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이 있어

오늘 같이 있어

$12.00
Description
2006년 첫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2013년 두번째 시집『숙녀의 기분』 이후 오 년 만에 선보이는 세번째 시집이다. “일상과 아름다움의 단짠단짠 레시피”라는 해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짠내 나는 일상의 희극” 그리고 “달콤하고 아름다운 일인극”,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박상수

지은이:박상수
1974년서울에서태어나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동서문학』에시,2004년『현대문학』에평론이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으로『후르츠캔디버스』『숙녀의기분』,평론집으로『귀족예절론』『너의수만가지아름다운이름을불러줄게』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외동딸
명함없는애
모르는일
일대일컨설팅
넌왜말이없니?
대학생멘토링
휴일연장근무
모노드라마
이기주의자
극야(極夜)
비스듬한밤

2부
습관성무책임
웨딩촬영후기
오작동
소풍
12월31일
12월
사랑의인사
호러2?클럽하우스레스토랑
리폼스토어
독수리성운의캐치볼
언덕위단풍나무집

3부
잃어버린시간들의밤
송별회
책임감
24시간커피숍
이해심
호러퀸
무차별
다크서클
모든영혼의날
왠지궁금한기분1월
게스트하우스

4부
청첩장
무의미해,프라이드
초합리주의
살마음
깊은반성
해열
천원숍
무한리필
작은자매
리폼캠핑
내가보이니
대결

해설|일상과아름다움의단짠단짠레시피
|조대한(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로맨틱,메르헨틱,판타스틱!
하고싶었는데…나,왜,울어?


문학동네시인선109번째시집으로박상수시인의『오늘같이있어』를펴낸다.2006년첫시집『후르츠캔디버스』,2013년두번째시집『숙녀의기분』이후오년만에선보이는세번째시집이다.평론집『귀족예절론』『너의수만가지아름다운이름을불러줄게』를출간하며현장비평의최전선에서한국시를조망하는연구자-비평가로도간단없이활동중인박상수.그에게비평과시작(詩作)이별개의작업은아닐것이나,그의시속에서우리는한결더자유롭고,과감하고,풍부한감정과목소리로말하는시인의모습을만나볼수있다.물론여일하게날카롭고,다정하고,재미있다!
신작시집『오늘같이있어』는“일상과아름다움의단짠단짠레시피”라는해설제목에서알수있듯“짠내나는일상의희극”그리고“달콤하고아름다운일인극”,크게두개의축으로구성되어있다.먼저“짠내나는일상의희극”으로말할수있을시편들은그의두번째시집『숙녀의기분』속화자들의몇년후,열람실과학생식당을전전하던그녀들이이제는사회초년생이되어직장과회식자리등에서맞닥뜨리는폭력과부조리의세계와대면한희비극이다.
“야,노래안부르냐?왜이렇게처졌어?”(「휴일연장근무」)라고소리치는부장아저씨,“아,요즘애들/정말힘들다”(「이기주의자」)라고내뱉고는넥타이를풀어헤치며나가버리는선배,“니가,나를,남자로만들어”라고말하는“정신이제대로헐어버”린(「오작동」)직장상사,“나떠나면가습기랑지압판너다가져”란나의말에“정말요?언니♥”(「호러퀸」)하고답장하는곰살궂고눈치없는후배에이르기까지.그들을향해한바탕쏟아내거나받아칠수있었다면좋으련만,얼토당토아니하고가당치도아니한상황속에놓인화자들은,현실에서유리된채,나자신과도유리된채소극의무대위에서홀로낙엽처럼나뒹굴거나그저망연하여혼잣말을내뱉는다.

