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 (양장본 Hardcover)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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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연령 제한이 없는 시의 세계, 시인 윤제림의 첫 번째 동시집
1987년 봄과 가을에 동시와 시로 각각 등단한 시인 윤제림은 지금까지 광고 기획자로, 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해 오면서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다. 『삼천리호 자전거』에서부터 『그는 걸어서 온다』, 『새의 얼굴』까지, 자신의 시집을 “받아쓰기 공책”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완보는 차곡차곡 이어져 오늘에 닿았다. 그런 그가 이제 첫 번째 동시집을 묶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할머니가 전하고 싶은 생각, 돌멩이가 외치고 싶은 소리, 도깨비가 퍼뜨려 달라는 얘기, 냉장고가 참고 있는 말”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함께 드나들”어도 좋은 연령 제한이 없는 시의 가게,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의 문을 드르륵 밀어 보자.
저자

윤제림

충북제천에서태어나인천에서자랐다.동국대국문과를졸업하고1987년소년중앙문학상에동시가,『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시가당선되며등단하였다.시집『삼천리호자전거』『미미의집』『황천반점』『사랑을놓치다』『그는걸어서온다』『새의얼굴』등이있고『거북이는오늘도지각이다』는첫동시집이다.

목차

제1부|아침배달
아침배달010
꿈에012
우리동네방학리014
운동회날016
물구름나무모여사는강마을에선018
별명020
내가만든어른들022
우리집비밀번호023
삼촌도사람이아니다024

제2부|강을건너며다리한테들은말
강을건너며다리한테들은말028
2월이면032
이름표34
봉구할아버지커다란손036
겨울하늘042
겨울이봄에게044
꿈나라가는길046
할머니랑도깨비랑048
봄은정말‘하루’인가봐050
물만담으려했는데051

제3부|거북이는오늘도지각이다
거북이는오늘도지각이다054
한살차이056
설날057
다섯살내동생처럼058
부자나라060
어딘지도모르면서061
내년에가뭄이들지않게하려면062
우리는언제커서066
괜히솔직히말했다068
너부터말해봐070
돼지야미안하다072

제4부|누가더섭섭했을까
누가더섭섭했을까076
피아노1078
피아노2080
피아노3082
오늘의교통사고084
섬085
심청이는바보가아니었다088
섭씨37.5도090
슬픈날091
나팔꽃은나팔을불지않는다092
야구선수들은착하다094

해설|이안96

출판사 서평

“물구름나무한데얼려사는”마음의마을

물구름나무의좋게모여사는
강마을에선
하늘도되고강물도되고싶은산들이
하늘도되고강물도되는게
보인답니다.

