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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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테리아에서 인간까지 생물학과 철학으로 본 생명의 비밀!
생물학에 빠진 철학자와 철학에 반한 생물학자의 수상한 동행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걸어온 철학자 김동규와 생물학자 김응빈.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연세대에서 함께 진행해온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를 바탕으로 펴낸 이 책을 통해 이질적인 두 학문 사이의 짜릿한 조율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공생의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빙하에 갇힌 고대의 바이러스가 깨어난다면? 철학자로 변신한 과학자가 있다고? 도킨스 이론은 독창적이지 않다? 인간 배아복제, 합성생물학, 유전자 변형 등 오늘날 바이오가 지배하는 세상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생부터 면역과 모방, 동물성과 인간성까지 생물학에서 발아한 다채로운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생물학자와 철학자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목소리로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간다. 생물학 쪽에서는 다윈과 파스퇴르에서 린 마굴리스, 리처드 도킨스, 칼 우즈로 이어지는 근현대 생물학자들이 소환되고, 철학 쪽에서는 플라톤,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르네 지라르, 조르조 아감벤 같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울림을 낳는다. 그 융합의 지점에서 두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원천인 사랑이다.
생물학과 철학은 왜 만나야 할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생물학은 자연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적 지식의 주체인 인간 자신마저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는데, 이처럼 생물학이 사회와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록 자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적 기반은 필수 불가결하다. 또 학문적 골동품으로 전락한 철학도 고전 주석에나 매달리는 사변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이 시대 가장 활력적인 지식 분야와 만나 소생할 필요가 있는데, 생물학자와 철학자인 두 저자는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가며 우리에게 공생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저자

김응빈

하이데거를비롯한현대유럽철학과미학이주요전공분야이다.서양예술과철학의근본정조인‘멜랑콜리’를연구하고있으며,생물학과철학의창조적접점찾기에도관심을쏟고있다.현재울산대학교철학상담학과에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는『철학자의사랑법』『멜랑콜리아:서양문화의근원적파토스』『멜랑콜리미학:사랑과죽음그리고예술』『철학의모비딕:예술,존재,하이데거』『하이데거의사이-예술론...

목차

프롤로그:활과리라―생명의이중주11

1부미생물이플라톤을만났을때

1.미토콘드리아:공생의아이콘21
1)허리잘린벌도독침을쏜다
2)더이상나눌수없는생명의최소단위는?
3)미토콘드리아,까마득한옛날그건박테리아였다!
4)공생,따로또같이

2.미생이그리는인생36
1)운명적만남에서숙명적공생으로
2)핵보다미토콘드리아
3)해상초원은미생물천국
4)미생물의미니멀라이프
5)붉은여왕vs검은여왕

3.경쟁이냐공생이냐50
1)미생물퇴치에앞장서다:파스퇴르
2)여성성과공생의친화력:린마굴리스
3)아곤:전쟁은만물의왕이다
4)1등만기억하는세상
5)다세포생물,뭉쳐야산다

4.면역,혼돈의왕국72
1)나는누구일까?
2)면역:이방인을배제하라
3)자기식별의최종권한은마음에게있을까,몸에있을까?
4)내속에내가너무도많아
5)면역의역설:과잉보호가자기를파괴한다

5.바이러스와예술89
1)예술작품일까쓰레기일까?
2)예술은바이러스다
3)'예술바이러스'의숙주는?
4)개성적인공공성:한나아렌트
5)도시의안팎을넘나드는예술

6.현대의모방론:도킨스이론의한계108
1)모방의화려한부활
2)모방은욕망에앞선다:르네지라르
3)문화적유전자'밈':리처드도킨스
4)복제,모방,기생
5)도킨스가놓친것들
6)유전자전달과생각의전달

7.몸의기억에서우주의기억으로140
1)여신vs뇌:기억의주인은누구일까?
2)카르페디엠vs메멘토모리
3)세균의일편단심
4)“기억이나를본다”
5)우주의기억매체
6)상상은기억의야누스적얼굴이다

2부동물과인간,자연과학과인문학‘사이’

8.동물과인간의차이167
1)동물성과인간성
2)동물담론의지형도
3)침팬지와인간,무엇이다를까?
4)인간중심주의의함정
5)북극에서깨어난고대미생물
6)본질적차이냐,정도의차이냐

