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이후최신문학이론을소개하는,40년이상을이어온예일대명강의
이책은예일대에서40년이훌쩍넘게문학을가르치며만년인기를구가한노장폴프라이교수의2009년봄학기‘문학상급’에속하는오픈예일코스26개강좌녹취를정리한책이다.20세기이후문학이론의흐름과쟁점을매우명쾌하고쉽게개괄하게해준다.(오픈예일은말그대로대중을상대로한오픈강좌라유튜브에서도들을수있는데,첫‘입문’동영상조회수만해도69만7천회가넘는다.)
저자는1971년부터예일대에서(특히영국낭만주의)시,문학비평사,현대문학등을연구하고가르쳐왔다.그가이강좌를열었을당시,1970년대말과1980년대미국에서문학이론은“아주잘나가는물건”이었고,저자가회상하다시피너도나도기호학자,구조주의자,해체주의자등이론가가되려고열망하던시기였다.또예일대또다른강의실에서는폴드만이해석학으로나아가는문학론을펼치고있었다.그러나이강좌를열자,과연그이론의‘입문’또는‘개관’을가르칠수있는것인가라는주변학계의회의와반발에부딪쳤다고한다.
그럼에도몇십년간폴프라이교수의이론강좌가이어져온걸보다시피,그가이론을두고한시대와호흡하는관점을가지게한다는점에서역사적주제가된다고한만큼,오늘날그필요성과기능이과연무엇인가절실히되묻게하는,시간을뛰어넘은명강의임을입증해준다.
문학의정의,원인-결과,그본질을계속질문하게하는특징적인강의구성
이책은,현대문학이론사를개괄하는책이긴하나흔한연대기적구성을피했다는점에서매우특징적이다.우선문학이론이형식-모방-인식론적차이에따른문학의정의에제각기질문을던지는하나의방법론이므로,그것을있게한원인(저자,문학적권위의본질)과결과(독자,문학의영향력)에따라네가지핵심범주(1해석과읽기,2텍스트와구조,3저자-독자의심리,4사회적맥락)로구성된차례만봐도한눈에파악된다.이는문학이언어,인간의심리,사회-정치경제-역사적힘들에의해형성된다는생각의골자를보여주는목차다.따라서저자는이론의흐름을따르긴하나이슈에따라중간중간사상과시대의전후를뒤섞고비교한다.이론의역사또한해석학적순환에따라끝없이들고나는대화의장으로보게끔,그흐름을매우역동적으로펼쳐보인다.
또하나의특징은,20세기와그이후의난해한철학가들과문예이론가들의이론을개괄하면서,각장마다주제별강의입문에앞서‘읽을자료’리스트를먼저제시하여한눈에주요이론가를파악하게함은물론,그권위적인상을단박에무너뜨리며누구든쉽게이론적실천에접근할수있도록재치있고노련한선생답게동화책(『견인차토니』)에자주빗대어이론들을설명해낸다는점이다.저자는“이론을이동화책에응용할수있다면어떤것에도응용할수있음을,또뭐든읽는다는것은복잡하며잠재적으로거의한계가없는활동임을일깨워주려는시도”라고밝히면서,“이것이야말로이론이우리에게가르치는가장중요한것가운데하나”라고말한다.신비평,러시아형식주의,정신분석비평,마르크스주의비평,신역사주의,페미니즘등다각도에서‘해석’과‘읽기’의문제가어떻게달라지는이론의흐름을꿰뚫어보도록유도하는이전략은,혜안과내공을갖춘프라이의기지넘치는유머와더불어강의에대한몰입과재미로이끈다.
