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녀의 일기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 양장본 Hardcover)

착한 마녀의 일기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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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매우 이질적으로, 이단적으로 다가온다. 그쪽은 동시의 길이 아니라고, 아무도 가려고도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곳에서 걸어 나온 이 기이한 이야기는 그러나, 그렇기에 사뭇 매력적이고 유독 새롭다.
_심사평(안도현, 유강희, 이안)

개미 떼를 따라가면
죽어 가는 풍뎅이가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절뚝절뚝 걸어가는 나비가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쫀득쫀득 말라 가는 지렁이가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입이 더러운 병이, 병 속에서 우는 파리들이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눈도 없고 날개도 없는 까만 새가 나와요.

_「개미 떼를 따라가면」 전문
저자

송현섭

1967년군산옥구에서태어나원광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1990년전북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고1992년『문학사상』시부문신인상을받았다.‘지금까지본적없는,매우이질적이고이단적인동시’라는평을받으며2018년제6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을수상하였다.

목차

1부젠장,나는삥뜯기고있는거야
푸른전봇대|구두귀뚜라미|덩굴장미울타리|나무위고양이|
착한마녀의일기|참매미보청기|바느질자국|동생의복수를위해|
용왕님께|딸기|잔머리굴리지말기|고양이와나

2부부탁이야,꺼져줘
개미떼를따라가면|엄마아빠놀이|버드나무|잠꾸러기고양이|
암탉의유언|부엉이|아기고래|목격자|자전거도둑들|크리스마스|일기예보

3부무셔,무셔,무셔
괜찮아|뱀에게|비밀이,풀풀|오솔길의나무들이|할머니의기억상자|
북을두드리는여덟개의발|우리마을에내리는눈은|토란잎|회전목마|잠자리|섬

4부토끼는풀을지우고,할아버지는토끼를지우고
평화를위해|토끼는풀을지우고,외할아버지는토끼를지우고|옥수수밭|
조개씨에게|꼬마톰슨가젤의수업시간|감나무아래|
옥상의날개들|장마가길어지면|초록벌레|얼음꽃

해설_이안

출판사 서평

|동시의클리셰를벗어던진,음습하고기괴한이야기
|압도적존재감으로제6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수상

매해단단한개성을지닌수상작을내며우리동시의위상을다져온문학동네동시문학상이6회수상작을출간했다.『어이없는놈』『엄마의법칙』『나쌀벌레야』『넌어느지구에사니?』『나는법』등문학동네동시문학상수상작품들은기존의동시통념에얽매이지않고새로운방향을제시하며독자와동시단에활기를더해왔다.

6회동시문학상에응모된122편의작품하나하나가“우리동시의토대가이전보다훨씬굳건해지고다양해졌”음을보여주었지만,유독기이한모습으로돌출되어도드라진작품이있었다.아름답기보다는그로테스크하고,순하기보다는공격적이며,삶보다는죽음과더가까운곳에선듯한이작품은“매우이질적이고이단적”임에도분명히‘동시’라는이름을지녔다.그중심에는틀림없이동심이자리하고있으나다만“아직우리동시가가보지않은길에서”걸어나왔을따름이다.심사를맡은안도현,유강희,이안시인은이파격의작품을제6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작으로선정하였다.그리하여지금,우리앞에는'낯설어서반가운'한권의동시집『착한마녀의일기』가놓여있다.

제일거친상상력과기세를보여주었다.마치덜다듬어진듯한느낌을주는이작품을수상작으로결정한것은이야생의언어가우리동시의빈곳을채워주리라는확신때문이다.야생마처럼빠른속도의감각과비유는단순한기술이아니라생의고뇌를통과한자의자유로운발길질같다._안도현(시인)

기존동시문법이보여주지못한동심의‘맹랑성’에주목한점이새롭고놀랍다.언어적금기위반에바탕한날렵하면서도묵직한유머와오늘의현실을읽어내는알레고리가단연압권이다.우리동시의새지평을여는텍스트로서벌써눈부시다._유강희(시인)

