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쾌락독서

$16.20
Description
책 중독자로 살아온 문유석 판사의 즐거운 독서 놀이!
글 쓰는 판사, 소문난 다독가로 알려진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의 저자 문유석의 독서 에세이 『쾌락독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책 읽기에 빠져 성인용 책은 물론, 신문의 광고와 부고까지 읽는 책 중독자였던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주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가도 책장에 꽂힌 책들을 구경하고 읽어대느라 나가서 놀자는 친구와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던 저자는 사춘기 시절 야한 장면을 찾아 읽다가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읽게 되었고, 《유리가면》으로 순정만화 세계에 입문하기도 했다. 전혀 관심도 없는 불교 책, 한자투성이 옛날 책, 심지어 요리백과사전까지 읽었던 저자는 어른이 된 지금도 자신만의 책 고르는 방법인 ‘짜샤이 이론’에 따라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우선으로 읽고 있다.

중식당의 기본 밑반찬인 짜샤이가 맛있는 집은 음식도 맛있었다는 경험에 빗댄 방법으로, 처음 30페이지를 먼저 읽어보고 내 취향의 책이다 싶으면 끝까지 읽어나가는 책 읽기다. 내가 재미있고 내가 즐거우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저자는 고시생 시절 《슬램덩크》가 안겨준 뭉클함, 김용과 무라카미 하루키 전작을 탐독한 이유 등 책과 함께 가슴 설레고 즐거웠던 책 덕후 인생을 솔직하게 펼쳐 보이며 책과 함께 노는 즐거움의 특별함,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저자

문유석

지은이:문유석
2018년현서울중앙지방법원부장판사.
소년시절부터좋아하는책만잔뜩쌓아놓고홀로섬에서살아가고싶다고생각했을정도로책읽기를좋아했다.1997년부터판사로일했으며판사의일을통해비로소사람과세상을배우고있다고여긴다.책벌레기질탓인지글쓰기를좋아해다양한재판을경험하면서느끼고생각한것들을틈나는대로글로쓰고있다.지은책으로『개인주의자선언』『판사유감』『미스함무라비』가있다.

사진출처:ⓒ대학내일  

목차

프롤로그

1장.개인주의성향의뿌리


어린시절의책읽기
개인주의성향의뿌리
「처용가」,그리고삶에대한어떤태도
정독도서관독서교실
호르몬과잉기의책읽기
책을고르는나의방법,‘짜샤이이론’
함께읽기의매력
내취향이아닌글들
책이길면길수록더좋던시절

2장.편식독서,누구마음대로‘필독’이니

이문열을거쳐야하는시절이있었다
순정만화에빠지다
『슬램덩크』가가르쳐준것
대륙의이야기꾼들,김용과위화
책읽는것조차폐가될수있다니
80년대대학가의독서
이제와서‘하루키별로야’는비겁해
신이문의한낮
책과음악,음악과책
시드니셀던을기억하시나요
편식독서법
티브이,인터넷과책의차이
책으로놀기의끝은?

3장.계속읽어보겠습니다

나는간접경험으로이루어진인간이다
셰익스피어가흉악범을교화시킬수있을까?
법조인들에게가장필요한책은?
판사의관점에서읽는『속죄』
SF는인류의미래가아니라현재
여행과책,그리고인생1
여행과책,그리고인생2
책읽기좋은공간을찾아서
습관이행복한사람이행복한사람

에필로그_쓸데없음의가치

출판사 서평

딱딱하고,지루한책은읽고싶지않았다
독서는내게언제나‘즐거운놀이’였으니까

판사문유석의달콤쌉쌀유쾌한책덕후인생!


