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1

독립기념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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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상적 삶의 사실주의’의 정수이자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장편소설 『독립기념일』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포드의 문학적 페르소나이며 미국문학사상 가장 현실적인 인물 프랭크 배스컴을 주인공으로 한 ‘배스컴 4부작’ 두번째 작품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고 장편소설로 이 두 상을 수상한 첫 사례가 되며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선다. 또한 포드는 2018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며 그의 작품이 미국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독립기념일』의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은 이혼 후 부동산중개인으로 일하며 ‘존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존재의 시기’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 시기이자 ‘싫어하는 것, 꺼림칙하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을 무시하고 흘려보내는’ 시기다. 그는 그 누구와도 깊게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앤과의 결혼과 이혼, 그에 따른 아쉬움과 후회가 이따금 그의 가슴을 찔러오고, 전처 앤과 함께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아들 폴의 문제적 행동이 점점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연인 샐리와의 관계가 ‘그만 만나는 것’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존재의 시기’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는 독립기념일 주간을 맞아 아들 폴과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전처 앤에게 전해들은 것보다 아들의 상태는 훨씬 심각한 듯 보인다. 프랭크의 진지한 대화 시도에 아들은 가벼운 말장난으로 일관하며 갖은 기행을 일삼는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아들과 불안하고 위태로운 여행을 이어가던 중,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치고 마는데……. 무르익은 산문 스타일과 풍부한 뉘앙스로 현대인의 고뇌를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풀어낸 리처드 포드의 현대 걸작.
저자

리처드포드

지은이:리처드포드(RichardFord)
1944년미국미시시피주잭슨에서태어났다.미시간주립대학에서영문학을공부하고로스쿨에잠깐다니던그는소설창작으로방향을돌려캘리포니아대학에서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졸업후잡지편집자,대학강사,스포츠잡지기자등의일을하다1986년자신의문학적페르소나이자미국문학사상가장현실적인인물프랭크배스컴을주인공으로한‘배스컴4부작’중첫장편『스포츠라이터』를출간하며작가로서의입지를굳혔다.이후4부작중두번째장편『독립기념일』로퓰리처상과펜/포크너상을수상하며명실공히미국을대표하는작가의반열에들어섰고2006년세번째장편『지형』,2014년네번째로중편소설집『솔직하게말하도록해주세요』를출간했다.

리처드포드는동시대미국사회를날카롭고냉정한시선으로치밀하게그려냄으로써‘가장미국적인소설을쓰는작가’라는평가를받고있으며그의작품은‘미국식리얼리즘의정수’로손꼽힌다.

그밖의대표작으로『내마음의한조각』『절대적인행운』『와일드라이프』『캐나다』등의장편소설과『록스프링』『여자에게약한남자』『수많은죄』『빈티지포드』등의단편소설집,회고록『그들사이에서:부모님을추억하며』가있다.  

옮긴이:박영원
고려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팔코너』『존치버의일기』『스포츠라이터』『교수처럼문학읽기』『여유의기술』『늑대인간』『마법살인』『하이퍼그라피아』『찰리챈,열쇠없는집』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현대인의고뇌를가장설득력있는목소리와
풍부한뉘앙스로풀어내는작가,리처드포드의걸작

결혼,가족,공동체가붕괴된자리에서짓궂은웃음과
가슴저린슬픔으로이룬한개인의독립선언서

퓰리처상,펜/포크너상,박경리문학상수상작

“수년간나온작품중최고다.웃기고가슴저리도록슬픈,
한아버지와아들의처절한여행.”_가디언

“비영웅적삶속의영웅적인삶,
거대서사가없어진곳에서찾아낸작은거대서사.”
_김우창(고려대명예교수),2018박경리문학상심사평중에서


‘일상적삶의사실주의’의정수이자‘가장미국적인소설을쓰는작가’리처드포드의대표작『독립기념일』이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69,170번으로출간되었다.포드의문학적페르소나이며미국문학사상가장현실적인인물프랭크배스컴을주인공으로한‘배스컴4부작’중두번째작품이다.포드는『독립기념일』로퓰리처상과펜/포크너상을수상하고장편소설로이두상을수상한첫사례가되며명실공히미국을대표하는작가의반열에들어선다.
2018년박경리문학상수상은포드가“이시대의가장작가다운작가”이며그의작품이범세계적보편성을갖추었음은물론국내독자들에게도큰울림과감동을선사할수있음을증명한다.박경리문학상심사위원들은포드와그의작품에대해“비영웅적삶속의영웅적인삶,거대서사가없어진곳에서찾아낸작은거대서사”(김우창고려대명예교수)“진지하고성실한작가,판단하고주장하기보다는보여줌으로써일련의경험이독자의것이되게하는원초적인의미에서소설의기능을능란하게사용하는작가”(최윤소설가)“포드가부단히성찰하고그려내는것은변질된개인주의와자유주의로인해가정과공동체가해체된후,소외와상실감속에서살고있는현대인의외로움이다.리처드포드의문학세계가범세계적보편성을갖는이유도여기에있다”(김성곤서울대명예교수)고평했다.