발견이라기보다발명에가까운것,억압되고금기시되었던말과내면이거침없이표현되면서만들어낸새로움이담겨있었다.독특한‘아래’와‘변두리’의자리에서,잊히고소멸해가는것을비(非)동시,또는반(反)동시적방식으로기록한작품들은대부분동시또는동심에대한위반충동을장착한것이었다.보송보송하기보다기분나쁘게그늘지고축축하며,반짝이기보다붉게녹슬어금세주저앉을것같은말과시간과장소와사물에,그러나동시독자로서맨처음매료된것은큰기쁨이었다._이안(시인)

하느님,나의하느님은
나를조용히나무아래로불러
검은넝쿨처럼자라난손가락
하나씩하나씩
예쁘게잘라주며말씀하셨네.

아이고,나쁜생각이많이자랐구나.
손가락은내가가져갈게.

그러나여전히
왼손은사나운수탉,오른손은날렵한사냥꾼.
손가락은금세자라나고,더길어지고,더구부러지고,완전검어졌네.

다시어느날
하느님,나의하느님은
나를길가장자리로불러말씀하셨네.

얘야,바삭하게말린뱀과애벌레팝콘,원숭이알사탕,박쥐쫀드기,기린주스는불량식품이야.
먹으면배가아파요.
내가가져갈게.

나는시옷자의풀밭에누워
기름처럼둥둥뜬흰구름을보며
생각하고,고민하고,의심하고,추리했네.

젠장,나는분명삥뜯기고있는거야.

_「착한마녀의일기」전문

|우리동시가한번도들여다보지않은그곳,
|‘아래’와‘변두리’로부터들려오는착한괴물들의목소리

한아이가참매미한마리를잡아날개를자르고,사마귀같은더듬이를떼어내고,몸통을정성껏다듬고사포로문지르기까지하여‘참매미보청기’를완성한다.귀가잘들리지않는할머니를위해서다(「참매미보청기」).또아이는거리에놓인구두속에서들려오는귀뚜라미소리를듣고는,커다란돌하나를구두위에올려놓고기쁜마음으로돌아간다.‘구두귀뚜라미’가도랑에빠질까걱정되어한행동이지만,덕분에귀뚜라미는영원히울지않게되었다(「구두귀뚜라미」).우리는이아이를‘나쁜아이’라고단언할수있을까.독자가고민하는사이,정작아이는스스로가“괴물”임을선언하고만다(「푸른전봇대」).“아이고,나쁜생각이많이자랐구나.”자상하게말하며서슴없이손가락을가져가버리는뻔뻔한하느님들이아이를둘러싸고있기때문이다(「착한마녀의일기」).

‘착한아이’라는이름으로재단된반듯한틀밖으로비어져나온아이들은곧바로나쁘다고단정되거나,아예없는존재인양외면당해왔다.다른생명을죽이고거친말을쓰는아이가‘마땅히해야할반성’조차하지않는모습으로동시에등장하는일은없었다.그러나송현섭시인의동시에는이제까지편집되어온아이의모습이,그리고뻔뻔하고추악하여진정한‘괴물’이라할만한세상의실체가적나라하게드러난다.송현섭동시에반복적으로등장하는,작고작은존재만을노리며태연히거짓말하는포식자의모습은실은무척익숙한것인데도동시에서만나기에낯설다.이러한새로움의진정한의의는이제껏존재하는지도몰랐던우리동시의‘빈곳’을비로소인지하게한다는데있다.우리가사는세상이언제나아름답고따뜻한곳은아님에도언제나따뜻하기만했던동시에깃든기묘한괴리감,그이질성을아이러니하게도“매우이질적”인동시가자각시켜주는것이다.

