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잔상들

사랑의 잔상들

$16.00
Description
장르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문장을 쌓아온 작가 장혜령의 첫 에세이 『사랑의 잔상들』. 여행하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비밀을 가진 사람/ 칼을 놓는 사람/ 이별하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사랑 이후의 사람, 총 일곱 개의 챕터로 이 책은 구성되었다. 산티아고와 프라하, 몰리노 등 익숙하고 또 낯선 지명들, 보르헤스와 배수아, 이원, 존 차, 카슨 매컬러스의 책과 앤드루 와이어스, 베이컨과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 낸 골딘과 마이클 애커먼의 사진, 레오 카락스와 장뤼크 고다르,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가 더불어 등장한다. 작품이 있고 그에 따르는 인상이 이어지는 에세이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생산해낸 작품은 장혜령의 시선과 만나는 순간, 이해가 필요한 텍스트가 아닌, 작가 자신의 몸과 문장으로 통과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이미지로 인화된다.
저자

장혜령

지은이:장혜령
어린시절,책그리고영화속에서시간을보냈다.이미지를만들고싶다는생각으로한국예술종합학교에들어가영화연출을공부했다.졸업후십년간,발표가기약되지않은글을썼다.2011년,팟캐스트‘네시이십분라디오’를만들어세상어딘가에분명히존재하지만눈에띄지않는,그러나가치있는책과작가를소개해왔다.그러다가소설리뷰웹진‘소설리스트’에서소설을리뷰하고,EBS[지식채널e]에서대본을쓰게되었다.작가와독자를잇는낭독회,‘개와고양이의라디오워크숍’‘지금이곳에서시작하는글쓰기’와같은창작워크숍을지속해왔다.2017년,『문학동네』시부문신인상을받았다.그렇지만앞으로도특정장르에속하기보다자신의공간을개척하는글을쓰고자한다.  

목차

prologue
기꺼이원했던건,손을내미는것_009
갇힌여인_017

chapter1여행하는사람
노란색장미귀걸이_027
그의가방_031
한켤레의신발만을소유한_040
자기자신과여행하는사람_046
끝과시작_052

chapter2기다리는사람
안부를묻는일_059
밤의카페에서만날수있는것_064
사랑이라는두개의사건_068
도플갱어,두개의삶_073
낯선것이우리를호명할때_076

chapter3비밀을가진사람
봉인된비밀_085
연인(들)_088
돌이킬수없는_095
연인속의연인_102
나의미치광이_108

chapter4칼을놓는사람
빈침대_115
나체와알몸_119
마지막사랑의방_123
사랑의윤리_128
자신을내맡기려는열망_132

chapter5이별하는사람
어둠이라는권리_141
단하나의테이블_147

chapter6기억하는사람
슬픔의자세_159
사라진그림_167
사라지는여인의뒷모습_170
우산가게의여자아이_175

chapter7사랑이후의사람
오지않은과거_183
가을햇볓에수혈을받는마음으로_189
이미지의구원_200

epilogue
흔적은,있다_209

사랑의잔상들227
도판목록254

출판사 서평

“이로써그녀는사랑의글들을소유하게됐다.”_김연수(소설가)
―십년에걸친어떤사랑의기록


“좋은에세이를읽을때우리는모든능력이활발하게깨어즐거움의햇볕을쬐는느낌이든다.또좋은에세이는첫문장부터우리를사로잡아삶을더강렬해진형태의무아지경으로빠뜨린다”라고말한건버지니아울프다.그에세이가십년에걸쳐쓰인사랑에관한이미지들이라면어떨까.손에잡힐듯,그러나잡았다생각하는순간손가락사이로빠져나가는아름다움과노스탤지어,아득한눈부심과고요함이연상되지않는지.그만큼보편적이고또개별적인것은없을것이다.특정관계를결정짓는사랑에서부터,한권의책이나혼자들어선영화관에서느껴지는안온한느낌으로서의사랑,지하철안에서만난어린아이의뒷모습에서돌연히반짝인빛같은사랑까지,“캄캄한삶속에서존재할수있게하는지도와도같”은그것.

장르를넘나들며자기만의문장을쌓아온작가장혜령의첫에세이『사랑의잔상들』을출간한다.2017년『문학동네』시부문신인상을받은그는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2011년팟캐스트‘네시이십분라디오’를만들어가치있는책과작가를소개해왔다.소설리뷰웹진‘소설리스트’에서소설을리뷰했으며,지금은EBS
<지식채널e>
에서대본을쓰고있다.작가와독자를잇는낭독회,‘개와고양이의라디오워크숍’‘지금이곳에서시작하는글쓰기’와같은창작워크숍과글쓰기강의를지속해왔다.




언제나사랑이먼저였고,그것을깨닫는일이뒤늦게찾아왔던것처럼…
―소설과시,그림과영화,무엇보다삶에서맞닥뜨린‘사랑의잔상들’




여행하는사람/기다리는사람/비밀을가진사람/칼을놓는사람/이별하는사람/기억하는사람/사랑이후의사람,총일곱개의챕터로이책은구성되었다.산티아고와프라하,몰리노등익숙하고또낯선지명들,보르헤스와배수아,이원,존차,카슨매컬러스의책과앤드루와이어스,베이컨과조지아오키프의그림,낸골딘과마이클애커먼의사진,레오카락스와장뤼크고다르,로베르브레송의영화가더불어등장한다.작품이있고그에따르는인상이이어지는에세이에익숙한독자들에게는다소낯선방식으로.예술가들이생산해낸작품은장혜령의시선과만나는순간,이해가필요한텍스트가아닌,작가자신의몸과문장으로통과한새로운이야기,새로운이미지로인화된다.



