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산 도로랑 (얼어붙은 세상을 구하리라)

흰산 도로랑 (얼어붙은 세상을 구하리라)

$14.63
Description
“사람은 알 수 없는 짐승이야. 나를 죽이려고도 하고, 살리려고도 하는구나.”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동화작가로 20여 년,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임정자의 대표작
우리 옛이야기에 바탕을 둔 판타지 동화 『흰산 도로랑』 개정판 출간
임정자 작가의 장편동화 『흰산 도로랑』이 첫 출간 10여 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임정자는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 『물이, 길 떠나는 아이』 등 우리 옛이야기에 바탕을 둔 판타지 동화를 꾸준히 펴내며 한국 어린이문학에서 ‘오직 임정자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마치 구비문학처럼 입으로 소리 내어 읽을 때 가장 빛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신화적 모티프가 반드시 어딘가에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화두를 던져 매번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

임정자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신화적 세계관은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땅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염두에 두고,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이 『흰산 도로랑』이다. 작가의 오랜 질문이 응축되어 중심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흰산 도로랑』은 임정자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저자

임정자

월간『어린이문학』에단편동화「흰곰인형」을발표한이래,동화책『무지무지힘이세고,대단히똑똑하고,아주아주용감한당글공주』『하루와미요』『어두운계단에서도깨비가』『오국봉은왜쥐도새도모르게사라졌나』『동동김동』『물이,길떠나는아이』등을썼습니다.이밖에어린강아지수호가어엿한개가되기까지의시간을담은사진이야기책『진도에서온수호』,그림책『내동생싸게팔아요』『발자국개』를냈고,『할머니의마지막손님』으로제8회권정생문학상을받았습니다.

목차

1부백호먹이

1.백발백중백포수08
2.내가너의부끄러움을거두리라17
3.내가왜백호먹이야30
4.동구밖바늘을쏘다39

2부털없고둔한짐승

5.밉살스러운빈중대기48
6.움직이는산을쏘다63
7.성가신손님77

3부두개의달

8.흰산에는법이있다94
9.열두대문안에서109

4부영웅은없다

10.검은달132
11.땅끝발영역에들어서다152
12.어둑서니웃음소리170
13.운명은없다181
14.죽은자의습격195

5부어둠왕이깨어나다

15.마지막산행216
16.바람보다낮게222
17.황금봉에우뚝서다232
18.흰산어딘가에244
19.뒷이야기248

이야기를마치며251
이야기를다시꺼내며255

출판사 서평

인간은다른생명과어떻게관계맺으며살아가야하는가
임정자작가의오랜질문이백두산설화에녹아들어탄생한대서사시

『흰산도로랑』은오래전임정자작가가백두산에올라천지를내려다보던순간한편의이야기로처음움트기시작했다.빛과어둠,삶과죽음이공존하는듯한백두산천지의신성성은작가의마음속에그대로각인되었다.이후그이미지가백두산에전해내려오는짤막한옛이야기와만나장대한판타지동화『흰산도로랑』으로태어났다.백두산이우리겨레의영산이며백호는산신이라는오랜상징과서사가자칫잊힐지모르는지금,이작품은흥미로운영웅의모험담형식으로우리신화의맥을이어간다.

개정판을펴내며,임정자작가는2019년의독자들을고려하여일부문장과장면들을새로이정돈하였다.‘당글공주’를그리기도한홍선주화가는임정자작가의글을누구보다잘이해하고,또사랑하는이다.그는개정판출간을위해모든그림을새로그리는한편몇몇장면에는그림을추가하였다.10여년이라는시간이흐르며화가의해석도한층깊어진덕이다.적확한자리에서상상력을확장해주는홍선주의그림으로『흰산도로랑』은오늘날독자들에게맞춤한새옷을입었다.

“천년소나무님.어둠왕을물리칠화살을내주십시오.”
“산어머니를쏜자에게가지를내줄수없도다.”
“제가어찌하면좋겠습니까?”
“눈을달라.그러면가지를내주리라.”
“예?눈이라고요?제눈을말입니까?”

