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저항 (지배하는 ‘피해자’들,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

타락한 저항 (지배하는 ‘피해자’들,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

$13.36
Description
타락한 저항의 탄생과 진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는 태도, 그것을 배우는 학문은 이제 ‘충’이라는 이름이 붙어 놀림감이 된다.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 자체가 조롱의 대상이다. 엘리트나 식자층의 권위주의나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이는 소수자와 약자를 볼모로 삼은 창작이나 저항 방식에 대한 비판마저 엄숙주의자, 도덕주의자, 나아가 위선자 등으로 낙인찍는 상황으로 번져나간다.

소수자성에 대한 민감함과 예민함으로 사회를 감지하며 우리 사회에 ‘불편한 목소리’를 발화해온 저자 이라영은 『타락한 저항』을 통해 한국사회의 반(反)지성주의, 그리고 반지성주의의 풍토에서 자라난 혐오와 차별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반지성주의란 지식이 없는 무지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말한다.

저자는 유머, 곧 해학·풍자·농담 등이 사회의 약자를 조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애도가 타인의 고통을 타자화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면 사회의 윤리적 기준에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합리적 의심과 음모론, 배려와 위선, 전위와 무례, 평등과 획일화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그들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그렇기에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찾아 위태롭게 걸어가는 길이 지성의 역할임을 일깨우고 우리에게 지성의 복원을 주문한다.
저자

이라영

예술사회학연구자.모든종류의예술을사랑한다.미술과예술경영을공부한후문화기획과문화교육분야에서일했다.개별작품보다작품을둘러싼사회구조와역사에관심이많아프랑스에서예술사회학을공부했다.현재여러매체에기고하며예술과정치관련글쓰기를이어가고있다.저서로는『여자사람,사람』(전자책),『환대받을권리,환대할용기』,『진짜페미니스트는없다』가있다.

목차

들어가며:진지충의탄생
1장블랙리스트와저항
2장[나꼼수]와무학의통찰
3장메갈리아:침묵당하기에서교란시키기로
나오며:생각하는인간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알기를거부하는반지성주의의시대,
지성의복원을향한불편한목소리

“다만질문하고생각한다.
기존질서를움켜쥐려고알기를거부하는현상에대해.
권력에저항한다면서다른방식으로권력행위를하는모순에대해.”

1.반지성주의의풍토

올해초,한코미디언이제작한동영상하나가사람들의이목을집중시켰다.이른바‘PC’,즉‘정치적올바름’을‘놀리는’동영상이었다.‘엄마아빠는PC충’이라는제목으로올라간이영상에는한한국인여성이남자친구인백인남성을부모에게소개하는상황이그려지는데,‘PC충’으로그려지는그부모는딸의남자친구가‘백인’이라는것에대해‘소수민족’이나‘흑인’남자친구에는관심이없느냐고딸에게묻고,딸의남자친구가쓴‘병자호란’을주제로한책을읽고서는왜책에주체적으로행동하는흑인이한명도없느냐며비판한다.맥락에맞지않게무조건‘정치적올바름’을주장하는부모를황당하게그리며‘PC충’,‘진지충’을‘깐다’.최근에는‘쓸모는없고쓸데없이진지한’인문학전공자들을멸시하는‘문과충’이라는말까지유통되고있다.

문제를문제로인식하고,고민하고성찰하는태도,그것을배우는학문은이제‘충’이라는이름이붙어놀림감이된다.“생각하고의문을제기하는태도자체가조롱의대상이다.‘진지충’을조금순화해‘진지병’이라부르기도한다.다른표현으로‘선비질’,더상스럽게말하면‘씹선비’라고한다.”엘리트나식자층의권위주의나엘리트주의에대한반발이라고만보기어렵다.이는소수자와약자를볼모로삼은창작이나저항방식에대한비판마저엄숙주의자,도덕주의자,나아가위선자등으로낙인찍는상황으로번져나간다.

소수자성에대한민감함과예민함으로사회를감지하며우리사회에‘불편한목소리’를발화해온저자이라영은『타락한저항』을통해한국사회의반(反)지성주의,그리고반지성주의의풍토에서자라난혐오와차별을날카롭게짚어낸다.

