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수만 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 (박상수 평론집)

너의 수만 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 (박상수 평론집)

$21.16
Description
“슬픔과 고통, 아쉬움과 비판, 자책과 연민, 성찰과 전망.
사랑과 그래도 또 사랑들 사이에서“
박상수의 두번째 평론집. 현대문학상 수상작 수록
한국 시의 새로운 흐름과 활기를 만들어내는 시인이자 그 누구보다 빠르고 섬세하게 세계의 흐름을 시로 읽어내는 평론가 박상수. 『후르츠 캔디 버스』의 소년, 『숙녀의 기분』의 숙녀, 『귀족 예절론』의 신사에 이르기까지. 타고났다, 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시선과 목소리, 읽는 이를 한 번에 사로잡는 매력 넘치는 문장과 리듬은 일군의 시인-비평가와는 다른 독보적인 감각으로 충만하다. 특유의 젊고 예민한 감각, 더불어 한국 시와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감과 시야를 가진 그가 두번째 평론집 『너의 수만 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를 펴낸다.
현장비평의 최전선에서 살펴본 2010년대의 시와 시인에서부터 한국 시사(史)를 꼼꼼하게 엮고 이어낸 이야기까지 한 권 가득 풍성하게 담았다. 또한 이 책은 ‘지금의 한국적 현실에서, 시를 쓰고 읽는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를 끊임없이 회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시’와 ‘시대’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한 흔적들을 만나보는 일이기도 하겠다. 무엇보다 그의 평론집은 시를 닮아서, 삶을 닮아서 기쁨도 슬픔도 아름다움도 무거움도 모두 담긴 한 권의 작품집이라 말하고 싶다.
먼저 책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두 편의 짧은 글을 눈여겨봐주었으면 한다. 다정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적어내려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마치 편안한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물론, 글 속에 소개된 시와 어울릴 법한 BGM까지 추천하면서 기존의 비평서가 가진 엄숙주의를 허무는 파격까지 선보인다. 이는 작가가 “늘 그 작품 안으로 내가 기꺼이 걸어들어가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독자들에게 기꺼이 다가가기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기도 할 테다.

그래, 여름이 너무 길어서 나는 ‘엔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에레나의 음악을 들으며 이윤설의 시를 읽으며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가는 상상을 해. 아득하게, 아득하게. 지금 “행복하자면 못할 것도 없”을 테지만 가을이 와야 비로소 개운한 얼굴이 되어 또다시 꿈을 꾸어볼 수 있을 것만 같아. 가을이 와야…… 그런 의미에서 속삭여. 모든, 모든 여름에게 안녕을.
BGM: 에레나, [입맞춤의 Swing]
_「프롤로그: 모든 여름에게 안녕을-이윤설의 ‘오버’」 에서 (19쪽)
저자

박상수

저자박상수
1974년서울에서태어나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동서문학』에시,2004년『현대문학』에평론이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으로『후르츠캔디버스』『숙녀의기분』,평론집으로『귀족예절론』이있다.『현대문학』편집자문위원으로활동중이다.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005

프롤로그
모든여름에게안녕!―이윤설의「오버」
잘지낼수없지만잘지내요우리―김소연의「그래서」

1부
나중에유명해질때까지기다리기싫어요―김승일의「멋진사람」
정체성,그것이전복인시대가되었다니
기대가사라져버린시대의무기력과희미한전능감에관하여―2010년대젊은시인들의한경향
상실이후,‘나’와‘세계’가직접만날때―‘세카이계’의관점으로살펴본최근우리시의한모습
시인의고투와시적대속

2부
너의수만가지아름다운이름을불러줄게―강성은의「물속의도시」
발칙한아이들의모험에서일상재건의윤리적책임감으로―2010년대시와시비평에관하여
새로운문학적재현의윤리를위하여―애도와멜랑콜리,그리고‘오염의정치’
잘닫히지않는상자―‘문단내성폭력’과‘항상적분열의반윤리성’이라는문제
다른,남성성들을위하여―‘식민지남성성’과작별하기

3부
마지막까지여전히남아있는그마음―황인찬의「단하나의백자가있는방」
박서원시의상상체계연구―‘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히스테리’의개념을중심으로
희망을꿈꾸는천진한행진―이원의『사랑은탄생하라』
서글픈백자의눈부심―황인찬의『구관조씻기기』읽기
기기묘묘나라의명랑스토리텔러문보영―문보영의『책기둥』
간주곡
슬프고아름답고이상한이야기를들려주어요―강성은의「환상의빛」

4부
숟가락이자꾸없어져서정말큰일이다―이우성의「무럭무럭구덩이」
의무의감옥에서코기토로존재하기―신해욱의『syzygy』
무한히열리는꿈속기차를타고계속하리라,이기이한여행을―서대경의『백치는대기를느낀다』
본격퀴어SF-메타픽션극장―김현,『글로리홀』에붙이는핸드가이드북
의자들고지하철타기―강지혜의『내가훔친기적』부릉부릉낭독회