『흰산도로랑』은주인공도로랑의아버지,백포수의죽음으로시작한다.백포수는탐욕에눈이멀어흰산에사는짐승들을닥치는대로총쏘아죽이는사냥꾼이었다.어느날백호새끼를잡겠다며호기롭게길을나선뒤,백포수는영영돌아오지않는다.
시간이흘러도로랑은백발백중의활솜씨를단련하여흰산으로향한다.아버지를잡아먹었다는원수,백호를잡기위해서다.그러나도로랑이백호를향해화살을쏘는순간,때아닌눈보라가몰아치며끝나지않는밤이찾아온다.도로랑이어둠왕을깨워흰산의수많은생명들을위기로몰아넣은것이다.
벼르던복수를완결했음에도마음이편치않은도로랑.흰산생명들을애써외면하고흰산을떠나려해도발길이떨어지지않는다.결국도로랑은어린산신호령아,흰머리노인과함께얼어붙은세상을구하러나선다.그러나어둠왕을물리치려면어둠에물든도로랑의두눈과심장을내놓아야만한다…….

“호령아,미안해.흰산을내가엉망으로만들었어.
이제야고백하는데,사실난백호를보는순간
백호가산어머니이고산신이란걸알았어.
화살을쏘면서도내심헛짓을하는구나생각했지.
산신께서하찮은사람의화살따위를맞고쓰러질턱이없잖아.
그런데화살은산어머니를맞혔고모든것이사라졌어.
나는정말무서웠어.한시라도빨리흰산을벗어나고싶었어.”
_본문중에서

위대하지않은영웅의위대한모험
‘못난’주인공도로랑은우리모두를닮았다

“도로랑이참못났습니다.물색없는도로랑,어중이도로랑,어리보기도로랑,실수투성이도로랑.그런데나는그못난이도로랑이좋습니다.그못난도로랑이나를닮았기때문일것입니다.”
_‘작가의말’중에서

도로랑은여타모험담의영웅처럼멋지기만한인물이아니다.흰산을헤매다가덫에걸리고,성급한판단으로애먼생명을해치기도하며,‘한낱짐승’이영험한산신이라는사실을선뜻믿지못한채어둠왕을깨우기까지한다.그러나밉지가않다.‘털없고둔한짐승’인우리인간의모습이실수를연발하는그의모습과다르지않기때문이다.그런도로랑이‘흰산의법’을접하고인간중심적사고의편협함을조금씩버려가는걸보면서,우리는자연스레믿게된다.우리에게는도로랑처럼변화하고성장할힘또한있다는것을.

사람과짐승이뭐가다를까?
목숨소중한것은마찬가지겠지.자식소중한것도마찬가지겠지.
……백호도자기새끼가소중했겠지.
……자기새끼죽이려한사람이미웠을테지.
_본문중에서

원수를잡겠다는일념이흰산생명들의터전을되찾겠다는다짐으로바뀌는순간,도로랑의진정한모험이시작된다.그리고세상을구하는‘영웅’이되어보겠다는,남몰래품은욕심마저버릴때비로소도로랑의모험은위대해진다.복수중심의서사에익숙한현대독자들에게『흰산도로랑』이주는낯선재미는여기에서나온다.『흰산도로랑』에서복수의완결은결코‘승리’의결말로여겨지지않고,도로랑이모험을끝낸뒤에도‘영웅’은존재하지않는다.자연은정복의대상이아니며인간은거대한자연을이루는일부분일따름이다.가파른황금봉을오르는도로랑이“짐승처럼,벌레처럼,산식구들처럼네발로엉금엉금네발로꿈틀꿈틀”기어오르는장면은그래서인상적이다.한사람의영웅이아닌흰산을이루는‘산식구’중하나가되어가는도로랑의모험끝에서또렷하게떠오르는진실하나.얼어붙은이세상을구할수있는것은바로우리‘산식구’들의힘이다.

도로랑은남은힘을다해서황금봉꼭대기에올랐다.
거칠고가파른황금봉,얼어미끄러운황금봉을
도로랑은짐승처럼,벌레처럼,산식구들처럼
네발로엉금엉금네발로꿈틀꿈틀기어올랐다.
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