9.돌,도마뱀,인간188
1)파스칼의최선의길
2)돌위에서햇볕을쬐는도마뱀
3)동물에게는없고인간에게만있는것
4)진드기의심플한감각

10.성스러운생명과괴물사이203
1)생활세계vs전문가세계
2)성스러운생명:욥이야기
3)자유가아니면죽음을!
4)산자의명단에서제외된사람들
5)조에와비오스:조르조아감벤
6)인간보다섬뜩한것은없다

11.과학시대의철학226
1)“이건과학이아니라철학의문제입니다”
2)철학하는데나이제한이있다?
3)철학자로변신한과학자:칼우즈
4)우리가잃어버린세가지
5)인식의섬

12.생명의비밀241
1)생명의트리니티:진리,자유,사랑
2)"왜사랑해?"
3)"왜생명을존중해야하지?"
4)호모멜랑콜리쿠스
5)살아남은자의슬픔

에필로그마지막말한마디257

주265

출판사 서평

생각이트이는생물학이야기
생물학과철학의눈으로본생명과문명
연세대화제의강의
<활과리라>
도서출간!


‘생물학에빠진’철학자와‘철학에반한’생물학자의수상한동행이시작된다.빙하에갇힌고대의바이러스가깨어난다면?바이러스를닮은예술?철학자로변신한과학자가있다고?도킨스이론은독창적이지않다?인간배아복제,합성생물학,유전자변형등오늘날바이오가지배하는세상은과연올바른방향으로가고있는것일까?박테리아에서인간까지생물학과철학으로본생명의비밀!


생물학과철학의만남

이책은생물학자와철학자,자연과학과인문학의만남의산물이다.이만남의주인공은『나는미생물과산다』등을통해미생물의‘대중화’에앞장서온생물학자김응빈(연세대생물학과)과『멜랑콜리미학』『멜랑콜리아』등을통해서양문화의‘멜랑콜리한’정체성을탐구해온철학자김동규(연세대철학과)이다.전혀다른학문의길을걸어온두사람이2012년부터연세대에서함께진행해온화제의강의
<활과리라>
가이책의밑거름이되었다.저자들은“이질적인두학문사이의짜릿한조율”을통해사유를확장하고,무한경쟁시대를살아가는고단한현대인들에게‘공생’의지혜를전하고자이책을썼다.

자연과학과인문학의학제간융합이니통섭이니하는말이회자되고유행한지는한참되었으나,이처럼생물학자와철학자가하나의책을공동집필한사례는(대화의기록인도정일?최재천의『대담』을제외하곤)그유례를찾아보기힘들다.이는오랫동안함께공동수업을이끌어온경험에다친밀한대화와치열한토론이있었기에가능했다.

그렇다면생물학과철학은왜만나야할까?현대는과학의시대다.그중에서도합성생물학,크리스퍼유전자가위기술등비약적으로발전해온생물학은자연은물론이고자연과학적지식의주체인인간자신마저변형시키기에이르렀다.이처럼생물학이사회와문명에엄청난영향을미칠수록자연과인류의미래에대해숙고하는철학적기반은필수불가결하다.또한학문적골동품으로전락한철학도고전주석에나매달리는사변의무능력을반성하고이시대가장활력적인지식분야와만나소생할필요가있다.

이책에서생물학자와철학자는단순한만남에그치지않고한목소리로두학문의경계를허물어뜨리는융합으로나아간다.그융합의지점에서두사람이궁극적으로이야기하는대상은인간과자연을아우르는생명,그리고그생명의원천인사랑이다.




공생과경쟁:생물학이전하는삶의지혜



이책에서는눈에보이지않는미생물의공생부터면역과모방,동물성과인간성까지생물학에서발아한다채로운주제들이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진다.이를위해생물학쪽에서는다윈과파스퇴르에서린마굴리스,리처드도킨스,칼우즈로이어지는근현대생물학자들이소환되고,철학쪽에서는플라톤,하이데거,한나아렌트,르네지라르,조르조아감벤같은사상가들의목소리가더해지면서더욱풍성한울림을낳는다.

이책에서다루는핵심개념은‘공생’이다.우리인간이미생물만도못한지점,즉미생물에게배워야할핵심가치도바로이‘공생’에서찾을수있다.

