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잃어버린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80
Description
폐허가 된 과거에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한 사람의 잃어버린 거리, 잃어버린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열 번째 장편소설 『잃어버린 거리』. 저자의 작품활동이 무르익기 시작한 80년대, 즉 1984년 발표된 작품으로, 1988년 책세상 출판사를 통해 《더 먼 곳에서 돌아오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맨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리고 2018년, 그동안 저자의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문학동네에서 보다 산뜻하고 새롭게 번역을 다듬고 옷을 갈아입혀 현재의 독자들과 만난다.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앰브로즈 가이즈는 7월의 어느 일요일, 이십 년 만에 파리를 찾는다. 그는 자신의 여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어릴 적 발부받은 남색 표지의 프랑스 여권을 떠올린다. 분명 한때 프랑스인이었을 그가, 호텔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운전사가 프랑스어로 말을 걸까봐 겁을 내고, 공항에 도착해 프랑스어 말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모국어가 낯설어질 정도로 그는 아주 어릴 적, 아주 오래전 프랑스를 떠났던 걸까?

편집자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문득 자신이 스무 살 때까지 죽 이곳에 살았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편집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의 사연이 새겨진 이 도시에, 폭격을 피해 모두가 떠나버린 듯한 텅 빈 도시에 며칠 더 머물기로 마음먹는다. 옛 추억을 더듬던 그에게 찾아드는 파리의 수많은 거리와 반딧불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얼굴들……. 이제는 아무도 남지 않은 폐허와 같은 공간으로 돌아와 그토록 망각하려 애쓰던 지난 시절을 되살려내려는 것일까? 그가 빛나는 청춘을 함께 보냈던 수많은 인물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저자

파트릭모디아노

저자파트릭모디아노PatrickModiano
1945년불로뉴비양쿠르에서태어났다.열여덟살때부터글쓰기를시작해1968년소설『에투알광장』으로로제니미에상,페네옹상을받으며화려하게데뷔했다.『외곽순환도로』로1972년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대상을,『슬픈빌라』로1976년리브레리상을,1978년에는『어두운상점들의거리』로프랑스의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공쿠르상을수상했다.발표한전작품을대상으로2000년폴모랑문학대상,2014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주요작품으로『청춘시절』『추억을완성하기위하여』『팔월의일요일들』『신혼여행』『도라브루더』『신원미상여자』『작은보석』『한밤의사고』『혈통』『잃어버린젊음의카페에서』『지평』『네가길을잃어버리지않게』등이있다.

목차

잃어버린거리_009

옮긴이의말-밤의어둠저편에떠오르는성(城)_241
파트릭모디아노연보_265

출판사 서평

“그시절파리는내심장의고동과일치하는도시였다.”

노벨문학상수상작가파트릭모디아노
잃어버린시간과공간,그리고‘나’를찾는절망적탐구

모디아노의소설은나직하고끊어져쉬는데가많은옛노래,지금은다잊은줄알았다가도다시들으면가슴속저깊은곳에서마음의현이오래오래진동하는,그런노래와도같다._옮긴이의말

무수히변주를거듭하면서도끊임없이독자를사로잡는
인상주의화풍의모디아노소설

바스러지는과거,잃어버린삶의흔적으로대표되는생의근원적모호함을탐색해온현대문학의거장,노벨문학상수상작가파트릭모디아노의열번째장편소설『잃어버린거리』가문학동네에서새롭게출간됐다.『잃어버린거리』는파트릭모디아노의작품활동이무르익기시작한80년대,즉1984년발표된작품으로,1988년책세상출판사를통해맨처음국내에소개되었다(『더먼곳에서돌아오는여자』).그리고2018년,그동안모디아노의다양한작품을꾸준히선보여온문학동네에서‘현재’의독자들의감각에맞춰보다산뜻하고새롭게번역을다듬고옷을갈아입혔다.

