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정원 (김유진 소설)

보이지 않는 정원 (김유진 소설)

$13.00
Description
작은 기척과 고요한 움직임으로
우리의 감각을 한껏 열어놓는 김유진 세번째 소설집
세련되고 강렬한 이미지와 아름답고 단단한 문장으로 인상적인 소설세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김유진의 신작 소설집 『보이지 않는 정원』이 출간되었다. 소설집 『늑대의 문장』(2009) 『여름』(2012), 장편소설 『숨은 밤』(2011)에 이어 선보이는 네번째 소설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비극을 겪은 당사자의 시선에서 통념을 벗어나 싹 뽑아낸 듯한 작품”(소설가 오정희) “비극을 겪은 이후의 상당히 강렬하고, 그러면서 할 얘기는 다 하는 세련된 소설”(문학평론가 신수정)이라는 호평을 받은 「비극 이후」를 비롯하여, 2012년 여름부터 2018년 봄까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꾸준히 써내려간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이 한 곡의 음악이라면 김유진의 소설은 화려한 멜로디가 아닌 “묵음의 순간들”(「글렌」)로 채워진 음악이고, 소설이 한 점의 그림이라면 김유진의 소설은 ‘나무의 거대한 뿌리’로도 ‘들판에 내리치는 번개’로도 보이는(「비극 이후」),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지 않고 계속해서 달아나는 역동적인 그림이다. 문학평론가 김나영이 적절하게 짚어주었듯이 김유진의 소설은 “말(언어)로 쓰이고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몸짓과 소리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 의미를 증폭시키는 이야기”이다. 음악, 무용, 미술과 관련한 풍부한 레퍼런스가 녹아들어 있는 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한껏 민감해진 오감으로, 인물의 작은 움직임 하나, 고요히 떠올랐다 사라지는 감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저자

김유진

저자김유진
1981년서울에서태어나명지대문예창작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4년문학동네신인상에단편소설「늑대의문장」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늑대의문장』『여름』,장편소설『숨은밤』,산문집『받아쓰기』,옮긴책『음악혐오』가있다.제2회젊은작가상,황순원신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비극이후007
공원에서035
믿을수없는얼굴061
보이지않는정원089
음의속성119
파도145
대지의노래173
글렌203

해설│김나영(문학평론가)
당신의안무이자악보가될이야기들233

작가의말260

출판사 서평

“혼자라는느낌이들때면몸속깊은곳에서
즉각적으로온기가피어났다.”

아무도보지못하는정원안에서,
무엇과도섞이지않은단하나의실루엣으로존재한다는것

소설집첫머리에놓인「비극이후」는비바람이몰아치는악천후에도불구하고예정대로이륙한비행기안의상황을묘사하며시작된다.“다른비행기는결항이라면서왜네것만아니야?그러다사고라고나면어쩌라고그래?”라며불안해하는엄마에게‘수인’은“죽으면뭘어떻게해,할수없지”라고대꾸할뿐이다.수인이죽음에초연할수있는건,이번여행이연인과이별한뒤충동적으로떠난것이기때문일까.그러나추락할듯기체가급강하하기시작하자,막연하게상상했던죽음의모습은생생하고강렬하게수인의몸을통과한다.자신도놀랄만큼큰소리로“무서워”라고말할수밖에없을정도로.목적지에도착하자비는그쳐있지만,빽빽한안개로둘러싸인사방은비행기안과다를바없다.한치앞도보이지않지만어떻게든앞으로걸어가야하는현재의상황은옛애인을애도하는혹은애도할수없는‘비극이후’의시간이되어,불확실하고불안정한공간안으로독자를강하게끌어당긴다.
마치「비극이후」의연작처럼읽히기도하는이어지는단편「공원에서」는“비행기는결국폭발했다”라는문장으로긴장감있게시작된다.비행기추락사고현장을담은다큐멘터리에자막을입히는작업을하는‘우니’.그비극적인영상한편으로연인K와함께했던시간들이배치된다.‘공식적으로’결별하지않았을뿐연락하지않은지오래인K.관계의회복을위해적극적으로나서지도관계를끝장내지도않은채,우니는다만K와의관계를“유예”하고있을뿐이다.그러나이애매모호함은급격히풀린날씨처럼,“빠르고가볍게햇빛속으로”사라지는우니의모습을통해전환된다.“스스로빛속으로뛰어들어점점먹혀들어가는”모습은이미지의강렬함만큼이나그간수동적이었던우니가드물게적극적으로달려나가고있다는점에서어떤새로운시작을예감케한다.
연인의죽음혹은연인과의이별때문에혼자남게된인물들뿐만아니라“홀로이고자하는충동”으로‘혼자됨’을선택한인물의모습또한이번소설집의인상적인부분중하나다.우리는사랑에대해떠올릴때자연스럽게자신과함께있는누군가의모습을상상하게된다.그러나타인과맞잡은손에서느껴지는온기만이사랑의모습이라고할수있을까.표제작「보이지않는정원」은‘두사람’이아니라‘혼자서’하는사랑의풍경을은유적으로드러낸다.완만한산들이주위를둘러싸고그앞으로는강이끝없이펼쳐지는마을,아름답지만찾는사람이많지않아고요한이곳에서나고자란‘태희’는어머니를도와민박일을하며지낸다.이조용하던공간에소설가오정이머물게되면서,평화롭던태희의일상에서서히금이가기시작한다.혼자있고자하는욕망이너무나강렬할때우리는어떤선택까지하게될까.「보이지않는정원」은그선택에대해직접적으로말하는대신,타인으로부터도망치고싶은마음이얼마나강한지를단정하고고요한공간과대조하여인상적으로드러낸다.
눈에띄지않는곳에위치해있어사람들의발길이잘닿지않는곳.그곳에“암자를짓고아무도보지못하는정원”을가꾸는누군가의모습.흔히쓸쓸하거나초라하다고할만한장면이지만,『보이지않는정원』에서이정원은“이름을알수없는잡초들이손톱반만한크기의꽃잎”을틔우는,작은생명력으로가득한공간이다.자신앞에남아있는“수많은고독의날들을응시”(「글렌」)하는인물들의모습에서반대로우리는타인과의관계에서전달받지못하는‘안온함과온기’를느낄수있을지도모른다.



나는때때로,글을쓰는일이앞서걷는누군가의이름을부르는것같다고느낀다.뒷모습밖에본적없지만,그래서더멋지다.어서따라잡길바라는마음과절대뒤돌아보지않았으면하는마음이공존한다.회의와망설임이그치지않는다.그래서,끝내어떻게될까?._‘작가의말’에서

이번작품집에서는김유진의소설이보여주는독보적인형식,즉말(언어)로쓰이고존재함에도불구하고몸짓과소리를떠올리게함으로써그의미를증폭시키는이야기라는점이더욱강화되어드러난다.(…)단어와문장에기입된한정적인의미로말미암아말이라는것은어쩔수없이특정한의미와의도로고정된세계를묘사하게된다.하지만몸짓과소리가그것을보고듣는자들에게주는이해와감각의여지는거의무한에가깝다.그것들을통해만들어진세계는현실을묘파하는동시에거듭열리고확장된다._김나영(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