출되어있다.
그뿐이랴.우리현대사를그어떤겉옷없이맨몸으로통과해야했을시인유용주의맨주먹이고스란히뻗쳐있기도하다.그래서시인은끝도없이자문한다.“이것이인간인가”그는덧붙인다.“사람이짐승보다무서웠다//인간관계를끊었다//비로소숨통이트인다/비로소사람이짐승으로보인다”고.
그런가운데시인은2014년4월16일이후제자신을'개보다못한시인'이라칭하기시작했다.“세상모두가잠든한밤중/하느님뒤척이며침흘리는순간에도어김없이짖는”(「개보다못한시인」)개새끼처럼제자신이처절하게깨어있지못하다고느낀탓이다.
시인은그날이후소리없이세월호를살아냈다.어쩔수가없는노릇이었을거다.시인의눈이그자체로시를긁는갈퀴인데눈을떠도눈을감아도제앞에도통설명불가한세월호가매순간둥둥떠있었을테니말이다.
그는“거기까지갔다왔”으나“세월호얘기는함부로하지말자”(「평범한악」)고말한다.죽어도죽지못하는삶,죽어도살지못하는삶,그삶의도통알수없음에대해서는보다신중해질필요가있다는판단에기인한듯하다.
그가찾으려고했던시,그가살아내려한삶,대체그는무얼얻으려이한권의시집속에제헤맴을부끄럼도없이그대로쏟아냈을까.
“농부만큼바보가어디있겠습니까.손해나는장사를하는사람이몇이나있겠습니까.질줄알면서도싸우는선수가어디있겠습니까”(「당신의참말-노무현대통령추모시」)라는대목에서감히정답을찾은듯도하다.
그렇지,그'사람'.사람속에서사람을찾는일,결국그것이유용주시인이평생몸이되려했던시와삶의평생숙원이아니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