하지만미생물이라고하면우리는여전히하찮은미물정도로인식한다.병균처럼인간에게해로운미생물은소수에불과하고유산균처럼유익한미생물이훨씬많은데도그렇다.이런선입견이생긴데에는미생물연구의선구자인루이파스퇴르의영향이크게작용했다.파스퇴르는박테리아를‘병원균’으로명명하면서스스로미생물의살육자가되고자했다.병원균을적대시한파스퇴르이후수많은파스퇴르추종자들은미생물을포함한자연전체를정복의대상으로바라보았고,다윈주의적생존경쟁을진화의근본원리로삼았다.

그런데20세기에미토콘드리아DNA가발견되면서‘공생’이론이부상한다.미토콘드리아는생명의최소단위인세포내소기관중하나로핵의DNA와는다른자기만의DNA를가지고있다.미토콘드리아의DNA는오히려핵이없는원핵생물인박테리아의DNA를닮아있다.이런미토콘드리아의특징을바탕으로생물학자린마굴리스는‘세포내공생설’을제기한다.지구에박테리아들만살던까마득한옛날,덩치큰박테리아가작은박테리아를먹어치웠는데먹잇감이포식자의내부에서우연히살아남는일이발생했고,오랜시간이지나서로공존의기술을터득하면서박테리아같은원핵세포가진핵세포로진화할수있는발판을마련했다는이야기다.미토콘드리아는진핵세포의기원이되었다는점에서‘진화의숨은지배자’로도불린다.

이런세포내공생설에서나온새로운진화이론이‘공생발생론’이다.공생발생론은적대적경쟁과유전자의돌연변이현상으로만진화를설명하는대부분의진화론과달리공생과정을통해새로운종의발생을설명한다.그러나처음에마굴리스의공생이론은학계에서철저히배척당한다.논문은열다섯번이나퇴짜를맞았다.이는그녀가여성과학자였기에받은차별이면서동시에비주류인공생이론의주창자였기에받은차별이었다.




붉은여왕에서검은여왕으로



적대적경쟁에주목하는대표적인진화이론은‘붉은여왕가설’이다.미국의진화생물학자벤베일런이내놓은이가설은경쟁상대의끊임없는변화(진화)에맞서계속해서변하지못하는생명체는결국도태된다는것이다.『거울나라의앨리스』에서주인공앨리스가붉은여왕과함께나무아래에서계속달리는장면을보고이이름을떠올렸다고한다.거울나라를지배하는붉은여왕은숨가빠하는앨리스에게말한다.“지금처럼계속달려야제자리에있을수있어.어디론가가고싶다면더빨리뛰어야한다고.”머물기위해서라도계속뛰어야만하는현실.무한경쟁에서살아남기위해부단히자기계발을해야하는현대인의모습이이와다르지않다.

하지만최근생명체간의호혜적의존성을강조하는‘검은여왕가설’이등장했다.이가설의이름은‘하트(♥)’라는카드게임에서유래한다.일정한규칙에따라카드를주고받는이카드게임은마지막에가지고있는카드중모든하트카드와스페이드(♠)퀸(Q)카드만으로점수를낸다.하트카드는각각1점이고스페이드퀸은13점으로계산하며,총점이낮은순서로순위가결정된다.스페이드퀸(검은여왕)을가지고있으면꼴찌이기에게임에이기고싶다면중간에검은여왕을내놓아야한다.

‘검은여왕가설’의핵심은미생물들이자신의대사산물일부를공공재화로내놓아함께살아간다는것이다.마치참석자들이음식을하나씩가지고와서함께먹는포틀럭파티potluckparty와마찬가지다.이처럼‘붉은여왕가설’과는대조적으로‘검은여왕가설’은생명체의진화과정에서경쟁보다는협동또는공생의역할을강조한다.




면역의역설



생물학의관점에서면역은세포들의공동체가개체성을유지하기위한자기식별장치이자자기보호시스템이다.하지만생명체는애초에자기와자기아닌것을구분하기어렵다.몸이자기를비非자기로오인해서생기는‘자가면역’질환이이를증명한다.자가면역질환은모든장기에서발생한다.눈의포도막염,뇌의다발성경화증,궤양성대장염,류마티스성관절염이모두그런질환이다.하지만이와반대되는‘면역관용’도있다.면역관용은너그럽게비자기를자기로간주하는현상으로,여성의몸안에서자라는태아가대표적인사례이다.태아는엄마유전자의절반만가지고있기에엄마의면역계가비자기로인식해야정상인데도그렇게인식하지않는것이다.또한외부물질의유입이많은소화기관의경우면역계가집중되어있지만그런장내미생물들에대해서도우리몸은관용을베푼다.