『개인주의자선언』『미스함무라비』문유석판사의신작.글쓰는판사,소문난다독가로알려진작가의독서에세이로,어린시절부터지금까지책중독자로살아온이야기를유쾌하게담았다.사춘기시절야한장면을찾아읽다가한국문학전집을샅샅이읽게된사연,『유리가면』으로순정만화세계에입문한이야기,고시생시절『슬램덩크』가안겨준뭉클함,김용과무라카미하루키전작을탐독한이유등책과함께가슴설레고즐거웠던책덕후인생을솔직하게펼쳐보인다.단,아무리대단해보여도딱딱하고지루한책은읽지않았다.이책은읽고싶은것만읽어온편식독서에대한이야기다.
필독도서리스트가주는중압감에주눅들필요도,남들은다읽는듯한어려운책을나만안읽은것같다는이유로초조해할필요도없다.“세상에의무적으로읽어야할책따위는없다.그거안읽는다고큰일나지도않는다.”그저내가즐겁고만족스럽다면그만이다.게다가매체의우열을따질수도없을만큼티브이와인터넷에도양질의재미있는콘텐츠가넘쳐난다.그럼에도책을읽고싶다면,그것은왜일까?책과함께노는즐거움의특별함,책에대한애정으로가득한이책이선사하는작지만중요한물음이다.
인간은끊임없이새로운즐거움을찾아내곤했다.그러지않았다면여전히동굴생활에머물러있었을지도모른다.쾌락은우리를단조로운동굴에서끌어내어새로운모험으로이끌었다.우리는쾌락의카탈로그를늘리고늘리며세계를풍성하게만들어왔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상상력도재미도없는성공충들의권력은오래가지않는다.결국엔즐기는자들이이길것이다._본문(228쪽)에서

쾌락독서,재미를찾아헤매다
초등학생시절부터책읽기에빠져성인용책은물론,신문의광고와부고까지읽는책중독자였던문유석판사.어린시절친구집에놀러가도책장에꽂힌책들을구경하고읽어대느라나가서놀자는친구와실랑이를벌이기일쑤였다.‘지금,여기’나를둘러싼남루한세계와는다른,멋진평행세계가책속에있었기때문이다.비록어린이용축약본일지언정‘소년소녀세계명작전집’에담긴이야기에한껏매료된어린소년은읽을거리를찾아헤맸다.읽을책이떨어지면불안초조해져서집구석구석을뒤진끝에전혀관심도없는불교책,한자투성이옛날책,심지어요리백과사전까지읽었다.게임도스마트폰도없던시절이라더그랬다.
어른이된지금도자신만의책고르는방법인‘짜샤이이론’에따라재미있어보이는책을우선으로읽는다.중식당의기본밑반찬인짜샤이가맛있는집은음식도맛있었다는경험에빗댄방법으로,처음30페이지를먼저읽어보고내취향의책이다싶으면끝까지읽어나가는책읽기다.내가재미있고내가즐거우면그것으로족하기에가능한방법이다.권위있는단체가엄선한책이라고해서‘필독’해야할의무도없을뿐더러,강요와의무감,죄책감때문에책을읽는다는것은진정불필요한고역아닌가.

나는솔직히취향으로차별화하는우아한‘인생책’리스트를볼때마다궁금해진다.『캔디캔디』나『굿바이미스터블랙』을보며가슴이설렌적은없었을까?『슬램덩크』에서삶의지혜를발견하지않았을까?마이클크라이튼이나베르나르베르베르의소설은재미없었나?하물며‘인문학고전을읽어야성공한다’‘대입을위해서울대추천인문고전50선을꼭읽어야한다’는등의조언또는겁주기를볼때면의문은더커진다.『키케로의의무론』『실천이성비판』『아함경』『우파니샤드』『율곡문선』……잠시서울대교수님들중이50선을모두읽은분이몇분이나될지불경스러운의문을가져보았다.나는달랑세권읽었더라.
_「프롤로그」(12쪽)에서

순정만화와『슬램덩크』,김용의무협소설을탐독하다
고등학생시절친구가우연히빌려준만화『유리가면』을읽고넓고깊은순정만화의세계에입문하게되기도했다.대부분로맨스가중심이지만다채로운소재와배경을바탕으로한이야기의세계는교양욕구를충족시켜주기에부족함이없었다.『굿바이미스터블랙』이나『아르미안의네딸들』의명대사는지금까지도인생철학으로삼고있다.암담했던고시생시절상하이의아편굴같은대형만홧가게에서『슬램덩크』를읽고살아갈용기를얻기도했다.판사가되어사기도박사건을재판할때도허영만화백의『타짜』덕을톡톡히보았다.
김용무협소설은전작을탐독했을뿐아니라,위작까지도읽었다.무협의외피보다는어딘가한군데씩은고장난인물들이보여주는우직함,고난속에서도유머를잃지않는스토리텔링에깊이빠져들었다.『신조협려』의고독한여인이막수를김용의인물들중최고로꼽는이유다.그러나손에땀을쥐게하는기가막힌이야기의재미를,이제티브이와인터넷에넘겨주게된것은아닐까.