유머가담긴통찰력으로현대문학이론의핵심을짚어내고비교하는개론서
문학은그래서무엇인가?이질문은폴프라이의강의를추동시키는엔진이다.문학이론자체가이질문에대한다양한해석의흐름이기때문이다.인간에게언어를가져다준소통의신헤르메스Hermes로부터파생한해석학hermeneutics,즉‘읽기’와‘해석’을가장먼저이강의에서살피는이유역시이문학적행위(실천)가20세기이후다각도로조명된문학이론의핵심적사유를촉발하는근간이기때문이다.문학의형식,심리,사회로나아가기전에그읽기경험을짚고넘어가는입문강좌는,이론의토대와그기능을검토해보자는저자의주문인셈이다.또한네가지범주의본론을닫으며이론(의필요성에관한)찬반론을아주논쟁적으로제시하며짐짓이론의구원을주문하고있는건오늘날문학이론에대한문제재설정에대한요청이다.
폴프라이는현대문학이론의흐름을결정짓는특징을‘회의주의’즉‘의심’에서찾는다.이것이세계에대한근원적질문과사유의구조화를보여주는철학,그중에서도형이상학과이론이다른지점이라고말한다.이런맥락에서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를‘의심의학파’를지배하는현대문학이론의선구자들로일컫고이셋모두를부정한해석학적전통에있는폴리쾨르의생각에덧붙여,프라이는매우인상적이게도리쾨르가뺐지만21세기에는다윈을그학파로꼽는다.또한저자는“이인물들의영향으로문학이론은상당부분이의심의해석학이자부정의이행이되었다”고하면서,푸코를비롯한이강력한‘부정’의사상가들의영향권에있는여러이론의현상을진단하고어떻게그들이수용되어왔는지를살핀다.
그렇다면비평의역사와도연결되는문학이론은정작비평과는어떻게다른가?둘다문학이무엇인지를묻는다는점은공통이나,보통어떤정전을미는문학비평에는이론에는없는평가와감상이있고,이론은그보다는분석과기술에더민감한데그본질은자기주제와자기논증에회의주적요소가있는점이라고요약한다.이처럼폴프라이는문학이론의영역이지니는고유성을찬찬히확립해가면서,문학장에서한물간이론이아니라아직도무한하고유효한이론의현재진행형흐름을역설적으로보여준다.이책은다양한현대문학이론의핵심을짚어내고비교하는저자의통찰에힘입어,문학의안팎과그토대를다진이론가들이어떻게서로공명하고차이를드러내는지긴밀히살필수있는아주튼실한지도를보여주는개관서이자,읽고해석하는독서공동체의문학행위에대해근본적으로사유하게한다는점에서끊임없이독자로하여금질문을자극하는입문서로서도손색없는책이다.또저자의유머와강의용어투를제대로살린정확한번역덕에예일대에서진행한수업의현장감을유감없이전달해준다는점도한국어판의미덕이다.
문학이론강좌의대문을여는두장에서는이론의전사前史와등장배경(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폴리쾨르의발췌문을중심으로),이론의기능(미셸푸코,롤랑바르트,헨리제임스와안톤체호프)을살핀다.20세기문학이론에는왜회의주의가드리워있는가,즉인식하는자와인식하는대상사이의거리를사유하는지성사에서어떻게사물을있는그대로알수있는가를넘어,아는존재의자율성을신뢰할수있는가즉의식의독립성을자문하는결정론이라는또다른문학이론관점을검토한다.
이론을개관하는본론이되는네범주를차례로살펴보면,첫째「해석과읽기」는독자로서문학(이론)을접하며우리가처음대하는근원적태도,즉해석학의범주다.(‘해석학적순환’에서는,E.D.허시와달리,독자가만나는건저자가아닌텍스트임을강조하며‘지평융합’을이야기하는가다머와『존재와시간』에서보듯그냥사물을보는것자체즉정신의맨첫번째움직임에도이미해석이개입되어있다며실체와존재방식의관계자체를숙고하는하이데거,‘구성적읽기’에서는독자의‘기대’를배반하며나아가는현상학적읽기과정에서저자와텍스트의두지평이융합하여독자에게로‘수렴’되는영향사로파악하는볼프강이저가중심이된다.)중세의성서나종교개혁이후의경전,근대의법연구등18세기전까지는해석은있으나그자체를질문하는해석학은없었다.즉평가나비평의원칙은있으나해석자체가불필요한글이좋다는생각이지배적이었다.18세기를지나낭만주의에서도종교에서신성한창조자의자리를‘천재’개념이꿰차고계몽주의과정에서낭만주의시기의특징적작품을노스럽프라이가‘세속경전’이라불렀듯서구문화의세속화로경전과천재의작품이경쟁하는모양새가된다.이시기에문학에서의미의중요성과어려움이증가하면서비로소문학적해석학이등장했다는것이다.이해석학적사고에서문학이중심적관심사가되는전통은프리드리히슐라이어마허에의해수립되어빌헬름딜타이,하이데거,가다머로이어지고,이와맞서는전통이칸트-후설-에밀리오베티-E.D.허시다.