“우리가통제할수없는사건들이현재의우리를만들죠.”

『독립기념일』의주인공프랭크배스컴은한때스포츠저널리스트였고,단편집을펴낸적도있는소설가이지만,첫아들의죽음과이혼등여러시련을겪은후이제는부동산중개인이되어미국뉴저지주의해덤지역에서홀로살고있다.(해덤은원래미국코네티컷주에있는지명이다.리처드포드의작품공간으로종종등장하는‘나무가많은도시’뉴저지주해덤은그가창조해낸가상의공간이다.)배스컴은고객과함께매물을살펴보고자기소유의집에사는세입자에게월세를받으러방문하고,아들폴과모처럼여행을떠나며독립기념일주간을보낸다.
전처앤과함께사는아들폴은정서불안을겪고있으며얼마전슈퍼마켓에서콘돔을훔치다걸려경비원과몸싸움을벌인혐의로재판을앞두고있다.폴의재판은독립기념일바로다음날로,배스컴은여행을통해아들의속마음을알아보고진정한‘자유’와‘독립’의의미를일깨워줌으로써아이를바른길로인도해주고자한다.그러나아들과의여행은시작도하기전에삐걱대기시작한다.

우울과허무가퍼졌고,사람들은‘이런사건은언제든일어날수있고실제로일어나버렸다’는것을깨달았다.범죄통계와동떨어져살수없다는것을,그동안얼마나안전불감증에걸려지냈는가를다들실감했다._본문중에서

아들을데리러앤의집으로가는길,장시간운전에지친배스컴은어느모텔에서하룻밤쉬어가기로한다.그런데모텔주차장의분위기가심상치않다.경찰차와구급차가경광등을밝히고있고,경찰관과사복경찰,구경꾼들로어수선하다.독립기념일휴일을맞아여행을떠나온어느가족의가장이십대소년의칼에맞아숨진것이다.살해동기는‘사람을죽이고싶어서’였다.이에배스컴은언제,어디서,어떻게닥쳐올지모를,누군가의일상을단번에앗아갈수있는사건사고와재앙에대한공포에사로잡힌다.

자녀와함께보낸어떤시간도,뒤돌아보면가장슬픈시간이기도하다.밝고생생한삶이지나가버렸다는슬픔,매순간이마지막일지모른다는슬픔이다._본문중에서

배스컴은그공포감을가슴한켠에간직한채아들폴과여행길에나선다.그러나그의진지한대화시도에아들은가벼운말장난으로일관하며갖은기행을일삼는다.배스컴은도무지속내를알수없이멀게만느껴지는아들과불안하고위태로운여행을이어간다.형의죽음과부모님의이혼으로방황하는폴에대한미안함때문인지,어디로튈지모를아들이나쁜일에휘말리거나사고를당하지않을까노심초사해서인지,그는이번여행이마치아들과의마지막여행이라도되는양불안하면서도애틋한감정에사로잡힌다.그리고그의불안감은급기야현실이되고만다.

“당신은결코죽지않았지만죽은사람이나다름없이산다.”

배스컴은이혼후‘존재의시기’를보내고있다.‘존재의시기’란‘인생이어떻게흘러가든별로신경쓰지않는’시기이자‘싫어하는것,꺼림칙하고복잡해보이는것들을무시하고흘려보내는’시기다.그는그누구와도깊게얽매이지않으며자유로운삶을유지하려한다.그러나앤과의결혼과이혼,그에따른아쉬움과후회가이따금그의가슴을찔러오고,아들폴의문제적행동이점점심상치않게느껴지고,연인샐리와의관계에서도‘그만만나는것’과‘진지한관계로발전하는것’의기로에서게되면서‘존재의시기’에위기가찾아온다.

예전에느꼈었고또느끼고싶은그감정은이제사라지고없다.남아있는것이라고는약간의흔적과,커다란궁금증뿐이다.그감정은어디로갔을까.다시돌아오기는할까.즉,그감정은무효가되었다.누군들움찔하지않겠는가?그런상황에서는모든것이똑같아보이고무엇도그다지중요하게보이지않는지경에이른다.당신은결코죽지않았지만죽은사람이나다름없이산다._본문중에서

배스컴은독립기념일주간동안전처앤,여자친구샐리와각각불화를빚었다가모호한화해를거듭한다.앤과의결혼생활에서배스컴은“시간이지나면나는전혀남지않고,오직상대와화학적으로결합된나만남으리라는두려움”에떨었다.그는이혼후에도앤과의관계,혹은그녀와함께했던과거에서완전히‘독립’하지못하고있다.그러나샐리와의관계는다르다.그와그녀사이에는그와그의행동,그리고그녀와그녀의행동만이있다.그러나배스컴은‘유대감’이나‘소속감’이라곤전혀없는샐리와의관계에서더큰두려움을느낀다.어느쪽도만족할수없는그는앤과샐리,‘유대감’과‘자유’사이에서아슬아슬한줄타기를이어간다.

