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이스마일 카다레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인형 (이스마일 카다레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어머니는 인형처럼 한없이 가볍고 유약하며
영원히 해독 불가한 존재였다
세계문학의 거장 카다레가 최초로
고백하는 ‘나의 어머니’

때로는 그의 인생을 힘겹게 만든 모든 것이 나의 창작에 요긴하게 쓰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는 그가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부러 자해를 택한 거라 여겨질 지경이었다. _본문에서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알바니아의 대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자신의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유년기를 중심으로 한 자전소설을 발표했다. 카다레 가문으로 갓 시집온 어머니의 새신부 시절 모습부터,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의 고부 갈등, 자신과 어머니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특유의 위트와 냉소로 재구성해나간다. 『인형』은 알바니아어와 프랑스어로 2015년 출간된 작가의 신작으로, 어느덧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던 나이에 이른 이스마일 카다레가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 고향 알바니아에서의 자신의 청년기와 함께 핏기 없는 ‘인형’ 같았던 어머니의 일생을 되돌아본다.
열일곱의 나이에 시집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묵묵히 고부 갈등을 겪어내고, 언젠가 아들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며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던 일 없던 어머니가, 어느 날 스스로 시어머니 자리에 올라 아들의 혼처를 구해오며 아들과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대작가를 키워낸 어머니의 삶은, 또 그 아들이 그려낸 어머니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

이스마일카다레

저자이스마일카다레Isma?lKadar?
1936년알바니아남부지로카스트라에서태어났다.티라나대학교에서언어학과문학을공부했고,모스크바의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수학했다.1963년발표한첫장편소설『죽은군대의장군』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이후카다레는『돌의연대기』『꿈의궁전』『부서진사월』『누가후계자를죽였는가』『광기의풍토』등많은작품을통해신화와전설,구전민담등을자유롭게변주하며암울한조국의현실을우화적으로그려내는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독재정권아래놓여있던알바니아에서몇몇작품은출간금지라는수난을겪기도했지만,그럼에도카다레는전제주의와독재체제를고발하는날카로운시선을잃지않았고,특유의풍자와유머로우스꽝스러운비극,기괴한웃음을만들어내며세계적인작가로입지를굳혔다.
카다레는독재정권이무너지기직전프랑스로망명해지금까지파리에서왕성한작품활동을펼치고있다.1992년프랑스의문화재단에서수여하는치노델두카국제상을수상했고,2005년제1회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받았다.2009년에는스페인의권위있는문학상인아스투리아스왕자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

목차

인형7
옮긴이의말193
이스마일카다레연보201

출판사 서평

한시대를대표하는대작가가마침내털어놓는
어머니에대한,어머니를향한차갑고도뜨거운최초의고백

프랑스망명후3년이되던어느날,이스마일은어머니의임종이임박했다는연락을받고,아내헬레나와함께즉시고향알바니아로향한다.어머니를간호하기편한친척집으로직접안아옮겼다는외사촌은어머니가꼭종이로만든인형처럼가벼웠다는말을누차전한다.인형놀이를하던어린딸들이인형에대고“할머니”하고부르던장면이그의머릿속을스친다.하기야“어머니는걸음뿐아니라모든게가벼웠으니까.옷도,목소리도,한숨까지도.”그렇게이스마일은생기없는‘인형’같았던어머니를회상한다.

청년이스마일의눈에어머니는늘“목탄이나연필로그려놓은사람”,혹은비밀이나수수께끼를품고있는새하얀얼굴의가부키배우들같아보였다.여간해서는속내를드러내지않고항상가면을쓴듯한창백한얼굴.그에게어머니란그저두꺼운외피에싸여알수없는미지의존재,“영원히해독불가한존재”일뿐이었다.‘어머니’하면으레떠오르는“모성특유의냄새와푸근함”같은것들은찾아보기쉽지않았지만,어머니가무정하다거나“차가웠다는말을하려는것이아니다.어머니는더할나위없이다정했다.”