티브이와인터넷이라는강적을만났을지라도…
한가할때하는것이독서라지만,조금이라도여유가주어지면리모컨을손에쥐고뒹굴뒹굴티브이를시청하거나스마트폰으로인터넷기사나SNS피드를무의식적으로훑는다.무한한선택지가주어진‘온라인’의세계를한도끝도없이유영한다.예능프로는대치동일타강사처럼어디서재미를느껴야하는지자막으로알려주고,넷플릭스의웰메이드드라마는눈과귀를호강하게해준다.인터넷에넘쳐나는자극적인기사들은또어떤가.쏟아지는감각의공세에서벗어나기란어렵다.그럼에도책을읽고싶은까닭은무엇일까.책읽기는스스로속도를조절할수있기때문이다.책은읽다가멈출수있다.음미하고싶은구절을만났을때,이야기의구조를스스로추리해보고싶을때책을덮고생각에잠기는것이다.독서가주는즐거움이란,내밀하고주체적인심리작용속에있다.아무도침범할수없는나만의사유를만드는화학작용.

책은단편적인영상이나인터넷게시물보다가볍게시작하기어려운대신,별내용도없고재미도없는데단지습관적으로,중독적으로계속보게되지는않는다.종이책은두께와무게라는물리적실체가있기때문에더더욱무한정넋놓고보게되지는않는다.무한한것이꼭좋은것은아니다.적절한순간에멈추게만드는피로감도필요한것이다.더중요한장점은보다가딴생각을할수있다는점이다._본문(174쪽)에서

나는간접경험으로이루어진인간이다
책은직접경험하지못한사람과세상에대해알려준다.판사의일역시편집된누군가의재판기록을읽는것이다.평생타인의삶과생각을읽어왔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렇다고감히누군가의삶에대해깊이이해한다고말할수는없다.그래도저자가다행이라고여기는점은남의삶을읽으면서공감의폭을넓혀나갈수있었다는것이다.공감이기존의세계를부숴버릴듯한충격으로다가온적도있었고,최소한아무것도몰라서남에게피해를끼치는일은하고싶지않다는생각을품게도했다.무지는공포와혐오를낳는다는것도깨닫게됐다.세상의진짜모습을알고싶다는욕구를갖게된것도,내가알지못하는세계를알려주는책들을읽는것도그래서다.

나의말한마디,행동하나가누군가에게고통을줄수있다는걸생각하지않은채남들하는대로,관습에따라,지시받은대로,조직논리에따라성실하게만살아가는것,그것이인류역사에가득한악惡의실체였다.(…)누군가에게는좋은부모고,자식이고,친구였을평범한사람들이누군가에게는악마였다.타인의입장에대한무지가곧악인것이다.“무식한사람이신념을가지면무섭습니다”라는이경규의말을들으며웃을수없는이유다._본문(192~93쪽)에서

판사들과함께읽은책,법조인들에게필요한책
독서는지극히개인적인행위이지만,책을읽고다른사람들과이야기를나누는것도만만찮게즐겁다는것을알게해준것은인천지방법원에서일할때가졌던젊은판사들과의책모임이었다.아이키우랴야근하랴쉴틈이없는삼십대워킹맘판사들이주축을이룬책모임은한달에한번이라도온전한자기로돌아가고싶다는젊은판사들의간절함에서비롯했다.판사들의독서모임이라지만,책목록도비교적짧은시간에읽기쉬운것들로골랐다.모임을통해함께읽기의즐거움도알게되었지만,젊은워킹맘판사들의고충또한절절히알게되었고이때의경험은『미스함무라비』집필의토대가되었다.
법관이기에무심히넘길수없는책들도있다.법관이읽어야할책은추리소설이아니다.오히려추리의과정이위법하지는않았는지,증거는진실성을갖고있는지주어진증거에따라건조하고꼼꼼하게따져야하는게법관의일이다.법관에게필요한책은따로있다.자신의무오류성을믿기쉬운직업이기에법관에겐‘자기객관화’를돕는책이필요하다.

법조인의일은객관성을필요로한다.사람들은법조인들이일반인들보다더객관적으로일을처리할것이라고기대한다.문제는,많은법조인들이자신이일반인들보다더객관적으로일을처리하고있다고‘주관적으로’믿는다는점이다.증세가심해지면‘무오류성’의함정에빠지게된다.모든인간은편견덩어리지만나만은아무사심없이법과증거에따라판단할뿐이라는자기확신이다.그래서나는‘자기객관화’에도움이되는책이야말로법조인들에게가장필요한책이라고생각한다._본문(206~207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