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을 기다리며

야만인을 기다리며

$15.00
Description
인종 간의 잔혹 행위와 불평등에 대한 초현실적인 우화!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J. M. 쿳시의 대표작 『야만인을 기다리며』. 저자의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세계의 정수가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걸작이다. 어느 제국의 변경 도시를 통치하는 치안판사인 ‘나’의 자기고백적 서사를 통해 제국주의의 모순을 비판하고 제국에 공모하는 개인의 허위를 폭로하는 대작이다.

어느 제국의 평화로운 변경 도시에 수도의 제3국 소속 경찰들이 파견되어 국경 너머의 야만인들을 잡아들이고 잔인하게 고문하는 일이 벌어진다. 변경을 통치하는 치안판사인 ‘나’는 고문 후유증으로 눈이 먼 젊은 야만인 여자에게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끌리고, 그로 인해 야만인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생각지도 못한 치욕을 겪게 되는데…….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시적인 문장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치밀하게 짜인 서사를 통해 식민주의가 자행하는 억압과 국가의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되는 타자에 대한 폭력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폭력의 사슬에 주목하고 목소리를 내온 저자는 이 작품에서 특별히 남아프리카라는 특정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식민주의로 인해 생겨나는 폭력과 억압의 사슬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일임을 강조한다.
저자

J.M.쿳시

지은이:J.M.쿳시(JohnMaxwellCoetzee)
1940년남아프리카공화국케이프타운에서태어났다.케이프타운대학을졸업하고1965년미국으로건너가오스틴텍사스대학에서언어학박사학위를받았다.1968년부터약3년동안뉴욕주립대학에서영문학을강의하며소설을쓰기시작했다.존스홉킨스,하버드,스탠퍼드,시카고대학에서도강의했다.1972년고국으로돌아가케이프타운대학영문과교수로재직했으며2001년정년퇴임했다.이후오스트레일리아로이주해애들레이드대학에서문학을강의하고있다.
1974년『어둠의땅』을발표하며소설가로데뷔한쿳시는두번째소설『나라의심장부에서』로남아프리카최고의문학상인CNA상을받았고,『야만인을기다리며』로세계적명성을얻었다.『마이클K』와『추락』으로한작가에게두번주지않는다는전례를깨고부커상을두차례수상했으며,에트랑제페미나상,예루살렘상,아이리스타임스국제소설상등많은상을받았다.그리고2003년“정교한구성과풍부한대화,날카로운통찰력으로서구문명의도덕적위선을날카롭게비판했다”는평과함께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그밖의주요작품으로『포』『철의시대』『페테르부르크의대가』『슬로우맨』『어느운나쁜해의일기』,자전소설3부작『소년시절』『청년시절』『서머타임』등이있고,다수의에세이와연구서를집필했다.  

옮긴이:왕은철
『현대문학』을통해문학평론가로등단했으며유영번역상,전숙희문학상,한국영어영문학회학술상,생명의신비상등을수상했다.현재전북대학교영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피의꽃잎들』『페테르부르크의대가』『연을쫓는아이』등40여권의역서가있으며,『문학의거장들』『J.M.쿳시의대화적소설』『애도예찬』『타자의정치학과문학』『트라우마와문학,그침묵의소리들』등의저서가있다.  

목차

야만인을기다리며_7
해설|종달새처럼솟구쳐독수리처럼내려다보는상상력_257
J.M.쿳시연보_267

출판사 서평

야만인이없다면제국은어찌될것인가?
폭력과억압의사슬로드러나는제국주의의모순과허구
종달새처럼솟구쳐독수리처럼내려다보는상상력을지닌작가._네이딘고디머


2003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J.M.쿳시의대표작『야만인을기다리며』가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74번으로출간되었다.『야만인을기다리며』는어느제국의변경도시를통치하는치안판사인‘나’의자기고백적서사를통해제국주의의모순을비판하고제국에공모하는개인의허위를폭로하는대작이다.국가의이름으로자행되는폭력을시적인문장으로통렬하게드러내는『야만인을기다리며』는후기식민주의문학을심도있게이해하는데중요한밑거름이될것이다.

