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양장본 Hardcover)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함민복 시인이 십 년 만에 펴낸 두 번째 동시집
말랑말랑함이 품은 뼈, 흔들림 속에 자리한 중심을 발견하다
이 동시를 쓴 함민복은 언어를 나뭇등걸 삼아 마음에 불을 지피는 시인이다. 은근하게 데워진 마음은 그 둘레까지 데우고 밝힌다. 늘 자신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담박한 언어로 대답하는 시인답게 그는 담박한 언어로 담박한 글을 쓴다. 수식으로 애써 부추기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밝히고 힘이 있는 시.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는 2009년 첫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에 이어 함민복 시인이 펴내는 두 번째 동시집이다.

10년의 시간은 견고한 동시의 집을 지었다. 첫 동시집이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재치 있고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 동시집은 바다에서 걸어 나와 일상의 ‘곡선 길’을 걸으며 본 곳곳의 존재들, 그들이 뿌리박고 살아가는 풍경들을 진득이 그러모았다. 그 풍경을 보자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잠자리,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고 있는 강아지, 물세제로 안경을 닦는 할머니, 땅에 떨어지는 서너 개의 앵두알, 그리고 그 앞에 골똘하여 앉은 시인이 보인다. 이 “말랑말랑한” 존재들의 이야기 세계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말랑말랑함 속에 단단한 뼈가, 나무의 가지에 뿌리가, 흔들림 속에 단단한 중심이 있음을 그리하여 나 또한 그러한 존재라는 것에 설득당하는 것이다. 수식 없는 언어지만 바로 그것이 존재를 드러내는 최선의 언어임을 함민복 동시는 알게 해 준다.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지는 어른과 함께하는 아이는 배려 깊은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저자

함민복

1962년충북충주에서태어났다.서울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1988년『세계의문학』에시「성선설」을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우울氏의一日』『자본주의의약속』『모든경계에는꽃이핀다』『말랑말랑한힘』『눈물을자르는눈꺼풀처럼』이있으며,동시집『바닷물에고,짜다』,산문집『눈물은왜짠가』『미안한마음』『길들은다일가친척이다』,시화집『꽃봇대』등이있다.오늘의젊은예술가상,김수영문학상,박용래문학상,애지문학상,윤동주문학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노래들은최선을다해곡선이다

앵두나무저울
꽃잎다리
푸른하늘
이사가는나무1
수목장
시골집
텃밭
참새1
발자국
길찾개
노래들은최선을다해곡선이다

2부손을씻고강아지를만져야지

반성
벽시계
수돗물
붕어
물어볼까
잠자리
참새2
자석
나를닮은구름
글씨체

3부멀리서보면더멀리서보면

책갈피
꽃호랑이
벚나무
꼭그렇게만볼필요가있을까
안경
어머니가책상을사주신날
방구
벌들의오해
달랑게와갈매기
잉어
물나라글씨
자벌레

4부나무들은어떻게졸까

태양과그림자
이사가는나무2
나무들은어떻게졸까
살구나무
입과귀
간지러움은왜필요할까?
까까
숟가락
강아지

해설이안

출판사 서평


강아지만지고
손을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씻고
강아지를만져야지

_「반성」전문

함민복시인의동시는쉽다.그런데어렵다.시는쓰고읽는것이지만사는것이기도하다.시인은시를쓰면서시를산다.시의독자도마찬가지다.시를읽으면서시를살고자애쓴다.크게느끼어마음이움직임.국어사전은감동(感動)을이렇게풀어놓았지만,마음의느낌(感)을몸의움직임(動)으로,실천으로밀고나가는것이감동이다.함민복동시의어려움은바로여기에있다.함민복처럼생각하고살기의어려움._이안(시인)

