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복원전문가의 일과 예술, 그리고 인생 이야기)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복원전문가의 일과 예술, 그리고 인생 이야기)

$16.50
Description
천년 예술에서 시간의 퇴적층을 만날 때 우리는 순간에서 영원을 체험한다!
복원전문가의 일과 예술, 그리고 인생 이야기

이한열의 운동화부터 올덴버그의 〈스프링〉까지, 링컨 대성당에서 광화문 이순신 동상까지…
시간에 풍화하던 예술을 복원하며 남긴 마음의 기록

한국에서는 아직도 낯선 분야인 복원가의 작업과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한 책이 나왔다. 보존복원전문가 김겸의 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했던 광화문 이순신 동상,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다. 김겸은 로댕,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안젤름 키퍼,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백남준, 권진규, 이성자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복원했을 뿐 아니라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와 문익환 목사의 피아노 등 다양한 근현대 기록물도 복원했다. 모두가 숨 가쁘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재빨리 폐기 처분하기 바쁜 시대에 가까이는 수십 년, 멀리는 수백 년 전 태어난 작품을 붙잡고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그의 손길이 특별한 울림을 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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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겸

한국에서미술사와미술비평을전공하고일본과영국에서보존복원을공부했다.일본기비조각수복소,삼성문화재단보존연구소에서연구원으로일했다.이후국립현대미술관작품보존팀팀장을거쳐지금은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를운영하며가르치는일을함께하고있다.로댕,마르셀뒤샹,살바도르달리,안젤름키퍼,헨리무어,호안미로,클래스올덴버그,백남준,권진규,이성자등여러작가의작품을복원했다.또한이한열열사의운동화와문익환목사의피아노등다양한근현대기록물을복원했다.
복원은기술적완료가아니라기억과가치를복원하는일이며,잃어버린시간을복원하는것이며,새로운시간과새로운기억을맞이하려는의지라고믿는다.

목차

프롤로그_모든사물은시간을기억한다

1부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보존복원가의길
우연과인연
무사들의진검승부
기꺼이믿어주는사람
잘닦고붙이는일
보존복원에왜화학공부가필요할까?
외벽복원만70년이걸린다고?
숭례문복원과링컨대성당복원
작은유물조각에담긴이야기

2부작품을치료하는의사:나의복원이야기
작품을치료하는의사
이한열열사의운동화
우리동네이웃의애장품
부산시민공원역사관벽화,기억의퍼즐맞추기
야전병원에전화벨이울릴때
감쪽같이되나요?
복원하면가치가떨어지나요?
작가권진규
쿠리에,그림을지키는기사
작품운송상자,크레이트
그림이살기좋은공기
보존전문가에게백남준이란
야외조형물을힘들게하는것들
청동을위한항변
이순신동상의슬픈목욕
아무나할수없다는자신감

3부예술과시간과인간:누군가의마음을만나는일
누군가의마음을만나는일
부조리한인간을외면하는사회
고색,영원의가치
생명연장의꿈,레플리카
바니타스,순간과영원
공공예술에대한단상
뒤샹의작품을다복원하지않은이유
아버지를이해하기위하여
이성자화백의바라보게하는힘
잘못된복원?
‘작가의의도’를복원한다는것

에필로그우연한인생

출판사 서평

작품을치료하는의사:복원이야기
그는스스로를‘작품을치료하는의사’로칭한다.예술가가작품을태어나게한존재라면,복원가는작품이살아가는동안다치거나노화로특별한처치가필요할때이를치료하는역할을맡는다.
책서두에나오는이한열열사의운동화를복원한이야기는시대의질곡과맞물려있다.2015년김겸은신촌이한열기념관전시실에밑창이바스러져가는형태로누워있는이한열의운동화를만났다.
1987년이한열이최루탄을맞고쓰러졌을때현장에있던바로그운동화였다.운동화는한짝뿐이었고세월속에노화가진행되고있었지만그는운동화밑창모양까지집요하게추적해마침내운동화를복원해냈다.기억해야할역사를복원한것이다.최근김겸은문익환목사의피아노를복원하기도했다.
한편,동상들의목욕이야기는보존복원분야에서아직도전문적인접근이아쉬운한국의실상을보여준다.사실동상은섣불리‘목욕’을시켜서는안된다.거친솔로표면을싹싹문지르면정작제거되어야할오염물은떨어지지않고보존돼야할파티나층(파티네이션으로만든동상의표면층)만떨어져나가기때문이다.

