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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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구제 옷을 파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딸에게 준 놀라운 선물!
누군가에게 반드시 선택받거나 청탁받지 않아도 스스로 판을 만들어 작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사람이 있다. 한 달 만 원, 글 한 편에 500원. SNS로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모집해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해 6개월간 절찬리에 진행하며 SNS를 뜨겁게 달군 《일간 이슬아》의 저자 이슬아의 이야기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누드모델, 기자, 만화가, 글쓰기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마침내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안고 다가온 작가 이슬아의 작은 자서이자 그와 눈물샘과 삶이 연결된 복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에세이다.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만화와 함께 자신의 평범하고도 비범한 가족사를 담담한 문장으로 묘사한 저자의 필력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에서 ‘복희’라는 이름을 가진 60년대 생 엄마와 90년대 생 딸 ‘슬아’가 살아온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이 디폴트 상태’인 집안에 태어난 60년대 생 복희는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했고, 곧장 돈벌이 전선에 나선다.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과 서빙, 보험회사 직원, 소매점 카운터……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결혼하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유년기를 보낸다.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분투 끝에 복희는 어린 슬아의 삶을 지켜내고, 슬아는 무사히 성장해서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전전하던 슬아는 돈이 없는 것보다 불행한 것은 시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간 대비 고수익이 가능한 누드모델을 아르바이트로 선택한다. 슬아는 엄마에게 담담하게 자신이 하려는 누드모델 일에 대해 털어놓고, 엄마 복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슬아에게 놀라운 선물을 건네는데…….
대학을 나오지 않은 60년대 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90년대 생 여자, 두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한 이 책은 우리 각자의 유년기,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돈벌이를 이어온 각자의 삶, 그런 우리의 등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엄마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

이슬아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잡지사기자,누드모델,글쓰기교사등으로일했다.2013년단편소설<상인들>로데뷔후작가이자헤엄출판사대표로일하고있다.수필,칼럼,서평,인터뷰,소설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쓴다.

언제나외부의플랫폼으로부터청탁을받아야만독자를만날수있었던이슬아는2018년봄부터아무도청탁하지않은연재를시작했다.연재의제목은<일간이슬아>....

출판사 서평

누드모델,기자,글쓰기교사...
그리고결국,연재노동자!

매일구독자들의마음을훔친
파격의이메일연재<일간이슬아>
SNS세계의셰에라자드이슬아작가의그림에세이

“복희는알려주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고난에지지않고살아간다는것의의미를.”


신문과잡지하나정기구독하는이가드문젊은층사이에서최근폭발적인화제를모은‘일간지’가있다.매체명<일간이슬아>.
아무도청탁하지도,플랫폼을활짝열어주지도않았지만,한20대작가가‘이글을써서2500만원의학자금대출을갚아보겠다’며매일한편의수필을구독자의이메일로전송해주는셀프연재프로젝트를시작한다.한달만원,글한편에500원.거리의붕어빵이나오뎅만큼저렴하지만,하루하루고단한이들의마음을데워주는이야기들이메일함에쌓였다.‘이언니,패기쩐다!’‘출퇴근길엔일간이슬아’등의놀람과감탄이SNS상에서술렁였고,<일간이슬아>프로젝트는6개월간성황리에이어졌다.
<일간이슬아>의발행인‘인간이슬아’는어떤사람일까?누군가에게반드시선택받거나청탁받지않아도스스로판을만들어작가로살아갈수있음을입증한이사람은왜글을쓰기시작했을까?
매일구독자들의마음을훔친파격의이메일연재<일간이슬아>의이슬아작가의그림에세이가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이책은‘인간이슬아’의작은자서이자그와눈물샘과삶이연결된복희라는여성에대한이야기이다.대학을나오지않은60년대생여자와,등록금과생활비를스스로벌어대학을다녀야했던90년대생여자가한국사회에서어떻게노동하고삶을견디고우정을나누는가에대한기록이기도하다.
누드모델,기자,만화가,글쓰기교사등의직업을거쳐마침내독자들에게자신의이름이박힌책을안고다가온작가,이슬아.연필로슥슥그린듯한만화와함께자신의평범하고도비범한가족사를담담한문장으로묘사한이슬아작가의필력이어우러진이책은,지금우리시대새로운유형의작가가탄생하고있음을예고한다.

전화기너머로엄마목소리를듣자엄마가덮고있을이불이생각났다.그이불에묻은커피자국도생각났고,엄마의배꼽아래에생긴주름들이랑엄마발가락에난얇은털도생각났다.그리고엄마를앓게만들었을일들을생각했다.그런걸생각할때마다나는꼭돈이아주많아지고싶었다.
내가돈이많아지면엄마에게가장주고싶은것은시간이었다.
일을멈춰도되는시간을엄마에게선물하고싶었기때문이다.(207~208쪽)

태어나보니가난이디폴트!
숭고하지도비참하지도않은,두여성의돈벌이역사


가난한집에서태어난우리의엄마들은왜이다지도비슷한역사를지닌것일까.공부하고싶었고그만한재능이있었지만,‘가난이디폴트상태’인집안에태어난60년대생복희는합격증을받고도대학등록을포기해야하는순간이오자,다락에올라가운다.그리고3일뒤부은눈으로양푼비빔밥을한가득비벼먹고돈벌이전선에나선다.복희는수많은직업을전전한다.이사회가아무런배경도,권력도없고학력조차변변치않은여성에게허락하는돈벌이의영역이란비좁고험하다.부품공장경리,식당주방일과서빙,보험회사직원,소매점카운터……복희는수많은직업을전전하면서자신의삶을지탱하고결혼하고마침내자신의아이를낳는다.복희의딸슬아는때론귀엽고때론감동적인엄마복희와함께울고웃으며유년기를보낸다.
복희는자신의인생에서가장슬픈순간을슬아에게대물림하지않는다.아프리카에까지가서일자리를구하는분투끝에복희는어린슬아의삶을지켜내고,슬아는무사히성장해서대학에입학한다.

