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소년 (이신조 소설)

다른 소년 (이신조 소설)

$13.50
Description
같은 채로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달라진 모습으로 시간을 통과한다는 것,
아니 달라져야만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소설가 이신조의 네번째 소설집 『다른 소년』이 출간되었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문체와 현실에 대한 첨예한 사유가 돋보였던 『감각의 시절』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이신조는 199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오징어」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로 현실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과 작가적 성실함을 한순간도 늦추지 않은 채 세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리고 등단 20년을 맞아 펴내는 신작 소설집 『다른 소년』을 통해 불운한 현실에 에너지가 소진돼버린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이 지나온 삶의 인과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어떠한 삶도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나아가볼 수 있다는 희망과 그 실현의 가능성을 작가 특유의 탄탄하고 시적인 문장들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

이신조

1974년서울에서태어났다.명지대문예창작학과와동대학원박사과정을졸업했다.1998년『현대문학』신인추천에단편소설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의검정그물스타킹』『새로운천사』『감각의시절』,장편소설『기대어앉은오후』『가상도시백서』『29세라운지』『우선권은밤에게』『크리에이터』가있다.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살구줍기_7
다른소년_51
B구역에내리는비_83
그림자가이드_115
비와바람과숲_145
1105호_171
야간정비_203
부서지는밤의미로_237
병(病)의밤(夜)_265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
머리맡이흔들릴때_291

작가의말_307

출판사 서평

“어떤선택을해도잘못일수밖에없는일이있어.”

표제작인「다른소년」은이번소설집에서작가이신조의소설세계가도달한성취를잘보여주는수작이다.주인공열여덟살소년은버스에서우연히주운스물한살대학생의신분증을이용해낯선도시를헤맨다.대학생의이름으로고시원의방을빌리고,근처를지나는또래의고등학생들에게자신이대학생으로보이기를기대한다.소년이‘다른’사람이되어야겠다고결심한건엄마를죽인고3소년에대한뉴스를접하고부터다.고3소년은엄마에게오랜정서적,육체적학대를받아왔고,사건이벌어진날에도아홉시간동안골프채로이백대를맞고견디다못해엄마의눈을찔렀다.그러나그는별거중이던아버지를붙잡고“무슨일이있어도절대나안버릴거지”라며두려움에몸을떨었다.엄마를죽인고3소년에게알수없는동질감을느끼며,난생처음와본인천의차이나타운에서“짜장면을팔지않는중국집”을보고“그래도되는것”이란당연한진실을깨닫는소년은,어쩌면그가박탈당한‘다른’삶으로나아갈기회를떠올린것인지도모른다.실제사건에서모티프를얻었을이소설은존속살인이라는충격적인사건의이면을냉정한눈으로되짚어보면서‘다른’삶의가능성을차단하는비극적인현실과함께타인의이름을빌려서라도‘다른’삶으로나아가보려는인물의용기있는시도를긴장감있고밀도높게그린다.
총기난사사건이일어난부대에서근무한「야간정비」의‘완’역시‘다른’삶으로나아가려한다.완은‘그새끼’라는말로지칭되는범인에게맹렬한적개심을느끼는데,이것은연인이었던‘현’에게이별을통보받고부모마저큰빚을지고낯선지역으로쫓기듯이주하게된자신의현실에대한분노의표출이기도하다.그런데소설은여기서더나아가완을심야에터널이나지하차도등을청소하는고된일에복무시킴으로써,자신이처한고통스러운현실의원인을타인이아닌스스로에게서찾도록하며‘완’이자신의힘으로‘다른’삶으로이행하도록만든다.
아빠의수감으로시골의이모할머니댁에서지내게된열세살소녀‘다민’의이야기(「살구줍기」)도그렇다.친구들과떨어져낯선집에서지내게된다민은엄마의바람대로‘다른’환경에그런대로적응해나가지만,아빠의수감사실이친구들에게알려지면서한순간에엄청난조롱을당하고,때마침시작된초경의두려움까지더해져패닉상태에빠져버린다.그러나결혼과가정폭력,이혼,이별이예정된사랑,투병등삶의지난한과정을거쳐온이모할머니‘수옥’의세심한보살핌아래다민은차츰안정을되찾는다.세대와환경을뛰어넘어오직사람이사람에게만전할수있는마음의온기를따뜻한시선으로그려낸아름다운작품이다.

지진과방사능유출로인해일순간에삶의기반을잃어버린‘미리’(「B구역에내리는비」),수술과이혼,사직을겪은뒤‘그림자여행’을통해자신의내면을찾는‘태은’(「그림자가이드」),유년시절을함께보냈지만지금은완전히다른삶을살고있는두사촌과,벌판의외딴천막집에서노파를돌보며사는소녀,암투병을하며격리실에서지낸경험이후삶의방향이달라진여자(「비와바람과숲」),서울도심의레지던스호텔에서남자친구와하루를보내는‘예슬’(「1105호」)등여성인물이등장하는일련의작품들도함께주목할만하다.잘짜인단편소설의본보기라할만큼높은완성도를지닌작품들임과동시에,쉰여덟수옥에서대학2학년인예슬까지동시대를살아가는여러세대여성이겪는삶의국면들을사실적으로드러내보여주기때문이다.수옥은“강고한가부장사회에서극소수의여학생으로대상화”되거나“따귀를맞고목이졸”리는등여성에게가해지는사회적,신체적폭력을경험해왔고,예슬역시대학원생선배‘강민’으로부터지질하고교활한데이트폭력을당한다.이러한여성의현실은작가가노골적으로그것을부각시켰다기보다각계각층의삶의모습을그려내는과정에서자연스레드러나는것이어서더욱아프게다가온다.그런맥락에서“난뭐든네가싫다면하고싶지않아”(「1105호」)라는,지극히당연하지만어쩐지이상적으로느껴지는예슬의남자친구‘지혁’의말도귀담아듣게된다.

이신조는소설의인물들을살인,지진,방사능유출,이혼,데이트폭력,테러,암등감내하기어려운현실에자주처하게만들지만,바로그러한환경에서‘다른’삶을꿈꾸어볼수있는가능성이생겨난다는사실을섬세하고정밀한소설의언어로보여준다.삶의다양한방면중에서하나의방향으로만살아가기는쉽지않다.누구나살아가는동안언젠가는삶의이편에서저편으로옮겨가야만한다는사실을떠올려보면,이신조의소설이바로우리의이야기이기도하다는사실을실감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