친구이자시인안드레이보즈네센스키의말처럼,이스마일카다레는마침내어머니라는“이해하기가장힘든존재”를조금더이해해보고자,이제영영좁힐수없을것같은먼곳의어머니의삶을재구성해나간다.하지만어머니의지난날을향한눈은그의아들이아닌,언제나날카로운통찰과냉소를잃지않는작가‘이스마일카다레’의서늘한시선과오히려더닮아있다.소설속에서카다레는‘어머니’라는호칭을생략한채,어머니를‘인형’이라고지칭하며오랜시간애증의관계로살아온어머니,평생자신의목소리를낼줄몰랐던,유약하고한없이가벼웠던어머니에대해냉철하고건조하고,때로는유머러스한어조로이야기해나간다.

부모의결혼전친가카다레가家와외가도비가의미묘한신경전혹은자존심싸움에서부터,얼굴도모르는사람과약혼을했다가정혼자를착각하고까무러칠뻔했던어머니의웃지못할사연,자존감으로충만해졸작에가까운습작품을써내던청년이스마일의일화등이카다레특유의위트와유머로그려진다.특히깐깐한카다레가문의엄숙하고삭막한저택에시집을온후아들에게“이집이나를잡아먹어.”털어놓던어머니의말은어린이스마일에게는피가얼어붙고,시간이흐른뒤에도소름이끼칠만한일이었다고작가는고백한다.

특히카다레집안의‘재판’장면은먼이국알바니아의이야기가아니라그시절우리주변에서흔히일어나던일이라는착각이들만큼우스꽝스럽고낯설지않다.할머니와어머니의갈등이깊어질때면그의집에서는일종의재판이벌어졌는데,고부사이의갈등을중재하기위해아버지는스스로재판관으로나섰다.카다레는사태를악화시키기만했던아버지의재판을두고아버지가“대대로법조계에몸담은집안출신이면서도고작법원경위에머문한하급공무원의못다이룬꿈의성취욕구”를실현한것이라묘사한다.

할머니와재판외에도많은것들이어머니를괴롭게했다.집안에고립된채존재감없이살아가던어머니와달리,세상에밝은친척이즈미니코코보노는매번어머니를찾아와이간질했고,자신의권위를재건하려는듯집의보수공사에만매달리던아버지때문에가세가점차기울었다.하지만그중에서도아들이스마일이자신의존재를지워내는일,유명한작가가된그에게버림받는공포가‘인형’을가장힘들게했고,어머니는아들에게수시로자신의존재를,아들의애정혹은신뢰를확인받고싶어했다.하지만이스마일의눈에어머니는바보같기만했고,그럴수록연민에서기인한화가솟구쳤다.

모자는어떤경계양편에각기서있고,아들이보기에어머니에게월경이란끝내버거운것이다.젊어서는똑똑한시어머니에비해서도열등한존재였던어머니는나이들어가면서는많이배운신세대아들에게도툭하면무시당하며,그사실을엄중히받아들여아들과의결별에대한공포에시달린다.결코넘을수없는경계저편에존재하는아들이자신을버릴거라는공포.하지만무시하고막말을해어머니를울리기일쑤이던아들은,결국자신에게가장소중한문학재능과자신이누리는자유의근원이어머니에게있다고털어놓는다.어머니를더자라지않는열일곱소녀로설정함으로써그를글쓰기에이용했다는자각을통해,그리고“우리둘사이의오해가나를전혀속박한적없고,오히려그어떤앎보다나에게이로웠다”는,어머니의지위를단숨에훌륭한문학가를낳은기원으로격상하는절절한고백을통해.
_‘옮긴이의말’중에서

카다레의소설답게개인의갈등뿐만아니라당시사회의갈등이나변화도곳곳에드러난다.제이차세계대전,친척의지인으로등장하는엔베르호자의긴공산독재기,스탈린의죽음,공산권의분열등격변하는시대상과사회상이한가족의일대기에스며들어있다.또한이스마일카다레라는한작가를형성해가는그의유년기와청년기의경험들이가족이라는가장내밀한시점에서드러나며,그의작품세계를이해하는데결정적인역할이되어준다.
작가자신도미처깨닫지못했던자신의어머니에대한감정들을독자와함께깨닫는순간,그감정의온도차를자각하게되는순간똑똑하지만미숙했던과거의한청년,그리고세계적반열에오른대작가의진심은더큰울림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