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장편소설)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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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다의 애수와 낭만을 사랑한 소설가, 한창훈
그 26년 작가 인생의 총화
일평생 짙푸른 망망대해를 동경하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사랑해온 작가 한창훈의 신작 장편소설 『네가 이 별을 떠날 때』가 출간되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닷사람들이 뿜어내는 생생한 활기를 소설화하여 ‘한국의 헤밍웨이’로 불리기도 하는 작가의 이번 소설은,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독감은 깊어졌고 회상하는 시선은 더욱 먼 곳을 향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인간의 야무진 생명력보다는 소중한 존재의 죽음과 그후 남겨진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생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이제껏 작가가 그려온 어떤 장면보다도 그 자신의 삶에 가까이 닿아 있는 듯하다. 26년간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태어나고 자란 거문도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섬사람으로서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쓴 듯한 이 정갈한 장편소설은 2018년 여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https://cafe.naver.com/mhdn)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마치 이별을 준비하듯이, 한창훈은 이제까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모든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소설 속에 꾹꾹 눌러담았다.
저자

한창훈

남쪽바다먼섬에서태어났다.
그곳에서얻은언어와정서로이십오년넘게작가로살고있다.
원고쓰면서날밤새운적없으나마감펑크는딱한번냈다.욕을잘하고웃기는소리도종종한다.그외에는침묵한다.
사람을볼때51점만되면100점주자,목마른자에게는물을주어야지꿀주면안된다,미워할것은끝까지미워하자,땅은원래사람것이아니니죽을때까지단한평도소유하지않는다,따위를생활신조로갖고있다.지금도그섬에서혼자살고있다.
그동안몇권의소설집,몇권의장편소설,몇권의산문집과어린이책을냈다.

목차

네가이별을떠날때_007

작가의말_262

출판사 서평

외로워서사랑하는데
사랑을하면더외로워지는이상한존재들
그중가장슬픈이는홀로남겨진사람이다


여기,아내와사별하고고향섬으로흘러든남자가있다.도시에서의신변을정리하고낚시로소일하며생각해보니,“모든사람은느닷없이태어나서엇비슷한인생을살기마련”인데,살면서겪는몇가지꿈에도몰랐던일들이숱한인생들에조금씩다른의미를부여하는것같다고그는말한다.지난삶을되돌아보는그의회상에서크고작은상처와슬픈이별들이풀려나온다.그리고남자가겪은뜻밖의사건이밝혀진다.그것은놀랍게도80년이지나지구를다시찾아온‘어린왕자’를만난일이다.
남자는여섯살겨울에연못바닥으로완전히가라앉아임사체험을한뒤일찍이죽음에익숙해졌다.할아버지의죽음과아버지의실종을연달아겪고하루아침에소년가장이되어현실에눈떴다.성장해서는항해사와선장으로일하며죽을고비를여럿넘겼다.인도양한복판에떠있는거대한컨테이너선안에서밀항자와정면으로마주치기도했다.배에서뛰어내려사막으로걸어들어가는밀항자의뒷모습을보며어느새남자는그의행복한미래보다는비극적인죽음을더쉽게떠올리는‘어른’이되어있었다.
그리고얼마전남자의아내가죽었다.좋은사람은먼저가버리는지독한아이러니앞에서남자는무너지지않으려애썼다.“같이있으면싸우거나진부한데떨어지면그리운”,익숙하고친밀한존재에대한이복합적인감정을사랑이라고부를수있는지미처몰랐던남자는아내를잃고서야자신이진심으로아내를사랑했다는것을깨달았다.
슬픔이담긴눈을하고묵묵히하루하루를보내던남자앞에어느날한소년이나타난다.다짜고짜낚싯대를가리키며이것저것묻기시작하는아이에게심드렁하게대꾸해주다가,남자는물고기를그려달라는부탁을받는다.아이가예시로펼쳐보여주는그림은강렬한기시감을느끼게하는것이었다.세개의구멍이동그랗게뚫려있는상자……이것은생텍쥐페리가『어린왕자』에서그려준양그림이아닌가.소년의정체가확인되는놀라운시간도잠시,남자와소년은아내와생텍쥐페리라는소중한사람을잃었다는같은상처를공유하며빠르게가까워진다.
동화와현실은다르다는것을일생에걸쳐뼈저리게자각해온남자앞에선물처럼나타난어린왕자.남자는아이와배를타고,같은밥상에서밥을먹고,바닷속을구경하기도하면서얼어붙은마음을점점녹여간다.푸른바다와섬을배경으로두사람의신기하고아름다운교류가한편의동화처럼펼쳐진다.

“지구별은망할까?”
“몰라.그것을누가알겠어.”
가장맑은영혼들이우리별에남기고간뭉클한이야기


짐작되듯,『네가이별을떠날때』는어린왕자가다시한번지구에온다면어떤이야기가계속될수있을지상상하며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를이어쓴소설이기도하다.한창훈은생텍쥐페리가남긴사소한설정하나하나를작품으로끌어와,어린왕자를눈앞에서보고있는것처럼구체적으로복원해낸다.인간의잃어버린순수를상징하는어린왕자와함께하는섬마을일상을따라읽고있자면우리의마음도절로맑아진다.그런데사막에서생텍쥐페리를만난후80년이지난지금다시지구를여행하는어린왕자의눈에비친지구는어떤모습일까.이별에서어른들은여전히이기심넘치는속물들이고,생텍쥐페리를죽게한전쟁이여전히계속되고있다는사실을목격하게된다면어린왕자는얼마나큰충격과슬픔에휩싸일까.
이소설에서어린왕자가생텍쥐페리와의추억을더듬어보기위해사막을찾았을때,이우려는실현되고만다.한창훈은삶을꿰뚫어보는예리한통찰과묵직한사유가담긴문장으로우리의부끄러운모습을밝힌다.그리고특유의애수어린절절한문체로어린왕자와의또한번의이별을먹먹하게그려낸다.과거의잘못을여전히되풀이하고있는미운지구별의모습을재확인한어린왕자를,우리는언젠가다시만날수있을까?『네가이별을떠날때』는서로의소중함을모른채반목하고,홀로남고서야뒤늦게후회하는우리에게한창훈이보내는직설보다뭉클한우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