“파트릭모디아노의소설은인상주의화가들의그림과닮은데가많다”고번역자김화영교수는말한다.사물보다빛의역할이점점중요해진인상주의처럼,모디아노의소설에서는인간의행위보다그를둘러싼시간과공간이중심이되는경우가많다.같은대상을각기다른시간에반복하여그리는행위를통해항상변하는빛그자체를그리려노력했던인상주의작가들처럼,모디아노또한비슷한방법으로시간과공간을포착해내려한작가라고할수있다.그의많은작품속에서인물의행위는시간의힘을드러내고,삶을담는그릇,공간을드러낸다.소설속수많은고유명사들은“영혼의주름주름에은연중살며시,그러나깊숙이스며들어떨”리고,그떨림이소설이라는아름답고슬픈공간을완성한다.

모디아노의많은작품이언뜻엇비슷해보이면서도,오랜시간이흐르도록저마다마력과도같은고유의힘을갖는이유는모디아노가“어떤장소의형언하기어려운분위기를살려내는천재”(옮긴이의말)이기때문이다.독자는그의소설을읽을때마다“모디아노특유의나직하고억제된슬픔의목소리가만들어낸세계”(옮긴이의말)에어느새깊이빠져들게된다.제각각오묘한매력을발산하는인상주의회화작품처럼모디아노의소설이오랫동안끊임없이수많은독자들을매료해온것도바로그런이유에서일것이다.

희미한거리거리를순례하며소생시키는빛나는청춘의공간
무너져버린폐허속에남겨두어야했던‘나’를찾는먼여행

7월의어느일요일,영국국적의한남자가프랑스입국을앞두고세관검사대앞에줄을서서기다리고있다.그는자신의여권을물끄러미바라보다문득어릴적발부받은남색표지의프랑스여권을떠올린다.분명한때프랑스인이었을그가,호텔로향하는택시안에서운전사가프랑스어로말을걸까봐겁을내고,공항에도착해프랑스어말소리를듣는것만으로도이상한기분을느낀다.모국어가낯설어질정도로그는아주어릴적,아주오래전프랑스를떠났던걸까?

그러나파리시내로들어온그에게이도시풍경은조금도낯설지않은듯하다.샹페레시문,말제르브대로,카스틸리온가街,튈르리공원,콩코르드광장,루아얄다리……그는한눈에이모든지명을자연스레떠올리고,오히려세세하게달라진거리의모습을찾아낼만큼이도시를또렷이기억하고있다.다만그는센강건너편자신이어린시절을보낸지역은둘러볼엄두조차내지못하고발길을돌린다.

“인생이란앞뒤로이어진여러주기들의연속이랄까요……그래서이따금‘출발점’으로되돌아와보기도하지요.파리에돌아오면서부터이제앰브로즈가이즈는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는느낌이에요.”(25쪽)

그는영국에서앰브로즈가이즈라는이름의추리소설작가가되었다.여덟편이나되는시리즈물을여러나라에번역출간할만큼작품은성공을거두었고,드라마제작판권등계속해서새로운계약을맺기위해그는파리에돌아온것이다.편집자를만나계약서에사인을하고이야기를나누던그는문득자신이스무살때까지죽이곳에살았음을고백한다.그리고편집자의만류에도불구하고,젊은시절의사연이새겨진이도시에,폭격을피해모두가떠나버린듯한텅빈도시에며칠더머물기로마음먹는다.

호텔로돌아온장데케르는이도시에살았던자신의유일한흔적이라할수있는공책한권을펼친다.그리고그안에서옛친구다니엘드로크루아의편지를발견한다.우연히산소설뒤표지에서그의사진을알아보고십년전출판사를통해보내온편지였다.로크루아는그의독자가되었다며영국으로건너가작가앰브로즈가이즈로서새로운인생을시작한그를축하했고,그의과거에대해서침묵하겠다는의미심장한말을덧붙인다.

지금까지이곳에서는그누구도당신이앰브로즈가이즈가되어있다는것을모르오.프랑스의어떤계몽철학자가말했듯이“우리들은종종어떤침묵덕분에살아가고있소.”나의침묵을믿어의심치마시오.(37쪽)

다니엘드로크루아의편지를통해독자는이십년전장데케르라는이름의스무살프랑스청년이어떤특별한사연을안고프랑스를떠나자신의과거를지운채앰브로즈가이즈라는영국작가가되었음을짐작한다.하지만장데케르는아이러니하게도자신의소설속에서만큼은과거파리에서의경험과그곳에서알고지낸인물들을등장시킨듯하다.로크루아는소설속자신을닮은인물을언급하며‘자신은아직소설속그변호사처럼자살하지는않았다’는말을편지에적었다.그리고그편지를받고오년이지난어느날,앰브로즈가이즈는로크루아의자살소식을접하고,다시오년후이곳파리에서또다시그신문기사조각을발견하게된다.