질문하고질문하고질문하여
곡선길을따라마음의뿌리를찾아가는여행

『말랑말랑한힘』으로김수영문학상과박용래문학상을,「앉은뱅이저울」외9편으로윤동주문학상을받은함민복시인.강퍅한일상에서“긍정적인밥”한끼를지어자본주의문명에소외된이들에게다시살아낼힘을주는그는어른독자들의두터운신뢰와사랑을받는시인이다.그런그가써낸동시는어떠할까.
“길자와이야기를나누다보면나도모르게마음이말랑말랑해집니다.‘입추는가을이시작되는날이다’라고굳어져있던마음에틈이생깁니다.그틈에서꿈틀꿈틀예상하지못했던생각들이싹틉니다.질문이만들어집니다.…질문을타고마음속으로여행을떠나봅니다.노래를닮은아름다운곡선길이펼쳐집니다.”
3년전죽은강아지길자를잊지못하여하루에도여러번불러내대화를나누는시인은길자를동무삼아여행을떠난다.곡선길위에서만난존재들과나란한어깨높이로나란한속도로걸어가며눈맞추고묻고답을찾는다.할머니가묻힌소나무를찾아갔다돌아오는길나뭇잎은왜흔들리는걸까?바다까지떠내려와아가미를뻐끔이는붕어는어쩌다이곳까지오게되었을까?한꺼번에떠들어도말을다알아듣는참새귀를연구하면음악도틀어놓고티브이도켜놓고친구들과맘껏떠들며수업을들을수있지않을까?이안시인은질문하기가함민복동시의방법론이라말한다.“질문하는인간,말하자면호모콰렌스가되어보이는놀이를통해시인은독자를조금은다른세계,좀처럼접하지못했던마음과인식의지점에옮겨놓는다.”는것이다.

참새가앉으면
낭창낭창앵두나무가지가휜다

참새가날아가면
붉은앵두서너알떨어진다

참새가더조심했어야할
참새마음의무게가

달콤달콤달콤
앵두서너알인가

_「앵두나무저울」전문

나무들은흙냄새가좋아
지구의중심이궁금해
어둠속으로자라는지도모르지

_「꼭그렇게만볼필요가있을까」부분

꼭그렇게만볼필요가없는사유의세계가『노래는최선을다해곡선이다』에펼쳐진다.두번째동시집제목을‘까까’로고민했을만큼시인은세상밖에처음나와말끝마다“-까?”“-까?”를달고사는아이처럼질문하고,이미세상을선점하고있던기존의답위에새로운답을얹으며인식을확장해나간다.읽는이의곡선길도함께굽이쳐나아간다.

남보다두배는더많은눈과귀로
최선을다해다른존재와나를연결하는고리

날아가는기러기떼를보고있는

우리집강아지는나보다
발이두개나더있다
나보다두배는더
바깥에나가놀고싶을텐데
튼튼한쇠줄에묶여있다

그래서

먼곳까지들리게말하려
짖어대는소리가크고
먼곳에서나는소리도들으려
나보다귀도두배나큰가보다

_「강아지」전문

시인은남보다두배는더세상을감각하는눈과귀를가졌음직하다.일순평범한언어로잇대어져있는듯싶지만필살의언어다.존재와나를연결하는고리,앞에있는줄도몰랐던가림막하나를걷어주는언어다.“움직이는지구에서쓴/모든글씨체는지구글씨체”(「글씨체」)라면움직이는곡선길위에서시인이만났던모든존재,건넸던모든질문의총체는지구와나를귀하게감싸는동시라할만하지않을까.이미“나도누구가슴/한번울렁여보았으면”하는시인의바람은이뤄지고남을동시집이다.

사랑스러운인물,귀여운상상력으로시에입체감을더한그림
동시는친근한그림과만나더다정해진다.사랑스러운인물,귀여운상상력으로시에입체감을더한그림은『달빛식당』으로익숙한윤태규화가의그림이다.어깨에앉은잠자리가놀랄까봐살금살금걸어가는아이,하루동안할머니의안경유리알에담겼을풍경,갑갑한쇠줄을풀고들판을뛰어가는강아지들을폭안고싶어질만큼다정하고다정하다.

숟가락은국자보다덜깊고
주걱보다덜넓지만
국자와주걱을반반씩닮은
숟가락속에는
무엇이든함께나눠먹는
국자와주걱의마음이담겨있어
혼자밥상앞에앉아
숟가락으로
국물을떠마시거나
밥을퍼먹을때
엄마아빠가생각나고
길고양이소리가더잘들리나보다

_「숟가락」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