송현섭시인은동시바깥의구석에내몰렸던현실의아이들을동시의중심에세움으로써,누구도귀담아들으려고하지않았던목소리또한우리에게들려준다.자신에대해혼란스러워하고,이세상을무서워하고,그무서운마음에보고배운행동을그대로따라하며세보이려하는아이들의목소리가들려올때,우리가지금까지얼마나좁은의미의‘동심’만을그려왔는지생각해볼수밖에없다.기존동심의전형을무시한채모든아이들의목소리를차별없이담아내는것,그것이바로어린존재들에대한존중을바탕으로하는송현섭시인만의동심이라할것이다.이세계에서작은괴물들이실은“삥뜯기고”있었음이명백해지는순간,대상을가려가며붙었던‘착한’이라는수식어는비로소다른단어에도가붙을수있다.“착한마녀”라는낯선단어의조합이탄생하는순간이다(「착한마녀의일기」).

스승님,도대체동심이뭐죠?
동심은눈높이지.넌몸을낮추고아이들과눈을맞춰야돼.
꼭학습지처럼말씀하시는군요.
(…)
동심이나순수함이란관찰의대상이아니에요.
아이들은너무바빠서순수할겨를도없어요.
더구나아이들은유충의단계가아니라이미완전체라고요.
아마도아이들과눈높이를맞추려면고가사다리가필요할걸요.
알고보면아이들은어마어마한거인이거든요.

_송현섭,수상소감중에서

|“꼬꼬들에게감사를,열두마리길냥이들에게부스러기감사를표합니다.”
|범상치않은시인의탄생-동시동네가흔들리기시작한다

송현섭시인은1990년전북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고1992년『문학사상』시부문신인상을수상하였다.그리고근이십년째치킨집을운영하는중이다.물론그는시를,아니동시를꾸준히써왔다.“나는동시를쓰기시작했다.왜그랬냐고물으면,달리할말은없다.그냥그때울리기로한알람이울렸을뿐이니까.”시인은수상소감에서이렇게밝혔다.그저정해진수순을밟듯동시를쓰며시심을벼려왔고그러다어느날,때가되었다는듯제6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을수상하였다.이어불과6개월만에동시로서는처음으로제23회창비‘좋은어린이책’창작부문에선정되어두번째동시집의출간을앞두고있다.오랜기간다부지게다져진내공은탄탄한동시뿐아니라범상치않은수상소감에서도드러난다.“그많은닭들은나를폭삭늙게는했지만그나마쓰러지지않게지탱해주었고지금이글을쓸수있는기회를준바,이기쁨을꼬꼬들에게바친다.”그러고는소감말미에서“나머지감사의부스러기들”을열두마리길냥이들과나누었다.매번예상하지못한방향으로나아가며,매번예상하지못한순간에유머를곁들이는것.이것을송현섭시인이새로이발명해낸따뜻함이라고불러야할것같다.그의글은언제나,일견서늘해보일지언정파고들면따뜻함에훨씬더가깝기때문이다.

|아름다운그림책으로세계의이면을응시해온화가소윤경의절묘한쉼표

『호텔파라다이스』『콤비Combi』『레스토랑Sal』등의그림책을펴내며잘드러나지않는세계의이면을주목해온화가소윤경이『착한마녀의일기』그림을맡았다.『거짓말학교』『난쥐다』등다양한동화에그림을그리고,2018광주비엔날레작가로선정되어『콤비Combi』를전시하는등회화와일러스트의경계를오가며왕성히활동해온소윤경화가다.이번에는과감하고그로테스크한송현섭시인의작품에결을맞추어색과구도가대담한그림을그렸다.시원시원하게뻗어나가는그림들은산문시가많은송현섭동시사이사이에서절묘한타이밍에쉼표가되어준다.

[심사평]

가장문학적인동시는내용과의식이가장파격적일때생산된다.야생마처럼빠른속도의감각과비유는단순한기술이아니라생의고뇌를통과한자의자유로운발길질같다._안도현(시인)

기존동시문법이보여주지못한동심의‘맹랑성’에주목한점이새롭고놀랍다.이‘맹랑성’은우리동시가미처가지지못한동심언어의새공기로작용할게분명하다._유강희(시인)

여태껏읽어보지못한,매우이질적인동시였다.발견이라기보다발명에가까운것,억압되고금기시되었던말과내면이거침없이표현되면서만들어낸새로움이담겨있었다._이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