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옐로 (장이지 시집)

레몬옐로 (장이지 시집)

$12.00
Description
비성년의 끝나지 않는 입사식
잔존하는 빛으로, 눈-빛으로 그린 지금과 우리와 나
문학동네시인선 106번째 시집으로 장이지 시인의 『레몬옐로』를 펴낸다. 2007년 첫 시집 『안국동울음상점』을 시작으로 2011년 『연꽃의 입술』, 2013년 『라플란드 우체국』에 이은 그의 네번째 시집이다. 자신만의 시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고 변주하며 써온 시인이자, 『환대의 공간』, 『콘텐츠의 사회학』, 『세계의 끝, 문학』 등의 연구-비평서를 펴내며 당대의 문학장을 가장 명민하게 조명하는 비평가이기도 한 장이지. 작금을 둘러싼 사건들, 그리하여 동시대 작가들에게 내려앉은 분위기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공감하고, 촘촘한 글로 풀어내는 일에 앞장서온 시인에게 두 글쓰기가 별개는 아닐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한국 시와 한국문학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을 생생하게 감각하기 위해 우리는 그의 렌즈를 통과한 세상을 좀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신작 시집 『레몬옐로』에는 잔존자, 부재하는 사람, 결락된 사람 들을 비롯, ‘비성년’ 화자로 대표될 법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어딘가 멜랑콜리하지만 어딘가 장난기가 다분하기도 한 시인의 페르소나들을 만나기 앞서 ‘시인의 말’을 살펴봐주시길 권한다.

역사가 끝나도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오던 빛, 장대비가 내리던 날의 제 창문에 비친 빛, 이번에는 그것을 ‘레몬옐로’라고 불러봅니다. 투명해져가는 몸을 끌고 용케도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지만,
여러분, 저는 ‘그 빛’에 이른 것일까요?
_시인의 말에서
저자

장이지

저자장이지
2000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안국동울음상점』『연꽃의입술』『라플란드우체국』,평론집으로『환대의공간』『콘텐츠의사회학』『세계의끝,문학』등이있다.김구용시문학상,오장환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제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조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군대이야기-플랫
자장가
자해-유령
키메라-유령
지박령(地縛靈)-유령
좀비일기-유령
십이면상(十二面相)-유령
대니보이
누워있는개
꿈의상자
암시-플랫
관통당한사람-플랫
밤의세계관
전전(轉轉)
신들의집-우리의시대착오
인형은웃는다-놀이공원
산사람과그을린돌?4?3유족회고에서
언덕위외딴집
유리벽?플랫
롼링위(阮玲玉)
April

2부

월훈(月暈)
시칠리아노-유월
하늘색습작
남겨진나날들-권태
세피아빛-이중섭
들판에서있는소-이중섭
후일무엇이될것처럼-이중섭
연지구(?脂?)

커피포트
최소한의사랑-권태
수유리흰달
벽공무한(碧空無限)
꽃제비
종로오가-황인찬에게
청년들을위한예비군입문-권태
용문객잔-연남동
카스트
플라나리아
보이지않는꽃
일회용라이터
흡혈귀불충분

3부

표정
낭독
무교회
청첩장
어느날치모
웃는악당
미인
두개의장소
벼룩시장-부끄부끄부띠끄
등뒤의허밍?열세살문제
중경삼림(重慶森林)
암내
졸업선물
오후의빛
페르소나
제자
중2의세계에서는지금
낙화유수(落花流水)
변명
내가코피를쏟으면
개복치를살려라
가파도
레몬옐로
남천(南天)

Link

출판사 서평

“역사가끝나도시간이흐른다”는문장을한사람의세계(=역사)가끝이나도세상의시계는무연히흐른다는것으로바꾸어말해볼수도있지않을까.시인은이를‘신기한일’이라표현하며‘투명해져가는몸을끌고용케도여기까지왔다’고말하는데,그가투명해져가는몸으로,눈앞의신기한일을펼쳐보이는것이바로우리가맞이할시집『레몬옐로』의요체가되리라는것.
장이지시인의이러한시선은1부에배치된플랫연작과유령연작을통해잘발견할수있다.시간이지나면더단단해지고,흔들림없는어엿한사람이되리라는예감-기대-통념과달리“그는점점희미해져간다.다른게아니라바로그것이슬픈것이다.”(「지박령-유령」),“유령따위는되고싶지않은데,(…)‘나여기있어요.’”(「자해-유령」),“나의생각은컨베이어벨트를타고가는사이에다듬어져원래의개성을잃는다.나는범용해진다.”(「암시-플랫」),“나는관통당한사람이라고”(「관통당한사람-플랫」)낮게읖조리는화자가우리의시선과옷자락을잡아당기기때문일터.
그때도,지금도아닌시공간에붙박인듯한장이지의비성년화자들.어른일수도어른이아닐수도없는,자라지않은채로자라나버린사람들.세계속에서점점투명해지고범용해지는시대의초상들을유령-견자라고이름붙여도좋지않을까?시인은이유령-견자를앞세워애써미화하지도,엄살부리지도,눈맞춤을피하지도않은채오롯하게세계를담아,그려낸다.시인이써내려가는치열한무력에,그럼에도직시하며써내려가는시편하나하나를함께호흡하다보면,사점을지나러너스하이가찾아오듯,이것은나의이야기,라고되뇌며온통마음을빼앗기게되는순간을맞이하게될것이다.
시집은총3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유령’과‘플랫’연작을중심으로그의렌즈를통해시로써내려간시론(時論)의모음이다.2부는장이지시인의소년성이한껏만개하는자리라고소개하고싶다.마치애니메이션이나RPG게임의주인공처럼독백하기도,“후일무엇이될것처럼까불고다녔다”고말하기도하는화자들은발화의표면아래깊은페이소스를감추고있다.3부는장이지만의독특한서정과노스탤지어를만끽할수있는아름다운시편들로가득하다.과거와현재의중첩으로직조한이미지와이야기를좇다보면우리는시인의세계에한발짝더가까워지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마지막을장식하는「Link」역시빼놓을수없다.시집의4부라고말해도좋을「Link」는『레몬옐로』에등장하는주요시어를시인이직접가나다순으로풀어놓은백과전서형식의글이다.이를해설로때로는시작노트로받아들여도좋겠다.시인의민낯을발견하는기쁨과더불어「Link」로인해시인과우리가아주조금은이어져있다는결속감을느껴볼수도있을것이다.

장사에재주가있으면또몰라도
더이상나는올곧게살아갈수가없다.
세상의흔한일로눈이붉어지고,굽은등으로운다.
_「플라나리아」부분

시인의멜랑콜리는결국‘정직’에서오는것이아닌가생각해보기도한다.세상을올곧게살아야한다는선언이아닌,섣불리희망을노래하는것이아닌,에두르거나결락하지않는견자의시.무엇보다피하지않는정직한눈으로세계를직시하고그려내는자의멜랑콜리.그리하여,그럼에도아름다울수있다는것,차라리그것이아름다움이자시라고말하는듯한장이지의시.이는어쩐지또다른‘투명함’을떠오르게도하지않는가?시인이전하는“때때로다른‘나’들이평행세계의전신기술로타전하는소리”에귀기울이다보면,우리역시투명한빛,어쩌면시인이동경해오던그『레몬옐로』라는빛을함께쬐는순간에다다라있을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