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랑과 상실에 관한 포토 에피그램)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랑과 상실에 관한 포토 에피그램)

$15.50
Description
슬픔을 품는 따뜻한 얼음의 메시지
힘내라는 한마디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는 공감의 시선
헤르츠티어라는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는 사진으로 글을 쓰고, 글로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뜻하는 독일어 ‘herz’와 짐승을 의미하는 ‘tier’의 합성조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의 동명 소설(『마음짐승』) 속 한 문장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낮에는 문학편집자로, 퇴근 후에는 길에서 사진 줍는 사람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길 위의 성실한 관찰자로서 우리 삶의 비의와 사랑, 슬픔이 맺혀 있는 인상 깊은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왔고, 그라폴리오 스토리전 Vol.1에 참여해 석 달간 첫 사진전을 갖기도 했습니다. 바라보는 순간 대상에 깊이 공감하고 멀찌감치 떨어졌다가 한순간 아예 그것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그의 포용적인 시선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고 모호한 것을 선명하게 묘파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무심히 흘려보낸 우리 일상의 순간들이 그의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됩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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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헤르츠티어

안면도에서태어나고자랐다.열다섯살때길에서일회용카메라를주우며처음으로셔터란걸눌렀다.책이좋아서책을좇았고글과이미지사이에존재하는사람으로살고있다.이따금바람을음표삼아작곡을하고영상을찍는다.겨울을좋아하고첫눈이내리면여전히가슴이쿵쿵뛰는사람.2017년네이버프로젝트꽃그라폴리오스토리전Vol.1을통해첫사진전을가졌다.무심한일상에반격하고싶어사진을줍고,낯모르는당신의곁을자주기웃거린다.

목차

프롤로그

F1.4절벽에매달린나의밤으로
바라보니함께눕고싶었다|수도꼭지|블랙박스|별들은벌써잠이들었다|해시태그(#)|프리허그|아무도오지않는다|나무뒤에숨어서|밥은먹고다니니|애도일기|얼음:예쁘고차가운꿈|눈을뗄수없었지|이것은시간의주검이다|나를부끄럽게할셈인가요

F2.0추억은무례하다
꿈의기록|향|몸보다마음이먼저예감했던|그마저잘안되었다|비행의이유|나의유년|안면도安眠島|귀신도도깨비도없었다|개들의묘지|고수의칼맛|추억은무례하다|눈을살해하다|꿈속거기

F3.5다가가이름을부르자그별은금세졌지
처음부터없었던것처럼|너는네가오고싶을때온다|저위에별하나박겠다했지|숫눈에새긴기억|모두길이었다|물위의만종|일방통행로|투명한울음|너도세입자나도세입자|가면생각|스완네집쪽으로|생채기

F4.5어젯밤그자리엔아무도없었지만
한걸음이물음이었고|그밤을나는잊지못하지|그늘의저편|악몽|명치끝이아프다|힘이솟는다|감금된생|친구|가위|너의이름은|너는공중을잃었다|당신의무늬

F5.6네가거기있어서,나도거기있었다
누가버린꽃|봄밤소묘|아이는개의등을만지며|곁|사진은기억한다|바람의일생|아저씨,왜우세요?|부부유친|이상상이저물지않는한|우리를다녀간감에대하여|석류|엄마,나를놓지말아요|그숲에버리고온숨이있다

F6.0슬픔의중력
좋은포옹의한예|길고양이의말|아직도밤이무서워요?|개인적설화|종이배접기|삼십년이집에돌아왔다|대출상담|사랑혐오에반대함|조금무서운꿈을꾸었을뿐|태풍은좋겠다|파업이밥이다|집은가장먼곳이었어|영목항갈매기|세상에믿을건자기뿐이라는그를|당신의잠|슬픔의중력|생애첫눈을맞은개에게

F7.1밝은방
밝은방|닭과나|고래의눈|분홍이|어찌저를버리시나이까|별주부유언|Thehorseonthewall|위안의감각|착한풍경|저녁의이음표|하늘빛허공에눕다|누가떨어뜨린잉크자국처럼|구렁이|중력|꽃길로나아가소서

F8.0사랑장례식
사랑장례식|두사람|답장:목련에게|한쪽눈으로걷기|그토록익숙했던것이|어떤기도문|저의자|그것이면되었지요|맹인악사|피그말리온|환상의빛|저숲에누가있다|이따금소금먹은안개가혀에닿았다|흰빛,적막한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다친것들끼리무심히눈을마주치는순간의
꼭짓점들에대해나는말하고싶었다.”

나아가기위해머물러야하는불가피한슬픔
다가가는문장,물러서는사진으로재현한사랑과상실의감각
네이버그라폴리오인기작가헤르츠티어첫사진에세이
『처음부터없었던것처럼』

“놓치고흘려보낸내마음이,글쎄여기그만
우리들사랑으로있더라!”_김민정시인

사진에세이『처음부터없었던것처럼』은앞으로나아가기위해머무를수밖에없는불가피한슬픔에대해이야기하는책입니다.부제에서엿볼수있듯한세계를이루는사랑과그세계가일순사라져버렸을때의상실의감각이주를이룹니다.누구나느끼는감정이면서또쉽게공유할수없는아픔인상실감과슬픔에대해말하는것이,어둠속을더듬어빛을찾아가는사진의원리나과정과비슷하다고작가헤르츠티어는말합니다.

