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 그 밖의 다양한 사건사고 (J. M. G. 르 클레지오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원무, 그 밖의 다양한 사건사고 (J. M. G. 르 클레지오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아름답고 몽환적인 시로 재탄생시킨 현대의 ‘레 미제라블(불행한 사람들)’과 우리 시대의 황량하고 쓰라린 단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J. M. G. 르 클레지오가 1982년 발표한 소설 『원무, 그 밖의 다양한 사건사고』. 1988년 《배회, 그리고 여러 사건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작품을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했다. 현대 문명의 난폭함과 현대인의 정신적 공황을 다루던 저자의 초기 작품과 자연으로 회귀하며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과 원시의 힘을 강조하는 중후기의 경향이 비교적 고루 녹아있는 열한 편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몇십 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간 조건, 외면하고 싶은 아픈 현실을 정확히 응시해내야만 하는 현대인으로서의 책무를 아름다운 시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일깨운다.
저자

J.M.G.르클레지오

J.M.G.르클레지오J.M.G.LeCl?zio
2008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현대프랑스문단의살아있는신화’장마리귀스타브르클레지오는1940년프랑스니스에서태어났다.모리셔스태생의부모와함께다양한문화가교차하는항구도시니스와나이지리아등에서유년기를보낸경험은그의삶과글쓰기에깊은흔적을남겨놓았다.이후니스,엑상프로방스,런던,브리스톨대학에서수학했다.1963년스물셋의나이에첫작품『조서』로르노도상을수상하며화려하게데뷔했고,『열병』『홍수』등의작품을통해대도시속에서현대인이느끼는고독감과물질문명에희생되는왜소한인간군상을그려냈다.
초기작품에서현대문명속인간의불안을주로다루던르클레지오는1967년부터중남미를비롯해제3세계를여행하면서서양이아닌다른문명으로눈을돌린다.시원始原의자연속에서훼손되지않은인간본원의감성을발견하고,자연과어우러지는삶을추구하게되었다.이러한사상적변모는작품세계의변화로이어지며,아카데미프랑세즈폴모랑문학대상수상작『사막』을비롯해특유의시적서정성을바탕삼아『성스러운세도시』『황금물고기』『하늘빛사람들』등의작품을집필했다.문학으로서세계여러문명의소통과공존을모색하고자하는르클레지오의주요작품으로는『우연』『타오르는마음』『아프리카인』『허기의간주곡』『라가?보이지않는대륙에가까이다가가기』『발이야기그리고또다른상상』『사랑의대지』등이있다.2009년레지옹도뇌르훈장을수훈했다.

목차

원무_7
몰록_27
탈주자_65
아리안_105
오로르빌라_129
안느의놀이_161
멋진인생_181
밀입국자_233
오,도둑아,도둑아,네삶은어떤것이냐?_271
오를라몽드_289
다비드_305

옮긴이의말:원을그리며춤추는여행자들_344
J.M.G.르클레지오연보_348

출판사 서평

“사람을취하게하고살짝미치게만드는건바로빛이다.”

노벨문학상수상작가르클레지오의펜끝에서탄생한
우리시대의‘레미제라블’

인간조건은크게달라지지않았고,앞으로도그근원적허기는여전할것이다.
그것에등을돌린채잊고살아가기에그구멍은너무크고깊다._옮긴이의말

아름답고몽환적인한편의시로재탄생된
원을그리듯제자리로돌아오고야마는삶의통증

노벨문학상수상작가J.M.G.르클레지오가1982년발표한『원무,그밖의다양한사건사고』는『사막』으로1980년아카데미프랑세즈폴모랑문학대상을수상하며거장의반열에오른작가가수상이후내놓은첫작품이자,『열병』(1965)이후17년만의소설집이다.1988년『배회,그리고여러사건들』(용경식역,한불문화출판)이라는제목으로국내에처음소개되었던작품을문학동네에서새로운번역으로출간했다.열한편의단편에는현대문명의난폭함과현대인의정신적공황을다루던르클레지오의초기작풍과,자연으로회귀하며인간의강인한생명력과원시의힘을강조하는중후기의경향이비교적고루녹아있다.

프랑스어‘Laronde’는‘원무(圓舞)’라는뜻외에‘순찰대’‘계속해서출발점으로되돌아오는움직임’등의뜻을가진다의어다.표제작「원무」에서는‘원무’가특히날치기를하는두소녀의행위를의미하지만,이책에등장하는모든주인공들에게서되풀이되는행위이기도하다.각각의단편속에서인물들은고독의공포,억압,불평등,가난등비참한현재를벗어나기위해새로운모험을감행하지만,결국불행의둘레를내달리다또다른불행한운명을맞닥뜨린다.저마다의비극을안고살아가는현대의‘레미제라블(불행한사람들)’과그들이보여주는우리시대의황량하고쓰라린단면을르클레지오는자신의필력만으로아름답고몽환적인시로재탄생시킨다.

