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 달린 책 (양장본 Hardcover)

지느러미 달린 책 (양장본 Hardcover)

$12.50
Description
세상을 유영하며 모든 것에 깃든 비밀과 암호를 탐색하다

출렁이는 바다엔 지느러미 달린 책들이
하늘엔 구름의 그림책이 펼쳐져 있어
사막엔 바람의 책과 모래의 책들이
서로 책장을 넘겨 주고
낮에도 불 켜진 도서관 한구석엔
읽은 책을 탑처럼 쌓아 놓고도
또 책 속에 코 박고 있는 늙은 학자의
피곤한 안경이 보여
풀밭에서 책 덮고 잠든 소녀 이름은 뭘까
정말 신나는 여행이야
책은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주거든

_[책장의 귀] 부분

지느러미를 살랑이며 물의 리듬을 따라가다 수초 틈새로 고개를 내민 누군가를 만나는 일. 사막의 바람이 되어 모래 모양으로 장난질하다 낙타의 등허리를 스치기도 하는 일. 한곳에 가만있지 못하는 달의 꽁무니를 쫓아 고양이 눈동자에 빠지는 일. 그러다 바퀴 달린 운동화를 갖고 싶은 아이의 하소연에 맞장구쳐 주는 일. 『지느러미 달린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넉넉히 겪게 되는 일.
세상 모든 것의 페이지마다 신비와 비밀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시인은 ‘밤의 암호를 읽는 아이’가 되어 세상 모든 것이 보내는 부호를 해석해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저자

강기원

저자강기원
어린시절,동물을좋아하는부모님덕분에많은동물들과함께살았다.성인이된후남아프리카공화국에머무는5년동안동식물에대한관심과사랑이아주많아졌다.동식물에대한동시가많은이유이다.지은책으로시집『고양이힘줄로만든하프』『바다로가득찬책』『은하가은하를관통하는밤』『지중해의피』,시화집『내안의붉은사막』,동시집『토마토개구리』『눈치보는넙치』가있고,2006년제25회김수영문학상수상,2014년제1회출판놀이‘주머니속동시집’공모에당선되었다.

목차

제1부|너만알고있어.사실나,

달속의말
꽃사슴숲
낙지다리
호랑각시
눈표범
다문꽃
푸른고등어
걸을래요?
부레옥잠

제2부|세상에단하나뿐인멋진기린이라고

꼬마우주인
내기린에게
새벽지바르는날
생각의자
낡은구두
김을재우다
양말한짝
새우야,허리를펴라
지리산의기지개
뽀드득오리얼굴
구름과아이

제3부|느낌표처럼서서나는

쌍봉낙타
겨울흰뺨검둥오리
병아리가태어날때
갸웃갸웃

달팽이똥그림
바위도서관
우리사이
꽈악꽈악꼬집었어
돌편지
밤의암호
몽고반점
나비의힘

제4부|그마음,나도이해해


몸살
돌고래잠
귓바퀴대신
아기염소의반찬투정
눈싸움
뱀꿈
꼬리물기
떡보의노래
기러기가되고싶은거위
책장의귀

해설|유강희100

출판사 서평

무작정‘달’을향해달려가는우직함,강기원의‘시힘’
1997년[요셉보이스의모자]외4편으로작가세계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2006년『바다로가득찬책』으로김수영문학상을받은강기원시인.시인에게동시는첫사랑이었다.시를쓰기오래전부터동시의땅에뿌리내린시심은2014년동시전문지『동시마중』에[쌍봉낙타]와[대눈파리]를발표하며큰숨을내쉬었다.‘시론도특별한시작법도없이그냥무작정달을향해달려가는우직함’,시인은자신을[달속의말]에등장하는얼룩말에빗댄다.시의힘은그얼룩말의뼈마디마디에스미어있다.

얼룩말한마리
사자에게쫓겨달리고달리다
얼룩옷이벗겨졌네그런줄도모르고

얼룩말은아니,
흰말이된얼룩말은
달리고달려달까지닿았네
그런줄도모르고

얼룩말이었던흰말은여태달속에서달리고있네
달속이사바나인줄만알고
자신이여태얼룩말인줄만알고……

[달속의말]전문

얼룩말이무서운사자에게쫓겨달리고있다.급기야아슬아슬지구의중력을벗어나달에이른다.거기서그치지않고무중력―상대적이긴하지만―속에서도달린다.(중략)희화화된이무한달림은,그래서아프다.하지만계속달리고달려마침내달리기전의얼룩말과달리고있는흰말은분명질적으로다른말(언어)이되었다.그경계의지점에서나오는분광이이번동시집을아름답게채색한다._유강희(시인)

끊임없이시인이달리는건그자체만으로경이로운아이들과5년간남아프리카에거주하며만난야생의생명들,하지만그가장처음으로거슬러올라가면걷지도말하지도못한채17년을살다간동생과의시간이가슴에굳은살로박였기때문이다.

