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권민경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권민경 시집)

$12.00
Description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그믐에서 시작된 한낮의 이야기, 권민경 첫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14번째 시집으로 권민경 시인의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를 펴낸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시간의 아이러니에 살아 있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능력”을 높이 인정받으며 등단한 시인 권민경. 그간 삶을 살아내며, 견뎌내며, 써낸 50편의 시를 데뷔 7년 만에 첫 시집으로 묶어 내어놓는다. 드디어, 라는 수식어를 권민경의 첫 시집에는 꼭 붙여주고 싶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이채로운 감각과 시어가 샘솟기 마련인 첫 시집만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금의 젊은 시인과 차별화되는 독보적인 감성으로 삶과 몸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편을 비로소 한데 모아 하나의 몸으로 선보이기 때문일 터.
총 3부로 나뉜 시집 속 제목의 면면을 살피는 일은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를 읽어내는 키워드이자 한 시인의 몸과 마음의 연대기를 짐작하는 일이기도 하겠다. 「종양의 맛」, 「편도선의 역사」, 「외상 후의 기록」, 「몸과 마음의 고도」, 「펀치 드렁크」. 이는 내밀한 고통이, 병명이, 일순 눈에 들어찬 간판이 시어가 되고 시가 되는 「플라나리아 순간」을 경험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게 한다. 그리하여 때로는, “상처를 따라 내부로 침입할 수 있”(「알리, 초승달」)음을 우리는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저자

권민경

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

목차

1부
종양의맛
이름부르기
불편한침대
지붕없는우편함
부케
짖는여름
편도선의역사
소년은점을치는항해사였다
투명한추첨함
오이우유
가죽자루
떨어진커튼
그믐
트라우마와지구의끝?달콤한최후에대한명상
길(吉)
사이렌
나의형식

2부

버마로
꿈은또날아가네절망의껍질을깨고
검은얼굴의전야제
외상후의기록
흔들림의여신
선지요리즐기기
개들의행성
아담
몸과마음의고도
기념일이간다

발굴
플라잉월렌다스
펀치드렁크
노루생태관찰원
Mic
산꼭대기에서내려가기싫어나는

3부

안락사
코치
어린이에게건포도를주세요
또,내일
저주후의문진
플라나리아순간
하현
알리,초승달
당신의말을쓰는마지막종족
소문
그루밍
인류의이동
귀여운육손이
대출된책들의세계
오늘의운세
기나긴이별

발문|시작되지않고서는아무것도아닌일들이
|신용목(시인)

출판사 서평

거대한물혹과한쪽난소를떼어낸후
고기를먹을때면뒤적거렸어
동물의아픈부분을씹을까조심스러워
그게내몸같아서
(…)
나는혹부리여자
계절마다새로운혹이돋고
모르는새유행에민감해졌네
환자복입고딸기향립글로스를발랐지
향기는소독되고
주택가를떠도는애드벌룬
종양은부푼다
_「종양의맛」부분

수술을앞둔동생에게
사랑한다는말을했다나도모르게
남편에게도한적없는말
그러면서잘도혼인했고

건방지게동병상련이라니
임파선떼어낸데가자꾸조여와
예민해있던과거의나에게
청혼하는과정
_「노루생태관찰원」부분

“도중에어떤괴물을만났더라도,지금은기쁘다.
아주기쁜일.”
무수한아픔속우거지는무성한몸-말

초승달,하현,그믐.때때로시인은한껏사그라든몸과마음을닮은이미지에매료되기도하지만,“우유의강에우거진오이정글”(「오이우유」),“너무튼튼하고너무우거진것들에게존댓말하며노을지는먼휴양지에아름다운종려나무시여”(「트라우마와지구의끝」),“여름이와요./여긴우거져요.내가있어요.”(「버마로」)와같이무성하게뻗치는생의이미지를포착해시로옮기는일에도분주하다.“나는나무의말을기록하는마지막사람/우거지는유일한이야기”(「당신의말을쓰는마지막종족」)를지어건네는사람권민경.시인의특유한지점은내밀한고통을내밀하게만기록하는데머무르지않고,타인과동물의아픔이내몸같아서염려하는,끝내살아있는것이되길바라는,감정너머에생,살아있음을‘절감’하는남다른능력에있다.

이시를읽고나는그동안내가‘연대’라는말을‘믿음’속에서만이해하고있었다는것을깨닫게되었다.그것을생생한삶의풍경으로살아내지못했던것.‘아는것’과‘느끼는것’의차이는무엇인가?바다를아는자는바라보는자이겠으나바다를느끼는자는헤엄치는자일것이다.바라보는자에게바다는바다에관한정의(관념)로이해되겠지만,헤엄치는자에게바다는매순간자신을휘감는물결이다.전자의바다가(결정되었기에)과거의바다라면,후자의바다는(가변적이기에)미래의바다이다.나는알려고했으나그는느끼고있었다.
_신용목(시인),발문「시작되지않고서는아무것도아닌일들이」부분

『베개는얼마나많은꿈을견뎌냈나요』라는시집의제목처럼,그의첫시집속에는수많은꿈을견뎌낸자의말이,그생생한꿈들이약동하는이미지로가득하다.시인권민경을자주저물었지만,끝내농담을섞어미소를건네는드림캐처(Dreamcatcher)라고불러도좋지않을까?그의첫시집을읽는일은아픈몸을함께사는것이자달이차오르듯다시금부푸는생의감각을느끼는일이될것이다.좋은시는온몸으로쓰는데그치지않고독자까지몸으로읽게한다.한껏떨리는몸과마음으로권민경의첫시집을이제세상에내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