그러나스스로등록금과생활비를벌기위해각종알바를전전하던슬아는자꾸만‘시간’을잃어간다.
‘돈이없는것보다불행한것은시간이없는일’이라고생각한딸슬아가선택한아르바이트는시간대비고수익이가능한‘누드모델’.이사실을엄마복희에게말할까말까망설이던슬아는엄마에게담담하게자신이하려는누드모델일에대해털어놓고,엄마복희는새로운일을시작하려는슬아에게놀라운선물을건네는데……
구제옷을파는엄마가남들앞에서옷을벗는일로돈을벌겠다는딸에게준선물은무엇이었을까.

복희가준선물들,복희와나눈모든순간과대화로인해슬아는씩씩하게돈을벌고읽고쓰고,계속해서살아간다.시급4천원짜리서빙알바를하다가시급3만원의누드모델일을하기위해전국을돌아다니면서슬아가겪은일들에대한묘사는이책의가장빛나는대목중하나다.백화점문화센터누드모델일을하면서아주머니들의수다와그녀의‘궁둥이’에감탄하는강사를견딘뒤,슬아는백화점화장실에서조금운다.그리고마치그언젠가의복희처럼,눈물을닦고백화점푸드코트에내려가열심히밥을먹는다.

온몸이못견디게뻐근해질즈음.타이머가울립니다.드디어네시간짜리일이끝났습니다.진이빠집니다.저는무대에서인사한뒤탈의실로가서옷을입습니다.탈의실이무척싸늘하다는걸이제야실감합니다.
강의실을빠져나오자일하느라잠시구겨놨던민망함과서러움이슬쩍고개를듭니다.변덕스러운저는백화점화장실로가서잠깐눈물을훔칩니다.넓고쾌적한백화점화장실에서는울맛이나니까요.더러운화장실이라면절대안울었을것입니다.아까무대위에서모른척하며잠시곱게접어놓았던느낌들을다시쫙쫙펴서곱씹습니다.골반뼈의통증과어깨와무릎의뻐근함과톡톡튀는다리저림과으스스한추위와중간에지루한듯붓을내려놓던아줌마의표정과강사가내엉덩이보고궁둥이라고말할때의입모양같은것들을떠올리며닭똥같은눈물을흘립니다.엄마가보고싶어져서조금더웁니다.
이제대충다울었습니다.울고나니서러울거하나없습니다.오늘번돈만으로도이번달전기세와도시가스비와인터넷요금을내고도남는다고생각하니기분이조금점잖아집니다.(…)
“돈때문에누드모델이돼요.그리고무엇보다도,시간때문에누드모델이돼요.시간을버는일이기도하잖아요.”
(…)상인들중에서도가장높은곳에있는사람은빌딩을가진사람도아니고자동차를가진사람도아닌,시간을가진상인이라고믿는우리.시급3만원짜리모델들.비참한마음없이벗은몸을팔수있는상인들.(227~232쪽)

엄마복희는딸슬아의인생에그어떤간섭도,거짓말도,잔소리도,허황된희망도말하지않는다.그저삶을씩씩하게견디고살아내는딸에게‘나는그저영원한짝사랑을하고있어’라고애틋한말을속삭여줄뿐이다.
사람마다나를영원히짝사랑하는엄마가등뒤에있다는것은인생의빛나는축복이자아련한슬픔이다.『나는울때마다엄마얼굴이된다』는문득나의유년기와내가돈을벌기위해해내야했던일들,그리고그런내등뒤에조용히서있는엄마를돌아보게하는책이다.

책의마지막장면.오토바이를타고책장밖거친세상을향해달려나가는듯한슬아의뒤에복희가올라타있다.복희는슬아의허리를꼭끌어안고있다.책장밖에서여전히만만치않은삶을이어갈두모녀의삶을독자들은가만히응원하게될것이다.
숭고하지도,비참하지도않은돈벌이를이어오며이삶을살아낸나의엄마와우리각자의삶도.

태어나보니제일가까이에복희라는사람이있었는데,그가몹시너그럽고다정하여서나는유년기내내실컷웃고울었다.
복희와의시간은내가가장오래속해본관계다.이사람과아주많은이야기를나누며자라왔다.대화의교본이되어준복희.그가일군작은세계가너무따뜻해서자꾸만그에대해쓰고그리게되었다.엄마와딸,서로가서로를고를수없었던인연속에서어떤슬픔과재미가있었는지말하고싶었다.
무엇보다우정에관한이야기라고생각한다.우연히만난두사람의우정.
나를씩씩하게만든이야기니까누군가에게도힘이된다면좋겠다.
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