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내게 무해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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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모두가 지나온, 한 번은 어설프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
《쇼코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2년 동안 한 계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에 소설로써 응답해 온 저자가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매만지며 퇴고해 엮어낸 소설집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어떤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과거를 불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지기 전의 삶이 가난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대에게 몰두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과 위선으로 이별하게 된 지난 시절을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담을 그린,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그 여름》과 악착같이 싸우면서, 가끔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지나가는 밤》 등의 작품이 담겨 있다.
잊고 있던 어떤 풍경을 우리 앞에 선명히 비추는 소설들 속에는 미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마음 안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잦아드는 흔들림이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을 마주한다는 건 미련이나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용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미숙함 탓에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

최은영

삼색고양이의날에태어나삼색고양이와고등어고양이와함께사는소설가.타고난집순이지만매일장기간의세계일주를꿈꾼다.여행,글쓰기,고양이,바다,친구,잠을좋아한다.콤플렉스와약점이라고여겼던것들의힘으로살아가고있다.

1984년경기광명에서태어났으며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3년부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쇼코의미소』『내게무...

목차

그여름
601,602
지나가는밤
모래로지은집
고백
손길
아치디에서

해설│강지희(문학평론가)
끝내울음을참는자의윤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미숙했던지난날의작은모서리를쓰다듬는부드러운손길

『쇼코의미소』의작가최은영신작소설집
2017젊은작가상수상작「그여름」수록


진심을꾹꾹눌러담은문장으로“인간에대한이해가깊은소설을쓰는작가”(소설가김연수),“재능있는작가의탄생을알리는소설집”(소설가김영하)이라는평을받은강렬한데뷔작『쇼코의미소』출간이후2년만에두번째소설집을선보인다.2016년12월,그해나온국내외소설을대상으로소설가50인이뽑은‘올해의소설’에선정되는등문단과독자모두에게뜨거운지지를받아온『쇼코의미소』는10만부돌파라는경이적인기록을세웠다.신인작가의첫소설집에대한대중의관심은지금도여전히현재진행형이다.이러한사실이작가에게는커다란부담으로작용하기도했을터.한인터뷰를통해“소설이더발전하는건헛된기대라고생각하지만지금보다노력은더많이하고싶어요.(…)오래쓰는작가가되고싶어요”라고밝힌것처럼,이젊은소설가는2년동안한계절도쉬지않고꾸준히소설을발표하며자신을향한기대와우려섞인시선에‘소설’로써응답했다.그렇게발표한일곱편의중단편소설을다시처음부터끝까지꼼꼼히매만지며퇴고한결과물이『내게무해한사람』이다.
특정한시기에여러번듣게된노래에는강력한인력이있어그노래를다시듣는것만으로도당시의기억이함께이끌려나온다.『내게무해한사람』에실린일곱편의작품은재생버튼을누르는순간잊고있던어떤풍경을우리앞에선명히비추는,한시기에우리를지배했던그런노래같은소설들이다.그렇게불려나온풍경의한편에는시간의흐름에따라자연히멀어진사람들―그시절엔붙어다니는게당연하고자연스러웠던친구와연인,자매와친척들―이자리해있고,다른한편에는그런시간의흐름에도마모되지않은마음이박혀있다.아니,더정확히는오해와착각,독선과무지로멀어지게된한시절이담겨있다.최은영은이미숙했던과거를회상하는인물들의내면을비추며,그안에서거세게일어났다잦아드는마음의흔들림을섬세하고정직하게써내려간다.그리고그들을통해우리는,과거는완료되는것이아니라현재의위치에서끊임없이재조정되며다시살아나는것임을,기억을마주한다는건미련이나나약함에서비롯되는것이아니라단단한용기에서나오는것임을알게될것이다.

“넌누구에게도상처를주지않으려하지.
그리고그럴수도없을거야.넌내게무해한사람이구나.”

시간이흐른뒤에야제대로마주하게된그시절과
시간이흘러도사라지지않고남아있는그때의마음
그단단한시간의벽을더듬는사이되살아나는
어설프고위태로웠던우리의지난날


이번소설집의제목인‘내게무해한사람’은“넌누구에게도상처를주지않으려하지.그리고그럴수도없을거야.넌내게무해한사람이구나”(「고백」)라는문장에서비롯되었다.고등학생때만나단단한울타리안에서내밀한감정을공유하며가까워진미주와진희.미주는진희가타인의감정에예민하기때문에자신을포함한누구에게도상처를주지않을거라고,진희가어떤사람인지자신이잘알고있다고여기며그사실에안도한다.그러나이어지는문장은이안도와행복이얼마나허약하고오만한인식위에세워진것인지드러내며‘내게무해한사람’이라는제목의의미를다른각도에서조명한다.“미주의행복은진희에대해아무것도알지못했기때문에가능했다.진희가어떤고통을받고있었는지알지못했으므로미주는그착각의크기만큼행복할수있었다.”
그시절행복할수있었던건상대의고통을외면했기때문이라는자각.지난시절을회상하는인물의목소리가쓸쓸하게들리다가도,돌연자기자신을몰아치듯엄정한태도를획득하게되는건이때문이아닐까.즉최은영의소설에서인물들이과거를불러내는건단순히아름답던그시절을추억하기위함이아니다.시간이지나고나서야깨닫게된어떤진실을제대로마주하기위해서다.지난시절을낭만화하지도,자기자신을손쉽게용서하지도않아야도달할수있는이깨달음은이번소설집곳곳에서마주할수있다.
소설집의문을여는「그여름」은사랑에빠지기전의삶이가난하게느껴질정도로상대에게몰두했지만결국자신의욕심과위선으로이별하게된지난시절을뼈아프게되돌아보고,「모래로지은집」의화자는이십대의한시절을공유했지만끝내멀어져간이들과의이야기를들려주며,단순히시간이흘렀기때문에자연스럽게헤어지게된것이아니라고,그헤어짐의원인은자신에게있을지도모른다고고백한다.
그러나이런자각앞에서도우리는끝내따스함을느끼고위로를건네받게되는데,그건우리모두한번은어설프고위태로웠던그시절을지나왔기때문일것이다.미숙함탓에상처를주고받기도했지만,사람에게서만받을수있는위로가있다는것을,‘나를세상에매달려있게해준다는안심을주는존재’역시그시절그사람들이었다는것을인정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

앞으로함께성장해나갈,
우리세대의소설가를갖는다는것


레즈비언커플의연애담(「그여름」),억압적인가부장적분위기속에서자라온두여자아이의이야기(「601,602」),악착같이싸우면서,가끔은서로를이해하면서어린시절을보낸두자매의이야기(「지나가는밤」)등『내게무해한사람』에는다양한관계,특히여성들의관계가집중적으로그려져있다.여성들의사랑,자매간의애증,숙모와조카의연대등여성과여성이,또는여성과사회가맺는다양한관계의모습을통해우리는따스하고섬세한문장들사이사이에가로놓인여성문제,계급문제,억압적인남성중심적인문화의문제또한확인할수있다.
너무뜨겁지도차갑지도않은,사람의체온과꼭같은온기로,타인의고통에도자신의감정에도무감각해진우리의마음을뒤흔들고끝내우리를위로하는작가최은영.『내게무해한사람』은이런우리에게필요한소설가가등장했음을보여주는,앞으로도우리와함께호흡해나갈젊은소설가가존재함을알려주는귀중한사례에해당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