5부
우린하나일까둘일까―성동혁의「쌍둥이」
형이상학적물질론자의수상록―채호기의『레슬링질수밖에없는』
대상은나를지연시킨다나는잘나타나고있다―이수명의『왜가리는왜가리놀이를한다』
딱딱하지만달콤하지그리고아이들이태어난다―임승유의『아이를낳았지나갖고는부족할까봐』
뒤돌아보는자리에잔존하는미광―안태운의시,그리고이미지운동성에관하여

6부
죽지마,그냥건들거려도좋아―김행숙의「미완성교향곡」
러블리규리씨―이규리의『최선은그런것이에요』
서정시의혁신―신용목의『아무날의도시』
절대적고통과의연한품격―성동혁의『6』
사랑과영혼의‘있음’을끝내믿는일―유계영과임승유의언어에관하여
새로운것은정당한가―이오래된물음―유이우와김성호의시

에필로그
난좋은일을해볼거예요사람들이여!―니카투르비나의「나는1년을」
사랑한다,로키에―최성희의「안녕,로키에!」

출판사 서평

부드러운첫관문을지나면,본격적으로박상수만이감지하고읽어내는시-선을만나볼차례다.현대문학상수상작으로선정된‘기대가사라져버린시대의무기력과희미한전능감에관하여’는‘감정귀족주의자’의시대를지나도래한한국시의새로운흐름을날카롭고도통찰력넘치는시선으로분석해낸글이다.단지시평론이시를논하는것에그치는것이아니라시대와세계를읽는일이라는것을우리는이글을통해잘알수있을것이다.

나는이것이변화한시대감각이라고생각한다.만약우리가황인찬의시에서신성(神聖)혹은아름다움을느낄수있다면일차적으로그가‘하강하는중간계급’의시대적정서를자기도모르게미적형상으로반영하고가시화해내었다는사실때문이지만덧붙여그의시가역설적으로바로눈앞의현실외에다른것은없을것이라는관점을통해프롤레타리아로하강할가능성이높아진중간계급의집단적불안과두려움을차단하고위로했기때문일것이다.즉,이제명백하게더나빠질일밖에남지않은사람에게,A뒤에아무것도없다면,그렇게말해주는사람이있다면,그것은신기하면서도꼭믿고싶은위로가되는것이다.
_「기대가사라져버린시대의무기력과희미한전능감에관하여-2010년대젊은시인들의한경향」에서(58쪽)

또한최승자와김혜순의계보를잇는박서원의시적언어와특징을꼼꼼하게분석하고여성시인의목소리에귀기울이며쓴글,‘식민지남성성’과작별해야함을고하는글은그가동시대에반응하는민감성을가졌을뿐만아니라문제를직시하고,그것에통감하고,회피하지않으며반성적성찰을‘글’로응답한다는점에서더욱믿음직스럽다.

이제는정말로여성의언어가광기,무의식,공백,잉여,히스테리로‘만’표현되어서는안되지않을까.그동안의한국시의중요한자산이었던여성적언어는때로현실에서고통받는여성의실상을잘담아내지못하는방식으로정형화된것은아닐까하는고민이필요할때가되었다는것이다.따라서여성을영원히기성질서의바깥에서,혹은열외자의방식으로,또는하나의증상으로떠돌게만들기보다는이세계의구체적구성원으로서,실체를가진존재로형상화하려는일에도예민한노력이필요하겠다는다짐이중요하다.뿐만아니라기존서정시의재현방식과는또어떻게다르게재현할수있을것인가에대한고민도병행되어야한다.당연하게도이는비평의언어로성취될수있다기보다는시의일로선취되어야할것이라는생각이든다.그밖에더제기될수있는다양한질문들은잘닫히지않는상자안에서,차후에대답해나가야하는일로남기기로한다.다만“과연‘시’만이오로지순수할수있겠는가”라는부정의변증법만큼은결코놓쳐서는안될것이라믿는다.
_「잘닫히지않는상자-‘문단내성폭력’과‘향상적분열의반윤리성’이라는문제」에서(169쪽)

새로운시대에는새로운비평이필요하다.빠르게변화하는시대감각을영민하게포착해때로는자신의시로,때로는타인의시로세계를전망하는박상수.“가보지못한세계를선보이는작품들안에서나는최대한의경의와존경으로,때로는순진한기쁨으로시를읽고,또읽었다”고말하는사람.“시에기대어나를다른사람으로바꾸어내고싶었다.이슬프고도아름다운세계가있었기에나는늘조금더살아보겠다는희망을꿈꿀수있었다”고말하는사람.이아름다운시를그러니까세계를다시말해삶을또다른말로기쁨과희망을,그모든것의다른모습이기도할『너의수만가지아름다운이름을불러줄게』.너의수만가지아름다움,시의수만가지이채로움을노래하는그의수만가지목소리에이제귀를기울일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