절제된연민의시선으로바라보는찬란한도시이면의삶.
르클레지오는열한편의소설을통해소외된세상을조명한다._커커스리뷰

르클레지오는눈길을사로잡는짧은이야기속에서불법이민자,폭주족,가출청소년등
사회의혜택에서빗겨난인물을그려내고,그속에서그들이품은꿈들은가차없이악몽이된다._뉴욕타임스

오토바이를타고시내를돌며날치기하는두소녀(「원무」),도움의손길을거부한채늑대개가지켜보는가운데버려진트레일러주택에서혼자아이를낳는여자(「몰록」),감옥에서탈출해석회암고원의척박한땅위를끝없이달리는남자(「탈주자」),우울한집으로돌아가지않으려고서민임대아파트주변을배회하는여자(「아리안」),아름다웠던저택을부동산개발업자들로부터지키기위해승산없는싸움을벌이는노부인(「오로르빌라」),과거의기억을좇아차를타고깊은산속도로를위태롭게달리는남자(「안느의놀이」),무료한일상을벗어나이탈리아를향해가는가출소녀들((「멋진인생」),프랑스로밀입국해착취당하면서비참한삶을살아가는불법노동자((「밀입국자」),가족을먹여살리기위해도둑이된남자(「오,도둑아,도둑아,네삶은어떤것이냐?」),거칠고무시무시한기계에맞서자신의소중한은신처를지켜내려는소녀(「오를라몽드」),가출한형을찾아집을나온소년(「다비드」).

소설속인물들은모두달아나거나쫓기는사람들이며,단조롭고불행한현실을벗어나풍요롭고행복한인생을꿈꾸며멀리나아가려는여행자들이다.이들의여행은그들을쫓는감시자나추격자,예상치못한사고에의해,때로는자기내부의공허와허기에의해실패로돌아가고,개인의운명은숙명처럼원을그리며제자리로돌아오며,더욱처절한현실을마주한다.


한사회의‘사건사고’로표백되는개인의처절한비극속
빛을좇는끝없는원무

각각의단편속일화들은저마다개인의뼈아픈비극이지만,사회전체의시각에서본다면어쩌면매일비일비재하게일어나신문사회면한귀퉁이에도실릴까말까한잡다한‘사건사고’가되는지도모른다.아무도관심을갖지않는하찮은일상적사건들.더구나소설속인물들은보통희망이나긍정의힘을상징하는‘빛’을좇지만이소설속에서빛은인물의의지를가로막거나불행을심화하는요소로나타나고,결국주인공의삶을더욱척박한것으로만든다.그때문에이이야기들은더욱서럽고가슴아프게다가온다.
『홍수』나『조서』등의초기작에비해뚜렷한서사를보여주고있음에도어쩌면이작품집을단숨에읽어나가기는쉽지않을지도모른다.르클레지오는작품을통해더없이아름답고명료한문장을보여주고있지만,그가묘사하는사회,우리가마주해야할세상은고통스럽기때문이다.여전히사회불평등,난민등의문제를안고있는지금의우리에게1980년대에쓰인이작품이유효한까닭이다.몇십년이지나도크게달라지지않은인간조건,외면하고싶은아픈현실을정확히응시해내야만하는현대인으로서의책무를르클레지오는한편의아름다운시와같은작품들을통해일깨운다.


◆주요단편소개

「원무」
마르틴과티티,오토바이를탄두소녀가시내한복판의작은광장근처에서만난다.티티와그의남자친구는먼저와담배를피우며기다리고있다.마르틴은점심을먹을때까지만해도아무생각이없었지만,막상약속장소에도착하자심장이아주세차게뛴다.하지만자신을괴롭히는일당들에게본때를보여주자는티티의제안을떠올리고,오토바이를출발시킨다.이일을해내면마르틴은더이상아무것도두려워할필요가없을것이다.