“집이란우리에게작가적권능을휘두른다.”

배스컴은수달째마크햄부부에게집을보여주고있다.그러나버몬트주에서온마크햄부부는그중어느집도마음에들어하지않는다.그들이원하는집은그리거창하거나대단하지않다.문제는그들이가진돈으로는그런집을살수없다는것이다.마침내마크햄부부가마음에드는집을찾지만,그들이구매를망설이는사이그집은다른사람에게넘어가고만다.그래서그들은집을구매하는대신임차하는쪽으로방향을돌리는데,임대주택을보러가서도여전히그곳에서‘죽을때까지’살것인양모든것을철저하게확인하려들며또다시장고의조짐을보인다.

집을사는것은결국,아직은알수없지만앞으로걱정하게될일들을부분적으로결정해준다._본문중에서

내가볼때부동산거래에관한두려움(마크햄부부가지녔던그순수하고단순한두려움)은사실주택구매자체에서비롯된게아니다.어찌보면주택구매는인생에서가장희망적인선택을하는경험이될수도있다.비록돈을날려버릴위험이있긴하지만유독부동산거래만그런것도아니다.사실진정한공포는모든미국인들의내면에자리하고있는냉정하고도달갑지않은어떤깨달음이다.우리모두,똑같은소원을소원하고좌절된욕망을욕망하며바보스러운공포와환상에몸을떠는멍청이들과다를바없다는것,판박이처럼똑같은틀에서찍혀나온존재라는것.그리고계약서에도장을찍는시점이다가옴에따라,즉거래가마무리되어법원에기록이남을순간이다가옴에따라,자신이한문화의틀속에더깊이,더익명화된존재로파묻히고있다는느낌에사로잡힌다._본문중에서

나는안다.어떤이들은막대한비용을지불해집을구입하고,가구를옮기고,그리고이주안에완전히새로운인생을시작한다.그런후에야더나은인생이그들을기다리고있지않을까생각하면서다시부동산매물을확인하고,같은부동산중개인과의논하고,운송비를지불하고,대부금의조기상환에따른위약금을부담한다.이런방식을통해,즉실수와보완이라는과정을통해경제는계속활성화되는것이다.그런의미에서부동산거래란당신이꿈에그리던집을찾는것이아니라,이를처분하는행위가된다._본문중에서

배스컴도‘집’이누군가의인생에얼마나큰영향을미칠수있는지,그래서구매결정에이르기까지의점검과숙고과정에무척이나신중해야한다는사실을모르지않는다.‘집’이라는물리적공간을통해가족과함께하는소소한일상의면면은물론그들사이의관계,그들이함께혹은각자살아갈미래까지달라질수있다는것을안다.배스컴은마크햄부부가그임대주택에서완벽하지않더라도,행복과불행이뒤섞인일상을오래오래누리기를바란다.그러나‘집’에절대적인의미를부여하거나물질적요소가한사람의정체성이되고그의인생을뒤흔드는것에는회의적이다.
부동산구매를위한일련의의사결정과그에필요한이런저런점검과정리과정들에대한서술은흡사일상전반에대한,나아가삶자체에대한하나의환유처럼읽히기도하며,마크햄부부와매클라우드부부등배스컴이‘부동산중개인’의정체성을가지고맞닥뜨리는인물들과의장면에서는사실적묘사와서술을통해공감의여지가한층증폭되어,‘일상의리얼리즘의정수’를보여주는작가라는평가를다시한번확인하게된다.

존재의시기에서진정한독립의시기로

결혼,가족,공동체와같은정신적기반,그리고집,돈,직업같은물리적기반이무너진자리에서프랭크배스컴과등장인물들은방황과사색을거듭한다.그과정에서외로움과소외감을느끼고좌절하기도한다.리처드포드는그들의모습을통해인간을지탱하고구성하는기반들이붕괴했을때,우리가설자리를잃었을때의모습을다양한각도와단계로풍부하게그려낸다.
‘존재의시기’를지나가며배스컴은이런결론에도달한다.과거나미래에집착해현재를흘려보내지말것,통제할수없는일들을억지로통제하려고하지도말것.언제나‘나’로존재하되,소중한사람과마음을나눌줄알면서도그사람도언제나타인일수밖에없음을간과하지않을것.공동체적유대감이주는만족감을잊지않으면서동시에공동체라는허상에자신을잃어버리지말것.
기반이사라진세계에서등장인물들은각각의방법으로각자의결론을내린다.그러나그결론은잠정적이다.완전한정착과완벽한결론은없다.그들의영혼은,그들의인생은‘되어가는’과정에있기때문이다.포드는『독립기념일』을통해“고통과비극을멀리할수없는보통의삶”과그속의일상적불안과소외,상실감을사실적으로그려내며진정한자유와독립을통해성실한삶의가능성을찾아가는과정을촘촘하고설득력있게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