작가의글쓰기는밝은탁자위에서이뤄지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세상과의단절,고독이라는깊은어둠을거쳐서만비로소그것은나타난다.독서도마찬가지다.어떤문장들은단숨에우리의시선을낚아채지만어떤문장들은서서히그속에스며들것을요구한다.그런세계에들어서기위해우리가견뎌야하는것은어둠이라는시간이다.

이처럼어둠은사랑의권리이고꿈꾸는사람,이미지를보는사람의권리이기도하다.그러나이십사시간불켜진상점들로가득한빛의도시에서우리는스스로의권리를파기한다.이곳에서는거꾸로이미지의소멸,사랑의소멸이일어난다.(145쪽,페드로코스타,파스칼키냐르,조르주디디위베르만을다룬글「어둠이라는권리」에서)



대부분의여성과여성적자아를지닌이들에게자신의성은출발점과도같다.성과사랑의문제에있어온전히자유로운사람은그에관해말할필요를느끼지않을것이다.오직자기자신을극복하지못한,극복해야할필요가있는사람들만이자신을폭로하려는열망을갖는다.그들은그들서사의관찰자가되지못한채자전적인글을쓰고말한다.그런행위를통해억압에서잠시나마해방되고자한다.글쓰기는본질적으로경계를확장하는자유를향한시도다.자신의정체성을규명할이유가없거나,그단계를마친이들은그보다보편적인주제를탐구한다.반면어떤여성(적존재)들은매번비슷한연애에실패하는사람처럼비슷한사랑이야기에새롭게사로잡힌다.(134~135쪽,조지아오키프,카트린밀레,엘프리데옐리네크를다룬글「자신을내맡기려는열망」에서)



일상에서마주한평범한사람들,여행지에서만난가깝고도멀었던사람들에대한단상도마찬가지다.적당히거리를두고바라본보통사람들의평범한일상의한컷한컷은장혜령이포착한순간세상으로부터미묘하게단절되어그만의이미지로남는다.가까웠던그러나멀어진사람과주고받은대화역시시간의질서를따르는서사라기보다는이미지에가까워보인다.

자정이넘은시각,독일슈투트가르트에서히치하이킹을했던기억의소환을살펴보자.젊은엄마와어린아이가탄차량이그앞에섰다.함께고속도로를달리다잠시식당에서멈추었을때아이가다가와그의손을잡고미소를지었다.아이가자폐를앓고있다는걸안건그후의일이다.침묵속에서,어둠속에서차는더달렸고그가마주한이미지는‘비탄에빠진동정녀마리아와그녀의사내아이’였다.



침묵속에서우리는어떤장면을향해거슬러올라갔다.그곳에서우리자신을존재하게했던기원에관한,단하나의장면을마주했다.

비탄에빠진동정녀마리아와그녀의사내아이.

어쩌면우리는우리에게예비되어있는사랑의이미지를우리자신에게서나타나게하기위해살아가는지도모른다.



그애가내게다가와손을잡고눈을들여다보았던걸기억한다.

사랑의기원에그것이있다.

그것만이전부인지도모른다.(56쪽,「끝과시작」에서)



하나의명쾌한선으로그려지지않는,섬광과도같은이미지들과기억의편린들이어쩌면우리삶을구성하는것인지모른다.순식간에나를뒤흔들고떠나버리는빛들.작가는그빛들을‘사랑의잔상들’로여기며그것이없었다면살아갈수있었을까묻는다.그빛의의미를당장에해독하지못하는경우도있다.십년에걸쳐쓴글을다시쓰고고치며시간이흘러깨닫게되는일이있다.작가는그내용또한‘에필로그’에따로정리해두었다.




우리는낯선이의손에이끌려새로운세계로나아가고잡았던손을놓치고말것이다.
―그러나기꺼이원했던건,손을내미는것




어떤문장이쓰였다지워졌다새로쓰이길거듭한흔적을따라가보면,삶에는끝내이해할수없는면이있고그것을인정한뒤비밀로남겨둬야하는것이있음을어렴풋이깨닫게된다.“그러나간절히다가가려했던시도는남는다.어쩌면그것이쓰기의전부다.사랑의전부다.당신의뒷모습에다가가,당신에게닿고자했던그손.그손이전부다.”(214쪽,「에필로그:흔적은,있다」에서)

출간이기약되지않을글을쓰고또고쳐온십년의시간을돌이키며작가는이렇게쓰기도했다.“내힘으로이해할수없는것들은살면서자꾸질문이되어돌아왔다.비록답할수없을지라도나는이희귀한사랑의순간들을어딘가에잘간직해두고싶었다”고.자기만이아는고독속에서독백과도같이쓴글들이가닿을곳은어디일지.우리삶의비밀은비밀대로간직한채그가마련해둔자리에들어가면무엇을만나게될지.그가내민손을잡으면시작될일.거기엔“결코이해할수없고알수없는사랑이있으며,당신이있으며,운명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