그는자신의소설에서처럼스스로생을마감해버린옛변호사친구다니엘드로크루아생각을떨치지못하고,이십년전장데케르가되어과거에누비던이도시의거리거리를순례하며자신의과거를추적해나간다.그리고옛추억을더듬던그에게파리의수많은거리와얼굴들이찾아들고,반딧불처럼나타났다사라진다.

이십년전청춘의시절,장데케르에게어떤사연이있어“돌아오게되리라는생각은못한채”떠나버렸던,이제는아무도남지않은폐허와같은공간으로돌아와그토록망각하려애쓰던지난시절을되살려내려는것일까.그가빛나는청춘을함께보냈던수많은인물들―다니엘드로크루아,기타바티에,베르나르파르메르,탱탱카르팡티에리,조르주마요,헤이워드부부,뤼시앵블랭과카르멘블랭―은모두어디로사라져버린것일까.그가그잃어버린시간,잃어버린공간속에서찾아내려하는것은결국‘장데케르’라는자기자신뿐인지도모른다.

모디아노의작품속에서공간은놀랄만큼자세한반면시간은매우흐릿하고불확실하다.
모디아노는거리를거닐고모든것을관찰하고기록하며
기억이라는자신만의영역에서그스스로수사관이된다._베르나르피보(문학평론가,공쿠르상심사위원)

모디아노는초기작에서부터한결같이‘아이덴티티’에천착해왔다.‘나’의정체를묻는집요한질문은추리소설적인흥미를불러일으키며독자의관심을잡아둔다.다만범행동기나,범죄자를쫓는보통의추리소설과는달리,추적의대상은잃어버린시간과공간속‘나’의아이덴티티인것이다.『잃어버린거리』역시‘나’의아이덴티티를탐구한다.소설속장데케르라는화자역시“스스로수사관이되어”“기억이라는자신만의영역에서”과거를추적한다.

“당신의인생초년기를지켜봐온그모든사람들이차츰사라져가고있어요.당신은아주젊을때그사람들을알게되었지만그들은그때이미인생의황혼기였으니까요……”(163쪽)

이탐구의과정은시간의파괴력때문에곧잘‘절망적’인것이된다.이십년전과크게달라지지않은파리라는동일한공간에서앰브로즈가이즈는문득장데케르의모습을추적하기시작한다.하지만현재와과거라는두시점사이에는이십년이라는긴세월이가로놓여있고,그의잃어버린과거에대해증언을해줄수있는사람조차남아있지않은삭막한도시에서이거리를건너지르는행위는때때로현기증을일으킬만큼아득하다.

[책속으로추가]
밖에,저뜰의철책뒤에는알마광장,그리고내가오후줄곧정처없이걸어다니다앉아있었던카페테라스.나는이도시와나를혼동하기시작했다.나는저나뭇잎이었고빗물로번들거리는도로에비친그림자였고웅성대는목소리였으며거리의저수십수백만개의먼지들중하나였다.(154~155쪽)

그시절파리는내심장의고동과일치하는도시였다.나의인생은그도시의거리에새겨질수밖에없었다.나는그저혼자서기분내키는대로어슬렁거리며돌아다니기만해도행복했다.(170쪽)

그리고‘아침에일찍일어나야지’라는말이그떠도는미국자동차안에서는기이하게울렸다.나는밝은대낮에만나는헤이워드부부,푸케,그밖의모든사람을상상하기가어려웠다.그들은새벽의첫서광이밝아오기만하면분명자취를감추는것이었다.대낮에뤼도푸케가무엇을하겠는가?그리고장테라유는?그리고마리오P.는?파바르는?그리고회색눈의그의아내는?마치,그시절에이미그들이유령에지나지않았던것처럼,나는그들을오로지밤에만알아볼수있었다.(213~2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