파란햇살머금고파랗게솟는봉우리
푸른강물마시고푸르게흐르는산자락
휘이휘이삐이삐이
휘파람부는저녁산.
_「물구름나무모여사는강마을에선」중에서

구름처럼높아지고싶은강물은나무를타고하늘로오르고,헤엄치는강물이되고픈까만먹장구름은초록빛깔아름다운장대비로내려와흐른다.오랜시간을두고일어나는자연의순환을알아차릴수있을만큼고요하고,땅에선하늘로,하늘에선땅으로가고싶어하는마음을알아차릴수있을만큼여유로운마을.윤제림동시속에서가장먼저눈에들어오는것은이러한마음들이모인자그만마을의모습들이다.“꽃집미니트럭은지금막문을연약국앞에서,/퀵서비스오토바이는/아이들로붐비는문구점앞에서,/속셈학원버스는길건너정류장시내버스뒤에서,/암탉한마리가그려진치킨집꼬마자동차는/골목끝에서//사람하나씩조심스럽게내려놓고/가려던길을가거나/왔던길을되돌아”가는눈온날아침의등굣길풍경(「아침배달」),“곱게곱게내려쌓이는/눈발”을보며,“먼산큰절/대웅전처마를고치시고는/아주아주하늘로”오르셨다는봉구할아버지의“대팻날에밀려나는/구름나무하이얀속살”을상상하는시간(「봉구할아버지커다란손」),“너몇살이냐?”“한살이다,넌몇살이냐?”강아지두마리가투닥투닥다투는소리(「한살차이」)가있는마을을거닐며우리의마음은바쁠도리가없다.
깨끗하게비질된마음으로조금더거닐어보면곳곳에놓여있는각양각색의웃음을발견하게된다.“동트는새벽,국립공원매표소앞”에서언제나늦는거북이를기다리는친구들의정체(「거북이는오늘도지각이다」)는반전의웃음을자아내고,운동회날아이들을바라보는엄마들눈에담긴“우리애가제일잘생겼다”와아이들눈에담긴이야기의간극(「운동회날」)은공감을불러일으킨다.“저거언제사람되려나”할아버지가삼촌을보고혀를찰때의연한척을해보는할머니의강아지(「삼촌도사람이아니다」)가전시하는맹랑함,“모두무릎을칠만큼멋진시를”짓고도홀라당잊어버린아이(「꿈에」)의귀여운허술함은일상의찌꺼기를씻어낸다.

바위와꽃과귀신과강아지의목소리가적힌받아쓰기공책

“귀가조금큰편이라서그럴까요.남의소리를잘듣습니다.잘들어주니까,바위와나무가말을걸어옵니다.꽃과구름이비밀을털어놓습니다.귀신이와서수다를떱니다.강아지와고양이가고민을늘어놓습니다.”
윤제림시인은자신의시를“받아쓰기”라고정의한다.그의시가우리에게평화롭고완전무결한태고적의감정을환기한다면‘자연’과‘아이’의비밀스러운그말들을유심히듣고그대로적으려고노력했기때문일것이다.그러나그는가끔그들의이야기를잘못알아듣는다.“물론,잘못알아들을때도많습니다.꽃이름을혼동하기도하고,새의울음을노래로착각하기도합니다.반대로기억하기도하고,중요한대목을빼먹기도합니다.안과밖을곧잘뒤집고,머리와꼬리를바꿔놓습니다.”그로인해생기는틈과자리바꿈이깊이와웃음을만들어낸다.
해설을집필한이안시인은윤제림동시의나라를이렇게묘사한다.“윤제림시인의동시가부유한것은천진으로,동심으로받아쓴것이어서그렇다.나라로말하자면노자의소국과민(小國寡民)이윤제림동시의나라이겠다.소국은소국(笑國)이기도하다.웃음을빼놓을수없다.작은규모에적은말로,단순하고쉽게,좀서툰듯,좀더듬는듯,그바탕엔웃음을깔고.소국은또한노소(老少)가어우러지고소통하는소국(少國)이기도하다.”

돈주고새로살것이없는부자나라

화가노석미의굵은붓질은윤제림시의나라를눈에보이는세계로적실하게옮겨주었다.「봉구할아버지의커다란손」이나「겨울하늘」처럼그대로만감상해도충분한작품들은물질로서의책의품격을큰폭으로높여준다.「운동회날」,「별명」,「삼촌도사람이아니다」의그림은시의재미와유머를힘차게풀무질한다.「누가더섭섭했을까」의단순한표현은오히려시가품은철학의깊이를그저그대로담은모양이다.「다섯살내동생들처럼」의귀여운할아버지할머니는“소국(笑國)”이며“소국(少國)이기도”한이시집의에필로그로맞춤일법하다.
윤제림의첫동시집『거북이는오늘도지각이다』는얼핏실현불가능한이상세계,쉽고단순하여더살펴볼것이없는세계를그리는것처럼느껴질지모른다.그러나그의시가힘주어말하는것은그세계를결코잊지말아야한다는간절한지시이다.기교를뛰어넘어마지막에도착하는무기교의세계,동심과종심이이어지며순환하는우주,언제나처음인듯호연한자연이우리가기억해야만하는바탕임을시인은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