이런까닭에면역은단순한자기방어시스템으로보기어렵다.자기보호의과도한몸짓은자신의허약함을드러내는징후일뿐이다.멸균상태와같은인공환경은오히려건강을해칠수있다.자기를지키기위해서라도타자와의공존은필수적인것이다.




예술은바이러스다?



저자들은쉽게정의하기힘든예술의속성을생물학적은유로풀어낸다.바로“예술은바이러스다”라는명제다.온갖미학적개념들을제쳐두고예술에대해생물학적으로접근하는방식이흥미롭다.인문학자들에게예술이설명하기힘든난제이듯,자연과학자들에게바이러스는“자연의풀리지않는암호”(92쪽)와같다.생물과무생물의경계에있는바이러스의존재방식이그만큼기괴해서다.그런데묘하게도이런바이러스의특성은예술의존재방식과아주유사하다.

저자들이말하는‘예술바이러스’는우선강한‘전염력’을가진다.예술은그것을접한사람들을쉽게감염시키고빠르게확산되며역사적으로전승된다.일찍이플라톤이예술을두려워하고경계했던이유도바로이런강한전염성때문이었다.

예술바이러스는숙주에‘기생’하면서존속한다.작품에생명을불어넣는숙주,즉인간이없다면예술작품은죽은사물에지나지않는다.작품을이해하고기억하고보존하는인간없이예술은존재할수없다.그런데이예술바이러스는자신이감염시킨인간에기생하면서동시에그인간을‘변모’시킨다.예술작품을접함으로써,말하자면전혀다른세계의정보와관점이뒤섞임으로써감상자는결국자기변형을겪게되며,낯선세계에적응할수있는힘을얻는다.

이런예술바이러스의특성이여실히발현되는것이공공예술이다.예술의공공성은인간의불멸성이실현되는장소다.거기서개체적한계를넘어설수있기때문이다.“생과사의경계에붙어사는바이러스가불멸하는존재에가깝듯”(104~5쪽),숙주인인간이멸종하지않는한예술도그특이한존재방식덕분에불멸에가깝다고할수있다.또한예술바이러스감염은공동체에게위기이자기회다.“바이러스가인간을위협하는악성병원체이면서도(인간이기생하고있는)자연의자정작용의하나일수있듯이,예술은개인중심주의,공동체중심주의,인간중심주의등등온갖중심주의에기생하면서그것을탈중심화하는힘”인것이다.(106쪽)




리처드도킨스이론의한계



세계적인진화생물학자리처드도킨스는대표작『이기적유전자』에서분자생물학의눈부신성과를바탕으로인간을유전자의운반체이자생존기계로규정한다.이‘유전자중심주의’는얼핏인간중심주의비판으로보인다.하지만도킨스는문화를문화적유전자‘밈’으로설명하는대목에서다시인간중심주의로회귀하는듯한모순을드러낸다.

도킨스가모방(미메시스)이라는의미의그리스어어근과유전자gene의영어발음을결합해만든용어인‘밈meme’은비유전적으로이루어지는문화의전달단위이다.도킨스에따르면,이문화는모방의산물이고모방은유전자처럼자기복제를통해수행된다.

하지만이런도킨스의모방론은결코독창적인이론이아니다.인문학자의눈에는문화예술을설명하는가장오래된이론인미메시스론의재탕으로보일뿐이다.가령『향연』에서플라톤은인간이불멸에의욕망을실현하는두가지길을거론하는데,하나는육체의사랑을통해자식을낳는길이고,다른하나는영혼의사랑을통해예술,철학,법같은문화를창조하는길이다.여기서영혼의사랑을문화적유전자로치환한다면,도킨스의유전자/밈이론과별반달라보이지않음을알수있다.

또한도킨스는유전자를통해모든생명현상을설명하는데,유전자에반항하는밈을말하기시작하면서스스로모순에빠진다.예컨대피임법을사례로들며도킨스는“우리인간만이유일하게이기적인자기복제자의폭정에반역할수있다”고선언한다.인간은다시유전자를이길수있는존재,자연을초월하는존재가되는것이다.또다른인간중심주의라하지않을수없다.