이책에서말하는반지성주의란지식이없는무지한상태를말하는것이아니라‘적극적으로알기를거부하는’태도를말한다.가령,혐오발화자들을보면그들은혐오하는대상을모르기위해애쓴다.혐오발화를하는이들도나름지식으로무장한다.다만알고싶지않은문제를적극적으로모르려고할뿐이다.지금한국사회에서끊임없이등장하는말들을보자.‘남성이역차별을받는다’,‘‘종북’과‘귀족노조’가나라를망친다’,‘동성애때문에에이즈가창궐한다’.기득권유지를위해자신이알고싶지않은문제를적극적으로‘모르려고’하며,시대에맞는새로운‘마녀’인‘충’을계속만들어내인간사회에서몰아낸다.나아가정치적올바름과진지한성찰은폭로,재미앞에서쉽게솔직하지못한‘위선’이되고,불편한진실은외면한채마치정치적으로중립적인것같은‘취향’이라는단어와‘표현의자유’라는외피를두른‘혐오의자유’라는차별이횡행한다.

“사회의야만은약자멸시에담겨있다.지성은사회의가장취약한부분을향해치밀한관심을동반해야한다.이를위해서는고립되기를두려워하지않되,현실에참여하기를게을리하지않는태도가중요하다.참여하되구속받지않아야한다.”_196쪽

2.지배하는피해자,타락한저항의탄생과진화

지성이약자를향해야한다는것에비추면지성에대한적극적거부는약자를조롱하고혐오하는것을정당화하는폭력이며결국누가권력을갖고발화하는지를보여주는잣대이기도하다.이책은한국사회에서벌어진세가지사건(박근혜정권하에서벌어진문화예술계의‘블랙리스트’사건과이에대한저항의방식,이명박정권하에서탄생해박근혜정권,문재인정권집권까지이어진<나꼼수>현상,‘메갈리아’라는저항의방식을둘러싼현상)을중심으로진지함과생각에대한혐오,반지성주의가어떻게소수자와약자를향한혐오와차별과결합하는지,표현의‘자유’와저항할‘권리’의관계를살핀다.특히이러한흐름이보수와진보,거대악과그에대응하는저항이라는이분법과결합하며저항과피해자라는보편의위치를누가점하고누구의목소리가지워지는지치밀하게짚어낸다.

문화예술계를뒤흔든박근혜정권하에서의‘블랙리스트사건’에서는문화예술과개인의자유를억압하는보수정권의제도적검열과이검열에맞서혐오발화를동반한저항이짝패를이루어온과정을살피고,‘나꼼수현상’을통해서는노무현의죽음이후이어진10여년간의보수집권시기에이기는정치를향한욕망이반지성주의를어떻게더강화했는지,‘적폐’와‘우리편’의이분법적구도와팬덤정치속에서지워진다양한목소리와정당화된혐오,검증없는진실의선동등을밀도있게파고든다.‘메갈리아’를살펴보면서는이시대새로운‘종북빨갱이’가된‘메갈리아’를둘러싼마녀사냥과좌우진영을넘어서‘진짜’페미니스트를감별하려는흐름속에나타나는여성혐오,‘남혐’과‘여혐’이라는구도를짜면서‘혐오에혐오로대항하는것은안된다’는논리로여성의분노를혐오로번역하는방식,여성주의에대항하기위해스스로지성을퇴보시키는자칭‘진보’의모습,알기위해서가아니라모르기위해‘나를설득해봐라’라는반지성적태도등의주제를비판적으로다룬다.

이세사건은2000년대이후한국사회의여러사건중일부다.하지만이사건들을관통하는반지성주의와혐오의결합은지금도반복되는어떤패턴이다.보수정권은시민개인의자유를제도적으로억압하고,이에저항하는‘진보’진영은그과정에서약자를향한혐오를정당화하는패턴,보수와진보라는이분법적구도속에서대의를위해약자와소수자의목소리(가령노동자와여성을비롯한소수자)는지워지거나‘나중에’처리되어야하는부차적인것이되는패턴,내지는적폐로상징되는거대악의피해자이자저항의주체는남성의얼굴을한채보편의위치를점하고는페미니즘을억압하는패턴.‘지배하는피해자’,‘타락한저항’의모습이다.혐오와차별이‘저항’으로둔갑하는모습은익숙하다.여기에‘취향’과‘표현의자유’라는이름으로‘혐오의자유’까지횡행한다.

