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의 숲

유빙의 숲

$13.00
Description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소설집 『발치카 No. 9』을 출간한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두번째 소설집 『유빙의 숲』. ‘세월호’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한 이후 4년 동안 써낸 8편의 작품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이은선은 개인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 질병의 유전, 친구나 가족의 범죄를 묵과했다는 자책감과 거기서 기인한 도피생활 등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고통을 그 극한까지 몰아붙인 뒤, 잔혹한 현실을 어떻게든 통과해 살아낸 그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저자

이은선

1983년충남보령에서태어났다.2010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코끼리」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발치카No.9』이있다.

목차

유리주의_7
유빙의숲_41
귤목(橘木)_73
뼈바늘_107
귤(橘),화(花)-도주1_135
쇳물의온도-도주2_167
파도의온도-도주3_199
커피다비드_229

해설│김나영(문학평론가)
삶이라는우리속에서_263

작가의말_287

출판사 서평

잔혹한현실의끝에서마주하는
삶에대한지극한애정

누구도똑같지않은삶이라는드라마를가혹하지만생생하게,그러나끝내따뜻한문장으로희망을놓지않고그려내는이은선의신작소설집『유빙의숲』이출간되었다.2010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해첫소설집『발치카No.9』을출간한이후4년만에펴내는두번째소설집이다.이은선은등단작부터“상징적압축미가뛰어나다”“독자에게시적인울림을선사한다”(신춘문예심사평)는평을들으며자신만의단단한소설세계를구축해나갈능력이충분하다는것을실감케했다.그리고첫소설집을펴내며,이미지를압축해제시하는개성있는소설세계로향하는눈에띄는징검돌하나를내놓았다.그리고다시,‘세월호’라는충격적인사건을목도한이후4년동안써낸8편의작품을모아두번째소설집을선보인다.이은선은개인의힘으로막아낼수없는재난이나사고,질병의유전,친구나가족의범죄를묵과했다는자책감과거기서기인한도피생활등에처한다양한인물들의고통을그극한까지몰아붙인뒤,잔혹한현실을어떻게든통과해살아낸그들이야말로삶에대한가장지극한애정을가진존재들임을역설해보인다.

“이넓은바다어딘가에그사람이떠있다고생각하면
겨울해는정말따뜻했고여름해는진짜시원했어요.”

소설집을여는작품인「유리주의」에서부터다양한과거와사정을지닌인물들이등장한다.중국의어느휴양지로패키지여행을온일행은괴생명체가산다는호수나“유리창의일부나다름없”이유리창에매달려유리를닦는청소부들따위에는아무런관심이없다.따로여행을왔다가눈이맞아오로지육체관계에만몰두하는커플,오래전계획한환갑기념여행을와서도자신들의속사정에따라행동하는여고동창삼인방,끊임없이서로를의심하는신혼부부,불륜관계이면서도부부를연기하는커플등은모두각자의욕구나잇속을챙기기에바쁘다.소설은한호텔에묵는이들의동상이몽을다소우스꽝스럽게그려내면서,읽는이로하여금마치패키지여행의일원이된듯한생생한재미를느끼게한다.그러나마냥웃을수만없는것은투명한유리창을없는것으로착각해끊임없이유리창에머리를박고죽는새들을보고도,혹은눈앞에서유리창을닦는청소부들을보고도자신들의행각을투명하게들여다보지못한채파국으로치닫는이들의모습이남의일로여겨지지않기때문일것이다.
‘영혼결혼식’이라는희귀한소재를다룬「뼈바늘」역시이야기가주는무게감과는다르게빠르게읽히는작품이다.이른나이에비명횡사한남녀의영혼을맺어주기위한혼례에서벌어지는한바탕소동을그리는데,비현실적인요소가개입됨에도우리가살아가는참담한현실과직접맞닿아있다.혼례를치러선안된다는사실을직감하고도돈봉투를챙기는일에만급급한주지스님의모습은차치하더라도,남녀의생전악연이밝혀지는충격적인장면조차도현실에서불가능한일이아님을알기에선연하고섬뜩하게다가온다.
소설집을닫는작품인「커피다비드」는작은섬에자리한카페를드나드는사람들에대한이야기다.한정된공간을배경으로풀어지는인물들의이야기라는점에서「유리주의」와그궤를같이하지만소설의결은사뭇다르다.「유리주의」가두루뭉술한윤리감각이나이타심상실같은우리사회의불편한현실을드러내보여준다면,「커피다비드」는그럼에도삶은계속되어야하고애정을가져볼만한것임을따뜻한시선으로짚어낸다.바다에서남편을잃고도바다를떠나지않거나,말기암으로죽음을목전에두고도복역중인아들의장래를걱정하거나,끈질기게자신을괴롭히던같은반친구를끝내좋아하게되어버리는마음같은것들이활기찬남도의사투리로,톡톡튀는‘고딩이’의언어등으로현장감있게그려진다.