둘이서칠인분은먹었나봐,된장국에공깃밥까지먹으려다그건못했지너는젓가락을덜덜떨며말했다못살아,왜이것밖에못먹는거야……맘대로되는게하나도없구나……그니까,먹은것보다못먹은게무한이라서무한리필인건가,나도같이울었어
_「무한리필」에서

뭐야,어지러워내인격,좀전까지뛰어내릴듯나흔들렸지,사람들다퇴근한사무실,혼자서일하다가,십오층창문을내다보다,신물이올라왔었지그냥사는거야평생이렇게,소금맛생강맛치즈맛몽땅섞인이상한쓴물이,흔들린다!떨어진다!
_「천원숍」에서

“설마그럴리가있을까?아닐거야,뭔가근사한것이,있을리는없겠지만아예없을수는없는거야”(「모르는일」)라고생각하는화자들은“맞춰줄수록증발되는영혼”(「송별회」)의끝을붙잡다어느순간기면증에걸리듯,퓨즈가나가듯,환상적이고도몽환적인세계로빨려들어간다.

“장미정원은너무멀어서
오늘안에는도착할수없을것같아요.“
그렇지만,그러니까,“오늘같이있어”


“달콤하고아름다운일인극”이라부를수있을시편들은행갈이없이,마침표는딱한번만쓰이는한문단의산문시형태를하고있다.대개현실과는먼공간―밤의궁전,은하,검은프록코트를입은전나무가있는숲속혹은공간을추측할수없는사물과계절로만구성된,현실의‘이곳’과는최대한먼곳에서나아간곳에서펼쳐지는모놀로그.『후르츠캔디버스』에서만나보았던시인특유의서정과멜랑콜리의연장선상이자아기자기한이미지들이한껏동원되는세계이기도하다.“삶도사랑도죽음도미움도알지못한채,눈내리는소리에귀를기울이”(「잃어버린시간들의밤」)는공간이자현실의내압과외압에서탈주하려꿈꾸던“이계”라고말할수도있을그곳에서,시인이나지막이읊조리는목소리를듣고있자면조금은슬픈기분이되고말것이다.
꿈을꾸듯꿈을읊듯이어지는독백은꿈처럼,곧끝나버릴동화처럼사라져버릴것만같은위태로운아름다움으로가득하고,“내겐아주중요한것이있었는데,그건어디간걸까.(「왠지궁금한기분1월」)”의중요한것,을얼핏발견할수있는시공간이지만,이는내머릿속에서마저이내휘발되어사라질것만같은안타까움을수반한다.위트와웃음이넘치는박상수시기저에깔린멜랑콜리의기원을우리는여기에서발견할수도있지않을까?제정신으로아름답기힘들다는것,가까스로보이는아름다움마저얼핏이거나너무짧기때문이라고.그리고짠내나는희극과아름다운일인극이서로다른장으로분리되지않고,대중없이교차되며한권으로이어지는것은이곳이아닌다른곳을꿈꾸는삶의모습과너무나닮았기때문이라고.

언뜻미각은타인과객관적으로공유할수없는독백의영역처럼느껴지기도한다.하지만그러한맛을상상하고재현할때만아름다움의공통감각이발생할수있다고칸트는이야기했다.미감(taste)에서만이기주의가극복된다는그의언급을바꿔말하면,우리는음식을먹을때만함께아름다워질수있다.따라서박상수시집에담긴‘먹방’은원초적욕망에대한관음증적시선이라기보다는,나와너의아름다움을공유하려는조심스러운속삭임에가깝다.일상은외로운희극에불과하고내가꿈꾸는아름다운단막극역시금세흩어질테지만,그럼에도지금이시집에담긴“연극한편”을들춰보는것은어떨까.“감정을담은목소리로,요즘어때?같이밥먹을까?그렇게말해주는연극”(「모노드라마」)말이다.
_조대한(평론가),해설「일상의단짠단짠레시피」에서

끝으로그가꾸준히여성과소녀라는페르소나로우리에게끊임없이말을거는이유를‘되어-보기’의차원에서읽는일도가능할것이다.기득권의폭력적이고부조리한언어대신,약자이자소수자의목소리로“반성없는세상을반성하려”(「깊은반성」)는실천으로서의글쓰기.또한누군가와같이있는최선으로서의‘되기’.일상의희극과아름다운일인극이한데뒤섞이는『오늘같이있어』.삶이라는무대위시인박상수가퍼포머로서또연출가로서부려놓은눈물나게근사한시극을또한번만나볼시간이다.이레몬머랭쿠키색시집을열어맛보면무슨맛이날지,오늘같이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