게다가모방과복제만을기본원리로삼는밈이론으로는기존에없던낯선것을만들어내는예술적창조성을설명하기어렵다.창조성이복제과정의돌연변이라는설명은“설명이라기보다는설명이궁지에몰린것을자인하는말”(128쪽)일뿐이다.




철학자가된과학자



과학자에서철학자로변모한인물이있다.먼길을돌고돌아자연과학과철학이다시만난흥미로운사례다.미생물학자칼리처드우즈는리보솜RNA의계통분류를통해최초로고세균古細菌을정의했고,생명의기원을RNA에서찾는‘RNA세계가설’을처음주장해진화론을다시쓴장본인이다.우즈는말년에「새로운세기를위한새로운생물학」이라는논문에서깊은철학적성찰을보여준다.

우즈는생명현상을그구성부분들로환원해분석하는과학의환원주의를불가피하다고보면서도그렇게설명된세계를유일하게참인세계로상정하는근본주의적태도를경계한다.그는과학의한계를솔직하게밝힌다.“분자생물학은악보에기입된음표를읽을수는있었다.하지만음악을들을수는없었다.”분자생물학의놀라운성과에도불구하고생명을제대로포착하지는못했다는고백이다.

하지만이어우즈는진화론의모형을새롭게바꾸며생명을바라보는시각을확장시킨다.이전까지진화론은나무모양의계통수系統樹를바탕으로한선적linear모형으로이해되었다.공통조상을상정하지만,개별종의독립성을인정하는모형이다.반면우즈는박테리아의‘수평유전자이동’을근거로‘계통망'을제안한다.원시생명체인박테리아들은부모-자식간의수직적인유전자흐름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필요한유전자를다른박테리아와교환하는능력을가지고있는데,이점을감안하면진화의모형은나무가아니라‘그물망’이라는것이다.(233쪽그림참조)이런생각의전환은철학으로치면실체론에서관계론으로의전환에해당한다.




미생물의기억과생명의비밀



‘기억’은인간의전유물이아니다.철새와회귀성어류의기억력은이미잘알려져있다.그런데더놀라운것은미생물의세계에서도기억이작동한다는점이다.면역계의기억세포는과거에침투했던특정바이러스에대한정보를평생잊지않는다.많은세균들이지니고있는유전자가위크리스퍼도대표적인사례다.(150~1쪽)숙주의특성과면역력수준을감지하고이를기억해두었다가숙주에따라상이한병원성을보이는세균도존재한다.

생명을이루는기본정보이자이전세대로부터물려받은유전정보의단위인유전자도결국은“자연의변화와흐름이남긴자국의총체,곧기억”(154쪽)이다.현생인류유전자의10퍼센트정도는고대부터있던바이러스유전자다.이렇게우리몸에는고대바이러스의감염흔적이남아있다.

미생물은끊임없이인간을위협하지만,그때인간을구하는것도결국미생물이다.미생물이라는미시적생명의세계가잘보여주듯,인간의생명은살아있는다른모든유기체와관계를맺고있다.하지만현대과학은인간의생명마저‘인공적’으로만듦으로써자연과단절하려한다.인간의육체뿐아니라지능까지도인공물로대체하려는시도에환호하는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이런현상을대변한다.

그동안생물학은생명의단일성을추구했다.그리하여생명의근원을찾아‘세포’단위로,DNA와RNA의차원으로내려갔다.생물학의좁은한계를벗어나생명개념을인문학적으로폭넓게확장해바라보는저자들은기억(진리),자유,사랑을생명의삼위일체로꼽는다.이들개념은생명존엄성의원천이자인간존엄성의원천이다.

그중에서도으뜸은결국사랑이다.미래에인공지능이인간보다더똑똑하고더많은자유를가질지언정사랑만큼은제대로구현하지못하리라보기때문이다.어떤학자들은인간이동물과구별되는결정적인차이로매장풍습을든다.“사랑하는인간만이애도할수있고,그애도의사회적표현방식이매장”(253쪽)이기때문이다.에필로그에서저자들이밝히고있듯,이책은“생명을사랑으로고양시키는한편,사랑을생명으로육화시키고자”하는지적노력의산물이다.“생명의진화과정이곧사랑의역사”라보기때문이다.(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