거장J.M.쿳시의문학세계가집약된역작

J.M.쿳시는소설과에세이,평론등다양한장르에서활발한작품활동을펼쳐온다재다능한작가다.“현재생존해있는영어권소설가중두말할필요없이가장유명하며수상이력이많은작가”라는명성에걸맞게다양한문학상과더불어영연방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부커상(맨부커상의전신)을최초로두차례수상했고,2003년에는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야만인을기다리며』는초기작임에도불구하고쿳시작품세계의정수가인상적으로드러나는걸작이다.어느제국의평화로운변경도시에수도의제3국소속경찰들이파견되어국경너머의야만인들을잡아들이고잔인하게고문하는일이벌어진다.변경을통치하는치안판사인‘나’는고문후유증으로눈이먼젊은야만인여자에게이상할정도로마음이끌리고,그로인해야만인과내통했다는누명을쓰고생각지도못한치욕을겪게된다.치밀하게짜인서사를통해식민주의가자행하는억압과국가의안위를위한다는명목으로정당화되는타자에대한폭력을강도높게비판하는걸작이다.
콘스탄틴카바피ConstantineCavafy의시「야만인을기다리며」에서제목과모티프를빌려온이소설은시간적·공간적배경이불분명한무대를전면에내세운다.남아프리카에서벌어지는인종차별과폭력의사슬에주목하고목소리를내온쿳시는이작품에서특별히남아프리카라는특정공간을의도적으로배제함으로써,식민주의로인해생겨나는폭력과억압의사슬이특정한시대와장소에국한된게아니라세계곳곳에서일어나고있는보편적인일임을강조한다.이소설의제국주의자들이‘야만인들’에게가하는고통과폭력과그들이조장하는불안과애국심은인류의역사만큼이나해묵은것이다.카프카와포크너를강하게환기하는이작품은인종간의잔혹행위와불평등에대한초현실적인우화라고할수있다.

조지프콘래드의전통을잇는정치스릴러._스웨덴한림원

나이든치안판사인‘나’의통솔하에있는평화로운변경도시에야만인들의조짐이심상치않다는소문이들려오기시작한다.야만인부족들이무장을하며전쟁을준비하고있다는소문이다.공포가고조됨에따라수도에서파견된제3국소속졸대령이제국수호의최전선인이정착지를시찰한다.‘나’는속마음으로는제3국의행보에매우비판적인데,이모든소문이야만인들에대한히스테리때문에생겨난가짜임을알고있기때문이다.‘나’는이렇게생각한다.“이러한꿈들은너무편해서생겨난다.내게야만인들의군대를보여준다면야,나도믿을것이다.”
그러나제3국은민심을장악하는데성공한다.빨랫줄에널어놓은옷이사라지거나식료품이없어지는일이생기면사람들은야만인들이몰래다녀간것이라고굳게믿으며공포에떤다.어느소녀가강간을당하는일이생기자,그녀의친구들은야만인의소행이라고주장한다.범인이갈대밭속으로달아나는모습을보았는데,못생긴얼굴이야만인이틀림없다는것이다.제3국은“야만인들이당신의불알을구워서먹을거요”따위의말로사람들의공포를부채질할뿐이다.이런분위기에서야만인들을향한미움의근거가식사예절이다르고눈꺼풀의형태가다르다는사실말고는전무하다고주장하는치안판사의말이받아들여질리가없다.
“국가의수호자들이며폭동전문가들이고진실의신봉자들이며취조전문가들”인졸대령의부대는야만인들을진압하러출정한다.그들은성문밖에서물고기를잡아근근이살아가는힘없는부족을엉뚱하게잡아들여돌아와서는시민들에게야만인들은실재하는적임을눈으로확인시켜준다.제3국은계속해서야만인들을찾는답시고소탕작전을벌이지만,제국에위협을주는진짜야만인은단한명도없고국경너머힘없는민간인들만고문당하고짓밟힐뿐이다.‘야만인’이란실제로존재하지는않지만제국을유지하기위해서는공식적으로존재해야만한다.‘야만인’은내부문제의원인을상상의외부인에게돌리려는국가의손쉬운해결책인것이다.쿳시는이러한제국의속성을시적인문장으로명료하게포착해낸다.

