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채호기 시집)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채호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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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 시인선 112번째 시집으로 채호기 시인의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총 57개의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2부라는 명칭 없이 제목으로만 껴안은 각 파트는 이 시집이 분절될 수 없는 하나의 시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또한 악장으로 나뉘어 찰나의 휴지는 있으나 결국 한 곡으로 들리는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기도 하겠다.
저자

채호기

1988년『창작과비평』여름호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지독한사랑』『슬픈게이』『밤의공중전화』『수련』『손가락이뜨겁다』『레슬링질수밖에없는』이있으며,김수영문학상과현대시작품상을수상했다.현재서울예술대학교문예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나는언제나내가아니다

명자꽃
나는누구인가?
겨울저녁,덕수궁현대미술관에서
다른곳
눈을이해하는법
일그러짐?눈의바다
갑자기
뭐라고?
은밀한투명무늬
나를이해하는법?단순한삽화
푸른벽
마음을들여다본다
저녁에
저녁의노래
조각가

아무것도아닌

먼지의정물
그녀는곧
순간의숲
에델바이스
삶은마술이다
단순한삽화
아무것도쓰여있지않은흰종이
잡담
눈이쓴산문에앉아
……가되기를거부하는끝내그무엇도아닌것들

시간의끝이얼마남지않았다

꽃병
볼살통통한소녀1
볼살통통한소녀2
벌거벗은마음
새벽의노래
부러진쇄골
미지의대륙
사람은죽는다는사실을잊어서는안돼
고양이
검은사슴
죽음은비교할수없다
오래된나무
근데,시간은있나?

그이후가있을까?

저물속에
소포

두장면
도시외곽의시간
언니뭐해!
연두
과일
회귀
돌을이해하는법
극도로차가운빛
재채기
삽화
등대

나는누구인가?

자기부상:석분기자
자기부상:석분기자
자기부상:석분기자
자기부상:석분기자
자기부상:석분기자

해설|저녁의극한
|이철주(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나는누구인가?
나는언제나내가아니다.”
뜨겁고아름다운‘나’라는언어의극한

문학동네시인선112번째시집으로채호기시인의『검은사슴은이렇게말했을거다』를펴낸다.1988년『창작과비평』으로등단,전작『레슬링질수밖에없는』이후4년만에펴낸시집이자올해로시력30년을가득채운거장의가장뜨겁고도첨예한시세계를닮은일곱번째시집이다.“몸”의시인이자“형이상학적물질론”의언어세계를펼쳐보인시인채호기.그의신작시집은거기에서더나아가언어예술이보여줄수있는극단에도전하며,인식과상상이극한에이르렀을때생겨나고들려오는침묵과음악을받아쓴흔적들로가득하다.그럼으로부서진나와나들을그러모은파편-시편들이반짝이며쏟아져내린다.
『검은사슴은이렇게말했을거다』는총57개의시편으로구성되어있다.1부,2부라는명칭없이제목으로만껴안은각파트는이시집이분절될수없는하나의시라는생각을하게끔한다.또한악장으로나뉘어찰나의휴지는있으나결국한곡으로들리는음악을떠올리게하는구성이기도하겠다.“나는언제나내가아니다”“아무것도아닌”“시간의끝이얼마남지않았다”“그이후가있을까?”“나는누구인가?”로이어지는제목들은시인이도전하는극한의주제에다름아니기도하다.

나?
나라고쓰면서동시에갈라진다.하나는내몸을가리키면서파고들면서(물결이배밑바닥을지나가면서배가일렁이듯)공명하고(무엇이무엇에공명하는것일까?),다른하나는종이에덧칠되면서종이를긁으면서표면에붙으면서나가된다.
나는수많은갈라짐이다.쪼개진자잘한부분이나이다.눈길을끄는것들이(얼핏보았지만잔상으로남는색깔같은것이거나,사라진뒤에도남는냄새,촉감같은것)있어그것들을그러모을수있다면그게나?
그러나나.인.순간.동시에사방으로흩어진다.
_「나는누구인가?」부분

일상을어떻게시로만들까평소고민해오던나는어제「잡담」이란제목의초고를썼다.시를이렇게써도되나?(이걸합평에부친다면,“산문이나소설의한부분같다”는비판이날아올걸)이건시가아니라‘삽화’라고멸시받지않을까?나는?발표할까,말까,이렇게도한번써볼까,그냥써오던대로쓸까?망설인다.
_「삽화」부분

산산조각으로부서졌다회집하는나
그리하여태어나는또하나의새로운몸

내안의수많은‘나들’이들썩이고괴로워하며실족하고무너져내리는이곳은채호기의시가태어나는곳이자한사코벗어나려하면서도결국되돌아오고마는시적여정의종착지이다.자기안의자신을끝끝내지워내지못한실패로서만존재하는이불가능한사랑은주체‘너머’의절대적대상을갈망하지만,그러한갈증이태어나는‘나’라는욕된이자리를부정하지않는다.
_이철주(문학평론가),해설「저녁의극한」부분

“물위에새긴장면”(「두장면」),“먼지의정물”(「먼지의정물」),“이명을떨쳐내는반동으로자기부상하는침묵”(「자기부상:석분기자」),“암흑을바라보는암흑의빛”(「돌을이해하는법」),“몸안에서메아리치는소리없는것들”(「자기부상:석분기자」),“사랑하는사람을산다는것”(「근데,시간은있나?」)에이르기까지.시인이포착한극도로섬세한이미지는부재하면서도너무나도선연하게다가오고,이는도달불가능한너머와무한과유한을함께환기한다.사물과현상을있는그대로감각하고파고들어가까스로건져낸인식들,그것을순정한언어로펼쳐낸시편들.그곳에닿기위해,닿지못해,닿았다착각하는사실마저직시하며“그건인간의터무니없는상상”(「고양이」)이라고써내는시인.그렇기에너무나인간적일수밖에없는시인채호기.수많은나들이속삭이고웅성거리고때로는침묵하는소리들을받아적는일은수만개로반짝이는분명한나들을목도하는일이자,산산조각으로흩어진나를그러모으는작업에다름아니다.그리하여한권의책으로묶어선보일『검은사슴은이렇게말했을거다』는독자들이결코잊을수없을단하나의새로운몸을,그몸의탄생을함께지켜보는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