예술의숨결
작가를제외하면복원가는가장가까이서작품의세밀한결을볼수있는사람이다.이책에는복원가가경험한예술이야기도있다.
이를테면김겸은오랫동안권진규의작품을복원하면서그가무척섬세한사람이라고느꼈다.보통점토작업을할때일반적으로는수제비를뜨는정도의밀가루덩어리만큼을붙이고매만지며세부를표현하지만권진규는유난히작은콩알만한크기의점토를붙여가며작업했다.
복원을위해확대경을끼고내부를들여다보고손끝으로더듬는동안이작은분자들의결합이보이기시작한다.김겸은〈지원의얼굴〉이나〈마두馬頭〉로대표되는권진규의형상들안에서살아움직일듯한생명의긴장감을느낀다.그리고그힘은아마도작가가고집스럽게심어넣은작은세포들의떨림에서온다고말한다.그는“감상자들이눈을통해서만작품과작가를만난다면복원가는좀더많은감각의힘을빌릴수있다.과장처럼들리겠지만깊은밤,작품을고요히홀로마주하고안과밖을조심스레살피다보면작가의세심한숨결과손길이느껴짐은물론어떤날은작품이자신의이야기를들려주기도한다”고썼다.
한편,나날이기술이발전해가는시대에백남준의비디오아트는보존전문가에게화두를던져준다.백남준의작품에사용된모니터는수명이한계에이르렀고브라운관모니터는세계적으로제조가중단된지오래인데,백남준은언젠가이런상황이도래할것을예측이라도한듯미디어변화나교체에관해인지하고있었고그방법을후세에자유롭게맡겨두었다.그러나설령작가가교체를용인했다하더라도과연수명이다한〈TV로봇〉의머리를최신형모니터로바꾸는게옳은일일까?이미백남준의작품은작가만의것이아니라사회적맥락안에들어와있다.백남준작품의복원문제는리쾨르가‘소격화’현상을통해설명한,예술작품은잠재적담론의장이며감상자와의만남에종속된다는이론을떠올리게한다.

시간에대한성찰이선사하는특별한삶의태도
가만히두면사라지고풍화해버릴것을끝없이돌보고되살리는일이란시간에숨결을불어넣는일과도같다.
그는영국에서유학하던시절,링컨대성당복원팀에서일했다.그때그를압도한것은시간을멀리내다보는사람들의시각이었다.문화재로지정된이성당의복원작업은1년365일계속이어지고있다.
성당외벽을한바퀴돌며복원하는데만70년이걸린다.작업에참여하며그는소위문화선진국에서보존복원은일회성작업이나연례행사가아니라꾸준한돌봄과치료를뜻한다는것을체감했다.
복원가의시선에서,현재에충실하고미래를내다보는시각만큼이나중요한것이바로과거를찬찬히돌아보는일이다.인생은찰나지만인간에게는순간만존재하는것이아니다.
그는“현재의나는수백년,수천년을지내온유물을통해과거선조부터태어날후세까지의삶에관여하는영원성과시간을구체적으로체험한다”고언급한다.그는이렇게썼다.
“오직열심히사는현재가미래를만들고그자취가훗날자랑스러운과거로남으리라고믿는태도는,긴안목으로미래를상상하고설계하고예측하는인간의특성,꿈꾸는인간본성을발목잡고있는것일지도모른다.”
부조리한인간을이해하고현실에는없는것을상상하고꿈꾸기위해우리는유물을만나고예술을감상한다.

어떤사물은시간을기억한다.이한열의운동화는1987년신촌대학가를거닐던한청년의삶이멈추는순간역사가되었다.역사의목격자인운동화를다시숨쉬게하는것이내가맡은일이었다.참으로조심스럽고도지난한작업이었다.
유물이나예술작품의가치는물질로서의존재보다그것을둘러싼이야기로부터나온다.명작들은과거의이야기뿐아니라동시대사람들로부터새로운이야기를통해새로운가치를덧입으며새생명을획득해나간다.보존복원이란행위는새로운이야기가유물에덧입혀지는과정이다.
그끊임없는과정속에서유물은살아있는역사가된다.유물을복원한다는것은기억과가치를복원하는것이며잃어버리고싶지않은시간을복원하는것이다.잃어버린시간을복원한다는것은새로운시간,새로운기억을맞이하려는의지의진행형이다.
먼훗날의기억이될우리의운동화는지금어떤길을걷고있는가._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