제국의속마음에는오직한가지생각만있을뿐이다.어떻게하면끝장나지않고,어떻게하면죽지않고,어떻게하면제국의시대를연장할수있는가하는생각.제국은낮에는적들을쫓아다닌다.제국은교활하고무자비하다.제국은사냥개들을이곳저곳에파견한다.밤이되면,제국은재앙에대한상상을먹고산다.도시가약탈당하고,사람들이강간당하고,죽은사람의뼈가산처럼쌓이고,드넓은땅이황폐해질지도모른다는상상말이다.말도안되는미친상상이지만전염성이강하다.(219~220쪽)

미약한속죄,그리고허위와공모

졸대령으로부터심한고문을당해온몸이상처투성이인데다가눈이반쯤먼야만인여자를발견한‘나’는그녀에게서설명하기힘든매혹을느낀다.집안일을해달라는명분으로그녀를자신의거처로들이고는,매일밤그녀의몸을씻겨주는의식과도같은행위에몰두한다.비누로거품을내어발가벗은그녀의몸을씻기고,물기를닦아준후에는몸에아몬드오일을발라마사지한다.‘나’는그녀의몸을문지르는동작의리듬에정신없이빠져들고,시간밖에존재하는듯한텅빈황홀감을느낀다.
‘나’의행동은야만인여자의몸에새겨진제국의폭력을지워주려는시도라는점에서속죄의몸짓이라고할수있으나,쿳시는‘나’와같은온정적제국주의자의허위를날카롭게드러낸다.‘야만인’‘미개인’들에대한혐오가편견에뿌리를두고있음을알고있고제3국이자행하는끔찍한고문에반대하다가“국가의적”으로몰린인물임에도불구하고,제국에봉사하는‘나’는야만인여자를고문했던자들과완전히다른존재가아니며제국의폭력성에일정부분공모하고있다.야만인여자를목욕시키는일에빠져든저의도완전히순수하지않음을그스스로도느낀다.“내가그녀에게끌린건그녀의몸에난상처때문이었는데,그상처가충분히깊지않다는걸알고실망했던걸까?”‘나’는여자의몸을씻기며상처를지우려는자신의모습에서‘나는저들과다르다’는부당한만족감을느꼈던건아닐까.고문을당했던정황을낱낱이캐묻는‘나’의질문에“얘기하는데지쳤어요”라며대답을고사하는야만인여자는‘나’의허위성을진작느꼈던것이다.

그녀가내침대에서보다채소의껍질을벗기면서더행복해했던것도놀라운일이아니다!내가막사정문앞에서걸음을멈추고그녀앞에섰을때,그녀는이미자신을조여오는허위의독기를느낀게틀림없다.욕망으로가장한질투심과동정심과잔인성의허위말이다.(…)그녀는처음부터내가허위적인유혹자라는걸알았다.(222쪽)

『야만인을기다리며』는선악의단순한이분구조로는설명할수없는제국주의폭력의여러면모를다층적으로살피는위대한작품이다.‘나’는“단한명의의로운사람”이아니며,“편안한시절에제국이스스로에게얘기하는”달콤한거짓말일뿐이다.졸대령과나는”제국의통치술의양면이며,그이상도그이하도아니다.”‘나’와졸대령의제국이‘야만인’에게가하는잔인한폭력을마주한독자는질문을던지게될것이다.‘야만인’은누구인가?그들과우리중누가야만인인가?

2003년노벨문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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