마르틴은눈을감는다.그리고그잔인한하루중그몇초동안의붉은밤을음미한다.다시눈을뜨고눈앞을바라보니,햇살아래녹아내리는넓고검은아스팔트강처럼보이는길은아까보다훨씬더한산하고더하얗다.마르틴은좀전처럼두려움이밖으로새어나오지않도록입술을꽉깨문다.타인들,쳐다보는사람들,자기집덧문너머나버스뒤에매복해있는사람들,그녀는그들이너무너무싫어서입술이다시떨리기시작하고,심장이거칠게방망이질친다.그모든감정들이아주빠르게밀려왔다밀려가서,마르틴은과음하고담배를많이피운것처럼취기가오르면서어지럽다.그녀는기다리고있는사람들,쳐다보는사람들,커튼뒤나버스뒤에숨어있는그비열한사람들의얼굴을다시곁눈질한다.(17쪽)

두소녀가계획한일은길가에서있는행인의주위를오토바이를타고빙글빙글돌며날치기하는것,즉‘원무’다.티티와마르틴은조용하고아득한도로위를오토바이로천둥같은소리를내며가로지른다.이윽고두사람은인도가장자리에서버스를기다리는파란정장을입은여인주변을돌기시작한다.여인이들고있는검은가죽핸드백의금빛잠금쇠가번쩍인다.

마르틴은자기내면에무엇이있는지,무엇이자신을혼란에빠뜨리는지,무엇이이토록자신을불안하게하는동시에화나게하는지알수가없다.어쩌면이곳의햇빛이너무강렬해서일까?여인의얼굴을달아오르게하고,그녀의살갗에땀이맺히게하고,핸드백의금빛잠금쇠가날카로운햇살에번쩍거리게만드는잔인하고가혹한햇빛이너무강렬해서그런게아닐까?(19~20쪽)

이내원무는끝이난다.텅빈거리에고통과경악의비명이울려퍼진다.마르틴이그일에성공했는지실패했는지는중요하지않다.두소녀가거리를돌며원무를하게만든현실이처음부터비극이었는지도모른다.하지만소설의마지막장에닥친운명은너무갑작스럽고,잔인하다.“강렬한,참을수없는거대한진공”이마르틴을잠식하는동안,“핸드백의금빛잠금쇠가살인적으로번쩍이는빛의파편들”을그의눈에던진다.

「멋진인생」
양어머니에게각각입양된두친구푸스와푸시는거의쌍둥이라고할만큼서로닮았다.진짜이름도알파벳하나만다를뿐발음도같고,두사람다작은키에검은눈,깡마른몸,방울소리같은웃음소리까지비슷하다.그들은어디든함께붙어다니고,열여섯살에함께퇴학을당한이후로같은봉제공장에서일한다.공장에들어갔다가사고를치고한두달만에그만두기를밥먹듯했지만,지금은바지에주머니를달고단춧구멍을만드는일을하루에여덟시간씩일주일에닷새동안한다.
두어린소녀는감옥같은공장에얽힌일들을잊기위해처음엔게임처럼‘멋진인생’에대해이야기하기시작했다.인도,발리,캘리포니아,아마존,카사블랑카,아니면뉴욕,로마,뮌헨등의대도시로모험을떠나는이야기들.그러다이야기는점점구체화되고정말떠나야할것처럼진지하게변해갔다.그러다두사람은차가운가랑비가내리는3월어느날뚜렷한계획없이문득떠난다.

푸스와푸시는오로지그생각만했다.계속참고기다리기만한다면그들은다른사람들과다를바없어질것이었다.늙고,아주신경질적으로변하고,어쨌든절대로돈을벌지못할터였다.사장로시가그들을해고하지않는다해도그들스스로앞으로그리오래버티지못하리라는것을알고있었다.(191쪽)

그들은로마나베네치아에가고싶었지만,돈이모자라몬테카를로행기차표를한장만산다.기차표를사는데만이미저금한돈대부분을써버렸다.하지만둘이꼭닮은외모를이용해무사히몬테카를로에도착하고,바다가보이는근사한호텔에들어간다.샴페인,뜨거운물로하는샤워,알싸한비누향,하얗고보송보송한타월에잠시행복하다.게다가생선,갑각류,과일,케이크등의갖가지룸서비스……하지만그들에게돈이충분할리없다.그들은호텔이나식당에서도마찬가지로돈을지불하지않고몰래도망나오는방식으로근근이여행을이어간다.
크고작은‘범죄’를일삼고,히치하이크하며가까스로이탈리아에도착하지만,그들의여행은공장밖에서꿈꾸던모험과는달라져간다.돈도금세떨어지고,체력도바닥난다.둘의편법에쉽게속아넘어가주던사람들도점점의심의눈초리로바라본다.그들의모험이오래지속되지못하리라는건처음부터예견된일이었다.현실에서뜻밖의요행이그렇게쉽게찾아올리없다.하지만이모험을끝내고싶어도이제는돌아갈수없다.그들의모험이유독안타깝고위태롭게느껴지는이유는때로막연히어디론가떠나고싶어지기도하는우리모두의마음을대변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

그녀는그저시간만생각하고있었다,자신들이다시멀리떠날시간,이번에는영원히돌아오지않기위해다시떠날시간만을.(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