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소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소설)

$13.50
Description
7편의 소설을 통해 독자를 내내 불편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다!
한국문학의 대표 이야기꾼 이기호가 《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한정희와 나》를 비롯해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에 최종 후보작으로 오르는 등 발표 당시부터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던 7편의 소설을 통해 ‘당신의 환대는 정말로 환대받는 상대방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환대를 베푸는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인가?’ 묻는다.

중고나라에서 자신의 장편소설을 염가 판매하고 있는 ‘제임스 셔터내려’에게 모욕을 느껴 그와 만나는 ‘이기호’의 이야기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는 《최미진은 어디로》, 어느 날 ‘나’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건너편 야산에 “103동 502호 김석만씨는 내가 입금한 돈 칠백만원을 돌려주시오!”라고 적힌 대자보를 들고 조용한 시위를 하는 권순찬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왜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 착하고 애꿎은 사람들끼리 서로를 부끄러워하고 상처 입히게 되었는지 뼈아프게 돌아보는 소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등 그 어느 때보다 본격적으로 써내려간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저자의 소설에는 으레 흔하고 약간은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곤 했다.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작정하고 평범해서 쉽게 잊힐 것만 같은 이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미진, 나정만, 권순찬, 박창수, 김숙희, 강민호, 한정희라는 이름, 이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연상하는 것밖에는 다른 무엇을 떠올릴 수 없는 고유한 존재들을 통해 우리는 왜 유머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 왜 고통을 당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하고 규명하고자 한다.
저자

이기호

1972년강원도원주에서태어나추계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명지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9년현대문학신인추천공모에단편「버니」가당선되어등단했다.짧은소설『웬만해선아무렇지않다』,『세살버릇여름까지간다』,소설집『최순덕성령충만기』,『갈팡질팡하다가내이럴줄알았지』,『김박사는누구인가?』,『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장편소설『사과는잘해요』...

목차

최미진은어디로_7
나정만씨의살짝아래로굽은붐_35
권순찬과착한사람들_69
나를혐오하게될박창수에게_105
오래전김숙희는_169
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_205
한정희와나_237

김형중의해설?다시,‘환대’에대하여_273
이기호의말_295

출판사 서평

이기호5년만의신작소설집
제17회황순원문학상수상작「한정희와나」수록

『김박사는누구인가?』이후5년만에펴내는이기호의신작소설집.“정확한실패”라는“현재가장절실한문학의윤리”를숨김없이드러내보였다는평을들으며황순원문학상을수상한「한정희와나」를비롯해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김유정문학상등유수의문학상에최종후보작으로오르는등발표당시부터평단의높은평가를받았던소설7편을모았다.이번소설집에서는한국문학의대표적인‘유머리스트’라는그간의평가를뛰어넘어웃음기를조금거두고,이세계에서유머를잃지않고살아가기란왜어려워져버린것인지특유의속도감있고재기넘치는문장으로들여다보았다.

유머를잃지않기란도무지어려워진세계를살아가는
나와당신과우리의‘이름’을부르는다정하고의뭉스러운목소리

2006년에출간한소설집『갈팡질팡하다가내이럴줄알았지』의‘작가의말’에서이기호는“작정하고‘내’이야기들”을썼다고했고,이전소설집인『김박사는누구인가?』의‘작가의말’에서는“이제겨우타인에게눈을돌리기시작”했다고말했다.그리고이번소설집에이르러서작가는그어느때보다본격적으로“고통받는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썼다.
이기호의소설에는으레흔하고약간은촌스러운이름을가진인물들이등장하곤했는데,이번소설집에서는작정하고이런평범해서쉽게잊힐것만같은‘이름’들에대해이야기한다.7편의수록작각각에새겨진최미진,나정만,권순찬,박창수,김숙희,강민호,한정희라는이름을통해,그러니까이이름을가진누군가를연상하는것밖에는다른무엇을떠올릴수없는‘고유한’존재들을통해우리는왜유머를잃은채살아가고있는지,왜고통을당하고도부끄러움을느끼며살아가야하는지질문하고규명하고자한다.아이러니하지만‘나’라는,‘소설가’라는,‘이기호’라는작중인물을앞세워서말이다.7편의작품들은이것이소설인지에세이인지,실재하는소설가이기호의말인지작중인물이기호의말인지헷갈릴정도로작가자신에대한이야기들같지만,오히려그간의작품들에비해좀더‘우리’의이야기에가깝다.
지난몇년사이우리는고통스러운사건들을경험했다.‘용산’이나‘바다’‘침몰’같은특정단어만들어도연상되는어떤사건들을통해감내하기힘든슬픔을느꼈고,그사건들을막아내거나그사건들로부터누군가를지켜내지못했다는‘부끄러움’을느꼈다.「나정만씨의살짝아래로굽은붐」에서용산참사에대해취재중인‘소설가’가현장에있었던크레인기사가아닌현장으로출동하지못한기사를만나는것도이러한부끄러움때문일것이고,(아마도)이번소설집에서이기호식유머가가장잘살아있다고할수있을「최미진은어디로」의화자‘이기호’가느끼는부끄러움도마찬가지다.‘중고나라’에서자신의장편소설을염가판매하고있는‘제임스셔터내려’에게모욕을느껴그와만나는‘이기호’의이야기가우스꽝스럽게그려지지만,결국은이런수상한시절에도자신을방어하는데만급급한스스로에대한부끄러움이그가모욕을느낀진짜이유일것이다.「권순찬과착한사람들」의대학교수이자소설가인‘나’의경우도그렇다.어느날‘나’가살고있는아파트단지건너편야산에“103동502호김석만씨는내가입금한돈칠백만원을돌려주시오!”라고적힌대자보를들고조용한시위를하는‘권순찬’이나타난다.권순찬은아파트단지주민들에게어떠한요구를하거나피해를입히지않지만,주민들은시간이지날수록점점더그의존재를지겨워한다.급기야순수한‘근린애’로십시일반모아전달한칠백만원을그가거절하면서권순찬은눈엣가시같은존재가되어버린다.어쩐지세월호이후의사건들이연상되는일련의과정을통해왜정작비난받아야할사람이아닌‘착하고애꿎은’사람들끼리서로를부끄러워하고상처입히게되었는지뼈아프게돌아보는소설이다.남편을살해한‘김숙희’에대한두편의연작(「나를혐오하게될박창수에게」「오래전김숙희는」)에서는부끄러움이살인의동기가되기까지한다.그런데이기호는여기에한가지질문을더한다.