이‘타락한저항’뒤에는생각하는인간,지성,진지함을조롱하는반지성주의의흐름이존재한다.소재가무엇이든웃기면그만이고,그웃음이적절치않다고정색하는건쿨하지못하고솔직하지못한‘프로불편러’다.차별은솔직한것이고,차별을지적하는건위선이된다.강성노조때문에재벌이해외로나간다는발언,성차별적언행,여성정책토론회에서졸다가젠더폭력이뭐냐고물으면서도그모름을부끄러워하지않는전자유한국당대표홍준표를두고‘웃기는시골영감’같은재미와솔직함을찾고인간적이라고평가하는것,이민자,여성,장애인비하발언을쏟아내는미국대통령트럼프를두고‘솔직하다’라고평가하는것과국정농단의주범인박근혜전대통령을조롱하며2016년을‘병신년’이라고언급하며낄낄거리는태도,맥락없는누드와출산이라는소재로박근혜에‘저항’하는‘작품’사이에얼마나큰거리가있을까?‘가짜뉴스’와사실의검증은나중이고폭로와음모론이난무하는‘진보적’대안언론,소영웅주의에빠져타인의고통보다발화자인자신을앞세워진실을선동하는‘진보적’무비저널리즘과의거리는얼마나멀까?

누구의목소리도지워지지않는사회를향한지성과정치의복원

적극적으로알기를거부하고진지한성찰과생각함을비웃는반지성적문화,그리고저항이라는명목과권위에도전한다는명목으로벌어지는무책임하고선동적이며차별적인권력행위,표현의자유로포장된‘차별과혐오의자유’가횡행하는지금을짚으며저자는“제도적으로통제와억압이자행되고일상에서는조롱과혐오로점철된언어의공격속에서수치심은소수자의몫으로고립되고있다”는걸강조한다.“‘이해’는언제나약자의몫으로남는다.성소수자는이성애사회를이해해야하며,여성은가부장제를이해해야하며,장애인은비장애인을이해해야한다.반면이해받는이들은조심할필요없는권력을휘두른다.”

그리고나아가“솔직함을빌미로만만한타인에대한조롱과혐오발언이유머로유통되고있다면,이사회가타인의고통을대하는자세는어떠한”지우리에게묻는다.유머와애도는한사회의윤리와지성의척도이기때문이며,타인의고통을대하는자세는많은고민과학습,자기성찰을필요로하기때문이다.저자는마치약자를조롱하는것이유머로소비되는것처럼,타인의고통을타자화하는태도역시경계한다.“때로공감하고연대한다는명목으로타인의고통앞에서슬퍼하는나,고통스러운사안앞에서몸부림치는나를드러내는경우가있다.누군가의고통을말하며결국자신을드러낸다.누군가의비극을자신의정의감의매개로삼는행위는일종의속임수다.정치예능이나무비저널리즘형식은이러한문제를꾸준히드러냈다.”

저자는“유머,곧해학·풍자·농담등이사회의약자를조롱하는방식에서벗어나지못하고,애도가타인의고통을타자화하는방식에머물고있다면사회의윤리적기준에의구심을품어야한다.전위적인지성과미학은윤리적고민을품는다.합리적의심과음모론,배려와위선,전위와무례,평등과획일화는전혀다른개념이지만그들사이의거리는그리멀지않다.그렇기에그아슬아슬한경계선을찾아위태롭게걸어가는길이지성의역할이다”라며우리에게지성의복원을주문한다.우리가결국지성의복원을말해야하는건사회의야만이약자멸시에담겨있으며지성이바로사회의가장취약한부분에시선을돌리고치밀한관심을동반해야하기때문일것이다.누구의목소리도지워지지않는사회를위한지성과저항의복원을고민하는독자들에게이책의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