내기린에게노래를가르쳐줄래
길고긴목으로
노래할줄모르는기린에게
신나는노래를

내기린에게우는법을알려줄래
아무리슬퍼도,화나도
울지않는기린에게
시원한울음을

그러고는
귓속말로얘기해줄래
‘넌세상에단하나뿐인멋진기린!’이라고

녀석이긴목늘어뜨려
내입가까이귀를대준다면말이지
아니,내가기린만큼키가큰다면말이지

_[내기린에게]전문

꽃사슴한마리에게서벋어나가는수만갈래의우주
중력과무중력의경계를무너뜨리는‘우주동심’과‘갸웃갸웃’의연금술

꽃사슴한마리가
뿔이멋진꽃사슴한마리가
숲속에떠억서있는다면

가는발목에서뿌리가벋어
사슴나무가될지도몰라
무성한가지가자라
직박구리가둥지를틀지도몰라
점박이새알속에서
아기새가태어날지도
목청좋은새울음소리에
새벽잠든이슬이
쿵!굴러떨어질지도
그소리에새벽숲이
번쩍!눈을뜰지도

뿔이멋진꽃사슴한마리가
숲속에떠억서있기만해도말이야

_[꽃사슴숲]전문

꽃사슴한마리가서있기만해도점박이새알속에서아기새가태어난다.사슴가지처럼뻗어나가는수만갈래의우주.그앞에선우리는도무지발을뗄수가없다.한존재가가진질량의크기에번쩍!눈뜨게하는이토록다감한언어.나그리고내앞의너를경외의눈으로바라보게하는마법같은순간.어쩌면꽃사슴은이렇게속삭이고싶은건지도모른다.당당해져도좋아,라고.얼마간새벽숲에발이붙들렸던우리는모퉁이를돌아,전설처럼한밤에히말라야로날아가버린눈표범과만날수도있다.

눈이펑펑내려
아이들은모두눈사람을만들었지만
난눈표범을만들었어
처음엔눈고양이였는데
굴리는동안
표범으로자라났어
여기저기흙덩이가끼어들어
점박이무늬도생겨났지
길고두툼한꼬리를만들어주었더니
얼굴을묻고잠드는거야
녀석의잠이깰까
발걸음도조용히방으로들어왔는데
·
·
·
아침에나가보니
감쪽같이사라져버렸지뭐야
녀석이야행성이란걸깜빡한거지
밤새눈보라속을달려히말라야로가버렸나봐
작별인사처럼붐바한덩이남겨놓고
날듯이가버렸나봐

_[눈표범]전문

모퉁이저편무엇이있을지어떤일이기다리고있을지기대하며걷게되는세계.도처에흩어져있는수수께끼를모으고,이름의기원을탐색하고,일상을간질여서얻은웃음과서사로가득한『지느러미달린책』.시인은아이들에게원하는곳어디든데려다주고어떤비밀이든펼쳐보여주는책의탑승권을선물한다.그것은바로호기심.유강희시인은이것을‘갸웃갸웃의마술’이라고말했다.이갸웃갸웃의마술로우리는벽지에막혀나오지못했던벽의목소리를들을수있고,거위털파카의솜털은왜자꾸빠져나오는지,몸살이오면다리는왜무거운지,쌍봉낙타의혹엔무엇이있고침대밑고랑내나는양말짝은무엇이될지,할머니의등은왜능선처럼굽었는지그비밀을알게된다.

강기원시인에게‘천진성의회복’은부단히어린이(동심)로돌아감을뜻하고,어린이는‘푸른별’에서온어린우주인을의미한다.그렇기에시인에게동심은곧우주어린이의마음을일컫는다.이를간단히줄이면‘우주동심’쯤되겠다.시인의이러한생각이중력과무중력의경계를무너뜨리는동심의연금술로드러난다.이번동시집에서어렵지않게그러한동화(童?)를곳곳에서발견할수있다._유강희(시인)

마음을달래주는다락방같은시와그림
비밀한세계를유영할지느러미를달아주는동시집
시인은놀이와유희로서의동시를잊지않으려고한다.어린시절,화나거나숨고싶거나심심할때면한참을머물다내려오곤했던다락방처럼마음을달래는동시,뜻밖의보물과비밀을발견하는기쁨을선물하는동시,온갖잡동사니와버리지못한장난감,그림일기처럼유년의기억들을고스란히간직한동시.시인은자신의동시가어른들에겐그런기억들을소환해주고,어린독자들에겐계단이있는다락방그자체여서마음껏놀다갔으면좋겠다는바람을담아책장의귀를가만히쥐여준다.

시마디마디를섬세하게그려낸김소라화가의그림에는울퉁불퉁한마음을골라주는힘이담겨있다.공기의숨결이감도는나무숲,신비한일이벌어지는겨울밤,산을삼킨쌍봉낙타…….시어와행간이화가의손끝에서녹아풀어지며또다른우주로벋어나간다.
시와그림이세상을유영할지느러미를달아줄『지느러미달린책』은낯설고신기한그리고때론친밀한대상속에서비밀을발견하는즐거움을안겨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