모욕을당할까봐모욕을먼저느끼고되돌려주는삶에대해
당신이타인을환대할때환대받는타인의감정에대해
우리는왜애꿎은사람들에게화를내는지에대해

이기호의소설은“읽는이들을불편하게하고,또부끄럽게”(‘김형중의해설’)만든다.그것은바로‘당신의환대는정말로환대받는상대방을위한것인가,아니면환대를베푸는당신자신을위한것인가?’묻기때문이다.누군가를환대했다고믿는사람들을뜨끔하고뜨악하게만들기때문이다.「권순찬과착한사람들」의‘나’가권순찬을두고“안타깝지만성가신것”이라고고백하는장면은차라리솔직하기때문이다.「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의‘강민호’는아내와후배인‘윤희’에게두루친절했고,그의친절은결국엉뚱한오해를불러윤희를히잡안에가두지만강민호에게는그환대의기억조차남아있지않다.「한정희와나」의‘나’역시초등학교시절의아내를맡아키워줬던‘마석엄마와아빠’의손녀‘한정희’를아무런조건없이환대한다.‘마석엄마와아빠’가무조건적으로아내를환대했던것처럼.그러나‘나’는‘정희’가학교폭력의가해자가되고그럼에도부끄러움없는태도를보이자폭발하고만다.‘나’가정희에게보인환대에는‘폭력’이나‘뻔뻔함’같은예상치못한요인들은포함되어있지않았기때문이다.이런방식으로소설은계속해서되묻는다.‘정말로무조건적인환대는가능한것인가?’
독자를내내불편하게하고고민하게만드는이질문은예외없이‘이기호’자신에게도향한다.‘어떤사건과마주했을때나는실제로행동할수있을것인가?무조건적인환대가불가능하다는걸깨닫는것이소설의역할은아닐까?’보너스트랙처럼실린,한편의소설이라해도좋을‘이기호의말’에이러한작가적고민의흔적이좀더솔직하게드러나있다.

5년만에돌아온이기호에게‘한국문학의대표이야기꾼’으로서의면모를재확인하는일은어렵지않다.한결같이아내를환대하고성실하기까지했던남편‘김준수’를오로지자신의수치심때문에살해한아내‘김숙희’의감정을헤아리고수긍하도록만드는능력은흔한것이아니기때문이다.다만이전소설들에서였다면슬랩스틱에가깝도록소란스럽거나우스꽝스럽게그려졌을법한장면들에의도적멈춤이느껴진다는점이사뭇다르다.이기호소설의미학을‘유머’라고했을때의아할수도있는일이지만,이멈춤의순간은태연하게일상을살고‘유머’를말하는일이어려워져버린지금소설이할수있는일이과연무엇인지다시금생각해보게만든다.그리고‘평범한사람들’‘고통받는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줄곧써온그가왜새삼그들의이름을일일이호명하고,그들사이로몸을부대끼며들어갈수밖에없었는지생각해보게만든다.그리고또등단19년차인이기호의소설이단한순간의머뭇거림도없이계속해서더나은방향으로나아갔다는사실을떠올려보면,여기실린7편의소설들에다시금고개가주억거려질것이다.



자네,윤리를책으로,소설로,배울수있다고생각하나?
책으로,소설로,함께부끄러움을느낄수있다고생각하나?
내가보기엔그건거의불가능한일이라네.
불가능하다는것을깨닫는것.그것이우리가소설이나책을통해배울수있는유일한진실이라네.
이말을하려고여기까지왔다네.
진실이눈앞에도착했을때,자네는얼마나뻔하지않게행동할수있는가?
나는아직멀었다네._‘이기호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