“그럼에도말하고싶었다.바라보고싶었다.다친것들끼리무심히눈을마주치는순간의꼭짓점들에대해나는말하고싶었다.당신이속한어둠이란단지무채색이아니라,갈등하는수많은총체로서,그한가운데를통과하는일이이제는새로운빛을더듬는과정이길바랐다.한장의사진이그렇게완성되듯.”_‘뒤표지’에서

*

어릴적죽은개를밭에묻어주고그개가고추나토마토가되어다시돌아오길바랐다(‘프롤로그’)는헤르츠티어의순박한감성은살아오는동안경험해야했던사랑과이별,상실의반복과누적속에서조금씩다른색깔을띠게됩니다.여덟살때시작된자살자유가족으로서의삶,그리고그죽음에대해말할수없었던부끄러움과막지못했다는죄책감,빈자리를끌어안은채성장해야했던그는,옆에있었던소중한존재들이하나둘자신을떠나가는과정을묵묵히지켜보며차라리슬픔을외면하는방법을택합니다.그러나마음만경직될뿐슬픔은좀체흘러가지않습니다.롤랑바르트는『애도일기』라는책에서사랑하는마망(어머니)을잃은자신의슬픔에대해말하고싶지않은이유가그것이문학이돼버릴까봐,라고말한적이있지요.자신의슬픔을들여다보기란거장에게도무척어려운일이었을겁니다.

상실과고통의감각에예민해진헤르츠티어는어른이되면잘떠나보내고잘기억할수있을줄알았던일들이만만치않음을깨닫고이따금속수무책이되었다고고백합니다.어느날은그슬픔을흘려보낼강물을스스로만들고싶어양파껍질로눈을문질러보기도하고(‘투명한울음’),좀더튼튼한자아를가진다른사람이속에들어와며칠만살아주었으면(‘너의이름은’)하고바라보기도합니다.또한잘잊히지않는기억속뼈아픈순간을떠올리다그때로돌아간듯잴수없는박자로가슴이뛰는가하면(‘그밤을나는잊지못하지’),더이상둘사이에존재할수없게된‘사랑’이라는언어의죽음을기리며상실감으로부터벗어나려는노력을단편소설로풀어내기도하고(‘사랑장례식’),세상의아이들절반이죽어도슬픔을허락지않는세상이바로여기(‘꿈속거기’)라고씁쓸하게털어놓습니다.

*

“나는우리사회가더많이사랑하고상실의슬픔을인정하고장려하는분위기가되길바란다.사랑뿐아니라그슬픔역시누구에게도해롭지않다고믿기때문이다.”_‘프롤로그’에서

*

이책은총8부로구성돼있고,슬픔의다섯가지극복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를본문구성으로취합니다.기본적인의도를반영한것일뿐도식적으로분류하지는않았습니다.그러므로반드시순서대로읽어야할필요는없습니다.자기만의순서를만들어보는것도이책을음미하는한재미가될것입니다.본디마음의흐름에는각자가편차가있고정답이없으니까요.
차례번호로붙은F1.4,F2.0,F3.5……에서F는렌즈의조리개값을의미합니다.가령우리가흔히‘아웃포커스’라고부르는F1.4의눈은초점이닿은대상에만집중하며그너머는보지못합니다.조리개값이커질수록‘나’(카메라)의초점범위는넓어지며주변을살피고관계의맥락속에서자신의현재를확인하게됩니다.
카메라속으로들어간작가는,사이를응시하고깊이를재고한발뒤로물러나는한쪽눈으로(‘한쪽눈으로걷기’)다치고버려지고아파하는것들에시선을둡니다.어둠의한가운데를가로지르며얼마안되는빛을찾아조금씩더듬어나갑니다.그는자신이직간접적으로경험한사랑과상실의감각에집중하며세심한언어로그것을재현해내는데,조색(調色)의과정처럼실제와상상이뒤섞입니다.가슴속깊은데를건드리는그의벼려진언어는그자체로이미지가되어풀어집니다.
제목에서도짐작할수있듯그것은대체로애도감수성에향해있으며아울러우리삶의쓸쓸함과온기에대해서도긍휼한시선을잊지않습니다.가령그는자신을꿰뚫은슬픔의얼굴을응시하기위해애써강한척하거나속깊은척하지않습니다.슬픔은다친자의권리라고당당하게부르짖는가하면어느날밤기습하는쓸쓸함에기꺼이자신을내어주기도합니다.
삼십년이지나도여전히완결되지않은긴애도의삶속에서그가사진을만나몰입하게된것은어쩌면당연한일일지모르겠습니다.‘모든사진은죽음을기억한다’는수전손택의말을굳이인용할필요는없지만,참견처럼여기에놓아두고싶네요.

*

이따금오래전에찍은사진파일들을열어보다그낯섦에잠시고개를갸웃할때가있습니다.분명내가찍은사진인데,왜찍었는지기억이나지않거나이제는별감정없이볼수있게된게낯설기도합니다.장면을포착해셔터를누른나,사진속대상과교감하며셔터를눌렀던나는지금의나와전혀다른존재인것만같습니다.작가이자미술평론가존버거는모든사진에는내레이터가있다고말합니다.무심히찍은한장의사진에조차촬영자의시선이있고,그순간의교감이담겨있다는것인데요.나와함께있었던연약하고무상한존재들의숨을기억하는방식,그것이사진예술의한특성이기도할것입니다.헤르츠티어의『처음부터없었던것처럼』은곁에있을땐있음을보고,없을땐그없음을보려고애쓴사진에세이입니다.그리고이책은당신의무채색슬픔에기꺼이함께물들고싶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