둘째「텍스트와구조」는,문학자체의형식과언어,즉문학의생산과이해를구성하는언어와말에관한분석의흐름을좇는다.자율적‘작품’이라는관념(윔서트,필립시드니경,칸트,와일드등),신비평과서구의다른형식주의들(I.A.리처즈,윌리엄엠프슨,클리언스브룩스),러시아형식주의(보리스아이헨바움,빅토르시클롭스키,유리티냐노프),기호학과구조주의(소쉬르),언어학(레비스트로스,야콥슨등),해체주의(자크데리다와폴드만을중심으로)를개괄적으로살핀다.생각과말이언어에의해생겨났기에그언어적환경과불가분의관계임을주장하는다양한양식을보여주는이론개괄이다.일례로그당시「의도의오류」를쓴윔서트가교편을잡고있던예일대는신비평의본거지로여겨지는데,저자가연구하던당시의학계현장분위기가묘사되어있는데다국내에잘소개되지않은영미권학자들과핵심저작이끌려들어와있어흥미를돋운다.
셋째「저자(독자)의심리」에서는문학생산의장을인간의심리에서찾는문학의심리학적프로필에서부터사회적문화적힘들의결정요소에서찾는일로넘어간다.즉말,담론,문학에관한언어결정관념이아닌담론의심리적결정으로이행한다.프로이트와픽션(피터브룩스,프로이트),이론속의자크라캉,영향(엘리엇,해럴드블룸),포스트모던심리(들뢰즈&과타리,슬라보예지젝)로나아간다.
넷째「사회적맥락」은문학의환경을이루는사회전체를맥락화하는이론개괄이다.즉계급,인종,젠더등여러사회적맥락에서문학을생산하고소비하는방식에주안점을두고어떻게문학이수용되고유통되는지를살핀다.독자와텍스트의사회적침투성(한스로베르트야우스,미하일바흐친),프랑크푸르트학파의비판이론(벤야민,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정치적무의식(프레드릭제임슨,마르크스),신역사주의(스티븐그린블랫,제롬J.맥건),고전적페미니즘전통(버지니아울프,일레인쇼월터),아프리카계미국비평(토니모리슨,헨리루이스게이츠주니어),탈식민주의비평(에드워드사이드,호미바바),퀴어이론과젠더수행성(미셸푸코,주디스버틀러),문학연구의제도적구축(스탠리피시,존길로리)이라는장으로세분화하여다양한이론의관점을보여준다.
마지막강연에서,이론의찬반을논하며스티븐냅과월터벤마이클스가신실용주의관점에서문학연구에서이론의추방을명령한것에맞서,언어와말사이에는차이가있다고말하며문학이론의구원으로나아가는강연은폴프라이강연의백미다.“왜우리는구태여문학이론을구하려고하는것일까?그것은,분명히,소통의한계를발견하려는것과어떤관계가있다...인간이되는역사는,말과타협하고말을정복하는역사다.어쩌면언어를정복하는역사라고해야할지도.여기언어에관한나의세명제,어쩌면하나에불과한명제가있다.첫째언어는절대이해되지않는다...여러분이의도를갖고언어와씨름하여말로만들고,여러분의목적을위하여언어를징발함으로써여러분의이해가되는것이다.언어는이해되지않는다.여러분이이해가되는것.둘째언어그자체는현실에관하여아무런이야기도하지않는다.셋째현실에이르는길은,좋든나쁘든,여러분의의도로덮여있다.”