이은선은소설집의마지막에「커피다비드」를위치시킴으로써결국에는누구도이삶을떠나지못할것이며,그렇다면좀더애정을가지고살아봐야하지않겠느냐며우리를위로하는듯하다.인상깊은점은삶을관조하는시선이더욱깊어진것과마찬가지로,현실의참혹함을드러내는방식역시더욱거침없어졌다는것이다.
표제작「유빙의숲」은세월호사고로조카를잃은조형사와어미를잃고바다를홀로떠도는상어,그리고할아버지로부터신체의일부가문드러지는병을대물림받은유진의이야기가정교하고환상적으로뒤섞인다.따로떼어읽어도좋을소재를이물감이나감정의과잉없이하나의얼개로축조해내는능력은이은선의가장큰장기라고할수있는데,「유빙의숲」에이르러그러한장기가좀더진일보했음을보여준다.이은선은‘제주’라는공간을구심점삼아다양한뼈대의이야기를어느것하나허물어뜨리지않고소설의끝까지끌고가는가운데,어떤부분에서도현실을미화하거나감추지않는다.해경이되어조카를구하지못했다는자책감이나해경이되었더라도스러져가는배에접근하지못했을것이란조형사의절망감을있는그대로드러내는대목등이그렇다.“누구든스스로살아남아야만하는,서로가서로를보호해주지못하는삶의민낯”(김나영,작품해설)을가감없이보여주는것이라할수있는데,작가스스로도“행복과사랑,성취대신‘안전’이라는말에온기가오래머문다”(작가의말)고밝힌것처럼‘세월호’라는엄청난사건을경험한작가의소설적동선이조금은달라졌다는것을눈치채게한다.
「귤목(橘木)」에서도같은사건으로손자를잃고현실을받아들이지못한채젊은시절을보낸제주로향하는남자의이야기가가슴아프게그려진다.남자의며칠간행적을담담히따라읽다보면,남자의고통이남자혼자감내해야할것이아닌우리가분담해야할사회적고통임을분명히알수있게된다.
‘도주’연작세편(「귤(橘),화(花)-도주1」「쇳물의온도-도주2」「파도의온도-도주3」)에서는이야기꾼으로서이은선의면모를살펴볼수있다.‘이화’는누군가의밀고로사주전(위조주화)을만들던서방이적발되면서갑작스레쫓겨달아나는처지가되고,그와중에서방과아이까지잃는다.서방은망나니의칼에목이잘려죽고,어떻게든지켜내려던아이‘귤(橘)’은재물에눈이먼가짜맹인의원에게배를짓밟혀잔인한죽임을당한다.삶의끝까지내몰린듯보이던이화는,그러나의원에게쇳물을부어죽음을되갚는방식으로삶을이어나간다.하지만복수는또다른도주를시작하게만들고,‘도주’연작은이화가끊임없이도망치면서도삶을이어갈수밖에없는까닭을속도감있는문장으로풀어낸다.

이은선은소설의인물들을참혹한현실에그대로노출시키지만,결코그들을아무렇게나내버려두진않는다.끊임없이현실을뛰어넘어살아갈동력을추동하게만들고,끝내는그들에게손을내밀어지나온시간이헛되지않았음을기억하게만든다.설령이미세상에없는존재일지라도‘숨’이라는,‘기포’라는환상적인이미지를불러내그들을기억하게만든다.그러한지극한애정,떠나는누군가의안녕을바라며카페안의등을모두켜고촛불까지켜두는마음(「커피다비드」)이이은선이소설과삶을대하는마음일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